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획] 여름방학? 피서는 게임제작과 함께! 아마추어 게임제작 팀 '크리에이터'

기획기사 | 이동연 기자 | 댓글: 15개 |
기자가 알고 있는 한 프로그래머는 대학교 1학년때 프로젝트 팀원들과 함께 게임을 만들었다. 처음으로 만드는 게임이었기에 별다른 특징도 없고, 간단한 조작 기능과 스테이지도 1개밖에 없는 작은 미니 게임이었다.

하지만 완성된 미니게임을 팀원과 같이 노력하여 그 후에도 몇년 동안 계속 기능을 추가하고, 시스템적으로 최적화를 시켜 완성도를 높였다. 결국 졸업작품으로 제출함과 동시에 취업 원서에 그 게임을 포트폴리오로 제출하여 국내 3대 게임사 중 한 곳에 취업한 상태다. 이처럼 아마추어때 만든 자신의 게임이 디딤돌이 되어, 사회에 진출하는 경우도 게임 업계에서는 흔히 볼 수 있다.

인벤은 아직 현업에 나와있지 않은 아마추어들의 게임 제작기를 취재하고자 대학교 여름방학 기간 중에 한 동아리를 방문했다. 다른 대학생들이 아르바이트나 공부, 여가를 즐기는 방학기간을 이용해서 게임을 만드는 그들. 호서대학교 아마추어 게임제작 동아리 'Team Creater(이하 크리에이터)'다.




크리에이터는 방학 기간 합숙을 하면서 게임 제작을 진행 한다. 선수들이 대회를 앞두고 합숙 훈련을 하듯, 그들도 학교 강의실을 빌려 여름방학 기간인 약 10주 동안 오전 9시부터 오후 11시까지 게임 제작에 매달린다.

꽤 오랜 시간이지만, 처음 게임을 만드는 사람끼리 모여 게임을 제작한다고 했을때 이렇게 오랜 시간을 매달려도 여름방학 기간에 게임이 완성될 확률은 반반이라고 한다. 이것 저것 처음 시도하면서 소모되는 시간도 많고, 제작도중 큰 문제가 발생해 만들어진 게임을 엎고 아예 처음부터 다시 만드는 경우도 있다고.

하지만 '실패는 성공의 어머니'라고 했던가. 실패를 하면서 게임 제작 과정에 대한 교훈을 얻은 그들은 자신이 만든 첫 게임의 완성에 조금씩 다가가고 있었다. 열악한 환경에서 졸음과 더위에 맞서 싸우며, 게임에 대한 열정으로 모든 것을 헤쳐가는 그들. 아마추어 게임 제작 팀 크리에이터의 합숙 이야기 지금부터 공개한다.

합숙을 하기전 학기 중에 배우는 기본 과정

1학기 초, 크리에이터에 가입한 학생들은 학기동안 매주 2번씩 선배들에게 기획, 프로그래밍, 그래픽 각 파트에 대한 세미나를 받고 과제를 수행한다. 여름방학동안 게임을 만들 수 있는 가장 기본적인 지식을 배우는 것으로, 기획자는 게임의 재미나 다른 부분을 분석해 직접 문서로 써보면서 생각한 것을 구체화 하고, 팀원 모집을 할 수 있도록 PPT 연습도 서로 피드백을 주면서 진행한다.

프로그래밍은 기본적인 C언어부터 시작해서, 링크드리스트 같은 자료구조를 구현해보며 기본 지식을 쌓는다. 마지막으로 도스 기반의 게임을 하나 만들어서 자신이 왜 이런 소스코드로 코딩을 했는지 발표를 진행 한다. 그리고 통과한 사람만이 합숙때 게임을 만들 수 있다.

그래픽 파트는 여름 방학 합숙을 위해서 게임에 들어가는 2D 그래픽을 배우고, 자기가 좋아 하는 게임 스크린샷의 그림을 그리는 방식으로 진행된다. UI나 도트 찍는법을 배우고, 자기가 만들고 싶은 게임의 장면을 기말과제로 제출해서 통과해야 한다.



▲ 자신이 수행한 과제나 작업물을 홈페이지에 기록하고 선배들은 그걸 체크해서 피드백을 해준다.

"사실 학기중에 과제를 수행하는 과정에서 꽤 많은 사람들이 동아리를 탈퇴합니다. 학교 레포트도 바쁜데 동아리 과제까지 병행하기 힘들다는 것이 탈퇴 이유의 대다수를 차지해요. 이유를 말하고 탈퇴하는 사람도 있지만 어느날부터 보이지 않는 사람도 꽤 많습니다."

대학교 레포트의 홍수속에서도 동아리 선배들이 내주는 과제를 여름방학 전까지 무사히 마친 학생들은 여름방학 시작 1~2주전 기획, 프로그래밍, 그래픽 세파트가 모여서 3~4명씩 짝을 지어 게임 제작 프로젝트 팀을 구성한다. 자신이 만들 게임을 기획자가 '내가 만들고 싶은 게임은 이렇고 게임의 재미는 이렇다. 같이 하지 않을래?' 방식으로 PPT를 진행하고 프로그래밍과 그래픽이 원하는 기획자를 선택하는 방식으로 진행된다.

"동아리에서 구성 멤버가 항상 기획자 1명 프로그래머 1명 그래픽 1명 이렇게 딱 맞을 수는 없습니다. 대개 기획자가 많아서 선택을 못받는 경우도 간혹 있어요. 이럴때는 기획자가 게임을 만들 수 있는 툴을 사용하여, 혼자 게임을 만드는 방법으로 진행하거나 합숙에 참여하는 선배 프로그래머가 도와주는 방향으로 진행 됩니다."

이렇게 모든 멤버의 구성이 끝나면 여름방학이 시작되고 1주일을 쉰 뒤 강의실에 자신의 컴퓨터를 설치하고 본격적인 합숙을 시작한다.



▲ 이런 강의실 2개를 사용한다.




합숙 시작. 게임을 만들기 위해 그들이 공부하는 것들

본격적인 합숙이 시작되면 이제 각 프로젝트 팀별로 나뉘어 게임을 만들기 시작한다. 기본적인 것은 학기중에 배웠지만, 아직도 게임을 제작하기 위해 배워야 할 것은 산더미처럼 쌓여 있다. 또한, 팀마다 각기 만드는 게임이 다르기에 공부하는 분야도 다르다. 방학기간 공부해야 하는 양이 많기에, 게임을 만드는 학생들에게 무엇을 공부하는지 모두 물어보지는 못했다. 그래서 지금 현재 어떤 것을 공부하는지 물어봤다.

기획 황동환 : "학기초에도 공부한 것이지만, 내 생각을 문서로 작성해 팀원들에게 '어떻게하면 더 잘 전달 할 수 있을까'에 대해 공부하고 있다. 또 PT를 효율적으로 작성하는 방법과 발표하는 태도 등도 과제나 세미나 형식으로 지속적으로 진행 하고 있다."

기획 김한솔 : "게임에 효과음을 넣고 싶어, 사운드를 공부 하고 있다. 회사에서는 사운드 파트가 따로 있지만, 우리는 3개의 파트가 끝이다. 기획자가 각 파트에 대해 조금씩이라도 알고 있는게 중요한 것 같아 사운드에 대해서 공부 중이다. 다른 프로젝트 팀원들에게도 알려주기 위해 사운드 스터디를 병행해서 하고 있다."

기획 장승원 : "우리팀은 그래픽 파트가 없어서 기획자인 내가 직접 도트를 찍고 있다. 도트에 대한 공부를 직접 해보고, 또 나중에 그래픽 담당에게 도트 방식의 그림을 요구할때 문서를 효율적으로 작성할 수 있는 방법에 대해서도 배울 수 있는 기회라고 생각한다. 마찬가지로 애니메이션 효과에 대한 문서 작성도 공부 중이다."






▲ 이 소리는 어때?

프로그래밍 파트 팀장 김다원 : "프로그래밍 파트의 신입생에게 처음 게임을 만들라고 하면 사실 막막하다. 학기 중에 도스 기반으로 대부분의 과제를 수행했기 때문이다. 그래서 동아리 선배들이 만든 '크리 라이브러리'를 신입생들에게 제공한다. 이 라이브러리는 윈도우 기반의 프로그램에서 이미지를 출력하는 기능과 게임을 만들 때 많이 사용하는 기능을 모아놓은 것으로, 라이브러리의 기능을 공부하게 한 후에 이것을 바탕으로 게임을 제작하게 된다.

자신이 다른 게임 엔진에 관심이 있거나 활용할 수 있다면, 그것으로 게임을 제작해도 상관 없다. 하지만 보통 1학년 2학기 이후나 2학년부터 Unity 3D나 COCOS 2D 등 엔진을 사용하는 것을 권하고 있다. 뭐든지 기본이 중요하기 때문에 게임 하나를 C,C++언어로 만들어 보면, 이후 어떤 엔진의 도움을 받아 게임을 제작할때 큰 도움이 된다."

프로그래밍 권은비 : "현재 연애 시뮬레이션을 만들고 있다. C언어의 기능인 파일 입출력을 이용해 텍스트 파일로 만든 대사 스크립트를 불러와 출력하는 것을 공부하고 있다."

프로그래밍 권기석 "어드벤처 장르의 게임을 만들고 있다. 이미지를 클릭 했을때 이벤트를 구성하는 방법을 공부 중 이다. 또한 타이머 함수를 이용해서 시간 제한을 만드는 것을 구현하고, 한 장면이 끝나고 다음 장면으로 넘어갈때 메모리 해제 방법을 공부하고 있다. 지금은 시작할때 메모리를 모두 할당하고, 끝날때 모두 제거하는 방법을 사용 중이기 때문에 효율이 좋지 않다."

프로그래밍 한재헌 "현재 공포 어드벤처를 만들고 있다. 현재 게임을 제작하다가 메모리 누수가 발생하고 있어 해당 현상을 고치는 중이다. 메모리 누수가 발생하면 게임을 켜놓고 있는 시간이 클수록 컴퓨터 성능이 저하되거나 하는 장애 발생 확률이 올라가기 때문에, 사용하지 않는 메모리는 제거해줘야 한다. 또한, 시간함수를 이용해서 일정 시간이 지나면 사운드를 출력하는 것도 공부 중이다."

그래픽 안재민 : "좀더 효율적으로 그래픽 리소스를 제작하는 방법을 공부 하고 있다. 도트 그래픽도 작업속도가 빠르긴 하지만 '패스' 툴을 사용하면 이미지의 변형이 훨씬 자유로워 보다 짧은 시간에 더 나은 리소스를 제작할 수 있다. '패스'란 벡터로 이미지를 만드는 방법으로, 모바일 게임의 경우 해상도가 전부 다른데, 이때 패스 툴로 이미지를 제작하면 쉽게 대처가 가능하다."



▲ 공포게임. 맵에서 제한적인 시야를 갖도록 하는 것을 고민중이라고 한다.




합숙을 경험한 재학생들. 그들은 무엇을 만들까?

크리에이터에서는 여름방학의 첫 합숙을 겪어야만 진정한 크리에이터 팀원이 된다고 생각한다. 합숙을 통하여 게임 제작에 대한 경험과 개개인의 실력을 쌓고, 팀원들 간에 결속력을 다질 수 있기에 그들에게 합숙은 중요한 의미를 가지고 있다.

합숙을 겪어본 일부 재학생들도 이번 여름방학에 같이 합숙을 진행하고 있었다. 아직 아무것도 모르는 신입생들을 위해 길잡이가 되어주고, 게임을 만들거나 공부를 하면서 자신이 잊고 있었던 목표 방향을 새로 잡는다고.

"신입생들만 게임을 만드는게 아니고 재학생들도 게임을 만들고 싶으면 팀을 구성해서 만들어도 상관없습니다. 게임을 만들지 않는 학생들은 자기가 만들고 싶은 프로그램을 만들거나 합숙을 하면서 공부를 진행합니다."



▲ 점심시간의 낮잠은 꿀맛




▲ 스팀 그린 라이트를 올라가는 것을 목표로 슈팅게임을 만든다고 한다.




▲ 알람 어플을 만드는 중이라고 한다. 깨울때 빨리 일어나면 캐릭터의 호감도가 증가한다고.




▲ 알람 어플이 스마트폰에 적용된 모습




▲ 4학년들은 졸업작품을 진행한다.


어디서 본 게임이..

게임 시연과정을 보는 중에 어느 한 게임이 눈에 들어왔다. 그 게임의 이름은 '더 딜루비오'. 온게임넷의 프로그램인 '켠김에 왕까지'에서 인디게임 최초로 소개된 적이 있었던 '딜루비오'의 후속작 이었다. '딜루비오'을 개발했던 크리에이터의 팀원들은 기획자를 제외하고 군입대를 하였기 때문에, 후배들이 이전에 개발한 선배들의 허락을 맡아 '더 딜루비오'를 개발 중이라고 한다.



▲ 켠김에 왕까지 184화에 소개된 게임 딜루비오(출처 : 온게임넷)




▲ 후속작 더 딜루비오를 개발하는 후배들.






합숙을 하면서 그들이 느낀점

방학때 학교에 나와 합숙을 진행하면서 대부분의 시간을 게임 개발에 매달린다는 것은 쉬운일이 아니다. 따로 마련된 장소가 없어, 여름방학동안 학교 강의실을 빌려 책상을 여러곳을 연결해 자리를 세팅하고, 그곳에 컴퓨터를 가져다 놓고 게임을 제작한다. 식사도 삼각 김밥으로 때우는 것이 다반사다.

사실 불과 몇년전 스마트폰이 표준화 되지 않았던 시절에는 합숙을 진행할 때 인터넷의 연결도 차단했다고 한다. 가끔씩 중앙도서관에 있는 컴퓨터를 통해 외부세상이 어떻게 돌아가는지 알았다고. 하지만 지금은 스마트폰이 보급되어 있기 때문에, 정보 검색을 위해 인터넷은 허용한 상태다.

정말 게임에 대한 열정이 없다면 절대로 할 엄두조차 나지 않는 열악한 환경에서 크리에이터 팀원들은 게임을 만들고, 만들어지는 결과물에 기뻐한다.


기획 황동환 : 합숙을 하면서 9시부터 오후 11시까지 게임을 제작하면서 처음에는 너무 피곤했다. 그래도 2~3주가 지나니 적응이 되더라. 합숙을 하면서 문서 작성에 대한 기초 지식도 쌓이고, 자유 발표 세미나를 진행하면서 자신있는 분야를 남에게 소개시켜주는 발표 능력도 높였다고 생각한다.

기획 김희범 : 2011년부터 매년 합숙을 하면서 게임을 만들고 있다. 해를 넘어갈때마다 더 좋은 퀄리티의 게임을 만들고 싶은데 그러지 못해 아쉬움이 남는다. 프로젝트에 집중하느라 신입생들을 제대로 못도와줘서 아쉽기도 하고, 성장하는 후배들을 보면 뿌듯하기도 하다.

기획 김용은 : 내가 생각한 재미랑 사람들이 생각한 재미가 차이가 있다는 것을 느꼈다. 실제로 제작을 시작할 때 생각했던 대로 진행이 안되고, 게임 개발자라는 직업이 고달프다라는 것을 깨달았다(웃음).

프로그래밍 오준영 : 누가 시키면 잘 안하는 스타일이다. 합숙을 대해서도 약간 안좋은 인식을 갖고 있었다. 학기 중에도 충분히 학교를 다니고 있는데, 방학을 또 학교에 반납을 한다는게 싫었다. 하지만 실제로 합숙을 진행하면서 체육대회, e스포츠 대회 그리고 회식도 하면서 오히려 집에 있을때보다 더 재밌게 방학을 보내면서 자기 계발에 투자를 한다는 것이 좋았다.

방학을 집에서 보낼때는 하고자 하는 일이 있을때 개인의 의지에 따라 흐지부지 되는 경우도 많은데, 같이 생활하면서 팀에서 만든 규칙을 지키고, 자신이 얼마나 제작 상황이 진척되고 있는지 보고도 하면서 자신이 원하는 목표에 대한 방향 제시가 확실하다고 느꼈다.

프로그래밍 한재헌 : 게임을 제작할때 다른사람과 의견을 교류하는 커뮤니케이션에 대해서 배운 것이 크다. 처음 합숙을 시작했을때 게임을 만드는 것에 대해 기대반 걱정반이었다. 자칫하면 흐지부지 되지 않을까 했지만 다행히 메모리 누수 부분을 제외하고 제대로 진행이 되서 기쁘다. 메모리 누수 부분은 임시 방편으로 해결한 상태지만, 다른 부분을 완성하고 수정할 생각이다.

그래픽 이영지 : 작업량을 일찍 끝낸 편인데, 작업량에 맞춰서 프로그래머가 작업을 안해주니 우리 프로젝트가 망하는건가 하는 생각도 했었다(웃음). 다른 파트에 대한 지식이 부족해 뭐라 딱히 말할 수 없는 부분이 가장 답답하다. 합숙을 하는 것이 힘들지만 열심히 하고 있다.

그래픽 유해인 : 팀원간의 의사소통을 하는 것이 제일 중요하다고 느꼈다. 기획자가 프로그래머와 그래픽쪽에 둘다 어느정도 지식이 있어야 할텐데, 아직 기획자가 한번도 게임을 만들어 본적이 없어서 아직 학생들이 구현할 수 있는 수준보다 훨씬 높은 수준을 요구한다. 그래서 의견을 조율하면서 게임 내용이 처음에 비해 계속 바뀌고 있는 것을 보며 중요하다고 느꼈다.

취재를 마치며…

아직은 갈 길이 멀다. 이들은 아직 프로가 아니니까. 그래도 한참 놀고 싶은 대학교의 방학 기간까지 반납해가며 게임 개발을 위해 땀흘리는 노력은 분명히 보답을 받게 될 것이다. 언제인가 프로가 되어 내놓을 게임과 만날 날이 기다려 진다.



▲ 하루에 한번씩 총회를 진행하여 그날의 작업량을 체크한다.



▲ 친환경 리듬 게임. 쓰레기를 리듬에 맞춰 알맞은 곳에 분리수거 해야 한다.






▲ 연애 시뮬레이션이라고 한다. 개의 시점으로 진행된다.












▲CD제작과 판매를 목표로 텀블벅에서 후원을 받아 개발자금을 마련한 팀도 있다.(자세한 정보는 이곳)





[▶ 크리에이터가 제작한 게임 다운받기]

댓글

새로고침
새로고침

기사 목록

1 2 3 4 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