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밀착취재] 천국과 지옥사이...스타트업의 게임 출시 '24시' 리얼 탐방

기획기사 | 강민우,양영석,김진엽 기자 | 댓글: 32개 |



인벤에서는 지난 4월 게임 출시를 앞두고 있는 스타트업 개발사를 방문했다. 어려운 길이었다. 출시된 게임이야 많이 봤지만 시장의 최전방이라고 할 수 있는 출시 직전의 개발사 모습은 본 적이 없었다. 가장 중요하고 바쁜 시기이기에 솔직히 컨택이 어려울 줄 알았다. 하지만, 개발사에서 먼저 흔쾌히 승낙을 했다.

'성공하는 사람들의 7가지 습관'의 저자 스티븐 코비 박사는 '가장 큰 위험은 위험이 없는 삶이다(The greatest risk is the risk of riskless living)'라고 했다. 오늘은 스스로 그 위험을 찾아 맞서 싸우는 사람들에 대한 이야기다. 그 치열했던 24시간의 풍경을 가감없이 카메라에 담았다.






게임 출시 일주일 전... "게임은 만들었는데 홍보는 어떻게 해야 하는 건가요?"



[▲게임과 유저들은 첫 만남은 대부분 보도자료로 이루어진다]

이 스타트업은 현재 카카오에 모바일게임 출시를 앞두고 있다. 퍼블리셔 없이 자체 서비스를 하기 때문에 준비할 것이 많았지만 이제 하나씩 자리를 잡아가는 모양새다.

초기에는 흔히 '뿌린다'고 표현하는 매체용 보도자료도 문제가 됐다. 사소한 링크 실수였지만 이름도 알려지지 않은 개발사라면 트집 잡히기 좋은 구실이다. 홍보를 맡게 된 장우성 팀장은 "그게 문제가 되는지 상상도 못 했다"고 말했다. 매체 생태계는 거미줄처럼 이해관계가 복잡하다. 전문 홍보 인력이 없는 스타트업이 첫 번째로 만나게 되는 벽이기도 하다.

"전문 홍보 인력이 없다 보니 직접 부딪치는 것밖에 답이 없어요. 인맥도 중요하죠. 친한 기자들이 있으면 아무래도 물어볼 수가 있으니 편하고요. 근데 그런 게 없으면 누구를 어떻게 컨택해야 하는지부터 고민이 되죠. 저희도 처음엔 고생을 많이 했는데 한 분씩 만나고 이야기 들으면서 알았죠"

순수하게 개발인력으로 이루어진 회사일수록 홍보에 둔감하다. "게임만 잘 만들면 되지"라고 생각하지만 막상 출시일이 다가오면 불안감에 굿판이라도 벌일 태세다. 아무리 잘 만들어도 알려지지 않으면 묻히는 법이니까. 그렇게 부랴부랴 준비하다 보면 또 실수를 하고 만다.

홍보의 가장 기본적인 방법은 게임 소개자료나 출시 일정을 알리는 보도자료를 배포하는 것이다. 여기서 문제가 발생한다. 이 보도자료를 어떻게 써야 하는지부터 어떤 매체에 어떻게 배포해야 하는지까지 알 수 없는 노릇이다.

전문적으로 홍보하는 대행사에 맡기는 것도 하나의 방법이지만 한 푼이 아쉬운 스타트업에서 이게 또 쉬운 일이 아니다. 2~3명 규모로 게임을 개발하는 스타트업에서는 대표이사가 직접 보도자료를 쓰는 일도 비일비재하다. 이게 다 한 푼이라도 아끼기 위해서다.



[▲홍보의 시작은 전화다. 모르는 건 일단 물어본다]





게임 출시 24시간 전... "나오기 전까진 아무도 몰라요 "

보도자료 배포도 끝났고 어렵게 시작한 사전 등록도 20,000명을 훌쩍 넘겼다. 이 정도면 무난한 출발이라고 할 수 있다. 요즘 카카오 게임은 출시 정책이 바뀌어서 출시 전까지 밤새 대기할 필요가 없다. 완성된 빌드를 미리 서버에 올려 놓고 오픈 시간만 기다리면 된다.

유일한 걱정은 같은 날 몇 개의 게임이 동시 출시되는지에 대한 것이다. 일반적으로 1~2개 게임이 출시되지만 드물게 7개 게임이 한꺼번에 출시되기도 한다. 게임 하나에 회사의 존폐가 달린 스타트업 입장에서는 출시 게임 수도 민감하다. 문제는 게임 출시 전까지 어떤 게임이 함께 출시되는지 알 수 없다는 것. 장우성 팀장은 "카카오에서 정책상 이를 개발사에 통보해주지 않는다"고 말했다.

"몇 개 출시되는지는 카카오에서도 말을 안 해줘요. 1개만 출시될 때도 있고요 7개가 출시될 때도 있는데 솔직히 저희 같은 회사 입장에서는 단독 출시되면 최고죠. 마케팅 효과로 따지만 2~3천만 원도 아깝지 않을 거 에요"

"근데 5개 이상 타이틀이 함께 출시되고 또, 그 안에 대작들이라도 끼어있으면 난감하죠. 어차피 게임 콘텐츠로 경쟁하는 건 맞지만 대기업 물량 공세를 무시할 수는 없어요. 기자님은 혹시 아세요? 내일 어떤 게임 출시되는지?"


아쉽지만 기자도 모른다.



[▲게임 출시 전까지 한가로워 보이지만 초긴장 상태다]





20시간 전 'VC(투자자)가 회사에 찾아왔다'...그런데 서버가 터졌다

벤처캐피탈(VC)에서 회사를 방문했다. 두 손 묵직이 빵이 들려 있었다. 게임 출시를 기념해 직원들을 격려하기 위한 방문이었다. 그런데 민망하게도 테스트를 위해 임시로 열어뒀던 서버에서 문제가 터졌다. 투자자도 당황했지만 회사 대표는 더 당황했다. 그래도 다행이다. 출시 전에 문제를 알아서.



[▲출시 전에 테스트를 위해 임시로 서버를 열자마자 이런 문제가 발생했다]



[▲하느님 저희에게 왜 이런 시련을...]



[▲일단 버그부터 잡자]





12시간 전 "치열한 스티콘 등록 경쟁 ...6,000만원 주고도 줄 서서 기다려야"

버그는 잡았다. 게임은 이미 서버에 올려놨고 카카오 승인만 떨어지면 오픈만 하면 된다. 유난히 부산하게 움직였던 장우성 팀장의 컴퓨터를 보니 '스티콘'이라고 부르는 카카오 광고가 눈에 띄었다.

스티콘은 카카오에서 가장 인기가 좋은 마케팅 방법 중 하나다. 게임을 다운로드하면 해당 게임 관련 '카카오 스티커'를 무료로 주는 방식인데 이를 통한 실제 게임 유입자는 많지 않지만 다운로드 수가 높아져 인기순위 랭킹에 올라가게 된다. 100만 다운로드 당 6,000만 원이라는 어마어마한 비용이 소요되지만 흔히 말하는 '가성비'가 좋다보니 이제 줄을 서서 대기표를 받아야 한다.

장우성 팀장은 25번째 대기표를 뽑았다. 지금 계약을 하더라도 한달 후에나 스티콘으로 발행할 수 있다. 25번째면 사실상 탈락. 매주 월요일에 신청을 할 수 있으니, 다음 주에 다시 선착순 지원에 도전해야 한다고 한다.

▶관련기사: 카카오 '스티콘' 마케팅 비용 정액제에서 종량제로 바뀌다



[▲막바지 작업이 한창이다]





5시간 전 "설렘, 초조, 불안… 그래도 내 새끼가 세상에 나간다니 기분은 좋죠"

출시 시간이 다가오니 개발팀의 움직임이 부산해졌다. 더 바빠지면 말 건네기도 힘들어질 것 같아서 애니메이터를 붙잡고 간단하게 출시 소감을 물었다. "감정이 복잡해요(웃음). 설레기도 하고 초조하기도 하고 불안하기도 하고요. 근데 기분은 좋아요. 내 새끼가 드디어 세상에 나오는 거 잖아요. 당연히 기분이 좋죠"

애니메이터의 표정이 정말 복잡 미묘하다. 주위를 둘러보니 그야말로 폭풍 전야처럼 고요하다. 회사 직원 모두 게임이 큰 문제 없이 무사히 출시되길 바랄 뿐이다.

하지만, 현실은 생각보다 더 냉정했다.






[▲이때쯤이면 개발, 아트, 운영할 것 없이 테스트에 분주하다]











천당과 지옥을 오갔던 출시 직전의 모습 "정말 악몽 같았다 "

드디어 결전의 시간이다.

커뮤니티 관리를 위해 열어놓은 카페에서도 유저들이 게임 언제 출시되느냐고 성화다. 게임 출시 전까지는 전적으로 개발팀의 몫이지만 라이브 서비스가 시작되면 이제부터는 운영의 싸움이다. 특히 유저 커뮤니티 관리는 게임 초기 흥행을 좌우한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만반의 준비를 했을거라는 기대와 달리 출시 2시간 만에 게임은 각종 버그에 시달렸다. 이날 상황을 시간대별로 정리해봤다.

  • AM 11:10 : 게임이 런칭되자마자 카페 자유게시판에 첫 버그 발견자가 나타났다.

  • AM 11:28 : 안드로이드는 핸드폰 종류만큼이나 버그가 다양했다. 특정 핸드폰에서 버그가 속출했다.

  • AM 12:14 : 원인 파악하랴, 유저 대응하랴 사무실이 순식간에 지옥으로 변했다. 곳곳에서 고성이 오갔다.




  • PM 04:00 : 결국 서버가 내려갔다. 점검은 4시간 동안 진행되었다. 유저들 성화가 이어졌다.

  • PM 05:34 : 황당한 문제도 있었다. 네이버 카페에서 관리자의 덧글이 광고로 인식되어 더이상 등록되지 않았다.

  • PM 06:00 : 고객 대응이 힘들어지자 공지를 올렸다. 분위기가 잠시 누그러졌다.

  • PM 10:30 : 접속 오류, 결제 오류도 터졌다. 긴급점검에 연장점검까지 들어간 후에야 겨우 안정화가 됐다.








    현장 취재 기자들의 말.말.말. "정말 전쟁터 같더라"

    게임 출시 10시간 동안의 모습이다. 회사 관계자는 당시 상황을 떠올리며 "정말 악몽 같았다"고 회상했다. 예상하지 못한 버그가 너무 많았고 유저들은 기다려주지 않았다. 유일한 커뮤니티 창구였던 네이버 카페마저 이상한 문제로 관리자 덧글이 막히자 고객 대응도 힘들어졌다. 다행히 운영에서 1:1 대응과 고객 보상으로 서비스는 안정화를 찾았지만 돌이켜보면 지옥같은 하루였다.












    [▲게임 출시 이후의 모습]


    기자 입장에서도 전쟁터였다. 취재 나갔다가 종군기자로 변한 기자들의 생생한 목격담도 기사에 담았다.

    ■ 출시 현장을 지켜본 양영석 기자의 시선

    "게임 출시 2시간 전까지는 생각보다 조용한 분위기였다. 평소와 다름없이 각자 할 일 한다고 할까. 그런데 출시하자마자 분위기가 싹 바뀌었다. 방금 전까지만 해도 생글생글 웃던 사람들의 얼굴이 급격하게 굳는 게 눈에 보였다. 문제가 잘 안 고쳐지니 목소리도 자연스레 커졌다. 너무 리얼해서 솔직히 그 상황에서 사진 찍기도 민망했다. 천국이 지옥으로 변하는 순간을 1시간 동안 목격한 것 같았다"

    ■ 김진엽 기자의 시선

    의외로 생소하진 않은 분위기였다. 커뮤니티 사이트 오픈할때 분위기와 비슷하다. 문제가 생기면 일단 목소리가 커진다(웃음). 재밌는 부분은 버그 피드백인데 확실히 모바일 쪽은 디바이스가 많다 보니깐 버그 양도 어마어마했다. QA에서 이런 부분은 해결해야 하지만 소규모 스타트업에서 처리하기 버겁다는 생각을 했다. 문화부 등 정부기관에서 모바일개발사에 도움을 준다면 돈보다는 QA 지원이 가장 이상적인 혜택이 아닌가 싶다.

    ■ 강민우 기자의 시선

    온라인게임 쪽도 비슷한 취재를 한 적이 있다. 여기나 저기나 똑같은 지옥인데 모바일게임은 상황이 워낙 급박하게 돌아가니 일반 난이도에서 갑자기 불지옥을 끼얹은 것 같았다. 카페에 가보니 각종 욕으로 도배가 되어 있었다. 개발자들이 묵묵히 그걸 다 읽더라. 힘든 상황이라는 걸 알기에 짠하기도 하고 안타깝기도 했다.



    [▲라이브 서비스의 핵심을 담당하고 있는 GM]





    게임 출시 24시간 후 "진짜 전쟁은 라이브 서비스"



    [▲그 치열했던 전투의 상처들이 고스란히 게시판에 남았다]

    악몽 같았던 출시 24시간이 지났다. 카페 공지사항란에 그 치열했던 전투의 흔적이 고스란히 남았다. 게시판은 고질라가 쓸고 간 뉴욕 도시처럼 초토화가 됐지만 부지런한 GM 덕분에 복구 속도가 빨랐다.

    "죄송합니다"
    "죽을 죄를 지었습니다"
    "여러분들게 도움을 청합니다"

    모든 것이 처음이기에 직접 부딪치면 해결할 수밖에 없는 문제들이었다. 긴박했던 순간이 지나자 회사 대표가 직접 게시판에 글을 남겼다. 어젯밤만 해도 야수와 같은 유저들도 이제 순한 양처럼 안정을 되찾았다.

    "오픈하고 몇시간이 지옥이었습니다. 소중한 의견들을 받아적느라 정신이 없었네요. 물론 욕도 많이 먹고 있구요. (중략) 다만 개발일정, 출시일정 등으로.. 우선 오픈을 하고 인터뷰에도 밝혔듯이, 더 나은 게임으로 가고자 하는 결정을 제가 내렸습니다. 이제 라이브서비스 뿐 아니라 저희 회사의 차기작, 차차기작까지 이 자세는 꼭 유지해서 좋은 개발사로 남아보도록 노력하겠습니다"

    이 스타트업 개발사의 게임은 지난 4월 8일 출시되었다.
    스타트업 개발사 '플렙'의 '렛츠몬스터'는 지금도 성장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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