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러한 까다로운 패턴과 기본적으로 탄탄한 방어력 및 체력 탓에 업데이트 이후 줄곧 잡히지 않았으며, 3주가 넘는 시간 동안 유저들에게 희망고문을 넘어 가까이 다가가서도 안 된다는 인식을 심어줬다. 인원수의 문제를 떠나 '정말 잡을 수 없어!' 지경에 이른 것이다.
지나가는 배경쯤으로 생각하며 모든 유저가 사다무를 포기할 시점, 지난 목요일 정기점검을 통해 하향되었다. 하향된 내용은 사다무의 주력 스킬인 회전베기, 오행폭탄, 사다무의 일격의 대미지가 줄었다는 것.
덩치도 작아지면서 광역 공격에 대한 부담감도 줄어 들었다. 다수의 인원이 모여 공격한다면 이제 정말로 사다무를 공략할 수 있는 것이다.

■ 세성진왕을 잡으려던 공격대, 그대로 사다무를 처치하다
하향 당했다는 소식을 듣자마자 사다무가 어떤 아이템을 줄지 두근거리는 마음으로 모여든 유저가 많았으나, 첫날부터 사다무가 잡히지는 않았다. 작아진 사다무가 언뜻 귀엽게 보이기도 했으나, 여전히 말도 안 되는 공격력을 포함하여 복잡한 패턴을 가지고 있었다.
또, 사다무가 출연한 시간도 늦었을뿐더러 지금까지 처음 등장했던 보스들이 그랬듯이 아수와 황천 양 진영간의 견제가 치열했다. 단순히 공격을 시작한 공격대를 뒤에서 습격하는 것뿐만 아니라 본인들 스스로 몸을 던져가며 부하 몬스터로 변해 도저히 사다무를 잡을 수 없는 상황이 된 것이다.
잠시 잡는 것만이라도 보고 갈 생각이었으나, 캐릭터가 죽으면 생겨나는 부하 몬스터들이 과하게 많아진 탓에 결국 최초 킬은 볼 수 없었다.
그동안 회전베기나 사다무의 분노, 야수의 외침 등 한정적인 패턴만 봤던 유저들에게 사다무의 추가 패턴은 공략의 큰 걸림돌이 된 것이다. 결국 자신이 왜 죽었는지 영문도 모른채 사다무의 부하 몬스터가 되어버린 유저가 많았다.

다시 사다무를 보게 된 것은 치열한 전투가 있었던 주말이 지나간 평일이었다. 혈호는 당연하게 이미 누군가에 삭제되어 사라져 있었고, 사다무도 언제 잡혔는지 파악이 안 되어 많은 이들이 소소히 일일 퀘스트를 수행하며 시간을 보내고 있었다.
그러던 중 아수의 한 유저가 오래간만에 노도의 최종 필드 보스인 세성 진왕을 소환하였고, 여전히 좋은 보상을 주는 세성진왕을 처치하기 위해 자연스럽게 사람들이 모여들었다. 몽유도에 진출한 이후 잠잠했던 노도는 세성진왕의 등장과 함께 찾아온 유저들로 시끌벅적했고, 몽유도의 보스 몬스터에 비해 상대적으로 쉬우므로 다들 느긋한 마음으로 기다리며 공격대를 구성했다.
하지만 이제 막 칼을 들어 세성진왕을 치려는 순간, 진영 채팅창을 통해 사다무가 출현했음을 알게 되었다. 세성진왕을 잡으려던 공격대는 그대로 방향을 바꿔 몽유도로 향하였다.


사다무가 등장하는 무너지는 꿈 지역에 도착하니, 이미 사다무를 잡기 위해 상당한 유저들이 모여 있었다. 세성진왕을 잡기 위해 모였던 파티에서 탈퇴하여 빠르게 공격대가 구성되었고, 조금의 지체함도 없이 공략에 나섰다.
초반부 공략에는 큰 어려움이 없었다. 덩치가 줄어든 만큼 범위도 줄어든 사다무의 분노나 야수의 외침은 크게 위험이 되지 않았고, 가끔 피할 수 없어 야수의 분노를 맞고, 콤보 형식으로 회전베기에 맞은 것이 아니라면 죽을 일이 없었기 때문이다.

주의할 점은 사다무의 분노는 확실히 범위가 줄었으나, 전방에 부채꼴 모양으로 피해를 입히고 공포 상태 이상을 거는 야수의 분노는 여전히 보이지 않는 범위가 존재했다. 즉, 화면에 표시되는 범위만 보고 피하다가 말도 안되는 곳에서 공포에 걸려 그대로 죽는 경우가 많았던 것이다.
그러나 캐릭터의 체력이 4만대 후반이라면 웬만한 스킬은 한 방에서 두 방 이상 버틸 수 있어, 의인의 회복을 믿고 더욱 공격적으로 몰아붙였다.

■ 하향 당했다고 얕보는거냐? 익숙하지 않은 패턴에 전멸
사다무의 가장 큰 문제점은 크게 세 가지로 볼 수 있다. 하나는 일반 공격에 섞여 나오는 회전베기가 말도 안 되는 대미지(약 10만에서 80만)를 가지고 있었고, 두 번째로 체력이 절반 이하로 떨어졌을 때 등장하는 오행 탐식귀의 자폭, 세 번째가 오행의 징표에 걸린 상태에서 저항할 틈 없이 광역공격이나 오행폭탄에 휩쓸리는 것이었다.
이 중 회전베기는 사다무가 처음부터 사용하는 패턴이므로 적당한 체력을 확보해놨다면 크게 무서울 필요는 없다. 물론 여전히 랜덤한 대미지 탓에 한 방에 죽는 경우가 있지만, 예전 사다무에 비해 그 빈도는 훨씬 줄었다.

오히려 문제가 된 것은 사다무의 체력이 절반 이하로 떨어졌을 때 등장하는 패턴인 오행 탐식귀 소환이다. 오행 탐식귀는 체력이 18,806,557에 달해 웬만한 캐릭터도 1 vs 1로 처치하기 어렵다. 더군다나 시간이 조금만 끌려도 자폭하여 매우 넓은 범위에 피해를 입힌다.
유저들을 지치게 만든것은 오행 탐식귀가 등장하면, 오행의 징표라는 이동속도는 50% 감소시키고 받는 피해를 50%증가시키는 디버프에 걸리는데, 징표에 걸린 상태에 사망하게 된다면 그 수만큼 오행 탐식귀가 증가하게 된다.
이동속도가 떨어지게 된다면 오행 탐식귀의 자폭 범위에서 벗어날 수 없게 되고, 받는 피해도 늘어나므로 사망자는 기하급수적으로 증가하게 되는 것. 다짜고짜 몸을 들이대며 오행 탐식귀의 수를 늘리는 상대 진영의 유저들도 한몫했다.


■ 이곳이 바로 전쟁터! 침착하게 오행 탐식귀를 처치하며 그대로 공략에 성공
공격대에서 내놓은 방안은 가장 정석적인 방법이었다. 적인과 공격 무인, 기인을 비롯한 근접 딜러들이 화끈한 공격력을 앞세워 오행 탐식귀를 담당하였고, 궁인 역시 밀쳐내기와 자폭을 무효화하는 고요의 화살을 쏘며 최대한 오행 탐식귀의 개체수를 줄였다.
중간중간 걸리는 죽음의 징표 대미지는 이미 여러 번 실패를 겪었던 공격대 입장에서는 두려움의 대상이 될 수 없었다.
비록 최초킬은 아니지만 아직 사다무를 처치하지 못한 유저들이 많았고, 무엇보다 익숙하지 않은 패턴임에도 침착하게 대처하며 무사히 공략에 성공했다.
나온 아이템은 전설 등급 방어구 2개, 나머지는 유물 등급의 방어구가 나왔으며 아쉽게도 무기는 획득하지 못했다. 그래도 이렇게 잡을 수 있었다는 것은 큰 의미가 있다. 많은 이들을 3주간 괴롭혔던 사다무가 이후 혈호와 함께 당당히 아이템을 뽑아낼 수 있는 필드 보스가 된 것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