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보] 그는 왜 만 년 동안 감옥에 갇히게 되었나? 이야기로 보는 일리단 일대기 1부

게임뉴스 | 이상원 기자 | 댓글: 106개 |


워크래프트3에 처음으로 등장하는 일리단은 검은 안대를 두른 채 악마의 형상을 하고 양손에 아지노스를 든 모습으로 잘 알려져 있습니다.

하지만 일리단이 왜 검은 안대를 두르고 있고 배신자로 불리는지는 게임상에서 알려주지 않습니다. 이는 블리자드의 공식 소설 '고대의 전쟁'에서 나오는 내용이기 때문입니다.

이러한 배경을 이해하기 위해서는 아제로스의 시간에서 약 1만 년 전, 불타는 군단이 아제로스 대륙에 처음 도착해서 고대의 전쟁을 벌인 시절로 되돌아가야 합니다.

전쟁의 원인과 일리단이 감옥에 갇히게 된 이유, 그리고 워크래프트3와 월드 오브 워크래프트(이하 와우)까지 일리단은 어떠한 행보를 보였을까요? 워크래프트의 역사와 차기 확장팩 군단에 대한 이야기를 일리단을 중심으로 정리해 보았습니다.








■ 영원의 샘의 마력을 남용해서 벌어진 고대의 전쟁

현재의 아제로스는 칼림도어와 동부왕국, 판다리아와 노스랜드로 나뉘어 있지만, 1만 년 전에는 단 하나의 거대한 대륙이었고 현재의 '혼돈의 소용돌이'가 있던 곳에는 마력과 자연력의 근원이었던 영원의 샘이 있었습니다.

영원의 샘은 끝없는 어둠 너머(Beyond the Great Dark)에서 아제로스로 마력을 공급하는 장치였는데, 영원의 샘의 방대한 마력 덕분에 아제로스의 생명체는 빠르게 발전할 수 있었죠.




▲ 비전 마력의 근원인 영원의 샘


먼 옛날에 영원의 샘 근처에 살던 지적 종족이 영원의 샘의 영향을 받아 진화하면서 나이트 엘프가 됩니다. 그들은 스스로 칼도레이(Kaldorei)라고 부르면서 영원의 샘에서 흘러나오는 마력으로 비전 마법을 사용합니다. 하지만 마법을 지나치게 남발한 나머지 불타는 군단에게 감지당하고 말죠.

불타는 군단의 수장인 살게라스는 영원의 샘의 마력을 얻기 위해 군단을 모아서 아제로스로 향합니다. 이미 비전 마법의 힘에 흠뻑 빠져버린 아즈샤라 여왕과 명가의 귀족들은 살게라스에게 굴복해서 그가 아제로스로 들어올 수 있도록 차원문을 열어주게 됩니다. 불타는 군단이 아제로스의 세계에 첫 번째로 발을 들이게 되는 '고대의 전쟁'이 발발하는 순간입니다.




▲ 고대의 전쟁을 벌인 불타는 군단 / 출처: Dan Scott Ar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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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대의 전쟁이 벌어지자 반신 세나리우스는 우르속, 아감마간 같은 다른 반신들과 알렉스트라자를 선두로 한 다섯 용군단과 함께 불타는 군단의 침략을 막기 위한 저항군을 결성합니다. 이때 일리단 스톰레이지와 그의 형인 말퓨리온 스톰레이지, 그리고 스톰레이지 형제의 사랑을 한몸에 받았던 달의 여사제 티란데 위스퍼윈드도 저항군에 가담하게 됩니다.

스톰레이지 형제인 일리단과 말퓨리온 모두 티란데를 사랑했지만, 둘의 성격에는 큰 차이가 있었습니다. 세나리우스를 만나 드루이드의 길을 걷게 된 말퓨리온이 현명하고 평온한 성품을 지녔다면, 비전 마법을 수련한 일리단은 활동적이고 열정적이었죠.

특히 일리단은 강력한 힘에 과도하게 집착하는 경향이 있었고 성미가 급하며 호승심이 강했습니다. 마법에 대한 재능이 있어 노즈도르무에 의해 과거로 보내진 로닌에게 마법을 배우게 됐지만, 마법을 수련할수록 마력 중독 현상이 심해지게 됩니다.

게다가 티란데에게 잘 보이고 싶어하는 마음이 지나쳐서 악마들과 전투를 벌이다 자신의 주문에 아군까지 휩쓸리게 해 인명 피해를 낸 적도 있었습니다. 그래서 저항군에서 잠시 높은 지위에 올라가기도 했던 일리단은 곧 좌천당하고 맙니다.

그런 이유 때문인지 티란데는 일리단보다 말퓨리온 쪽으로 마음이 향하게 됩니다. 이때부터 일리단과 말퓨리온의 사이는 조금씩 틀어지게 되는데, 마법 중독과 티란데와 말퓨리온에 대한 배신감 등이 작용한 끝에 일리단은 저항군을 배신하게 됩니다. 이때부터 일리단은 '배신자'로 불리게 되었죠.







▲ 스톰레이지 형제와 티란데 위스퍼윈드


일리단을 제외한 저항군은 불타는 군단을 상대로 용감하게 싸웠지만, 고대 신에 의해 타락한 검은용 넬타리온의 배신으로 다섯용군단 모두 전장에서 물러나게 됩니다. 넬타리온은 용의 영혼을 사용해서 악마와 용의 위상, 용군단 모두에게 심각한 피해를 주고 특히 말리고스의 푸른용군단은 거의 괴멸 상태까지 이르게 합니다.

악마의 영혼(Demon Soul)이라고도 불리는 용의 영혼은 넬타리온을 제외한 다른 위상들의 힘을 불어넣은 유물입니다. 불타는 군단의 침입을 대비하기 위해 만들어졌으며 그 자체로 마력의 원천일 뿐 아니라 힘을 불어넣은 위상을 제압할 수 있는 강력한 무기죠.

고대의 전쟁 이후에도 2차 대전쟁에서 알렉스트라자를 굴복시키기 위해 용아귀 부족이 사용했으며, 대격변에선 데스윙(넬타리온)을 물리치기 위한 도구로 임시 대지의 위상 자리에 오른 스랄이 사용하기도 합니다.




▲ 용의 영혼을 사용하는 넬타리온



▲ 용의 영혼은 데스윙(넬타리온)을 물리칠 때도 사용된다.


다시 일리단의 이야기로 되돌아가 보죠. 사실, 일리단과 그의 형 말퓨리온의 사이가 틀어진 건 티란데를 향한 애정 때문이기도 하지만 자비우스가 스톰레이지 형제를 이간질하기 위해 일리단의 정신에 불화의 감정을 주입한 것이 주요 원인입니다.

자비우스는 나이트 엘프의 귀족이자 아즈샤라 여왕의 총애를 받던 수석 자문이었지만, 비전 마법에 매료되면서 불타는 군단의 수장인 살게라스에게 충성을 맹세하고 최초의 사티로스가 됩니다. 그는 에메랄드의 꿈을 오염시키려고 하다가 말퓨리온에게 살해당하는데, 군단 공식 홈페이지의 주요 인물 중 하나로 소개되는 것을 보면 차기 확장팩 군단에서 비중 있게 등장할 것으로 보입니다.




▲ 자비우스는 차기 확장팩 군단에서 등장할 예정!



■ 악마의 힘을 손에 넣은 일리단과 부서지는 영원의 샘

일리단은 저항군에서 뛰쳐나온 뒤 당시 나이트엘프의 수도이자 영원의 샘이 있는 진아즈샤리로 향합니다. 도중에 불타는 군단의 악마인 아지노스를 만나 그를 제압하고 무기를 빼앗아 사용하죠.

아즈샤라는 일리단을 살게라스에게 소개해줍니다. 살게라스는 일리단의 눈을 불태운 뒤 각종 마법을 꿰뚫어볼 수 있는 '살게라스의 시선'을 부여합니다. 그리고 일리단의 몸에 문신을 새겨 한층 강력한 힘을 가질 수 있게 해 주죠. 일리단의 문신과 두 눈을 검은 안대로 가린 모습은 이때부터 유지됩니다.

살게라스의 시선을 가지게 된 일리단은 안광을 내뿜을 수도 있는데 군단의 신규 직업 악마사냥꾼도 같은 기술을 사용하게 된다고 합니다.




▲ 일리단의 아지노스는 원래 악마의 무기였다.



▲ 군단 확장팩에서 악마사냥꾼의 기술로 구현될 예정인 Eye Beam


살게라스에게 새로운 힘을 받은 일리단은 넬타리온으로부터 용의 영혼을 훔쳐낸 말퓨리온과 브록시가르를 습격해서 용의 영혼을 빼앗아옵니다. 그는 아즈샤라로 되돌아가서 직접 용의 영혼을 사용해 차원문을 닫을 생각이었지만, 일리단을 완전히 신뢰하지 않았던 살게라스는 자신이 직접 용의 영혼을 사용해서 아제로스로 넘어오겠다고 합니다.

이렇게 일리단의 계획은 실패로 끝나게 되지만 그는 포기하지 않습니다. 살게라스가 차원문을 열기까지 기다렸다가 차원문의 효과를 역전시켜 악마를 추방할 계획을 세우고, 자신에게 부족한 주문력을 보강하기 위해 영원의 샘의 물을 몰래 담아 놓습니다.

사실, 일리단의 차원문을 닫을 주문에는 고대 신의 조작이 있었습니다. 살게라스가 아제로스를 파괴할 때 고대 신의 감옥도 함께 부수게 하기 위함이었죠. 하지만 차원문을 닫으려 했던 일리단의 계획은 말퓨리온에게 저지당합니다. 전후 사정을 알지 못한 말퓨리온은 배신한 일리단이 뭔가 또 다른 나쁜 일을 저지르는 것으로 오해한 것입니다.

결국, 차원문은 일리단이 아닌 용의 영혼을 다시 손에 넣은 말퓨리온에 의해 닫히게 됩니다.




▲ 결국, 차원문은 말퓨리온에 의해 닫히게 된다.


물론 차원문이 손쉽게 닫힌 것은 아닙니다. 차원문을 통해 쏟아져 들어오는 불타는 군단을 상대하느라 반신 우르속, 우르솔, 아감마간, 아비아나와 사슴신 말로른이 모두 죽임을 당합니다.

일리단과 티란데는 바깥에서 싸우고 로닌과 크라서스, 브록시가르는 진아즈샤리 내부에서 전투를 벌이면서 말퓨리온은 차원문을 닫기 위한 마법을 시전하지만, 악마들이 계속 넘어오고 있는 상황이라 쉽지 않았죠.

이대로는 승산이 없다고 생각한 브록시가르는 홀로 차원문 속으로 뛰어듭니다. 그리고 자신을 바라보는 수많은 악마를 보며 "와라."라는 짧은 한 마디를 던지고 죽을 때까지 악마를 상대합니다.




▲ 차원문에서 쏟아져나오는 악마들



▲ 단신으로 차원문에 들어가 악마를 상대한 브록시가르 사울팽


브록시가르가 용감하게 차원문 안으로 뛰어들긴 했지만, 살게라스는 오크 한 명에게 큰 위협을 느낄 수 없었습니다. 브록시가르를 무시한 살게라스는 아제로스에 들어가기 위해 차원문을 향하던 도중에 브록시가르에게 일격을 당합니다.

사실, 브록시가르가 살게라스에게 약간의 피해라도 줄 수 있었던 것은 세나리우스가 그의 무기에 축복을 걸어주었기 때문입니다. 아무리 브록시가르가 용맹하다고 하더라도, 도끼에 깃든 축복이 없었다면 살게라스에게 피해를 주지 못했을 겁니다.

차원문 밖에 있던 말퓨리온은 살게라스의 존재를 느끼고 다른 영웅들과 함께 브록시가르가 입힌 상처를 집중적으로 공격합니다. 상처를 공격당한 살게라스는 차원 이동을 위한 의식 집중이 잠깐 끊어지는데, 말퓨리온은 그 기회를 놓치지 않고 마법을 완성해서 용의 영혼으로 차원문을 닫을 수 있었던 것입니다.

차원문은 영원의 샘을 동력원으로 사용하고 있었기에 차원문이 사라지는 여파로 영원의 샘이 붕괴하고 '세계의 분리'라고 불리는 거대한 폭발이 일어나게 됩니다. 일리단 일행은 폭발에 휘말리지 않고 대피할 수 있었지만, 아즈샤라 여왕을 비롯한 명가들은 그대로 심해로 가라앉고 맙니다. 그러면서 아즈샤라 여왕과 가라앉은 명가들은 나가로 변하게 되죠.




▲ 파괴되는 영원의 샘을 보며 분노하는 일리단



▲ 영원의 샘 자리에 생긴 혼돈의 소용돌이


세계의 분리가 일어나면서 대륙의 중앙 부분이 물속으로 가라앉아 버리고 지금의 아제로스와 같은 모습이 됩니다. 그리고 영원의 샘이 있던 자리는 마력 폭발의 여파로 혼돈의 소용돌이가 생겨납니다.

혼돈의 소용돌이 아래에는 나가의 수도인 나즈자타가 있다고 하지만 와우에는 구현되지 않았으며, 현재 혼돈의 소용돌이가 심원의 영지로 통하는 이유는 정령계로의 균열이 열려버렸기 때문입니다.




▲ 세계의 분리 이후 중앙 부분이 물에 잠겨버린 현재의 아제로스



■ 새로운 영원의 샘을 만들어 감옥에 갇힌 일리단

세계의 분리에서 살아남은 나이트 엘프들은 하이잘 산에 오릅니다. 일리단도 그 일행에 합류하지만 두 눈을 대가로 악마의 시야를 얻은 터라 나이트 엘프 사회에서 환영받지 못하죠. 수많은 노력을 했음에도 불신만 얻게 된 일리단은 차원문을 닫아서 영웅으로 등극한 자신의 형, 말퓨리온에 대한 질투심을 불태우게 됩니다.

그리고 비전 마법에 미련이 남았던 일리단은 영원의 샘의 물을 하이잘 산 정상의 호수에 부어서 새로운 영원의 샘을 창조합니다.

고대의 전쟁으로 교훈을 얻은 나이트 엘프는 비전 마법을 철저히 배척하고 세나리우스에게 배운 드루이디즘을 적극적으로 도입합니다. 비전 마법을 잘못 사용하면 또다시 악마가 침공할 구실을 만들어 줄 수 있기 때문이죠. 그런데 마법의 힘을 포기하지 못한 일리단이 또다시 영원의 샘을 만들어버린 것입니다.

게다가 일리단은 제로드 섀도송과 그 부하들에게 새로운 영원의 샘을 만드는 모습을 들키게 됩니다. 일리단을 체포한 제로드는 일리단의 형인 말퓨리온의 체면을 봐서 죽이지 않고 감옥에 가두기만 한다고 말하는데, 그 말이 일리단의 자존심을 건드리고 맙니다.




▲ 현재 제로드 셰도송은 하이잘 산의 퀘스트를 통해 만날 수 있다.


가뜩이나 말퓨리온과 사이가 안 좋은 상태에서 비교당하는 말까지 들어버린 일리단은 이성을 잃고 제로드의 일행을 죽인 다음 제로드에게 큰 상처를 남깁니다. 결국, 말퓨리온에게 제압당한 일리단은 새로운 영원의 샘을 만들고 무고한 자들을 살해한 죄로 재판을 받게 되죠.

일리단은 재판에서 사형 선고를 받습니다. 하지만 판결이 내려지기 직전에 말퓨리온이 동생을 변호해서 사형이 아닌 감옥에 갇히는 것으로 결정되고, 제로드 섀도송의 누이인 마이에브 섀도송은 자신이 직접 간수를 하겠다고 자원합니다. 그 후 불타는 군단이 다시 침공해서 티란데에 의해 풀려나기까지 일리단은 1만 년 동안의 수감 생활을 이어갑니다.

워크래프트3로 이어지는 이야기는 2부 기사에서 다뤄집니다.




▲ 와우에서는 되려 일리단에게 사로잡혀 버린 마이에브 섀도송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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