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취재] '위기의 계절', 액토즈소프트 배성곤 부사장이 말하는 MMORPG '미래 전략'

게임뉴스 | 정재훈 기자 | 댓글: 58개 |



바야흐로 위기의 계절이다.

2010년대 중반에 이르러, 게임시장은 크게 요동치고 있다. 영원한 성장세를 기록할 것이라고 믿었던 시장 규모는 2014년에 이르러 0.3% 감소된 결과를 보였다. 0.3%. 미미하지만 그 숫자가 작다고 안심할 것이 아니다. 꾸준히 10% 이상의 성장세를 기록하던 시장이, 전진을 멈추고 한 걸음 물러섰다는 점에서 온 파장과 충격은 컸다.

'게임산업의 생존과 진화'라는 이름으로 열린 컨퍼런스에서 만난 액토즈소프트의 배성곤 부사장의 표정은 썩 좋지 않았다. 최근 지스타2014를 통해 파이널판타지14의 퍼블리싱에 강한 자신감을 드러냈던 액토즈였기에 웃음기 만연한 표정을 기대했지만, 생각외로 담담하면서도 건조한 얼굴이었다.

꼭 발표나 강연이 있는 날이면 목감기에 걸린다면서 따뜻한 차를 가지고 강단에 선 배성곤 부사장. 웃음기 빠진 그의 얼굴이 굳이 건조한 날의 갈라지는 목 때문만이라고는 생각치 않았다. 어쩌면 앞으로 논할 조금은 무거울 수 있는 주제 때문일지도 모른다고 생각했다.



▲ 액토즈 소프트 배성곤 부사장



■ 무엇 때문인가? - MMORPG 시장이 기울고 있는 이유


MMORPG 시장은 급격히 기울어지고 있다. 이는 게임시장 전체에 대한 내용이 아닌, MMORPG에 국한된 이야기이긴 하지만, 2012년 이후, 2년간 시장의 규모는 20% 축소되었다. 최근 빅마켓을 이루고 있는 모바일 게임 시장은 무려 세 배의 크기로 성장한데 반해 온라인 MMORPG 이용자는 점점 줄어들었다.



▲ MMORPG 시장은 실제로 위기에 처해 있다.

원인은 다양하다. 아니, MMORPG 시장의 축소는 딱히 '이것 때문이다' 라고 할 수 없을 정도로 복합적인 사안들이 작용하면서 빚어진 결과라 보아도 무방하다. 가장 먼저 배성곤 부사장이 거론한 것은 국내에서 개발, 서비스하는 온라인 MMORPG게임의 수가 굉장히 줄어들었다는 점이다. 2년전, 2012년에 비하면 무려 59% 감소된 수치. 어쩔 수 없다. 개발비용은 점점 높아져가는데, 투자대비 수익률은 모바일 게임에 비해 훨씬 밀리니 소극적인 접근만이 이어질 수 밖에 없다.

다른 하나는 엄청나게 많은 수의 중국발 온라인 MMORPG의 상륙이다. 물론 그 중에는 뛰어난 작품들도 있지만, 대다수는 뒤떨어지는 게임성과 퀄리티를 보여주었다. 이로 인해 유저들의 인식이 바뀌었다. '이제 MMORPG 게임도 별로 나아지지 않는구나.'라는 식으로 변화해버린 것이다. 물론 스마트한 게이머들은 가릴 수 있지만, 대다수의 게이머들은 게임이 어느 나라에서 개발되었는지 크게 신경쓰지 않는다는 점. 그것이 MMORPG 시장의 축소에 또 한 몫을 더했다.

그 외에도 RTS, 스포츠 장르가 주력으로 떠오르면서 주력 장르 경쟁에서 밀려난 것도 한 가지 요소로 작용한다. 물론 게임시장 전체를 관통하는 거시적 관점에서 보자면 이는 부정적인 현상으로만 볼 수는 없는 일이지만, 적어도 MMORPG라는 장르에게는 치명타로 작용했다. 덤으로 손인춘법, 게임중독법, 셧다운제 등 법적 규제까지 더해지면서 MMORPG는 이제 벼랑 끝에 몰린 형상이 되고 말았다.



▲ 모바일 시장으로의 유저 이탈 역시 MMORPG에는 치명타

배성곤 부사장의 강연 초반은 이렇듯 현상에 대한 직선적 나열의 연속이었다. '무엇으로 인해 MMORPG 시장이 축소되었는가.' 사실 다 아는 이야기다. 게임업계에서 밥을 먹고 있는 만큼, 시장의 흐름과 동태는 굳이 알려고 하지 않아도 다 눈과 귀를 통해 들어오기 마련이다. 매우 디테일한 사례들까지는 아닐지라도, 큰 흐름을 보는 것은 어려운 일이 아니다.

하지만 다른 이의 말을 통해 직접 듣다 보니 조금은 괴롭다. 언제까지나 MMORPG가 대세를 이루리라곤 생각하지 않았다. 게임 시장의 흐름은 언제나 급격하고 빠르다. 떠오르는 것도 빠르고, 지는 것도 빠르며, 유행의 변화 역시 길어야 몇년일 정도로 불안정하다. 하지만 게이머라는 입장에서 볼 때 현 상황이 전혀 아무렇지 않은 것은 아니었다. 어디까지나 나 역시 MMORPG를 즐겨온 게이머이고, 앞으로 더 좋은 MMORPG를 바라는 입장 아니던가.



■ 디바이스의 다양화 - 두 가지 사례로 찾아보는 MMORPG의 앞길


이윽고 배성곤 부사장은 앞으로 가야할 길에 대해 논하기 시작했다. 사실 업계에서 오랫동안 잔뼈가 굵은 그라 할지라도, 지금의 상황을 타개할 확실한 답은 내릴 수 없을 터였다. 그는 어디까지나 최선을 말하고 있었다. 점점 '옛날 게임'으로 취급받아가는 MMORPG가 가야 할 최선의 길을 말이다.

그는 두 가지 방법에서 해답을 얻어내려 했다. 한 가지는 게임과 같은 문화콘텐츠인 '영화'와 '음악'의 변화이다. 둘 모두 오래된 문화콘텐츠이지만, 변화하는 현실에 무리없이 적응해 살아남았다. 두 콘텐츠가 겪어온 변화의 공통점이라면, 디바이스가 끊임없이 변화했다는 것이다. 과거 굵은 LP판에 담기던 음악은 카세트 테이프로, CD로, 그리고 지금에 이르러선 컴퓨터 파일로 변모했다. 영화는 또 어떠한가? 필름에 담기던 영상은 비디오를 거쳐 CD, DVD에 담겼고, 지금은 다운로드 콘텐츠로서 우리 옆에 있다.



▲ 오랜 세월 변화에 적응해 온 두 문화 콘텐츠

다른 한 가지는 그간 MMORPG가 밟아온 길을 되살피면서 방법을 찾아내는 것이었다. '온고지신'이라는 말을 쓰면 적합할까 싶다. '바람의나라'로 그래픽 개혁을, '월드오브워크래프트'에서 방대한 콘텐츠를 만들어내며 MMORPG는 끊임없이 발전해왔다. 그리고 이번 지스타2014에서 '리니지 이터널'은 '디바이스의 다양화'라는 새로운 접근을 보여주었다. '리니지 이터널'이라는 게임의 평가가 아니다. 중요한 것은 또 하나의 차별화된 발전 방향을 생각해 냈다는 점이다.



▲ 과거의 사례도 훌륭한 해결책이 될 수 있다.

결국 이 두 가지 사례를 들며 배성곤 부사장이 역설하는 바는 '디바이스의 다양화'였다. 콘솔과 PC, 그리고 모바일. 비슷한 점이 많으면서도 사실 큰 공통점은 없는 디바이스다. 공통점이라면 게임을 즐길 수 있다는 점. 차이점이라면 입출력 방식의 차이 때문에 서로 할 수 있는 분야가 다르다는 점이다. 리니지 이터널의 경우 PC MMORPG를 모바일로 확장했다. 과거에도 모바일과 PC게임을 연동한 사례는 존재했다. 문제는 PC에서 즐길 수 있던 부분을 모바일로는 100% 소화해낼 수 없었다는 점일까?

액토즈소프트가 준비중인 파이널판타지14의 경우 온라인 게임이지만 콘솔과 PC를 연동해냈다. 두 플랫폼 모두 게이머들에게 불편함 없이 게임을 즐길 수 있는 기회를 제공한다.



■ 시장은 언제나 변화한다. - MMORPG여 변화하라




▲ 생각보다 어려운 점이 많은 '디바이스의 다양화'

물론 어려움은 존재한다. 모바일, 콘솔, PC는 모두 다른 환경에서 작용한다. 유선과 무선 간 네트워크의 차이를 극복해야 하고, 서로 다른 해상도, 크기의 화면에서도 무리없이 구동 가능한 환경을 만들어내야 한다. 기기 스펙이라는 태생적 한계도 이겨내야 할 점이다.

'쉽지 않은 일'이라는 점에는 누구나 동의할 것이다. 게다가 이 길이 확정적인 부흥의 길이라는 확신조차 없다. 하지만 게임시장은 언제나 '불가능할 것'이라는 일에 도전해왔고, 그 벽을 무너뜨리면서 성장해왔다. 어릴 적 큰 즐거움을 주었고, 수 많은 게이머들의 게임인생을 함께해온 MMORPG. 이제 잠에서 깨어 다시 한번 나아갈 때다.



▲ 언제는 쉬웠던가? 앞으로 나아가는 것은 항상 어렵다.

많은 이들이 말한다. '게임 장르의 흥망은 자연스러운 일이다'라고 말이다. 클래식 RPG는 사장되었고, 로그라이크와 플랫포머는 인디 게임란에서나 보인다.

하지만 배성곤 부사장의 강연은 사뭇 달랐다. 시장의 대세와 흐름에 휩쓸려 유행만을 좇지 않고, 다시 한 번 MMORPG의 전진을 생각했다는 점. 그것만으로도 이번 강연은 충분한 가치를 지니지 않았나 생각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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