[인터뷰] "가능하면 버렸다" 구글 인디페 TOP 3 '그레이터'

인터뷰 | 이두현 기자 |

지난 3일 개최되었던 구글 인디게임페스티벌(이하 인디페)에서 인상 깊었던 게임사는 '그레이터'로 TOP 3에 오른 아이엠게임이었다. '그레이터'는 큰 숫자를 찾아 빠르게 터치한다는 규칙을 게임으로 잘 풀어냈다. 특히 인상 깊었던 것은 그래픽 요소였다. 만약 애플이 게임을 개발했다면 이런 식으로 풀어내지 않았겠느냔 인상을 받았다. 불필요한 것을 걷어내고 필요한 것을 키운 감각이 뛰어났다.

아이엠게임의 개발 감각은 모회사 아이엠파인에서부터 나타났다. 아이엠파인은 디지털 기술을 활용한 인터랙티브 콘텐츠를 만드는 에이전시다. 과거 청와대, 삼성 등과 다양한 디지털 시각 콘텐츠를 선보였다. 자연스레 시각적 경험 전달 기술에 노하우가 쌓였고, 게임에 담겼다. 인디페 TOP 3에 오른 배경은 단순 초심자의 행운만은 아니었다.



▲ (왼쪽부터) 김경주 프로, 김준희 팀장, 김상헌 프로, 정재홍 프로

아이엠게임은 4인의 개발 조직이다. 팀을 만든 김준희 디자이너, 김경주 개발자, 정재홍 개발자가 일하며 최근 김상헌 기획자가 합류했다. 게임 개발에는 유니티 엔진이 쓰였다. 특이한 점은 유니티는 게임에서 산업용으로 범용성이 확대된 엔진이다. 반면 아이엠게임은 산업용으로 먼저 쓰다 게임으로 이어갔다.

프로그래머인 김경주 프로는 구글 인디페 TOP 3 선정 당시 기쁨보다는 의아함을 나타냈다. '우리가 어떻게?'라는 반응이었다. 김경주 프로는 "우리도 고민 없이 게임을 만든 건 아니지만, 당시 경쟁작들과 비교하면 우리의 고민이 상대적으로 적었을 거로 생각해 성과에 당황했었다"라고 기억했다.

김준희 팀장은 TOP 3 선정의 성과로 개발의 확신을 꼽았다. 그는 "개인적으론 게임을 만들어 본 경험이 있지만, 팀으로서는 처음이어서 개발에 확신이 없었다"라며 "그러다 보니 개발하면서도 우리가 잘하고 있는 건지를 몰라 자신감이 점차 없어지는 상황이었다"라고 전했다. 이어 "그래서인지 TOP 3 선정 자체가 우리에게 자신감을 심어준 가장 큰 수확이며, 앞으로의 원동력이 됐다"라고 덧붙였다.



▲ 인디페 당시 김경주 프로



▲ 당시 성과는 자랑스레 전시되고 있었다

구글 인디페 TOP 10 게임사에 다양한 홍보 기회를 제공하며, TOP 3 게임사는 추가 혜택을 부여한다. 김준희 팀장은 가장 큰 혜택은 피처드에 올라 게임 자체가 알려지는 것이라고 봤다. 인디페 당시 '그레이터' 다운로드는 100회 정도였다. 심사위원단이 다운로드 받은 수치가 대부분이다. TOP 3 혜택을 본 이후에는 4,000회까지 올라갔다. 그는 "만약 구글의 혜택을 입지 않았더라면 게임 자체가 그대로 사라졌을 수도 있었을 거로 생각한다"라고 "열심히 개발했더라도 게임이 알려지지 않아 사라지는 경우를 생각하면 매우 큰 효과를 보고 있다"라고 전했다.

게임 '그레이터'는 김경주 프로 아이디어에서 시작한 게임이다. 이어 김준희 팀장이 그의 어머니도 플레이할 수 있는 쉽고 단순한 게임을 고민했다. 어머니가 연세가 듦에 따라 인지능력, 순발력 등이 떨어졌고, 간단하게 할 수 있는 게임을 찾았지만 복잡한 그래픽과 기능들 때문에 접근성과 사용성이 떨어진다는 걸 느꼈다. 김경주 프로는 큰 숫자를 찾아 빠르게 터치하여 터트린다는 아이디어를 게임으로 구체화했고, 아이엠파인에서 쌓인 강력한 시각적 경험을 접목했다.

김준희 팀장은 '그레이터' 그래픽 특징에 대해 △사용자에게 잘 보이는 것 △중요한 것을 순서대로 배치할 것 △가능하면 버리고, 중요한 것은 크게, 안 중요하다면 빼거나 작게 만드는 데 집중했다고 설명했다. 게임 내 주요 정보 역시 사용자 시선이 머무르는 곳에 배치되도록 신경을 썼다.



▲ "가능하면 버리고, 중요한 것은 크게, 안 중요하다면 빼거나 작게"

아이엠게임의 현재 목표는 생존이다. 아이엠파인이 지켜보는 기간 동안에 성과를 내야 하는 목표가 있다. 김준희 팀장은 "아직 장기 계획을 세울 수 있는 여력은 없다. 한동안 핵심 재미 요소가 있는 게임을 반복해 개발할 거 같다"라며 "언젠가 규모가 되고 능력이 된다면 '동물의 숲'과 같은 게임을 만들고 싶은 욕심이 있다"라고 전했다.

인디게임사로서 어려움으로는 홍보가 꼽혔다. 김준희 팀장은 "지인 중 한 명이 퇴사해 게임을 만들어 냈지만, 아무도 그 게임을 모르더라"며 "게임 개발 자체는 어떻게든 되겠지만, 있는지조차 모르게 되는 상황이 두려웠다"고 말했다. 이어 "우리 역시 '그레이터'를 만들며 게임을 알릴 방법은 피처드에 기대는 수밖에 없었다"라며 "TOP 3에 드니 다음 게임을 만들 수 있겠단 빛이 좀 보이는 거 같다"라고 덧붙였다.

아이엠게임은 카피캣을 지양하는 게임 공장을 지향한다. 김준희 팀장은 "하나의 게임을 개발하는 데 3개월 안에 해야 많은 시도를 할 수 있겠더라"며 "그 기간이 넘어갈 거 같다면, 품질을 낮추는 게 아니라 재미 요소를 살리면서 볼륨을 줄이려고 한다"라고 소개했다. 그는 "빠르고 다양하게 개발하되, 예쁘고 재밌고 창의적인 게임 공장이 되고 싶다"라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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