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2014년 11월 16일, 서울 강서구 모처에서 WoW의 최신 확장팩 '드레노어의 전쟁군주'의 출시를 기념하는 행사가 성대하게 열렸다. 비록 국내 출시는 이틀 미루어져 20일이 되었지만, 그럼에도 국내의 수많은 와우저들이 모여 축하공연과 토크쇼, 퀴즈 이벤트와 한정판 구매 등 다양한 즐거움을 만끽한 채 돌아갔다.
북미와 유럽에서 지난주 런칭된 '드레노어의 전쟁군주'는 출시 후 폭발적인 반응을 이끌어내고 있다. 서버 대기열이 8000명이 넘어가는 것은 기본이고, 밤을 새고 휴가를 내가며 게임을 플레이하는 유저들로 호드와 얼라이언스의 드레노어 초기지역은 연일 북새통이다.
이렇듯 WoW는 전세계적인 문화현상으로 자리잡아 왔다. 해외에 비해 다소 늦게 플레이 해야 한다는 것이 다소 아쉽긴 하지만, 그럼에도 어느새 '드레노어의 전쟁군주'는 우리 앞에 도착했다. 이제 아제로스로, 드레노어로 떠날 시간이다.
그리고 와우저들의 긴 여정에 앞서, 그 여행길을 도울 수 있는 다양한 정보와 이야기들을 나누어보려고 한다. 과연 WoW '드레노어의 전쟁군주'에서는 무엇이 바뀌었고, 무엇이 새롭게 추가되었는지, 또 무엇을 할 수 있는지 알아보도록 하겠다. 자, 드레노어로의 여정은 이미 시작되었다!
■ 이번엔 드레노어다
'드레노어의 전쟁군주'는 WoW의 다섯번째 확장팩이자, 본 작품의 10주년을 기념하는 뜻깊은 확장팩이다. 2004년 11월 12일 한국에서 첫 오픈베타를 시작했던 WoW는 이미 서비스 10년을 넘어갔다. 그런 의미를 의식한듯 블리자드는 '드레노어의 전쟁군주'에서 전에 없이 큰 변화를 예고했다.
단순히 새로운 콘텐츠나 시스템 뿐만 아니라, 기존의 콘텐츠는 물론 게임 근간을 이루는 시스템들에 마저 매스를 대어 고쳐나가기로 한 것이다. 때문에, 확장팩이 새로 출시될 때마다 새로운 환경에 적응하는 것에 익숙한 와우저들이긴 하지만, 이번에는 유례없이 큰 변화를 맞이하게 되었다.
새로운 지역 뿐만 아니라 전반적인 스탯의 압축, 또 삭제되거나 새로 생겨난 파생 스탯, 더불어 전체 직업에 가해진 기술 정리까지... 가히 새로운 게임을 익히는 것과 비슷할 정도이다.
이번 '드레노어의 전쟁군주'는 일종의 평행세계처럼 과거의 '드레노어'로 향해 '워크래프트' 시리즈에서 다뤄왔던 것보다도 이전의 이야기를 직접 만나볼 수 있다는 점이 흥미롭다. 대격변 때에도 '워크래프트' 세계관의 근간인 고대의 전쟁 등을 체험할 수 있었지만 본격적인 무대이기 보다는 시간의 동굴을 통한 잠깐의 경험에 가까웠다.
하지만 '드레노어의 전쟁군주'에서는 '워크래프트1'과 '워크래프트2'의 주요 등장 오크들이었던 각각의 전쟁군주들이 '워크래프트1' 의 주요 사건인 어둠의 문 침공 이전의 시점에서 유저들을 만나게 된다. 그들과 직접 소통하며 싸우고, 그 '세상'을 직접 경험할 수 있는 것이다.
■ 최신 드레노어산 신상품들
아제로스와 완벽히 다른 별개의 행성인 '드레노어'는 오크들의 고향이자 드레나이들의 피난처다. 에레다르였던 드레나이들이 악에 물든 동족들로 가득한 고향 행성 아르거스를 버리고 떠돌아 다니다 드레노어에 정착, 이때부터 드레나이와 오크의 공존이 시작되었다.
본래 드레노어는 '워크래프트' 시리즈의 역사에 따라 파괴되어 아웃랜드가 되었지만, '드레노어의 전쟁군주'에서는 파괴되기 이전 멀쩡한 상태의 드레노어가 등장한다. 이 현재의 아웃랜드와 다른 평행세계의 드레노어는 새로운 오크들의 세력 '강철 호드'가 점령한 상태다.
이 당시 오크 호드의 올스타로는 카르가스 블레이드피스트를 비롯, 킬로그 데드아이, 파괴자 블랙핸드, 넬쥴, 굴단, 그롬 헬스크림 등 그야말로 쟁쟁한 오크의 전쟁군주들이 있다. 여기에 강철 호드는 아니지만 스랄의 아버지인 듀로탄, 파괴자 블랙핸드의 부관인 오그림 둠해머까지. 오크의 난다긴다하는 이들은 모두 만나볼 수 있다.
하지만, 결국 그들은 차례대로 유저의 손에 최후를 맞이하게 될 사망전대일 뿐. 드레노어판 익스펜더블은 카르가스 블레이드피스트를 필두로 하나씩 형장의 아이템이 되어 사라질 운명이다.
WoW의 드넓은 필드에서 뛰어놀던 유저들은 아주 오래전부터 하우징의 추가를 원했다. 사실, 던 모로 꼭대기에서 산중턱을 내려다보면 여기저기 언덕에 별장을 짓고 살고 싶은 마음이 자연스럽게 들기 마련이다. 아제로스 곳곳에 자기 터전을 가꾸고 싶은 유저들의 욕구는 강했고, 하우징은 비록 실현 가능성은 높지 않아도 언제나 꾸준히 제기되는 의견이었다.
그리고 '드레노어의 전쟁군주' 개발에 들어가자, 새로운 기회의 땅이 된 '드레노어'는 이제 신도시 개발지구처럼 그 땅을 유저들에게 내놓게 됐다. 더군다나 건물 하나도 아니고 주둔지 마을 전체를 말이다.
이러한 '통 큰' 하우징이지만 비록 그 자유도는 다른 게임의 하우징 시스템처럼 크지는 않을 예정이다. 지을 수 있는 건물들도 정해져 있고, 별도로 세부적인 커스터마이징은 준비되어 있지 않다. 대신 주둔지 시스템은 다른 콘텐츠들과 유기적으로 연결되어 보다 많은 활용도를 갖추게 된다.
주둔지에 거주하는 추종자들은 별도의 퀘스트를 진행해 보상을 한아름씩 받아오고, 각각의 건물들은 유저를 드레노어 각지로 순간이동 시켜주거나 각종 전문직업 재료에 보너스를 주는 등 여러가지 혜택을 준다. 비단 마을을 성장시키고 키우는 일이 재미 뿐 아니라 실용까지 챙기는 콘텐츠인 셈이다.
그동안 WoW가 십년여의 시간 동안 게임을 지속하며 점점 대두된 문제는 바로 스탯이 지나치게 높아진다는 것이었다. 어찌되었건 확장팩이 거듭되고 시간이 흐를수록 유저는 성장해야 했고, 그것을 대표적인 스테이터스 수치로 표시하다보니 언젠가 그 수치를 표시하는데 한계에 다다를 것은 자명한 사실이었다.
결국 '판다리아의 안개'에 이르자 문제가 드러났다. '판다리아의 안개' 후반에 접어들자 상황에 따라 각 탱커들의 최대 체력이 백만 단위를 넘어가면서 캐릭터 초상화에서 표시할 수 없는 정도가 되어버린 것이다. 딜러들이 피해를 주는 단위 역시 강력한 한방기라면 백만은 우습게 띄워버렸다. 소소하게 수백 수천단위로 싸우던 오리지널에 비하면 말그대로 크리링과 카카로트의 차이만큼 격차가 벌어져버린 것이다.
그렇게 해서 결정된 것이 전반적인 스테이터스의 압축. 이는 '드레노어의 전쟁군주'에 앞서 서버에 적용된 사전 패치인 '강철 해일', 일명 '소드군'부터 적용되어 유저들이 새 확장팩에 보다 수월하게 적용할 수 있도록 도왔다.
그럼에도 이 기간 레이드와 던전에서는 이전보다 확 줄어든 수치로 인해 쑥쑥 들어오는 피해량에도 아픈지 안아픈지 모르다 죽어버리는 경우가 매우 많아지는등 WoW는 전반적인 과도기를 겪고 있는 중이다.
10년 전 WoW가 처음 공개되었을 때, WoW의 그래픽은 그때에도 최상급은 아니었다. 비록 특유의 스타일과 멋드러진 표현을 갖춰 '아 이 게임 그래픽 별로다'라고 아쉬워할 것은 전혀 아니었지만, 그래픽 퀄리티가 압도적이라기보다는 표현법이 아주 좋았던 사례였다.
그런 게임이 10년이 흐르니, 자연히 오래 전 만들어진 그래픽 효과들은 아무래도 많이 부족하기 마련. 확장팩마다 그래픽 퀄리티가 올라가고 그만큼 지형지물과 캐릭터 장비의 그래픽 퀄리티도 쑥쑥 올라갔지만, 초창기 만들어진 모델링과 구 아제로스는 아무래도 부족했다. 그래도 아제로스는 '대격변'을 거치며 한차례 옷을 갈아입었으니, 이제는 캐릭터 모델링의 차례였다.
아제로스의 단체 성형 원정단은 발표 이후 하나하나 얼굴과 피부를 바꾸어 나갔다. 그렇다고 해서 뼈를 깎을 수는 없으니, 전반적인 체형은 유지 됐다. 무엇보다 눈에 띄는 것은, 얼굴 근육이 풀어졌는지 모든 캐릭터의 표정 등 감정 표현이 더더욱 강렬하고 풍부해졌다는 것이다.
춤을 추며 엄청난 표정을 짓는 인남캐를 보고 있자면 절로 여기서 나가야할 것만 같은 기분이 든다. 타우렌과 오크 역시 표정에서 그 위압감이 드러난다. 하지만 무엇보다 기존에 귀요미 자리를 차지하고 있던 노움은 이번 패치로 인해 그야말로 최고의 수혜자가 됐다. 스모키 화장을 진하게 한 노움 여캐들은 성공적인 성형사례로 손색이 없을 듯 싶다.
힘, 민첩, 체력, 지능, 정신력의 다섯가지 기본 능력치의 역할이 제대로 정립된 이후로, 여기서 파생된 각종 부가 능력치들은 캐릭터의 위력을 결정해왔다. 하지만 직업별로 각각 확실하게 우대받거나 천대받는 능력치의 차이가 극명했다.
심하게는 다른 능력치와의 균형을 포기하고 아예 하나에만 극단적으로 투자하는 세팅이 만들어지거나 마치 특정 능력치를 어느정도 수준으로 유지하는 것이 하나의 기본 조건처럼 여겨지기도 했다. '불타는 성전' 시기 탱커의 방어숙련도나, 이후 모든 캐릭터들이 공통적으로 맞춰야 했던 적중도 등이 그런 예이다.
이런 캐릭터 세팅의 고착화를 막기 위해, '드레노어의 전쟁군주'에서는 적중 등 기본적으로 갖추어야 하는 파생 능력치가 삭제되고 다른 파생 능력치가 생겨나거나 더욱 강화됐다. 기존에 일부 직업에겐 천대받던 가속의 가치를 올리고, 치명타 대신 다른 다양한 파생 능력치가 매력적으로 느껴지도록 한 것이다.
과연 이 조치의 결과가 어떨지는 미지수다. 사실, 이번 확장팩이 끝날 때까지도 그 성공 여부를 판가름하기 어려운 문제다. 하지만 그만큼 개발진과 유저들 모두에게 새로운 시도를 하거나 고쳐나갈 기회가 많다는 의미이기도 하다. 결국, 아이템과 특성에 따라 차근차근 하나씩 해나가보아야 한다.
WoW에는 다른 온라인 게임에 비해 굉장히 많은 수의 고유 캐릭터들이 존재한다. 13개의 종족과 11개의 직업이 존재하고 방대한 세계관을 갖춘 만큼 각각의 특별한 의미와 존재감을 가진 캐릭터들은 각자의 역할을 맡아 게임을 진행해 나간다.
하지만 그 절대적인 수가 많다보니, 아무리 매력적인 캐릭터들이라고 해도 별다른 비중없이 묻혀버리는 경우가 많았다. 우리는 그들을 공기라고 불렀고, 때문에 아제로스는 매우 산소가 풍부한 행성이 되어버렸다.
그래도 각 종족별 수장들은 하나씩 부족한 비중을 메꾸기 위해 하나씩 주역의 자리를 꿰차게 되었다. 호드의 로르테마르 테론과 볼진이 좋은 예다. '판다리아의 안개'를 거치며 상대적으로 호드 주류 스토리라인에서 소외되었던 블러드엘프와 트롤의 수장은 완전한 주인공으로 거듭났다.
그럼에도 역시 아직 많은 캐릭터들이 남아있었다. 특히, '불타는 성전'에서 얼라이언스로 합류한 드레나이들은 그 역사에도 불구하고 스토리의 주류로 나설 기회가 없었다. 수도 위치도 칼림도어의 최북단 구석인 것도 서러운데 말이다.
하지만 이제 기회가 왔다. '드레노어의 전쟁군주'에서는 벨렌, 마라아드, 이렐 등 다양한 드레나이 영웅들이 주인공으로 나서 스토리를 이끌어나갈 예정이다. 특히나 마라아드는 확장팩 출시 전 스토리 영상을 통해 그 매력을 뿜어내면서 유저들의 관심을 모으고 있다.
과연 이들이 그동안 계속됐던 드레나이 안습전설의 종지부를 찍을 수 있을지 기대 반 우려 반의 상황이다. 물론, 종족 추가 이후로 제대로 된 수도도 없이 비중도 없이 각 진영의 이방인 신세인 늑대인간과 고블린 보다는 낫겠지만 말이다.
■ 떠나요 드레노어로!
'드레노어의 전쟁군주'는 또 하나의 대격변을 예고했다. 사실, 드러난 변경점만 해도 '대격변' 이상으로 게임의 기반을 바꾸어놓는 확장팩이자 패치가 될 예정이다. '대격변'이 WoW 부진의 시작이었다는 것을 고려할 때, 이번 '드레노어의 전쟁군주'가 얼마나 중요한 확장팩인지 짐작할 수 있을 것이다.
'드레노어의 전쟁군주'를 기다리는 유저의 시선은 대체로 온정적이다. 초창기 '드레노어의 전쟁군주'가 최초 공개됐을 때 이미 모두 죽어버린 과거의 호드 전쟁영웅들이 어떻게 돌아오는가 하는 궁금증도 있었지만 대체로 반응은 '판다리아의 안개'에 비할 수 없을만큼 폭발적이었다.
'판다리아의 안개' 자체의 스토리텔링이 나빴던 것은 아니었지만, 유저들은 역시 '워크래프트' 세계관을 그대로 상징하는 정통 스토리를 원했다. 그렇기에 '드레노어의 전쟁군주'는 '워크래프트1'과 '워크래프트2'의 주인공들로 자리를 채웠고, 우선 유저들의 기대를 끌어올리는데에는 성공한 상황이다.
WoW의 스토리텔링은, '대격변'을 기점으로 변화해왔다. 그 이유는 유저들에게 가장 친숙하고 조직적으로 짜여있는 설정과 스토리 구조를 '리치왕의 분노' 시점에서 모두 소모했기 때문이었다. 일리단, 아서스 같은 트레일러와 타이틀을 차지한 캐릭터가 확장팩의 마지막 자리를 차지하고, 거기에 이르기까지도 중간 중간 유저를 이끌 스토리와 캐릭터들이 넘쳐났다.
'불타는 성전'에서 일리단 이전까지도 충분히 풍족했던 레이드 콘텐츠는 이미 '워크래프트' 시리즈를 거쳐온 유저들에겐 너무나 익숙한 것들이었다. 오히려 최종보스로서의 일리단의 위상이 내려갈 만큼, 켈타스, 바쉬 등 모두 유저들이 대부분 익히 알고 있는, 어째서 그들이 등장해야 하는지, 왜 그들을 물리쳐야하는지 납득가능한 캐릭터들이었다.
하물며 세계관 최대의 적이 등장했던 '리치왕의 분노'는 어떨까. 문제는, WoW의 절정기라고 할 수 있는 '리치왕의 분노'는, '워크래프트' 시리즈에서 그 이후에 활용할 모든 것들을 끌어모아 이룬, 즉 '미래를 팔아 현재를 산' 격인 확장팩이었단 사실이다.
이것은 대성공이자 WoW의 개발자들이 맞이한 첫번째 시련이라고 볼 수 있었다. 과거의 성공이 오히려 발목을 잡을 위기에 몰린 것이다. 결과적으로, 그들은 이 시련을 훌륭하게 극복해내는데에 실패했다. 위기에 대비해 큰 변화를 몰고 온 '대격변' 확장팩은 오히려 잘못된 변화로 독이 되고 말았다.
이후 '판다리아의 안개' 역시, 전반적으로 높은 완성도와는 달리 많은 유저들이 '어딘가 급조된' 느낌을 지워버리기 힘들었다. WoW의 핵심 중 하나인 스토리에서 번외편 같은 느낌을 주었기 때문이다. 하지만, 이런 소재에 대한 호불호를 제외하면 '판다리아의 안개'의 스토리텔링은 중반 이후 탄탄하게 진행되어 다시금 어느정도 명예를 회복했다.
이제 WoW는 다시 스토리텔링의 방법을 찾았고, 더불어 가장 큰 열광을 이끌어낼 수 있는 소재를 골라냈다. 남은 과제는 과정이다. 10년이라는 게임의 역사가 도움이 될지 화근이 될지는 앞으로의 과정에 달렸다.
11월 20일, 떠날 때가 됐다. 휴가를 내고 멀리멀리 여행을 갈 수는 없겠지만, 다름 아닌 시간여행을 떠날 때인 것이다. 강철 호드 올스타, 오크 익스펜더블을 우리 손으로 퇴역시킬 수 있는 기회, 놓칠 수 없지 않은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