몽유도에 60레벨 레이드 던전이 나왔다. 새로 나온 레이드 던전의 이름은 '팔괘의 전당'. 최초로 나왔던 무너진 경계와 꿈의 사원에 이은 3번째다. 이전에 나왔던 같은 무너진 경계와 꿈의 사원이 너무 어려웠기 때문에 이번에도 한동안 공략하려면 시간이 많이 필요할듯 했다.
하지만 이러한 예상을 깨고 놀랍게도 하루 만에 공략에 성공한 파티가 나왔다. 아수 '전설' 혈족을 필두로 황천의 '황천의리' 혈족도 신규 레이드 정복에 성공한 것이다.
하루가 채 지나가기 전에 공략이 올라오기도 했고, 이를 바탕으로 우후죽순으로 공략에 성공한 파티가 등장했다. 그리고 공략한 파티 모두 현재 몽유도에 나온 레이드 던전 중에서 가장 쉬운 난이도를 가지고 있다고 입을 모아 말했다. 매일 혈호와 사다무에 출근도장을 찍으며, 명성 연금(?)을 받아먹는 생활을 하던 기자 역시 관심이 생겼다.
그래! MMORPG의 꽃은 레이드가 아니던가? 평화로운 필드보스에 찌들어 잠시 잊고 있었던 레이드에 대한 혼을 다시 불태워보자! 지금 당장 레이드로 떠나는 거다!
▲ 신규 레이드 팔괘의 전당 보스, 지금 만나러 갑니다
▣ 레이드 준비부터가 난관의 연속!
막상 레이드를 가려고 했으나 시작부터가 난관이었다. 그동안 필드 보스에 참여하면서 어느 정도 장비는 갖춰졌지만, 강화가 충분히 이루어져 있지 않았던 것이다. 기자의 클래스는 궁인. 원거리 딜러 직업으로 장비값이 비싸기로 소문난 직업 중 하나다. 한때 최고의 무기였던 섬광을 6강까지 강화하여 사용하고 있었으나, 슬슬 한계가 보이는 시점.
레이드도 곧 가야 하니 큰 맘 먹고 일일 퀘스트 및 명성으로 긁어모은 돈으로 60레벨제 유물 무기인 '거짓된 은총의 활'을 구입했다. 반짝반짝 빛나듯 훤한 신상 활을 보니 스스로 마음이 뿌듯해졌다.
문제는 기존에 쓰던 섬광보다 강한 대미지가 나오기 위해서는 어느 정도 강화를 해야 한다는 것이다. 평소 강화운은 좋은 편이라 자부했기 때문에 큰 부담 없이 전재산(!)을 탈탈 털어 장인의 백옥(경매장 시세 평균으로 개당 200골드)을 15개 사들였다. 무기 + 강화석만으로 이미 전재산이 초토화된 것이다.
▲ 그야말로 눈물만 난다
그러나 큰 걱정은 하지 않았다. 15개 정도면 '5강 정도는 갈 수 있겠지?'라는 안이한 생각을 하고 있었던 것이다. 내가 누구냐? 섬광도 단숨에 6강을 띄워 섬광나루라는 별칭까지 얻지 않았던가? 거짓된 은총의 활 너도 6강까지 단숨에 뽑아주겠어!
그리고 이 기적은 5강까지만 해도 원활하게 이어지고 있었다. 강화석 10개를 소모하여 5강까지 문제없이 뚫은 것이다. 지금도 충분히 섬광 대미지는 넘어선 상태. 하지만 6강이 코앞인데 여기서 포기할 이유가 없다. 5강에 성공하고 거침없이 다음 강화 단계로 나가려는 순간.
초기화가 이루어졌다. 사실 섬광 자체도 6강까지는 쉽게 띄웠지만 이후 7강을 가려다 초기화된 사태가 있었기에 이 정도는 충분히 감안할 수 있었다.
▲ 역시 한방에 6강까지 가는 것은 무리수였다
좀 더 욕심을 낸 것에 대한 대가를 치뤘다고 해야 할까? 그래, 내 주제에 무슨 6강까지나 들고 사냥하냐. 빠르게 마음을 비우고 다시 적당히 5강까지 올리기 위해 강화를 시작했다.
문제는 이때부터였다. 강화가 2강까지 100% 확률로 올라갔으나, 이후 3강을 가지 못한 것이다. 누구나 다 갈 수 있다고 해서 안전, 매너 강화로 불리는 3강 말이다. 남은 강화석 5개를 투자해도 3강을 가지 못하자 멘붕 상태에 빠졌다. 지금 나의 가방에 남은 돈은 생활비(?)라 할 수 있는 1,300골드. 하지만 레이드를 가기 위해서라면 이 정도 골드는 희생할 수 있다!
과감하게 혈족원을 통해 추가로 강화석을 구입하고 다시 강화에 도전했다. 잠시 반짝이는 효과가 보이며 무기가 부르르 떨리는 느낌과 동시에 희망찬 느낌으로 눈을 살짝 깜박였으나, 결과는 실패였다.
▲ 전재산을 부었으나 남은건 섬광보다 못한 2강짜리 거짓된 활...
3강의 벽이란 이렇게 높은 것이었구나. 보존석을 넣지 못해 어이없게 섬광이 초기화된 사태 이후로 이렇게 멘붕을 겪은 적이 있었던가? 하지만 현실을 받아들여야 한다. 다행히 일말의 주저함으로 섬광을 처분하지 않은 것은 다행이라 생각되었다.
이제는 과거 장비를 챙겨입고 어떻게든 레이드를 참여해야 하는 시간. 문제는 여기에서도 발생했다. 갈만한 사람이 보이질 않는다. 애시당초 레이드 파티라는 것이 탱커인 검방 무인을 중심으로 구성하는 것이므로 가장 흔하게 널린 궁인 직업의 파티 외침은 공허한 메아리에 불과했다. 아무리 직업 전체 비율이 과도하게 많은 직업이라지만 파티 구성조차 마음대로 되지 않다니. 너란 직업은 정말 애증의 직업이구나.
▲ 해당 직업군이 너무 많다는 것은 때로 큰 슬픔으로 다가온다
오전 시간이라는 것을 감안하더라도 3시간 동안 파티를 구하지 못했다. 물론 어떤 직업을 구한다고 명확히 표기하지 않은 기자의 잘못도 있겠으나, 본래부터 아무런 지식 없이 맨땅에 헤딩하러 가는 식의 파티에 쉽사리 참여를 해올 리가 없다.
어렵사리 다음으로 미룰까? 혈호나 대기 타야 하나 싶은 마음으로 애간장을 녹이고 있을 때 우연하게 진영 채팅을 통해 최근 인기 코스인 무너진 경계 → 팔괘의 전당 60레벨 레이드 파티를 구하는 글이 올라왔다. 그러나 그 채팅에서도 '궁인'을 구한다는 말은 없었다. 인기 딜러 직업인 문인과 레이드 필수 직업인 의인을 구한다는 내용. 시무룩한 마음에 다시 다른 곳에 시선을 돌리려는 찰라 잠시 후 채팅 내용이 바뀐 것을 알 수 있었다. 새롭게 궁인을 한 명 모집한다는 것이었다.
채팅을 확인하자마자 귓속말을 통해 파티 참여 의사를 밝혔고, 잠시 후 모든 파티원이 모이자 파티 초대를 받고 공격대로 초대되었다. 지난 수시간의 마음고생이 단박에 씻겨나가는 기분이다.
▲ 꼬박 3시간을 넘게 헤멘 끝에 구한 파티
▣ 이제 레이드 던전으로 출발! 하지만 몸풀기인 무너진 경계에서부터 꼬인다!
난관은 90% 지나갔다. 사실 팔괘의 전당은 생전 가본 적도 없는 초짜였으나, 또 다른 레이드 던전인 무너진 경계는 제법 경험이 많으므로 어떻게든 되리라 생각했다.
팔괘의 전당 레이드를 가기로 결심하고 공략을 보면서 사전 조사를 해놨고, 주변 사람들 모두 쉽다고 말했으므로 반쯤 허황된 자신감을 가지고 있었던 것.
하지만 그 자신감은 이미 몇 번이고 다녀온 무너진 경계에서부터 무너져버렸다. 그동안 공략법을 몰랐던 시절과 보스가 너무 강력했던 시절을 제외하고 단 한 번도 죽지 않았던 우수 공대원이었으나, 기자의 실수로 파티가 전멸해버린 일이 벌어진 것이다.
▲ 별일 없이 항상 쉽게 깨던 레이드에서 무슨일이?
공략의 핵심인 불완전한 기운은 주변에 기절을 걸면서 대미지를 주므로, 무혼을 사용하거나 양의공진단을 사용하여 디버프 상태를 풀어야 하는데 그만 다른 버튼을 눌러버려 아이템을 사용하지 못한 것이다. 무심코 눌러버린 키 버튼이 다른 것임을 알고 당황하였으나, 이미 파티원은 전멸한 상태였다.
평소 쓰던 무혼을 생각하고 있었기에 무혼 세팅을 깜박하고 양의 공진단을 사용하려 했던 것이 패착이었던 것이다. 어쨌든 자신의 실수로 파티원을 전멸시킨 것은 분명 큰 실수였다.
다행히 다음 시도에서는 별다른 실수를 하지 않고, 공략에 성공했다. 3페이즈 때 나오는 패턴인 빛의 기둥으로 들어가 '생명의 기운'을 얻어야 하는 패턴에서 2번 정도 추가로 사망하긴 했지만 이건 복불복에 가깝기 때문에 어쩔 수 없다.
얻은 아이템은 물론 흑의 눈물뿐이지만, 이제 곧 새로운 레이드 던전을 가게 된다는 기대감 때문에 개의치 않았다. 무너진 경계의 아라산을 퇴치하고 나서 곧바로 팔괘의 전당으로 집결했다.
※ TIP! 아라산 공략의 핵심! 불완전한 기운
아라산 공략의 핵심은 불완전한 기운을 제때에 풀 수 있는가로 갈린다. 불완전한 기운에 걸리면 캐릭터의 몸 주변으로 밝은 빛이 깃드는데, 이때 상태이상을 해제할 수 있는 무혼이나 마찬가지로 모든 상태 이상을 풀 수 있는 양의 공진단 아이템을 꼭 사용해야 한다.
상태이상을 풀지 못하면 즉사에 가까운 대미지와 추가로 기절 상태이상에 걸리므로 전멸을 피하기 어렵다. 참고로 상태이상을 해제시켜주는 무혼과 양의 공진단은 PvP관련 퀘스트를 통해 획득할 수 있다.
우선 던전에 입장하고 놀란 점은 무너진 경계와 꿈의 사원과 달리 예전 레이드 던전이 떠오르는 간단한 구조라는 것이다. 일반 몬스터를 잡아야 하는 구간도 기존의 60레이드 던전과 달리 2곳에 불과하였고, 개체 수도 많지 않았다.
보스까지 가는데 단 10분이면 충분하였던 것이다. 최근 유저들이 레이드 던전을 가기 꺼리는 이유가 일반 몬스터 구간에서 시간이 너무 오래 걸린다는 점이었는데, 팔괘의 전당은 그런 점에서 충분히 배려한 것으로 보인다. 물론 좀 더 파고 들어가면 어차피 마지막으로 남은 아이템 부위가 무혼과 망토 부위 뿐인 만큼 더 이상 보스 몬스터를 배치할 이유가 없었던 것일지도 모른다.
▲ 일방통행 모양의 굉장히 간단한 구조인 팔괘의 전당
의도야 어찌되었든 보스까지 가는데 편하다는 점 하나만으로 기존 레이드 던전에 비해 훨씬 쾌적하게 진행할 수 있었다. 일반 몬스터 구간에서 어려운 패턴을 가진 몬스터도 없었다. 굳이 따진다면 광역 넉백 공격을 하는 악몽 사냥개 정도였다.
▲ 광역 넉백을 시전하는 악몽 사냥개 말고는 기억에 남는 몬스터가 없었다
빠르게 일반 몬스터 구간을 돌파하고 바로 주사단과 마주쳤다. 그리고 드는 감상은 '사다무가 아니던가?'라는 의혹심이었다. 마치 예전 우사태와 우사첩을 보는 듯 닮은 듯 다른 비주얼. 그렇다. 아스타 서신을 통해 공개되었을 당시에도 그랬지만, 정말 사다무와 비슷한 모습을 하고 있다. 3주간 퇴근을 잊은 채 그 어떤 도전도 용납하지 않았던 절대강자 사다무 말이다.
▲ 절대지존이었던 사다무와 상당히 흡사한 외형인 주사단
다행히 최근에 약해진 사다무와 같이 주사단 역시 보기와는 달리 강한 느낌은 아니다. 외형에 비해 체력은 고작 4천 3백만에 불과했다.
이 정도면 금방 잡지 않을까? 라는 건방진 생각도 들 법했다. 하지만 공대장으로부터의 전언. '별빛나루님은 도하반 맡아주세요. 지정된 장소 방향으로 끌고 와서 밀어주시면 돼요'
응? 도하반이 무엇인가? 지정된 방향이 어디에 있는 거지? 급작스럽게 궁인인 기자에게 무언가를 맡아달라는 말을 들을 줄 몰랐다. 여태까지 레이드에 참여하면서 중책이라고 맡아본 기억이 없이 타성에 젖어 그저 '딜 넣는 기계'였던 나에게 이런 일이 벌어질 줄이야.
하지만 여기서 알량한 자존심이 발동했다. 패기를 내뿜으며 '네, 뭐 어렵지 않죠. 하하하!'라는 정신 나간(...) 대답을 해버린 것이다.
▲ 위치를 정하는 징이 3개가 생겼고, 누군가를 끌고오라는데 하하하
▣ 이보시오? 내가 엑스맨이라니 그게 무슨 소리요?
물론 도하반이라는게 무엇이고, 팔괘의 전당 공략은 어떤 순서로 진행되는지 주변의 말을 들어 대략적으로는 알고 있었다. 하지만 그 어떤 공략에서도 궁인이 무엇을 해야 한다! 라는 말은 나오지 않았다.
그래서 이번에도 탱커나 다른 딜러 캐릭터를 따라 열심히 딜만 넣으면 되겠구나! 라고 쉽게 생각했던 것이다. 어쨌거나 일은 벌어졌다. 이제 나에게 맡긴 임무를 최선을 다해 수행할 뿐이다.
우선 무인이 보스를 공격하며 전투의 시작을 알렸고, 미리 알고 있었던 내용대로 부하 몬스터들이 줄줄이 딸려 소환되었다. 그리고 대참사가 벌어졌다.
난생처음 보는 몬스터기에 도하반이라는 부하가 대체 누구인지 찾아내기 어려웠던 것이다. 비록 많이 작아졌더라도 주사단은 최대 덩치를 자랑하던 사다무와 겉모습이 동일하다. 그리고 소환되는 부하 몬스터인 수오, 도하반, 추몽은 덩치가 작은 편이다.
생김새가 확실하게 눈에 들어오지 않고, 보스의 위치를 기준으로 약 8시 방향에 멀찍히 떨어져 있던 바람에 내가 맡아야 할 도하반의 위치를 놓쳐버린것이다.
▲ 도, 도하반이 누구? 애시당초 얼굴을 모르는데 찾을리가 없다
당황하면서도 어떻게든 파티원에 피해는 끼치지 말아야겠다는 생각에 대상 변경 단축키를 마구 눌러가며 도하반을 찾았고, 처음 들었던 대로 지정된 장소까지 끌고 오는 작업을 시작했다.
하지만 마음이 급했던 것일까? 당황스럽게 도하반을 찾아 주사단과 추몽 사이를 헤매다가 그만 추몽의 광역 공격에 도하반을 찾은 순간 사망해버린 것이다.
불명예스럽게 이번에도 파티에서 가장 먼저 죽었다. 무엇보다 끌고 가려는 시도조차 제대로 하지 못한 채 사망한 것이라 더욱 허탈했다.
▲ 도하반 이곳에 있었구나!
▲ 아......
미안한 마음에 파티원에게 재차 사과하고 다시 심기일전하여 보스에게 달렸다. 도하반의 등장 위치와 얼굴을 확인했다. 이제 실수하지 않으리라.
2번째 시도. 이번에도 같은 위치에서 나오는 도하반을 온 힘을 다해 공격했다. 곧 궁인의 공격에 어그로가 끌린 도하반이 점차 다가왔고, 의기양양하게 폭발사격과 폭풍 회오리로 열심히 지정된 방향으로 밀어냈다. 그러나 이번에도 실수가 나왔다.
기자가 생각하는 것은 '8시 방향을 향해 밀어라' 였고, 파티가 바란 것은 '도하반을 벽 끝에 바싹 위치시켜라'는 것이었다. 넉백 스킬로 도하반을 대충 연이어 밀어낸 후 이쯤이면 되겠지? 라고 생각한 채 열심히 대미지를 주고 있었던 것이다.
▲ 음? 끌고오라고 했지 붙이라고는 안했으니 이쯤이면 될까?
'별빛나루님, 도하반 이쪽으로 미셔야 해요, 저쪽 녹색 있는 곳으로요! 그쪽에 데려다 놓으면 안 돼요.'
음? 뭔가 잘못된 것 같다. 파티원의 다급한 목소리가 들렸고 귀로 들리는 소리는 녹색이 있는 쪽으로 밀어라는 것이었다. 마침 도하반 주변에는 녹색으로 빛나는 연꽃이 놓인 정체불명의 스킬이 설치되어 있었다. 누가 봐도 캐릭터가 쓴 스킬이 아니라는 것을 알 수 있었다.
그리고 기자는 당황한 마음에 '저 스킬을 무혈의 악몽의 늪처럼 도하반(?)이 밟아(???) 없애야 하는구나!' 라는 공대장의 의도와 완벽하게 다른 행위를 취했던 것이다.
▲ 어느쪽이지?! 이미 당황한 상태에서 들리는 것이라고는 녹색쪽으로 밀어라는 외침뿐
어쨌든 레이드에서 판단은 빨라야 한다. 빛의 속도로 삼십육계를 써서 달려가 폭풍 회오리를 시전하며 도하반을 의기양양하게 녹색 원형을 그리고 있는 스킬 안으로 밀어 넣었다. 참고로 밀쳐낸 방향은 지금까지 도하반을 밀고 있었던 8시 방향이 아닌 명백하게 중앙을 향했다.
해석이 어떻게 되었든 도하반은 다시 본래 소환되었던 위치로 돌아갔다. 그러자 지금까지는 기자가 무슨짓을 해도 그저 조금 당황했다는 반응이었던 파티원이 당황을 넘어 황당해하고 있다는 사실을 깨달았다. 그리고 끝이었다.
▲ 그래 이쪽이야! 받아라 폭풍 회오리!
▲ 여러분 저 잘했죠?
▲ 아, 내가 엑스맨이라니
잠시 후 알게 된 사실이지만 기자가 위험 스킬로 판단했던 녹색 연꽃 모양으로 설치된 스킬은 '태란의 선물'이라 하여 스킬 범위 안에 위치한 보스 및 부하 몬스터의 체력을 매우 빠르게 채워주는 스킬이었다.
즉, 무슨 짓을 해서라도 보스들이 해당 스킬 근처로 가지 못하도록 기를 쓰고 막아야 하는데, 오히려 마치 아이스하키를 하듯 경쾌하게 밀어 넣는 것을 보고 황당해했으리라.
물론 변명의 여지는 있다. 녹색 쪽으로 밀쳐내라고 했는데, 우연히 방향과 위치를 지정하는 징 색깔이 녹색이었고 태란의 선물 또한 녹색이었던 것이다. 도하반의 얼굴조차 처음 보는 상태에서 '녹색 쪽! 녹색 쪽!' 이라고 외치면 헷갈릴 수밖에 없으리라.
그래도 실수는 실수. 민망함과 무안함을 동시에 느끼며, 잠시 휴식의 시간을 지녔다. 황당한 실수를 연발하고 나니 더 이상의 실수는 하지 않았다. 충분히 공략을 숙지하고 도하반을 밀처내고 '치유의 바람' 스킬을 고요한 화살 등 기절이나 넉백 스킬로 끊어야 한다는 것도 깨달았다.
▲ 특이한 포즈로 휴식중인 '제독의배' 캐릭터
▲ 그래 이제 알았어! 벽에 붙이는거구나!
다소 몇 번의 실수를 했지만 빠르게 자신의 역할에 대해 깨달았고, 이후로는 큰 문제 없이 도하반을 묶어두었다. 1 vs 1에 가까운 부하 몬스터와의 강제 데이트였으나, 가끔 체력이 빠지면 뒤에서 의인이 와서 회복을 시켜주었다. 어려울 것은 없었다.
아쉬운 것이라면 워낙 보스 몬스터와 멀찍이 거리를 벌린 탓에 등 뒤에서 도대체 무슨 일이 벌어지고 있는지 제대로 살펴보지 못한 것이다.
▲ 가끔 등 뒤를 돌아보면 파티원이 무언가를 하고 있구나, 상황만 알고 있을뿐...
시작하기 전 들었던 공략법은 주사단은 시작과 동시에 수오, 도하반, 추몽이라는 세 명의 부하 몬스터를 소환하고, 부하 몬스터를 처치하지 못하면 자신에게 무적 버프를 걸어 처치할 수 없다. 그리고 주사단을 10분 내로 처치하지 못하면 광폭화 상태가 되어 역시 공략할 수 없게 된다.
그러므로 포인트는 소환된 부하몬스터를 되도록 빠르게 처치하고, 남은 시간 내에 주사단을 집중 공격하여 처치하는 것이다. 주의할 점은 여러 가지가 있지만 관건은 부하 몬스터를 담당자들이 얼마나 원활하게 붙잡고 있느냐다.
▲ 팔괘의 전당 공략의 핵심은 부하 몬스터 3명을 얼마나 빠르게 처치하느냐다
수오를 첫 번째로 하여 추몽과 도하반을 연이어서 잡으면 되고, 그러면 주사단이 소환하였던 부하 몬스터들의 힘을 얻어 수오와 추몽 도하반이 쓰는 스킬을 섞어서 사용하는데 피하는 것이 어렵지 않다.
초반 수오를 빠르게 처치하고, 나머지 부하 몬스터를 담당자들이 안정적으로 버티는 것과 주사단을 끌며 탱킹하는 무인의 체력을 꾸준히 회복시켜주는 것이 공략의 핵심이라 할 수 있다. 물론 기자가 본 것은 도하반과 최후의 몸부림을 치는 주사단 뿐이었지만 아무렴 어떤가.
※ TIP! 수오, 추몽, 도하반을 처치후 주사단을 요리하자!
3번째 60레벨 레이드의 핵심은 주사단과 함께 나오는 부하 몬스터들을 얼마나 빠르게 처치하느냐에 달려 있다. 부하 몬스터들은 수오, 추몽, 도하반 총 3명이 나오며 각각 적인, 문인, 의인 캐릭터의 스킬을 사용한다.
수오는 대표적으로 난공불락 스킬과 기절, 재뿌리기 스킬을 활용하며 문인은 불사르기와 광역 피해를 입히는 스킬을 사용한다. 도하반은 역시 의인 스킬인 생채기와 생채기 연마, 호신강기 반탄력, 치유의 바람을 사용한다.
부하 몬스터를 처치하지 않으면 주사단이 어느 정도 체력이 빠지면 무적 버프를 사용하고, 10분이 경과하면 광폭화 상태가 되어 공략이 불가능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