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앱스리뷰] 낯선 그 녀석에게 레나스 발키리의 향기가 난다, '크로스 서머너'

리뷰 | 이현수 기자 | 댓글: 22개 |


⊙개발사: 포케라보 ⊙장르: 액션 RPG ⊙플랫폼: iOS, 안드로이드 ⊙정식 출시: 15년 8월 24일


Y2K 공포가 퍼져나가던 99년이었다. 당시 일본어로 된 게임을 하겠다고 일본어를 배운 적이 있다. 세모, 네모 등으로 구성된 PS1 버튼을 누르면 그에 상응하는 캐릭터가 공격하는 게임이었다. 연출도 화려했고 다양한 캐릭터가 등장해 파티를 짜는 맛이 있었다. 그 게임의 이름은 '발키리 프로파일'.

특정한 무엇인가를 제외하고는 일본을 병적으로 싫어하는 내가 문화의 정수인 언어를 배운다는 것은 스스로 신념을 굽히는 것이나 다름없었지만, 이 게임을 이해할 수 있다면 알량한 신념 따위는 한 번정도 접을 수 있다고 생각했다. 그 만큼 '발키리 프로파일'의 전투 시스템은 재미있었다.

20년이 흘렀다. 그리고 '발키리 프로파일'의 전투 시스템과 유사한 구조를 가진 '크로스 서머너'를 만나게 됐다. 몇 가지 요소에서 발전이 있었지만, 기시감이라고 불러도 부족함이 없을 만큼 기저에 깔린 전투 시스템은 판박이다. 오늘 정식 출시한 '크로스 서머너'를 플레이하고 느낀 감상을 짧게 적어본다.








1. 첫인상은 어때?
- 잘 꾸며진 테마파크를 패키지 여행하는 것 같아.

'발키리 프로파일'과 '체인 크로니클'을 적절히 섞었다. 요즘엔 찾아보기 힘든, 과거 하나의 장르로 위치를 공고히했'던' JRPG의 모습이다. '이스', '영웅전설', '파이널판타지', '드래곤퀘스트' 그리고 영역을 조금 넓혀보면 '테일즈 오브 데스티니2'와 '택틱스 오우거'까지…. 영락없는 JRPG의 재림이다.

그 위에 일본발 모바일 RPG들의 특징인 '가챠(뽑기) 파티'와 '한계돌파', '각성' 을 올려놨다. 유닛마다 고유 이야기를 구현해 클리어 시 스킬을 획득하는 방식도 그대로다.

게임 내 거의 모든 대화를 더빙해 표현한다. 개인적으로 일본어 음성을 그대로 들여왔다는 부분은 아쉽게 느껴지지만, 일음(音)을 선호하는 국내 게이머들에게는 좋은 경험이 될 것 같다. 주인공의 이름이 '주인공'으로 고정 되어 있는 것도 몇몇 JRPG들이 꾸준히 이어왔던 특징 중의 하나다.

'크로스 서머너'는 고전적인 2D 그래픽을 부드럽게 표현했고, 스토리를 강제하며 이야기 흐름에 일관성을 준다. 대부분의 모바일 RPG가 진행을 강제하여 스토리를 이끌어가는 모양새처럼 보이지만, 이는 스토리를 강제하는 게 아니라 진행을 강제하는 것이다.

일종의 플레이 타임을 늘려 콘텐츠 소모 속도를 늦추는 방법이다. 그러나 '크로스 서머너'는 장황할 정도의 이야기를 들려주며 진행에 당위성을 부여한다. 다소 오글거리기는 이야기이기는 하지만, 게임에 더욱 집중할 수 있는 토대를 만들어주며, 게임이 지루해진 사용자가 이탈을 고민할 때 잡아주는 하나의 장치가 된다.

정리하자면 '크로스 서머너'는 잘 꾸며진 테마파크를 패키지 여행하는 느낌이다. 어디로 가서 무엇을 탈지 이용자에게는 선택권이 없다. 가이드가 구성한 코스만을 즐길 수 있다. 때문에 랭킹전과 같은 국산 RPG가 가진 다양한 모드는 없다. 그러나 과거부터 일본 RPG들이 그래 왔듯 이야기를 중심으로 이용자들의 눈길을 빼앗으려한 노력이 엿보인다.






▲연속 콤보 형태의 전투는 확실히 장점


2. 공중 연속 콤보 넣는 재미
- 파티를 짤때마다 재미가 다르다

앞서 테마파크를 예로 들었다. 자유도가 절제되어 입안자의 의도대로 즐기는 방식이란 말이다. 그러나 테마파크에서도 놀이기구를 탈 때는 이용자가 자신의 자유 의지로 즐길 수 있듯 '크로스 서머너'도 전투에서는 행동이 자유롭다. 다른 말로는 '전략, 전술'이라고 표현할 수 있겠다.

전투 메커니즘은 1999년에 나왔던 '발키리 프로파일'과 유사하다. 유닛은 고유의 액션 패턴을 가지고 있으며 일정한 시간이 되면 행동할 수 있다. 특정 조건을 만족 시키면 필살기와 궁극기를 사용할 수 있다.

'크로스 서머너' 전투의 핵심은 공중 콤보다. 일련의 공격으로 적을 공중에 띄운 상태에서 연속 공격을 가하는 형태다. 이용자는 교유 패턴을 지닌 근거리, 원거리, 캐스터의 움직임을 고려해 공격 순서를 정할 수 있다. 최적의 콤보를 발휘할 수 있는 파티를 만들어야 한다. 이 과정에서 볼 수 있는 화려한 공격 장면과 궁극기 연출은 팬 서비스다.

또한, 속성에 따른 데미지 증감 효과가 매우 커 상황에 따른 다양한 파티를 구성해야 하는 전략적인 고민도 해야 한다. 각종 리더스킬, 유닛 스킬은 이에 무게감을 더 실어 준다. 물론 이는 일부 사용자에게는 게임의 플레이 타임을 의미없이 늘리는 요소로 받아들여질 수 있으며 일종의 스트레스 유발 요소로 작용할 수도 있다.






▲ 속성 상관 관계가 확실하다. 폼이 아니다.


3. 그래서 재미있냐고?
- 전투는 꿀잼. 그런데 로딩이 말이지.

솔직히 전투는 재미있다. 고전 JRPG를 떠올리게 하는 분위기와 단순한 조작만으로도 화려한 연출을 볼 수 있기 때문이다. 다만, 버튼 하나 누르면 발생하는 무수한 로딩은 특단의 대책이 필요해 보인다. 장점인 전투로 들어가기 위해 거쳐야 하는 지루하디 지루한 로딩은 플레이어에게 상당한 인내를 요구한다.

'크로스 서머너'의 조작이 단순하다고는 하지만 기본적으로 연계기 기반이기 때문에 다른 게임들에 비해 피로도가 높을 수밖에 없다. 그런데 로딩도 잦고 길다면? 점점 손이 멀어질 수밖에 없다.

로딩을 제외한다면, '크로스 서머너'는 '체인 크로니클'처럼 메인 스토리와 더불어 유닛의 이야기를 곱씹어가며 플레이하는 재미와 '발키리 프로파일'과 같은 전투의 재미가 있는 모바일 JRPG라 평가할 수 있다. 한국식 RPG와 조금 다른 일본발 RPG의 독특함을 느끼고 싶다면 '크로스 서머너'는 할만한 가치가 있는 게임이다.



댓글

새로고침
새로고침

기사 목록

1 2 3 4 5
검색