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앱스리뷰] 마블길들이기? 색다른 액션 RPG의 가능성, '마블 퓨처파이트'

리뷰 | 강승진 기자 | 댓글: 40개 |
게임 유저들이 슈퍼 히어로에 환호하는 영화 팬을 시기 어린 눈으로 흘겨보아야만 했던 시기가 있었다. 아이언맨, 어벤져스, 배트맨 등 몇백만 관객은 거뜬히 찍으며 흥행을 이어나가는 영화와 달리, 슈퍼히어로를 다룬 게임은 그저 영화 홍보를 위한 5만 원짜리 광고판 취급을 받아왔으니 말이다. 뭐 적어도 일대 혁신을 일으킨 '배트맨 아캄 시리즈'가 등장하기 전까지는 그랬다.

'아캄 어사일럼'은 '다크 나이트'로 이어지는 역대 최고의 배트맨 프랜차이즈 영화가 개봉했음에도 영상화된 줄거리를 따르지 않았다. 그보다는 깊이 있는 이야기를 가진 원작 만화의 내용을 충실히 고증, 재해석했고 나름의 독자적인 스토리를 전개해나갔다. 마지막으로 독특한 게임성과 치밀한 전개를 얹어 '모던 워페어2', '폴아웃3' 등을 제치고 2009년 두 번째로 많은 GOTY를 수상, 명실공히 역대 급 게임 반열에 올랐다.

비평과 흥행, 모두 성공을 거둔 아캄 시리즈의 등장은 슈퍼 히어로 게임도 영화처럼 작품성만으로도 충분히 인정받을 수 있다는 인식을 심었다. 하지만 '원작에 기댔으니 이 정도면 만족'이라는 이원적 평가가 더는 통하지 않게 됐다. 뒤이어 등장할 게임들에 부담감도 한 아름 안겨줬음은 뻔한 이야기다. 여기에 오를 대로 오른 유저들의 눈높이도 맞춰야 하니 개발자로서는 급작스런 난이도 상향 패치 '크리'를 맞은 셈이다.



▲ 슈퍼 히어로 게임의 끝판 대장 겸 밸런스 상향 패치.

멀리 돌아왔지만, 마블 코믹스라는 세계적으로 잘 알려진 IP를 활용한 '마블 퓨처파이트'도 상향된 평가 기준에서 자유로울 수 없었다. 특히나 소프트 런칭 이후 1달여 후에야, 영화 '어벤져스:에이지 오브 울트론'의 개봉에 맞춰 글로벌 서비스를 시작했다. 단순히 영화 흥행에 기댄 불완전한 캐릭터 게임으로의 출시가 아니냐는 우려를 사기 충분한 행보였다.

'몬스터길들이기'로 잘 알려진 넷마블몬스터의 개발작이라는 점도 유저들의 눈총을 받는 이유다. 뛰어난 순수 개발력과는 별개로 시장 포화상태에 이른, 흔히 말해 '몬길류' 게임 난립에 대한 책임과 뭇매를 가장 앞장서서 맞아야 하는 위치에 있으니 당연한 이야기기도 하다.

그렇기에 '퓨처파이트' 출시 전 떠돌던 '마블 길들이기'라는 수식어는 칭찬이라기보다는 게임에 대한 일종의 우려와 힐난이었다. 고만고만한 게임에 유명 IP를 업고 소위 치고 빠지는 게임에 대한 걱정도 담겨 있었다.

다만, 시작부터 너무 격한 반응이 오간다고 미리 실망하지는 않길 바란다. 속되게 표현하자면 흔한 마블빠 중 하나가 소프트 런칭부터 즐긴 한 달. '마블 퓨처파이트'는 세간의 걱정과는 달리 국내 모바일에서는 보기 드문, 긴 호흡의 액션 RPG였다.





⊙개발사: 넷마블몬스터 ⊙장르: 액션 RPG ⊙플랫폼: iOS, And ⊙출시일: 2015년 4월 30일






정석과 판타지, 두 가지로 녹여낸 마블 세계관


'퓨처파이트'는 '마블'로서만도 50년 넘게 이어진 글로벌 IP를 효과적으로 살리기 위해 노력했고, 그 흔적은 게임 곳곳에서 확인할 수 있다. 마블 팬이라면 무릎탁이 자동 시전되는 콘텐츠 용어부터 기술명, 다양한 팀 효과 따위의 소소한 부분까지 꼼꼼히 챙긴, 전방위적 노력이다. 하지만 이런 세세한 설정을 굳이 언급하지 않더라도 마블 IP 구현에 가장 혁혁한 공을 세운 건 매력적인 슈퍼 히어로들이다.



▲ 골수 팬이 아니라면 이게 헬파이어 체인이든 프로즌 체인이든 뭔 상관이랴.

이제는 동네 코흘리개들도 이름을 줄줄 욀 정도로 친숙해진 캡틴 아메리카, 아이언맨, 토르 등 어벤져스 캐릭터부터 울트론, 로키 등 슈퍼 빌런까지 다양한 영웅이 게임에 얼굴을 비춘다. 여기에 블랙 팬서나 아이언 피스트와 파워맨 듀오 등 아직 영화로 제작되지 않아 국내 팬들에게 익숙하지 않은 영웅도 첫 인사를 건넸다.

나아가 '가디언즈 오브 갤럭시'의 영웅들부터 길게는 영화 개봉을 앞둔 '앤트맨'의 등장도 예고되어 있다. 기존 어벤져스 하나만으로는 갈증을 채울 수 없던 마블 골수 팬들까지 쌍수를 들고 환영할 만한 영웅들이 한가득 준비되어 있다 하겠다.



▲ 맨 앞줄에 자리 잡은 '가디언즈 오브 갤럭시'의 영웅들도 곧 만날 수 있다.

하나하나에 개성이 담뿍 담긴, 차고 넘치는 영웅들. 이들의 이야기를 하나로 묶어내기 위해 이야기 전개에도 공을 들였다. 그렇게 선택한 스토리 전개는 다른 시공간과 차원이다. 이미 멸망한 다른 차원의 쉴드 국장 닉 퓨리로부터 건네받은 미래 종말의 메시지. 그리고 이를 예언 삼아 영웅을 소집하고 지구를 지킨다는 다소 뻔한 스토리 전개.

하지만 다양한 영웅들이 하나로 모이는 타당한 이유로는 더할 나위 없이 적합한 설정이다. 영웅이 적으로 등장하고 빌런이 아군으로 등장하는 이유를 '이게 다 다른 차원 때문이다!'라는 한마디로 설명할 수 있게 되니 이 얼마나 편리한가!

물론 하나의 거대한 플롯에 따라 치밀하게 전개되는 스토리의 부재는 아쉽다. 하지만 단지 한자리에 옹골지게 모아두기만 해도 매력이 터질 정도로 개성 넘치는 영웅들이기에 팬으로서 감수하고 플레이하게 된다는 점도 부인할 수 없다. 여기에 '인크레더블 헐크'의 작가로도 잘 알려진 '피터 데이비드'의 검수를 바탕으로 이야기의 흐름은 틀이 잡힌 굵직한 스토리에 곁가지가 뻗어 나간, 난잡할 것 없이 가지런히 정돈된 모습을 보인다.

굵은 스토리는 정석적이지만, '다른 차원이니 어디 한 번 마음껏 비틀어도 되겠거니' 하며 진행되는 설정 파괴는 원작을 기억하는 팬들에게는 색다른 재미를 준다. 여신 '인챈트리스'에 빠져 아스가르드를 때려 부수는 '토르'라던지 집세 걱정에 범죄를 저지르는 '스파이더맨' 등 가볍게 지나갈 수 있는 이야기에 파고들 요소를 부여한 것이다. '이번엔 어떤 영웅이 충격적인 모습으로 등장할까?' 생각하며 게임을 계속 플레이하는 이유도 여기에 있다.



▲ 악당인데 연민이 느껴져! 이게 아닌데!

이처럼 가벼우면서도 잘 정돈된 이야기는 원작 팬은 물론, 마블 코믹스에 대한 지식이 깊지 않은 유저마저도 영웅 하나하나의 이야기에 자연스레 빠져들고 감정을 이입하게 한다. 유저 스스로 낯설 수도 있는 마블 세계관에 자연스레 녹아들게 하는 것이다.




마블 코믹스의 마블에서 퓨처파이트의 마블로


잘 짜인 이야기가 마블 영웅을 게임 속에 녹여내는 역할을 했다면, 훌륭한 3D 그래픽은 마블 영웅을 '퓨처파이트'의 영웅으로 재탄생시키는 역할을 했다.

'퓨처파이트'의 영웅은 3D임에도 2D일러스트와 위화감이라고는 찾아볼 수 없는 자연스러움을 자랑한다. 여기에 별도의 블러 효과 없이도 흔히 말하는 계단 현상 없이 매끈한 선을 보여준다. 단순 비교를 하더라도, 일말의 과장없이 PC로 서비스 중인 액션 RPG '마블 히어로즈'와 견주어 딱히 꿀릴 부분이 없을 정도다.

하지만 '퓨처파이트'의 진짜 장점은 이런 그래픽과 자연스러움을 무기로 영웅 하나하나의 특징을 오롯이 살려냈다는 점이다. 보기만 해도 인상이 짜부라지는 그린 고블린의 거친 피부, 항상 뒷짐 진 채 거만을 뿌리고 다니는 나치스 출신 레드스컬의 모습은 이러한 캐릭터의 특징을 잘 보여준다. 특히나 고스트 라이더의 활활 타오르는 해골 머리는 2D로는 표현할 수 없는, 만화 이상의 리얼함을 자랑한다.



▲ 누가 저 머리에 붙은 불 좀 꺼달라고!

뛰어난 효과를 바탕으로 한 영웅들의 개성은 전투에서 더욱 두각을 드러낸다. 간단히 캡틴 아메리카가 적에 둘러싸였을 때를 떠올려보자. 방패로 일선의 적을 밀치고 원거리의 적들 사이를 부메랑처럼 던져 요리조리 튕기다 다시 손목에 착 감기는 캡틴의 비브라늄 방패. 이게 떠오른다면, 생각하는 모습 그대로를 '퓨처파이트'에서 만날 수 있다. 여타 매체를 통해 선보인 모션이나 특징을 잘 베껴냈기에 가능한 일이다.

이야기를 이어보자면, 매끈하게 빠진 캐릭터 디자인과 달리 전투 자체는 선이 굵고 묵직하게 진행된다. 거친 타격음이나 팡팡 터져 나오는 이펙트, 그리고 적당한 경직과 넉 백 효과 등 물리적 타격감도 고스란히 전달하고 있다. 이러한 그래픽과 타격감 덕에 컨트롤을 포기하고 자동 모드로 전환, 화면을 확대해 마블 영웅들의 전투를 살펴보는 것 자체로도 즐거움을 전달한다.



▲ 들고 있는 건 권총인데 손맛은 20mm 벌컨 못지않다.

물론 이런 뛰어난 그래픽 효과를 누리기 위해서는 어느 정도 기기 성능이 뒷받침되어야 한다. 3년 전 모델인 아이폰5급 스마트폰도 지원하지만 불과 몇 분 안에 여름이 다가오는 게 아쉬울 정도로 뜨끈뜨끈한 손 난로가 되는 스마트폰을 보노라면 게임이 얼마나 높은 사양을 요구하는지 가늠할 수 있다.




마블이기에 가능한 기본기, 그리고 비틀기


'퓨처파이트'는 간단한 터치와 스킬 사용이라는 모바일 RPG의 기본 명제를 착실히 따르고 있다. 여기에 3명의 캐릭터가 한 팀을 이뤄 태그 형식으로 플레이하는 형태도 특출날 것이 없어 보인다. 캐릭터들은 약간은 답답할 정도로 점잖아, 시원스레 진행되는 맛이 부족해 보이기도 하다. 최근 모바일 액션 RPG에서 흔한 2배속이나 빠릿빠릿 전투와는 거리가 있는 셈.



▲ 개성 넘치는 영웅 중 오직 셋만 선택할 수 있다.

그러나 스킬 대기 시간을 크게 줄이고 그 위력은 높여 졸개 처리에는 크게 신경 쓰지 않도록 했다. 슈퍼 히어로들이 슈퍼 빌런을 지키는 조무래기들에 지지는 않을 테니 말이다. 결국, 연발로 나가는 강력한 스킬과 픽픽 쓰러져 나가는 적들, 여기에 상기한 훌륭한 타격감이 더해지며 약간은 느릿하고 둔탁한 느낌이 드는 전투의 아쉬움을 상쇄했다.

물론 마블캐릭터에 대한 애정이 있다면, 그러한 둔탁함 움직임마저 매력적으로 보일 테지만.

모바일 RPG의 기본소양이 된 자동 전투 시스템은 별다른 소모 재화 없이 지원한다. 하지만 최소 한 번은 최고 등급으로 게임을 클리어해야 자동 전투로 해당 스테이지를 플레이할 수 있다. 그 덕에 유저는 자동전투를 해금하기 위해서라도 첫 클리어만큼은 온갖 노력을 다해, 별 세 개를 노리는 플레이를 해야 한다.



▲ 앵그리 버드, 킹덤 러쉬로 단련된 3별 집착증이 빛을 발할 때가 왔다.

이처럼 유저의 직접 조작이 필수이다 보니 터치와 가상 패드, 두 가지 조작을 모두 지원해 유저 성향에 따라 선택할 수 있게 했다. '나는 가상 패드가 없으면 게임을 못해'라고 할 유저들도 환영할 요소다. 양손 파지법을 사용할 수 없는 지하철 등지에서는 터치 조작으로 변경해 피로도를 줄일 수 있다는 장점도 있다.

이런저런 방법으로 별 세 개를 달성하고 얻어낸 자동 전투는 썩 괜찮은 효율을 보인다. 사실 보스며 졸개며 가리지 않고 스킬 재사용 대기 시간이 끝나면 팡팡 써대는 것은 여타 게임과 큰 차이가 없다. 그러나 강력한 위력의 스킬은 쿨이 짧으니 AI에 맡겨놔도 시원스레 진행된다. 물론, 자동진행 중에도 스킬이나 태그 등의 조작을 지원해 큰 부담 없이 보스전을 클리어할 수도 있다.



▲ 자동 전투만으로도 별다른 체력 소모 없이 보스전에 도달한다.

'퓨처파이트'의 전투는 스테이지 클리어를 위한 하나의 과정일 뿐이다. 하지만 단순히 신화나 전설 같은 상상 속 영웅이 아니라, 언제고 봐왔던 만화, 영화 속 영웅의 전투를 지켜본다는 점에서 보는 맛 자체를 끌어올렸다.




낮은 허들, 그 뒤에 놓인 높은 벽, 슈퍼히어로급 인내심이 필요하다


앞서 수차례 언급했듯 '퓨처파이트'는 만화나 영화 속에서 튀어나온 듯 원작과 꼭 빼닮은 외형과 캐릭터 고유의 특징을 잘 살린, 하나의 IP 게임을 추구한다. 그 결과 유저의 궁극적인 목적은 이처럼 매력적인 영웅을 '호출'하고 더 강하게 만드는 콘텐츠인 '진급'에 귀결된다.

다만, '퓨처파이트'의 핵심인 영웅을 모으는 방법이 그리 쉽지 않다.

영웅의 호출은 단순히 뽑기를 통해서 이루어지기도 하지만, 거의 모든 영웅을 게임 플레이를 통해 얻는 생체 데이터로 '만들 수 있도록' 했다. 획득하는 영웅은 무조건 가장 낮은 단계로 등장하고, 조각으로 영웅을 만들어 강화하는 '도탑전기', 혹은 '탑오브탱커'의 방식을 채택한 셈이다.

여기서 긴 호흡을 한 게임 템포가 드러난다. 생체 데이터를 얻을 수 있는 정예 던전, 하루 3번의 입장 제한, 그리고 무조건 획득한다고 장담할 수 없는 영웅 조각, 한 번의 진급에 적게는 20개에서 많게는 100개까지 소모되는 생체 데이터. 별도의 충전 없이 진행한다면 적게는 한 달에서 길게는 수개월이 걸려야 한 캐릭터의 성장을 마칠 수 있다.



▲ '★5 매혹의 위도우', '★6 암흑의 위도우' 따위는 아니다. 수집한 아이템을 사용해 단계를 밟는 식.

진급 외에도 고유 장비의 강화 재료, 'ISO-8'이라는 장착 아이템의 수집, 진급에 필요한 생체 데이터 수집 등 각자 다른 장소, 다른 방법으로 얻어야 하는 아이템들이 떼로 존재한다.

이 모든 것을 신경 쓰려면 모이는 스태미너를 꼬박꼬박 사용해도 모자랄 정도다. 결국, 유저에게는 '현재 한정된 에너지를 하루라는 제한된 시간 안에 어떻게 사용할 것인가?'라는 전략적인 판단이 필요하게 된다. 이러한 선택은 유저들에게 어떤 콘텐츠를 어떻게 즐길 것인지에 대한 질문이기도 하다.

콕 찍어 말하자면, 강력한 적을 여러 명의 영웅으로 상대할 수 있는 '빌런시즈'를 위해서는 여러 히어로를 골고루 키우는 분산 투자가 필요하다. 이 경우 강력한 영웅 셋이 필요한 정예 임무 클리어는 더 늦어지게 돼 생체 데이터를 수급이 어려워진다. 즉, 유저는 별다른 투자 없이도 무한정으로 강해질 수 있지만, 선택과 집중이라는 갈림길에 서고 성장에 들여야 하는 시간도 비례해 함께 늘어나는 것이다.



▲ 한 번 사용한 영웅은 다음날까지 사용할 수 없는 빌런 시즈. 여러 영웅을 키워둔 유저가 유리하다.

거기에 웬만한 콘텐츠는 40분 정도 기다려야 한 판 즐길 에너지를 얻을 수 있으며, '차원의 틈'의 상위 콘텐츠는 가득 모은 에너지로도 2번 정도를 겨우 플레이할 수 있을 뿐이다. 결국, 유저는 기나긴 기다림, 그리고 더딘 성장이라는 벽에 맞닥뜨린다. 그리고 이를 뛰어넘는 데 필요한 건 생체 데이터, 혹은 재료를 더 많이 모으기 위한 무한 반복이다.

이 시기에 유저는 선택을 강요받게 된다. 너무나 빨리 찾아온 벽에 좌절하고 포기하든지. 그 벽을 빠르게 넘기 위해 기꺼이 지갑을 열어젖히든지. 아니면 지금까지 익숙했던 거친 숨을 고르고 여유로울 수밖에 없는 게임에 적응하든지.



▲ 에너지는 5분에 1씩 차니까 65분에 한 번 플레이할 수 있다.

다만, 답답함을 해결하기 위해 선택하는 과금은 게임에서 그리 현명한 대안이 되지 않는다. 왜냐하면, 어떤 아이템이, 얼마나 나올지 충분히 공지되지 않은 상황에서 게임 재화(수정)를 사용하기 선뜻 망설여지기 때문이다. 그렇다고 과감하게 사들인 아이템에서 영웅이 나올 확률이 높은 것도 아니다. 한 번 획득한 영웅은 생체 데이터, 그러니까 극소량의 영웅 강화 재료만 얻을 수 있으니, 영웅의 진급에는 그만큼 긴 시간, 많은 투자가 필요한 것이다.

물론 사들인 수정의 양에 따라 주어지는 VIP 혜택은 달콤하다. 하지만 강력한 혜택을 자랑하는 VIP를 노리기에는 달성 요구액이 너무 크기에 결제버튼에 손이 가질 않는다. 전투에 직접 도움이 되는 '태그 시 체력회복'은 10만 원가량, '자동 전투' 지원은 약 200만 원가량을 사용해야 겨우 이용할 수 있을 정도로.

중국發 VIP는 한 수 접고 들어갈 비용과 가슴에 딱히 와 닿지 않는 쩨쩨한 유료 아이템 보상은 어지간한 과금력으로는 다른 유저에 앞서 갈 수 없음을 의미한다.



▲ 강력하지만, 왠만한 지갑 전사는 쳐다보기조차 어려운 VIP 시스템.





마블이 가진 장점, 그리고 명확한 한계


영화와 애니메이션을 통해 전 세계로 뻗어 나가고 있는 마블이라는 IP가 가지는 파괴력. 이점은 더 말할 필요 없이 '퓨처파이트'의 큰 특징이다. 넷마블몬스터는 담백한 스토리와 개성 넘치는 표현으로 이러한 개성을 더욱 치밀하고 날카롭게 벼려냈다. 그 결과 그것만으로도 무기가 되는, 다른 모바일 게임이 가질 수 없는 유일한 특장점으로 만들어냈다.

이러한 장점은 대중에게도 확실히 전달됐다. 마블이란 IP만으로도 힘을 가지는 서비스 초반, 국내는 물론 북미 다운로드 순위 1위에 매출도 10위권에 진입하며 꾸준히 상승하고 있음이 이를 증명한다.



▲ 원작 이상으로 쓸데없이 잘 살린 M.O.D.O.K

하지만 '퓨처파이트'의 뚜렷한 장점은 명확한 한계도 품고 있다. '수가 제한된 마블 영웅이라는 자원을 어떻게 소비시키느냐. 그리고 어떻게 콘텐츠 소모를 늦춰 더 오래 즐기게 하느냐.' 이에 대해 개발진이 꺼낸 답은 유저에게 느긋함을 강제하는 것이었다.

쉼 없이 콘텐츠가 소비되는 모바일 게임들 속에서 느긋함이란 독특한 개성이다. 왜냐하면, 적당히 가다듬으면 기존 게임에서 보기 어려운 장점이 될 가능성도 분명하기 때문이다. 여기에 노력대비 돌아오는 보상의 윤곽이 뚜렷한 '퓨처파이트'의 특성상 꾸준히 플레이하는 사람이 더 착실하게 팀을 성장시키는 구조로 바뀔 수 여지도 있다.

너무 빠르지도, 그렇다고 너무 느리지도 않은 적당한 여유로움. 이를 통해 순식간에 모든 콘텐츠를 즐기고 게임에 대한 흥미를 잃는 대신, 언제고 즐겨도 조금씩 성장하는 맛을 느낄 수 있었을 것이다.

물론, 지금까지의 공개된 '퓨처파이트'는 그 부분에서 만족할 성과를 내지 못했다.



▲ 부족한 영웅의 폭을 보노라면 엑스맨 캐릭터의 부재가 더 크게 다가온다.

일반 유저는 물론 과금 유저까지 강제 받는 과도한 여유. 그렇기에 '퓨처파이트'의 진행은 유저에게 과도한 스트레스로 다가온다. 열심히 플레이하면 앞서 갈 수 있을 것 같은데 그 속도가 너무 느려 마땅히 성과가 보이지 않고, 돈을 투자해도 딱히 티가 나지 않으니 말이다. 결국, 유저는 모바일 게임에서 가장 중요한 동기인 성취감을 채 얻기도 전에 포기라는 선택지 받게 된다.

이처럼 게임을 관통하는 '여유'라는 코드는 하루 성장량을 채우면 딱히 나아갈 수 없는 진도로 표현됐고 이는 커다란 단점으로 자리 잡은 채 계속되고 있다.



▲ 하루에도 수십 번 내 인내력을 테스트 당하곤 한다.





긴 호흡으로 즐기는 액션 RPG, 그 가능성을 엿보다


단언컨대 우리나라 모바일 게임의 수명은 짧다. 즐길 거리를 잔뜩 마련해 놓아도 금세 끝내버리고, 엔드 콘텐츠를 달라 손내미는 하드코어 플레이어가 태반이니 어쩔 수 없다. 결국, 개발사는 게임의 생명을 늘리기 위해 제작 의도 이상의 무언가를 억지로 추가해야 하는 숙명을 맞이한다.

하지만 '퓨처파이트'의 느긋함은 이러한 흐름과는 정 반대에 있다. 과도한 추가 요소 없이도 깔끔하게 맞아떨어지는 콘텐츠를 자랑하기에 또 참신했다. 하지만 유저들의 구미를 끌 만큼의 적당한 긴장감도 놓쳐버렸다. 그래서 에너지 회복 속도를 절반으로 줄이고 과도한 가격의 유료 아이템 가격도 덜어내는 변화는 기쁘다. 적어도 뭐가 문제인지 인지하고 있다는 게 명확하니 말이다.

바라건대, 이러한 변화가 계속되길 바란다. 그리고 기존에 실패했던, 느긋함과 긴장감 사이의 아스라한 줄타기에 성공하길 바란다. 그게 제멋대로인 전개 없이도 언제고 즐길 수 있는 게임이 되는 방안일 테니까. 그리고 양산형 게임으로 자리 잡은 모바일 액션 RPG로도 전혀 다른 색이 날 수 있음을 증명할 테니까.



▲ 이런 숨 막히는 뒤태만큼이나 매력적인 게임이 되길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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