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획] 도미네이션즈 역사관 - 그리스의 상징 '아크로폴리스'

게임뉴스 | 김강욱, 이동연 기자 |
“우리 그리스인은, 파괴할 수도, 대여할 수도, 양도할 수도 없는 우리의 역사와 문화 속에서 함께한다. …(이번 대여는) 그리스인에 대한 모욕이다. 파르테논과 그 대리석 조각상들은 분명히 약탈당한 것이고, 그 조각상들은 가치를 매길 수 없다.”

2014년 12월, 한 소식을 접한 그리스인들은 걷잡을 수 없는 분노에 휩싸였다. 당시 그리스 총리였던 안토니오 사마라스는 발생할 수 있는 외교적 마찰에도 불구하고 “이것은 그리스인들에 대한 모독”이라는 강한 표현을 사용했고, 이웃 터키에서도 그리스의 이런 입장을 이해한다는 발언을 내놓았으며, 영국의 주요 언론들이 일제히 이 문제를 다루면서 논쟁이 재 점화되었다. 대체 어떤 사건이 세 나라를 들썩이게 했을까. 그것은 바로 영국에서 러시아로의 파르테논 신전의 조각상 대여 문제였다.



▲ 영국박물관의 파르테논 조각상 전시실



그리스인들의 분노를 이해하기 위해서는 파르테논 신전과 그것이 위치한 ‘아크로폴리스’의 의미와 역사를 되짚어봐야 한다. 아크로폴리스는 고대 그리스의 도시국가 ‘폴리스’ 중 하나인 ‘아테네’의 중앙 언덕 위에 군의와 제사를 위해 지은 특별한 건물들이 모여 있는 지역을 말한다. 약 3헥타르, 축구장 4개 정도의 부지에 아테나 여신을 섬기는 곳인 ‘파르테논 신전’, 아크로폴리스로 입장하는 문인 ‘프로필라이온’과 니케 신전, 에레크테이온 등 약 20개의 건축물이 모인 고대 그리스 문화의 정수이다.

파르테논 신전은 그리스 문화의 상징으로 유네스코 로고의 모티브가 되었으며 첫 번째 세계 문화유산으로 등재된 건축물이다. 기원전 5세기 페르시아 전쟁에서 승리한 아테네는 전쟁으로 파괴된 아크로폴리스를 재건하면서 아테네의 수호신인 ‘아테나’ 여신을 위해 파르테논 신전을 가장 먼저 세웠다. 헤로도토스, 프로타고라스, 페이디아스 등 당대 최고의 명사들이 ‘드림팀’을 이뤄 설계와 조각, 자문을 맡아 15년간 건축해 완성한 이 신전은, 말 그대로 그리스 황금기의 문화와 자신감을 그대로 볼 수 있는 걸작이다.

또한, 프로필라이온은 “모든 신고전주의 건축물에 영감을 주었다”고 평가될 정도이고 완벽한 비례와 사실적이고 역동적인 표현이 겸비된 대리석 조각상들은 하나하나가 걸작으로, 교과서 등에서 본 그리스 시대의 대표적인 조각상들은 모두 이곳에 있던 것이라 말해도 과언이 아니다. 현대 서양 문화의 원류라 할 수 있는 고대 그리스 문화의 결정체인 아크로폴리스. 그 존재는 지금까지도 그리스인의 자부심이자 자랑거리이다.



▲ 아크로폴리스의 전경




▲ 파르테논 신전의 모습




▲ 아크로폴리스 복원도



아크로폴리스는 그리스가 꽤 오랜 시간동안 타국의 지배를 받았음에도 동로마 제국 당시 신전을 교회로 쓴다거나 오스만 제국이 모스크로 사용하는 등 일부 용도의 변화는 있었지만 1600년대까지 비교적 원형을 유지할 수 있었다. 펠로폰네소스 전쟁에서 승리한 스파르타군이 아테네를 점령했을 때에도, 이후 그리스를 점령한 로마와 이집트의 군주까지도 그 웅장함에 압도되어 건드리지 않았던 것이다. 하지만 1687년, 아크로폴리스에 최악의 사건이 발생한다.

1687년 베네치아(베니스)와 전쟁 중이던 오스만 제국군은 파르테논 신전을 화약고로 아크로폴리스에 주둔하고 있었다. 애초에 폴리스는 방어를 목적으로 하는 도시이다. 그리고 아크로폴리스는 폴리스의 중앙, 그것도 언덕 위에 자리하고 있다. 즉, 꾸준히 사용되어왔던 전략적 요충지라는 것. 베네치아 군대 입장에서는 그곳에 있는 오스만 군이 거슬릴 수밖에 없었던 상황이었다. 베네치아 군대가 아크로폴리스를 포위한 상황에서 ― ‘공격’이었는지 ‘사고’였는지 말이 많지만 ― 파르테논 신전에 쌓여있던 화약이 폭발하며 지붕을 완전히 박살내버렸다.

1800년대 초 영국 왕의 대사로 오스만 제국에 파견된 엘긴(Elgin)의 행위는 파르테논 약탈의 화룡점정이었다. 평소 문화재와 미술에 관심이 많았던 엘긴은 자신의 집을 꾸미기 위해 파르테논 신전의 조각상 중 90%를 영국으로 가져갔고, 이 조각상들은 1816년 영국 정부에 매각된 이후 ‘엘긴 마블’이라 불리며 영국박물관의 자랑거리가 되었다. (참고로, 엘긴은 파르테논 조각상에 너무 많은 돈을 쓴 나머지 파산하고 말았다.)

1832년 오스만으로부터 독립한 그리스는 국가 재건과 민족 정체성 확립 작업의 하나로 아크로폴리스와 파르네논 신전 복구 작업을 진행했고, 그 일환으로 영국에 파르테논 조각의 환수를 요구했지만 ‘당연히’ 거절당했다. 이후 세계 제2차 대전 당시 영국은 연합군의 일원이었던 그리스 측에 전쟁에 승리한다면 조각들을 돌려주겠다고 약속했으나 이또한 허언에 불과했다.






▲ 영국 박물관의 엘긴 마블 전시물




▲ 복원공사가 진행 중인 아크로폴리스



“그리스에는 파르테논 조각상을 관리할 수 있는 시설이 없기 때문에 돌려줄 수 없다.”는 영국박물관의 발언에 발끈한 그리스는 지난 2007년 ‘신 아크로폴리스 박물관’을 개장, 최상층을 유리 홀로 만들어 홀 전체가 파르테논 신전을 거울처럼 비추도록 설계해 과거 신전에 걸려있던 때와 똑같은 축으로 걸어놓을 수 있도록 파르테논 조각상의 자리로 지정해 비워둠으로써 조각상 반환을 향한 자신들의 의지를 보여줬다.

그리고 2014년 12월, 그리스의 끝없는 반환 요청에도 문화재 보호 등을 이유로 엘긴 마블 유출을 엄격하게 금지하고 있던 영국박물관이 엘긴 마블 일부를 러시아 에르미타주 박물관으로 임대하기로 결정했다. 그리스 국민들이 분노한 것은 당연지사. 영국박물관의 기만적인 정책을 비난하는 목소리가 높아졌고 영국 내부에서도 파르테논 조각상의 반환에 대한 논쟁이 다시 불붙었다.

당사자인 러시아는 별다른 의견을 내지 않는 상황이고, 터키에서는 그리스의 입장을 지지한다는 의견을 표명했다. (파르테논 신전이 박살나고 엘긴이 조각상을 뜯어가던 당시 그리스를 지배하고 있던 오스만 제국은 현 터키의 전신이다. 책임감을 느낄 법도 하다.) 영국인들을 대상으로 한 설문조사에서는 조각상을 반환해야 한다는 의견이 다수로 나왔지만, 영국 정부와 대영박물관의 입장 등 많은 부분이 걸려있어 조각상 반환 문제는 지금도 현재 진행형이다.



▲ “무조건 영국박물관보다는 좋게” 신 아크로폴리스 박물관 전경



역사라는 것은 과거의 기억이지만, 그 시간과 경험은 구성원들의 현재의 삶에 그대로 녹아있고, 문화재는 그러한 정체성을 구체화한 상징으로서 구심점 역할을 한다. 따라서 문화재는 지역, 그리고 사람과 불가분의 관계에 있고, 원래 자리에 있을 때 비로소 의미를 갖는다. 아크로폴리스와 파르테논 신전은 그리스에 있어서 바로 그러한 상징물이다.






도미네이션즈에서의 아크로폴리스




▲ 게임내에서의 아크로폴리스


실제의 아크로폴리스가 지어진 시기는 고대 그리스 시절. 즉 청동기에서 철기시대로 넘어가는 과정 중에 지어진 것으로 게임 내에서는 청동기 시대에 건설할 수 있는 불가사의로 구현되어 있다.

현실에서 아크로폴리스가 도시이면서도 언덕에 지어진 구조로 요새 역할을 했던 것처럼, 게임 내에서의 아크로폴리스도 방어적인 형태로 불가사의의 능력이 구현되어 있다. 아크로폴리스는 청동기시대에서 건설할 수 있는 불가사의 중 유일하게 자원이 아닌 방어의 효율을 증가시키는 불가사의로 시대를 가리지 않고 꾸준히 활용되는 불가사의 중의 하나다.

아크로폴리스는 도시가 침략을 받았을 때 주위 수비대, 마구간 건물에서 수비병이 나오는 쿨타임을 20% 감소시키고 HP를 15% 증가시키는 역할을 한다. 다만, 아크로폴리스의 주위 범위 안에 수비대 및 마구간이 있어야만 효과를 받을 수 있으며, 밖에 있는 건물은 효과를 받을 수 없다.

시대를 가리지 않고, 유용한 능력이기 때문에 청동기 시대에서 건설할 수 있는 네 개의 불가사의인 '스톤헨지', '아크로폴리스', '피라미드', '공중정원' 중, 가장 인기 있는 불가사의로 자리 잡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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