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3 2015] FTL+심즈+엑스컴? '폴아웃 쉘터'를 직접 체험 해봤습니다.

리뷰 | 이현수 기자 | 댓글: 34개 |



11월 10일, 볼트(Vault) 111을 만나기에 앞서 나만의 볼트를 만들 기회가 찾아왔습니다. 오늘 베데스다가 E3에서 처음으로 진행한 컨퍼런스에서 모습을 드러낸 '폴아웃 쉘터' 덕분이지요. 컨퍼런스 종료와 함께 앱스토어에 올라온 따끈따끈한 '폴아웃 쉘터'는 어떤 게임일까요?

폴아웃 세계관의 근간인 볼트는 핵전쟁과 전염병을 막기 위한 방공호입니다. 포스트아포칼립스를 그리고 있는 폴아웃에서는 일종의 생활 공동체라고 생각하면 쉽습니다. 이곳에서는 지도자를 볼트 오버시어, 거주민을 볼트 드웰러(Dweller)라고 부릅니다.

플레이어는 볼트의 지도자 오버시어가 되어 전기를 생산하고, 음식과 물을 드웰러에게 제공해야 합니다. 기본적인 욕구가 충족되면 연구실, 약국, 방송국, 무기고, 교실, 정원 등등 각종 편의시설을 드웰러의 행복을 위해 건설해야 합니다. 100명의 드웰러를 수용하게 되면 대망의 누카콜라를 제조할 수 있습니다.



▲ 누카-콜라!

거주민들은 오버시어의 관리 아래 지상과 마찬가지로 운동하고, 아이를 낳는 등 일상적인 생활을 영위합니다. 사람이 사는 곳인지라 의견 충돌 때문에 서로 싸우기도 하고요. 또, 볼트 밖의 여러 물건을 획득하기 위해 탐험을 나가기도 합니다. 우리가 밖으로 나가듯 레이더들이 볼트로 침공하기도 하죠.

사실 컨퍼런스에서 공개된 영상을 볼 때는 미니게임 정도로만 생각했습니다. 그런데 직접 플레이해보니 상당히 오묘한 맛이 있습니다. 'FTL'과 '심즈' 그리고 '엑스컴'의 건설 모드를 적당히 섞어놓은 느낌이라고 할까요?

게임의 기본적인 목표는 거주민들의 행복과 볼트의 번영입니다. 덕분에 '폴아웃' 정통 시리즈에 등장하는 볼트 내 제노포비아와 같은 철학적 메시지는 없지만, 그 나름대로 아기자기하게 볼트를 풀어냈습니다.

기본적으로 엑스컴의 건설모드처럼 공터에 식당, 연구실, 발전실 같은 시설을 건설하고 드웰러들의 능력치에 맞게 배치하는 것에서 시작합니다. 드웰러들은 시설에서 자원을 생산합니다. 시설과 맞는 능력치를 가진 드웰러를 배치할 경우 자원 회수 시간이 줄어들기 때문에 인재를 적재적소에 배치하는 것이 매우 중요합니다. 우리는 관리자 오버시어니까요.

일하면서 얻은 경험치가 쌓이면 레벨업을 하고 레벨업을 하면 생산 자원량이 더 많아지는 구조입니다. 자원 생산은 통상 일정 시간이 지나면 자동으로 이루어지지만, 생산 시간을 무시하고 즉시 자원을 회수할 수 있는 '러쉬 모드'가 준비되어 있습니다. '러쉬 모드'는 자원 회수 시간을 줄여주지만, 실패 확률이 있어 실패 시 불이 나거나 방사능 바퀴벌레가 출현하게 합니다. 엑스컴과 마찬가지로 같은 건물을 인접해서 건설하면 건물의 규모가 커지기도 하고요.



▲ 한 눈에 드웰러들을 관리할 수 있습니다.

'폴아웃 쉘터'는 지금껏 게임들이 추구해온 쾌락성과 일상의 탈출을 배반하고 철저하게 일상을 재현합니다. 규칙적인 생활과 끊임없는 업무 등이 그대로 게임 내에서 표현되고 있죠. 밥을 먹기 위해서는 식당을 건설해야 하고 아이를 가지기 위해서는 침실이 필요합니다. 특별히 게임에서만 경험할 수 있는 요소는 레이더들의 공격정도 뿐입니다.

볼트의 규모를 키워가는 과정에서 반드시 달성 해야 할 목표는 없습니다. 보상을 주는 목표 있기는 한데 굳이 미션을 바라보고 게임을 플레이할 필요는 없습니다. 목적성 대신에 드웰러들이 하는 말을 보면서 상상하는 거죠. "아 이 친구는 무슨 생각을 하는구나." 등을 혼자서 상상하며 그들이 필요한 시설을 건설하는 겁니다.

명확한 목적 없는 게임은 역설적으로 플레이어의 욕구로 인해 영속적인 목적을 부여합니다. 플레이어는 자신의 액정에 가상의 이야기를 불어넣으며 자아를 적극적으로 개입시키기 때문이죠.




사실 볼트는 단순한 피난 외에도 핵전쟁 후 모든 혼란이 진정되고 볼트가 열렸을 때 망가진 세계에 적응할 수 있는 인류를 만들어내기 위한 목적으로 건설됐습니다. 일종의 사회학적 실험의 결과물인 거죠. 볼트마다 다양한 환경을 제시하고 인간의 반응을 유도함으로써 종의 다양성과 향상을 위한 실험이었습니다. 볼트 오버시어도 실은 '볼트텍'의 실험 감독관이거든요. 그래서 '폴아웃' 정식 넘버링 시리즈에는 정신 나간(?) 볼트들이 등장하는 겁니다.

조금은 과다한 의미부여일지도 모르겠지만, 베데스다는 볼트 오버시어의 입장을 체험하게 함으로써 볼트 안의 흑막을 블랙 코미디로 풀어내려고 했는지 모르겠습니다. 인간 본연의 계급 의식이 배제된 2차원적인 욕구만이 존재하는 볼트를 운영함으로써 말이죠. 드웰러들은 욕구를 드러내긴 하지만 변수가 거의 없으므로 미래 예측이 쉽거든요.

또한, '폴아웃4 (볼트 111)'가 핵폭발 200년 후의 이야기를 다룬다는 점을 생각해 본다면 200년의 여백을 플레이어가 스스로 채워 넣을 기회를 제공한다고도 볼 수 있습니다.

무엇보다 11월 10일 전, '폴아웃' 세 글자를 플레이어들의 머릿속에서 끄집어내기 위해 '폴아웃 쉘터'를 출시했다면 베데스다는 충분히 소기의 목적을 달성했다고 봅니다. 일단, 저부터 '폴아웃: 뉴 베가스'의 볼트 3을 다시 보고 싶어졌으니까요. 이래저래 핍보이가 기다려지는 하루입니다.



▲ 볼트 690에 오신걸 환영합니다.



▲ 장비 교환도 가능하고요.



▲ 발전기가 꺼지면 출산율이 올라갑니다?



▲ 가장이 탐험을 나섭니다. 표정이 안 좋아보이는 것은 착각입니다.



▲ 황무지 탐험도 불사한 부성의 승리입니다.



▲ 방사능 바퀴벌레의 습격.



▲ 레이더의 공격에 제대로 준비하지 않았다면... 6월은 호국 보훈의 달입니다. 여러분.



▲ 미션을 달성하면 카드를 줍니다.



▲ 오버시어로써 당신의 성적표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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