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체험기] "가능성은 대박, 타격감은 글쎄" 블리자드 FPS '오버워치' 체험 후기

리뷰 | 박태학,권중견 기자 | 댓글: 65개 |
[▲ '오버워치' 시네마틱 트레일러]


영상만 보고 놀란 것은 오랜만이었다. 그들의 시네마틱 영상 퀄리티를 의심한 적은 없지만, 이번 영상은 예상을 훨씬 벗어나 있었으니까. 입이 딱 벌어지는 방대한 규모, 양덕 특유의 소름돋는 디테일도 없었다. 대신 그 자리는 독특한 연출과 아이디어로 채워졌다. 저걸 블리자드가 만든게 맞나, 이 사람들이 픽사에 외주를 줬나 라는 생각이 먼저 들었다. 정말로 픽사 느낌이 강했다.

오프닝 행사가 끝난 뒤 홍보팀을 붙잡고 그 사실부터 물었다. 당신들의 시네마틱 영상을 봤어, 정말 메이드 인 블리자드가 맞냐고. 물론, 돌아온 대답은 예스였다.

시네마틱 영상을 본 유저들이라면 바로 예상했을지도 모르겠다. 게임도 뻔 할리 없겠지. 블리자드 스타일이 '진화형'인 것은 알고 있었지만, 이번에는 뭔가 다른 모습이겠지.

기자 시연실에서 '오버워치'를 직접 체험했으니 그 궁금증에 답하겠다. '많이'라는 말로는 부족할 정도로 다르다. 기존에 없던 '혁명'이란 뜻은 아니다. 그간 블리자드가 추구해왔던 철학과는 전혀 다른 게임이 개발되고 있었던 것.

게임은 어땠고 결론이 무엇인지, 지금부터 적어 나가겠다. 취재 마치고 숙소 들어왔는데 짐도 안 풀었다. 저녁도 안 먹었고 씻지도 못했다. 이 느낌이 지워지기 전에 얼른 기록하는 것이 우선인 만큼, 노트북부터 열었다.









■ 외형 -옷은 갈아 입었어도 여전히 '블리자드'

게임을 플레이할 때 첫인상만큼 중요한 것은 없다고 생각한다. 여기서 첫인상은 디자인, 즉 조작감과 그래픽, 사운드를 종합한 것이다. 보기 좋은 떡이 먹기도 좋다는 말은 언제나 옳았다. 물론, 껍데기는 별로인데 알찬 게임도 있지만, 외형이 멋지면 더 큰 재미를 느끼는 것이 일반적이다.

'오버워치'의 그래픽은 꽤 우수한 편이다. 이펙트 효과가 게임플레이에 미치는 영향을 고민한 것도 눈에 보인다. 다른 블리자드 게임과 똑같은 특징이지만, 연관성은 이것으로 끝이다. 즉, 최소한의 공통 분모만 남겨두었을 뿐이다. 그 위로 쌓은 세부항목은 판이했다.

우선, 'WOW' 이후로 형성된 블리자드 특유의 동화같은 그래픽이 아니다. 전반적으로 파스텔 색상을 사용했지만, 건물이나 캐릭터 디자인은 새로운 시도라고 보는 게 맞다. 미래, 혹은 판타지를 배경으로 하는 기존 작품과는 달리 '오버워치'는 지구를 소재로 했기 때문.

실사 배경까진 아니더라도, 지구를 소재로 한 작품이기에 다소 걱정이 앞설 수도 있지만, 다행히 그 부분에 대해서는 안심해도 된다. 특유의 꼼꼼한 오브젝트 구성은 여전하며, 처음 시도하는 스타일이라고는 보기 어려울 정도로 마감새가 훌륭했다. 디자인 팀의 탄탄한 기본기가 이번 작품 역시 그대로 드러났다.


▲ '오버워치' 게임 플레이 프리뷰 영상


조작감 역시 매우 직관적이다. 기존 FPS 게임 방식과 다른 점이 없었다. 이동과 슈팅 모두 키가 동일했고, 기술 간 연계도 깔끔하게 이루어졌다. 캐릭터가 이동할 때 밀리는 느낌은 없었으며, 대체로 빠른 반응 속도를 보여줬다. 지난 2013년, 블리자드는 최고의 FPS 게임 중 하나로 꼽히는 '레프트4데드'의 개발자 마이클 부스(Michael Booth)'를 영입한 바 있다. 그런 외계인을 고문하는 데 조작감이 나쁠 리는 없겠지만.

그런데 단점은 의외의 부분에서 나왔다. 다른 어떤 장르보다도 중요한 '타격감'이 부족했다. 밀리터리 FPS가 아니기에 '탕탕'까진 바라지 않았다. 대신 '뿅뿅'은 경쾌하게 나올 줄 알았는데 그러지 못했다. 최근 알파 테스트를 진행 중인 '히어로즈' 역시 타격감으로 지적 받는 상황에서 '오버워치'까지 같은 문제점을 보이는 것은 분명히 아쉬운 부분.





다만, 블리자드의 게임은 극초반에 평가하기 어렵다는 걸 기억해야 한다. 원래 타격감이 좋았던 '디아블로' 시리즈는 예외로 하고, 그 외 작품들은 개발을 지속하며 손맛 키우기에 주력한 사례가 있다. 게다가 블리자드는 피드백에 따라 개발 방향을 크게 바꾸는 경우도 흔하다. '오버워치'는 아직 알파 테스트도 하지 않은 단계다. 지금 뒷목을 잡을 필요는 없다.

보다 세세한 이해를 돕고자 인벤 취재부 권중견 기자의 플레이 소감을 첨부했다.

그래픽은 뛰어난 편입니다. 1인칭으로 보는 내 캐릭터의 움직임도 나쁘지 않고요. 다만 3인칭 시점으로 타 캐릭터의 움직임을 보면 미끄러지는 것처럼 보이는 등, 약간 부자연 스러운 면을 발견할 수 있었습니다.

전체적인 UI도 나쁘진 않습니다. 그런데 중앙에 있는 궁극기 버튼은 F1키를 눌러서 설명을 보기 전엔 그냥 0%로 되어 있어서 이게 무슨 버튼인가 싶기도 해요. 아직 UI 구성이 완전히 마무리된 상태는 아닌 것으로 보입니다.

물론, F1키로 간단하게 확인이 가능하지만, 추가 도움말을 필요로 한다는건 처음 시작할 때 직관성이 떨어진다고 볼 수 있겠죠.

어디서 맞고 있는지 확인하는게 조금 어려우며, 적 실루엣은 '적이다!'라고 바로 느끼기가 애매합니다. 제 경우에는 적이 잘 눈에 안 띄었습니다.

사운드는 전체적인 분위기나 각 영웅들의 무기를 잘 반영해서 내보내는 듯 합니다. 다만, 타격감은 아직 부족한 편이에요. 사운드로는 내가 총을 쏘는게 느껴지는데, 화면을 봐서는 내가 쏜게 맞고 있는지, 내가 맞고 있는지 확인이 어려웠습니다.






■ 내형 - 의외의 진입장벽, 다행히 빠르게 무너졌다.

내형을 설명하려면, 먼저 기자가 '오버워치'를 플레이하기 직전 상황으로 돌아갈 필요가 있다. 왜 '오버워치'를 해야 되었는지. 그리고, 게임을 시작하고 느낀 감정이 무엇이었는지. 그 기억을 되살려보자.

블리즈컨 2014 특별페이지에서 '오버워치'의 플레이 영상을 보았다면 느낌이 팍 왔을 거다. 쏘는게 총알인지, 이 게임, 사람이 총알인지 모를 만큼 스피디한 '퀘이크'까지는 아니지만 '팀포트리스2' 정도 속도감은 된다. 블리자드가 밀리터리 FPS를 만드는 상상이 더 안되기는 하나, 어쨌든 그들이 FPS 장르에 도전한다는 건 분명 이야깃거리가 된다. '스타크래프트: 고스트'로 한 번 고개를 떨군 그들 아닌가.

블리자드가 제작한 FPS. 플레이할 이유야 충분했다. 다른 나라 기자들도 같은 생각이었는지, 기자 시연실에서도 '오버워치'는 단연 최고의 인기를 달리고 있었다. 30분 이상의 대기열이 그 사실을 보여줬다. 그런데 게임 시작하고 기자가 처음 든 생각이 무엇이었을까.





'아... 어렵다.'

'오버워치' 시네마틱 영상 처음 볼 때와 비슷하게 깜짝 놀랐다. 뭐지! 낮은 진입장벽이 패시브로 붙는 기존 블리자드 스타일이 아니잖아? 기존 밀리터리 FPS가 익숙한 유저라면 당혹스러울 정도로 빠른 속도감에 기자는 한없이 작아지고 말았다. 아군 멤버들이 하나씩 미니맵에서 지워질 때마다 맞은 편 멤버들의 웃음 소리가 넘어왔다. 거의 일방적이다시피 두드려 맞고 게임이 끝나자 그들은 만세를 불렀다. 모니터 위로 그 얄미운 두 손이 번쩍 올라왔다. 원래 슈팅 게임 스탯에 +5 받고 태어나는 그들이지만, 다음 판은 정말 꼭 이기고 싶었다.

결론부터 말하자면, 두번째 경기도 패배했다. 하지만 첫 경기만큼 일방적이지는 않았다. 비록 후반에 열세로 몰리고 말았지만, 초중반까진 제법 유리했다. 털 많은 파란 눈의 전사들도 아군의 맹습에 당황한 것이 틀림없었다. 전판에선 보이지 않은 잔실수까지 엮이며 이번에는 이기는구나 싶었다. 그런데 졌다.

두 팀 멤버들의 기본기에 차이가 있었음에도 선전할 수 있었던 것은 '조합' 덕분이었다. 스치는 총알에도 피가 뭉텅뭉텅 빠져나가는 딜러 클래스로 가득했던 전 판에 비해, 두 번째 경기는 탱딜힐이 참 예쁘게 꾸며졌던 걸로 기억한다.

체험 과정 얘기는 여기서 잠깐 멈추기로 하자. 설명이 조금 필요하다. 탱딜힐이라는 단어에서 알 수 있듯, '오버워치'는 기존에 있던 FPS에 비해 더 많은 팀 플레이를 요구했다.







기자가 첫 판에서 플레이했던 캐릭터는 시네마틱 영상에서 가장 많은 비중을 보여줬던 '트레이서'였다. 주 기술은 이렇다.

펄스 쌍권총 : 권총 두 정을 빠르게 발사 (기본 공격)
점멸 : 자신이 이동하는 방향으로 순간이동 (Q 스킬, 3회 제한, 쿨타임마다 누적 충전됨)
시간 역행 : 몇 초전의 체력, 탄약 상태 및 지도상의 위치로 이동 (E 스킬, 쿨타임 있음)
펄스 폭탄 : 사물이나 상대방에 부착되는 거대 폭탄을 던짐, 잠시 후 크게 폭발 (궁극기)




스킬 구성에서 알 수 있듯, 이동기가 뛰어난 슈터다. 플레이한 결과, 단신으로 적과 맞붙어선 승리를 장담하기 어려울 정도로 맷집이 약했다. 이기려면 높은 컨트롤 숙련도를 요구하는 캐릭터였지만, 처음 '오버워치'를 켠 기자에겐 그런거 없었다. 첫 번째 패배 원인.

두 번째 원인은 조합이었다. 팀원들 역시 공격, 혹은 돌격형 영웅 위주였다. 터렛으로 지역 방어가 용이한 '토르비온'이 없으니 돌격형 영웅들은 싸움판에 임할 때부터 불리한 조건이었다.

체력 회복을 책임지는 '메르시'가 상대편에 있으니, 아군 공격형 영웅들의 데미지 역시 미미한 수준에 그쳤다. 꼭 그 영웅들이 없어서 졌다는 말이 아니다. 서로의 단점을 보완해주는 연결고리가 없으니, 팀플레이가 너무도 쉽게 끊어졌다는 뜻이다. 그에 반해 두 번째 경기는 이 연결고리가 나름 튼튼한 편이었고, 그 결과는 위에서 말한 것과 같다.

이러한 '오버워치'의 플레이 방식은 팀 기반 게임 특유의 끈끈한 재미를 보장한다. 하지만 우리나라 FPS 유저들에게 이것이 온전하게 전달 될지는 의문이다.

국내 시장을 점령한 밀리터리 FPS 역시 팀플레이를 요구하기는 하나, 그 방식이 다르다. 또한, 일부 플레이어가 실력이 부족하더라도 고수 몇 명이 소속되었다면 그 팀은 승리를 가져가기 쉬웠다.

'오버워치'는 각 클래스의 역할이 매우 뚜렷하기에 한 명의 플레이어가 제대로 따라오지 못한다면, 팀 전체가 불리해진다. AOS나 MOBA 게임은 기본적으로 팀플레이가 필수이며, 이미 룰이 대중화된 상태이기에 유저들 나름의 불문율이 있었다. 허나 FPS 유저들도 그러리란 보장은 없다. 앞서 말했듯, 그들이 즐기는 게임의 구조가 다르기 때문.

하이퍼 FPS라는 장르 역시 한국에서의 성공을 함부로 장담하기 어렵게 만드는 요소다. 성공한 사례가 전혀 없으니까. 이 두 가지 요소가 조합된 결과, 블리자드 게임에 어울리지 않는 초반 진입장벽이 형성되었다. 기본적으로 빠르고 체력이 많다. 캐릭터마다 개성이 뚜렷해 일단 배워야만 한다. 국내 FPS 게임은 반사신경 향상과 맵 구조 파악이 고수로 가는 기본 조건이지만, '오버워치'는 거기에 팀원 간의 조화를 더 요구한다. 그게 귀찮다면 진다. 패배가 누적되면 흥미를 이어가기 어렵다.





물론, 이 모든 게 복구 불가능한 단점이라는 말은 아니다. 초반 진입장벽은 의외로 쉽게 무너졌다. 첫번째 경기와 두번째 경기의 결과 차이는 조합 문제도 있었지만, 기자와 아군의 실력이 빠르게 올라왔던 것도 배경이 됐다. 극초반에는 당황할 수 있지만, 5판 이상 진행하면 게임의 흐름이 읽히는 것은 '히어로즈 오브 더 스톰'과 같았다.

즉, 거의 진입장벽이 없는 것에 가까운 기존 블리자드 게임과 비교하긴 어렵다. 하지만 다른 외산 게임에 비해서는 여전히 낮은 편이다. 이 부분을 유저들이 어떻게 받아들일지는, 보다 많은 정보가 공개되고 몇 차례 테스트가 진행된 뒤에 드러날 것이다. 권중견 기자는 어떻게 생각하고 있을까.

WASD로 이동하고 마우스 좌클릭이 기본 공격, 우클릭이 추가 공격 스킬이라는 점 등은 일반적인 FPS와 크게 다르지 않습니다. 다만, 1번부터 5번까지 무기를 배정해 교체하면서 싸우는 타 FPS와 달리 '오버워치'는 무기 하나를 계속 이용하며, 여기에 추가적인 스킬들을 활용한다는 점이 다릅니다. 이것을 얼마나 빨리 적응하는가가 중요할 것으로 보입니다.

각 스킬을 쓰려면 Q나 E, 쉬프트와 같은 특수키를 사용해야 하고, 기본 점프인 스페이스 역시 다양한 액션과 연결되어 있습니다. 이러한 스킬과 특수 액션이 게임에 상당히 중요하게 작용하는 만큼, 스킬과 기본 액션에 대해 충분한 숙지가 있어야 합니다.

즉, 기존 국산 FPS를 즐기던 사람들도 다소 적응이 필요합니다. 다만 게임내에서 툴팁이 바로 제공되고, 기본 토대는 같다는 점을 감안하면, 생각보다 크게 유저들의 진입을 가로막을 것 같아 보이지는 않았습니다.






■ 결론 - FPS에서도 여전한 블리자드급 '기본기'

'오버워치'의 첫 느낌은 훌륭했다. 블리자드의 장기인 '기존 게임플레이의 진화'는 이번 작품에서도 오롯이 드러났다. 세세한 마감새가 부족하긴 했지만, 정식 테스트도 밟지 않은 게임에 날선 비판을 세울 순 없다. 체험기에서 꺼낸 외형적인 단점은 개발 과정에서 충분히 보완 가능하다. 진입장벽은 장르적 특성이 가장 큰 이유이며, 게임의 완성도와는 조금 다른 문제다.

중요한 것은 '하스스톤', '히어로즈'로 이어져 온 블리자드의 '유쾌함'이 이번 작품으로 극대화 되었다는 사실이다. 기존 IP의 그늘을 벗은 블리자드 개발진은 자신들의 밝은 면모를 유감없이 드러냈다. 또한, 가볍게 즐기되 깊이를 놓치지 않는 철학도 여전했다.

직관적인 조작성은 어떤 영웅을 잡더라도 재미있게 플레이할 수 있도록 도와준다. '트레이서'의 빠릿한 이동, '윈스턴'의 묵직한 한 방, '토르비욘'이 터렛을 뚝딱거리는 모습까지 모두 상쾌함을 기준으로 디자인됐다. 그리고 이들 모두 서문에서 언급한 '픽사' 풍의 색감과 높은 시너지를 보여준다.

인터뷰에서 언급했던 것처럼, '오버워치'는 완전히 다른 스킬을 가진 영웅이 이후에도 꾸준히 업데이트된다. 몇 가지 방식으로 분류할 수 있었던 기존 FPS와 대비하여 가장 뛰어난 장점이다. 슈팅 장르이면서 AOS나 MOBA 게임들의 장점까지 채용한 것은 칭찬받을 요소이며, 기대해 볼 부분도 많다.

'오버워치'에는 블리자드의 가장 큰 철학인 '진화'가 담겨 있었다. 다만, 이를 표현한 방식은 기존 블리자드 게임과는 많이 달랐다. 지금까지 본 모습 중 가장 유쾌한 표정의 블리자드. 크리스 멧젠 블리자드 부사장의 격앙된 그 표정이 '오버워치' 시연을 하며 조금이나마 이해가 됐다.





블리즈컨2014 특별취재팀(=미국 캘리포니아 애너하임)
김경범(Its), 권중견(Odinn), 박태학(Karp), 박범(Nswer)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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