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리뷰] "SCP 테마 파크에 어서오세요"

리뷰 | 정수형 기자 | 댓글: 3개 |

SCP처럼 종잡을 수 없지만 매력적인 게임


SCP 재단에 나름 관심이 많은 팬으로서 이 게임은 색다른 충격으로 다가왔습니다. 지금까지 출시된 SCP 소재의 게임과 진행 방식에도 차이가 있고 게임이 전달하고자 하는 메시지 역시 많이 달랐기 때문이죠. SCP 시크릿 파일은 SCP 재단을 잘 모르는 유저와 어느 정도 알고 있는 유저 모두를 포옹하려는 시도를 선보여줬습니다. 게임 내에서 SCP 재단의 이념과 주요 활동, 목적 등을 비교적 상세하게 서술하고 있고 또 익숙하게 알려진 재단의 모습을 그려내 고증을 철저하게 지키는 모습도 보여줬으니까요.

전체적인 면에서 SCP 재단을 스토리 게임으로 만든다면 이 게임을 참고하라고 말해주고 싶을 정도로 SCP 시크릿 파일은 꽤 완성도 높은 작품이었습니다. 스토리의 기승전결도 깔끔했고 진행 과정도 나름 참신했거든요. 다만, 재미있는 게임 혹은 누구에게나 추천하고 싶은 게임은 아니라고 생각합니다. 단순히 SCP 재단의 진입 장벽이 높아서 그렇다기보단 재미있는 게임이라는 측면에서 다소 아쉬웠던 부분이 눈에 띄었기 때문입니다.




게임명: SCP: Secret Files
장르명: 어드벤처
출시일: 2022.09.13
리뷰판: 1.0.0
개발사: GameZoo Studio
서비스: Pixmain
플랫폼: PC
플레이: PC



신입 SCP 요원의 시선에서 바라보는 SCP 재단의 업무

SCP 시크릿 파일은 어드벤처 게임으로서 스토리 위주로 진행되는 방식을 채택했습니다. 플레이어는 신입 요원 칼 아스타나가 되어 SCP 재단의 서류 정리 작업을 진행하게 되죠. 이러한 활동 과정에서 몇몇 파일에 내장된 이야기의 편린을 엿보게 되는데요. 주인공의 시점이 파일 속 인물의 시점으로 옮겨가면서 매번 색다른 플레이 경험을 만들어낼 수 있었습니다. 즉, SCP 개체의 파일을 단순히 텍스트로 읽는 것이 아니라 당시의 상황을 직접 체험한다고 생각하면 됩니다.

게임 내에는 총 5개의 SCP 개체를 만나볼 수 있었습니다. 특별한 점은 5개의 SCP 개체의 이야기마다 그래픽과 주변 환경에 차이를 둬 마치 새로운 게임을 하는 듯한 느낌을 선사해줬다는 것입니다. 이는 SCP 시크릿 파일이 어디까지나 스토리에 초점을 맞춘 게임이었기에 가능한 방식이라고 생각합니다.



▲ 기록 보관부의 신입 요원의 시선에서 바라본 SCP

게임 플레이 과정에서 화려한 액션을 뽐낼 수 있는 것도 아니고 컨트롤할 요소가 기껏해야 달리고 버튼 연타하는 수준으로 맞춰졌기 때문에 플레이어의 흥미와 텐션을 유지하려면 색다른 방식이 필요했습니다. 그래서 개체의 특징에 어울리는 그래픽을 통해 게임이 끊임없이 변화하고 새로운 경험이 제공되고 있다는 것을 직접적으로 보여줌으로써 스토리의 지루함을 덜어내고 흥미를 유지할 수 있었습니다.

게임의 주요 진행 방식은 선형 구조의 맵을 따라서 정해진 이야기를 보고 간혹 등장하는 간단한 퍼즐을 풀게 됩니다. 퍼즐은 일반적인 어드벤처 게임에서 자주 볼 수 있는 아주 간단한 방식이라 게임의 진행을 방해할 정도로 어렵게 느껴지진 않았는데요. 오히려 너무 쉬운 난이도에 살짝 아쉬움마저 느껴졌습니다. 퍼즐 외에는 대부분 캐릭터를 움직여 다음 구역으로 이동하고 그곳에서 관련 스토리를 보면서 SCP 개체의 특징을 파악할 수 있었죠.



▲ 실제 SCP 위키에서 보던 느낌을 잘 살렸다

기존의 SCP 게임은 플레이어가 해당 SCP에 대한 지식이 있는 상태. 즉, 이미 SCP에 대해 어느 정도 지식이 있는 게이머를 대상으로 만들었다면 SCP 시크릿 파일은 SCP를 모르는 게이머에게 특정 개체를 소개하는 듯 진행이 되어 굉장히 세세하고 직관적으로 개체별 특징을 알아갈 수 있었습니다. 또한, 해당 개체의 주요 스토리를 모두 플레이한 뒤에 나오는 추가 파일 정리에서 텍스트로 정리된 내용을 또 한 번 읽어볼 수 있어 게임 중에 이해가 가지 않았던 부분을 보충해서 이해할 수 있었습니다.

이처럼 SCP 재단의 개체 파일을 직접 겪어본 뒤에 정리하는 작업은 마치 내가 진짜 SCP 요원이 된 것만 같은 몰입감을 선사해줬습니다. 다른 요원과 메신저로 잡담을 나누거나 신입 교육을 들으면서 이런저런 재단 내 이야기를 듣는 과정을 디테일하게 표현해 진짜 재단이 있다면 이렇게 움직이지 않겠느냐는 생각마저 들게 했죠. 이러한 점이 지금까지 출시된 다른 SCP 소재의 게임과 가장 큰 차이가 아닐까 싶습니다.



▲ 신입 교육이라는 자연스러운 흐름으로 SCP 재단의 설명을 이어간다

기존에는 SCP 재단이 단순히 괴물을 격리하는 곳이라는 것에만 너무 초점을 맞춘 나머지 SCP 재단보단 괴물과의 사투 혹은 탈출에 공을 들인 플레이를 선보였습니다. 따라서 정작 해당 개체를 관리하는 SCP 재단이 어떤 곳인지, 어떤 절차로 업무가 이뤄지는지에 대한 것은 언급조차 되지 않거나 스쳐 지나가는 설명 수준에서 끝나버렸죠. 그렇기 때문에 SCP 재단을 모르는 사람에게는 게임의 진입 장벽이 꽤 높게 느껴졌고 결국 팬 게임 수준을 벗어나기 어려웠습니다.

반면, SCP 시크릿 파일은 신입 요원이라는 설정을 통해 SCP 재단에 대해 플레이어가 자연스럽게 알 수 있게 하였습니다. SCP 재단이 어떤 곳인지 아무것도 몰라도 게임 플레이에 불편함을 느끼지 못할 정도로 말이죠. 가령, 회사에 입사한 이후 앞서 언급했던 신입 교육 과정이 이뤄지는데 SCP-7457에 대한 보고서를 교육 강사가 자세히 설명해주면서 재단의 활동 이념과 개체의 특징을 어떻게 파악할 수 있는가에 대해 정말 자세하게 알려줍니다. 덕분에 스토리를 감상하는 과정에서는 전혀 불편함을 느낄 수 없었습니다.



보는 게임에서 그친 아쉬운 플레이 경험



▲ SCP 개체마다 다른 아트 스타일을 적용한 점은 분위기도 살리고 괜찮은 편

SCP 시크릿 파일이 재단을 이해하고 스토리 전달에서 탁월한 경험을 선사해준 것은 만족스러웠습니다. 다만, 게임의 재미 측면에서 이 게임을 바라볼 때 다소 아쉬운 부분이 존재했습니다. 이는 스토리에 너무 집중한 나머지 플레이어가 게임과 상호 작용을 할 수 있는 수단을 단순하게 만든 결과로 보입니다. 스토리를 보는 과정에서 플레이어가 게임에서 할 수 있는 것이 극히 한정적이라 시각적으로 그래픽을 바꿔가는 선택으로도 게임 플레이가 밋밋하게 느껴지는 점을 가릴 수는 없었습니다.

앞서 언급했듯 이 게임은 SCP 개체의 파일을 정리하는 과정에서 플레이어가 해당 상황으로 들어가 직접 체험하게 되는 과정을 플레이로 담아낸 것이 특징입니다. 따라서 개체마다 플레이 스타일과 그래픽이 조금씩 달라지죠. 예를 들면 첫 번째 격리 개체인 SCP-7457은 사막의 형태를 띠고 있는데 이러한 특징에 맞춰 수채화 느낌의 그래픽 질감과 사막을 돌아다니면서 어떤 미션을 깨는 방식으로 진행됩니다. 반면, 종이 상자 형태의 SCP-1762는 마치 동화책을 읽는 것 같은 진행과 리듬 게임, 파스텔 톤의 그래픽으로 표현해 기존 플레이 방식과 다른 이질감을 선사했습니다.



▲ 무서운 연출로 분위기를 잡았는데



▲ 갑자기 분위기 동화책

따라서 게임 플레이마다 조금씩 퍼즐의 형태도 달라지고 상호 작용 방식에서도 조금씩 차이를 보여줍니다. 사막에서 차량을 몰고 쓰레기를 줍는 방식과 동화책을 넘기면서 나레이션을 듣다가 리듬에 맞춰 버튼을 누르는 방식처럼 다른 게임이라고 해도 될 정도의 차이죠. 아쉬운 점은 이처럼 극명한 변화를 살리지 못하는 쉬운 난이도와 거기에서 찾아오는 단조로움입니다. 정확히 말하면 상호 작용에서 미니 게임 그 이상의 깊이를 느끼지 못했습니다.

물론 스토리가 메인이 되는 어드벤처이기에 화려한 액션 혹은 머리를 쥐어짜 내야 하는 퍼즐을 바란 것은 아닙니다. 단지, 플레이하는 내내 긴장감과 흥미를 유지할 수 있는 수준만 돼도 충분히 만족했을 것입니다. 그러나 스토리 위주로 구성하면 다큐멘터리처럼 느껴질 수 있으니 게임으로 보일 수 있게끔 사소한 장치를 몇 개 곁들인 게 아닌가 하는 느낌이 드는 수준이라 오히려 스토리의 흐름을 방해한다고 느껴지기도 했습니다. 스토리와 완전히 동떨어진 게임 방식은 아니었지만 굳이라는 의문을 갖기엔 충분했죠.



▲ 연출은 좋은데 전체 플레이 타임에서 차지하는 비중이 적게 느껴진다

또한, 개체별로 주고자 하는 이미지가 달라 거기서 오는 괴리감도 무시할 수 없을 수준이었습니다. 첫 번째와 두 번째에서 호러 분위기를 잘 조성해뒀는데 뜬금없이 세 번째에서 동화책 이야기가 튀어나왔는데요. 마치 호러 영화를 기대했는데 중반부에 멜로 영화로 장르가 바뀌는 것 같은 느낌을 받을 수 있었습니다. 사실 이 부분은 사람에 따라 충분히 호불호가 갈릴 수 있다고 생각합니다.

어쨌든 SCP 시크릿 파일은 SCP 재단의 개체를 소재하는 게임이고 SCP 개체가 꼭 무서운 것만 있는 것은 아니니까요. 다양한 개체를 소개하기 위한 선택으로 본다면 충분히 이해하고 넘어갈 수 있는 수준이라고 보이기도 합니다. 사실 개체마다 완성된 스토리를 갖고 있고 따로 본다면 이질적인 부분이 전혀 없었기 때문인데요. 다만, SCP 시크릿 파일은 하나의 게임인데 반해 게임 플레이에서 느낄 수 있는 감정 혹은 메시지가 일관되지 않는다는 점에서 아쉽게 다가왔습니다.



▲ 다른 매력을 느낄 수 있지만 과한 느낌도 살짝 든다








SCP 시크릿 파일을 총평하자면 이전 체험기에서도 썼었지만 SCP 재단 입문용으로 아주 적합한 게임이라고 생각합니다. 평소에 도시 괴담이나 특이한 이상 현상에 대해 관심이 많았다면 꽤 흥미롭게 즐길 수 있을 것입니다. 잘 짜인 스토리와 쉬운 난이도는 게임에 자신 없는 사람이라 할지라도 문제없이 플레이할 수 있으며, 적당히 무섭고 또 적당히 감동적이라 나름대로 여운이 남기도 했는데요.

다만, 앞서 언급했듯 게임으로서 바라본다면 플레이어가 개입할 수 있는 순간이 적어 플레이가 밋밋하게 느껴질 수도 있습니다. 플레이 타임은 대략 3시간 정도로 15,500원이라는 가격을 감안한다면 나름 적절한 분량이라고 생각합니다. 취향만 맞는다면 흐름을 유지한 상태에서 순식간에 엔딩을 볼 수 있죠. 더 많은 개체를 만나볼 수 있었다면 좋았겠지만, 이번 작품이 게임주 스튜디오의 첫 번째 작품인 만큼 후속작에서 더욱 발전된 모습을 보여줄 것이라 기대해봅니다.



▲ 아이 엠 어 토스터



▲ 또 다른 SCP 개체를 만나볼 수 있기를...
  • SCP 고증은 살리고 진입 장벽은 낮추다
  • 직관적이고 짜임새 있는 스토리 라인
  • 스토리에 어울리는 아트 스타일 연출
  • 게임과 상호 작용할 수 있는 수단이 적음
  • 쉽고 단순해서 흥미를 일으키지 못하는 퍼즐

리뷰 플랫폼: PC (1.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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