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초공개] '탐험'이 가진 재미의 가능성, '프로젝트 알바트로스'

리뷰 | 이현수 기자 | 댓글: 31개 |

⊙개발사: Maverick Games ⊙장르: 탐험형 RPG ⊙플랫폼: 스마트폰 ⊙출시: 미정


개인적으로 올해 '위쳐3', '메탈기어솔리드5', '툼레이더', '도미네이션즈' 등을 매우 즐겁게 플레이했지만, 가장 즐겁게 했던 것은 '필라스 오브 이터니티'였다. 탐험하고 있다는 느낌과 다양한 선택지를 제공함으로써 매번 새로운 경험을 할 수 있었기 때문이다.

1987년에 발행된 잡지 '컴퓨터 게이밍 월드' 38호에 보면 이런 구절이 나온다. "이렇게 더 많은 메모리가 있다면 남은 의문점은 하나다...(중략)... 아니면 그저 썰고 베는 똑같은 게임을 더 예쁜 그래픽과 듣기 좋은 사운드 효과로 꾸밀 것인가...(중략)... RPG의 진정한 미래는 그저 피를 빼고 돈을 줍는 것보다 더 만족스러운 방법들로 탐험하고 경험할 수 있는 섬세한 경이로움이 가득한 세계 창조에 있다."

1987년의 고민은 지금도 이어져 오고 있다. 국내 모바일 게임은 극도로 산업화한 시장에서 흥행상품으로서 위치를 공고히 했으나 상대적 다양성은 부족해졌다. 특히 '탐험'이라는 요소는 모바일 디바이스가 제공할 수 있는 경험과 맞지 않는다고 판단하는 사람이 많았기에 더욱 부족했다.

생활패턴상 모바일 게임을 더 많이 즐길 수밖에 없는 나로서는 국내 모바일 게임에서도 하나쯤은 탐험의 재미를 담은 게임이 있으면 좋지 않겠냐는 생각을 하곤 했다. 다행히도(?) 나 같은 욕구가 더 있었는지 최근 탐험의 가능성을 가지고 게임을 개발하는 곳이 있었다.

메버릭게임즈의 '프로젝트 알바트로스'. 아직 프로토타입밖에 나오지 않은 게임이다. 모바일 디바이스에서 '탐험'을 어떻게 풀어낼지 궁금증 하지 않은가? 개발사 메버릭게임즈의 노시흥 대표, 김기웅 기획이사와 함께 프로토 타입을 플레이했다.



▲ 프로젝트 알바트로스 (Project Albatross)

김기웅 CPO는 게임을 통해 낯선 세계에서 낯선 사람들과 이야기하고 다양한 경험을 즐기는 것이 너무 좋았다고 한다. 성장기 시절 매달 새로운 게임이 나오는 황금기를 겪은 그에게 밤낮 변화 등은 감동이었다고. 그래서 모바일 플랫폼에서도 이러한 감동을 전달하고 싶었다고 한다. 특히 그의 아내에게 말이다.

'재미의 공유'에서 시작한 '프로젝트 알바트로스'는 보물을 찾아 탐험하는 게임이다. 테이블 RPG나 로그라이크 장르를 기반으로 하여 현재 대세 게임들이 가지고 있는 요소들을 극단적으로 제거한 모습을 보여준다. HP. MP를 빼고 직업도 없앴다. 자동 진행을 빼고 반대 급부인 자동 정지(발더스 게이트의 자동 정지와 같은)를 넣었다. 또 사용자의 선택으로 전투를 회피할 수 있도록 진행 경로를 다양화했다.

새로운 '환경'과 '보물'을 발견하고 획득하는 게 주요 활동이다. 즉 주요 사물과 NPC와 상호작용이 특징이라는 거다. 나아가 도감과 지도를 완성해 유명한 탐험가가 되는 게 목적이다.

흥미로운 점은 보물을 둘러싸고 있는 환경이다. 우선 게임 내에는 진영(팩션)이 존재해 우호도에 따라 플레이에 다양한 영향을 주게 된다. 획득한 유물을 어느 진영에 전달하느냐에 따라 우호도가 변화하고 변화한 우호도에 따라 탐험 내용이 달라지는 형식이다.

김 CPO는 "단순히 한 진영이 우호적이면 다른 진영이 적대적으로 변하는 게 아니다. 예를 들어 A가 B의 기밀을 가져와 달라는 부탁을 했을 때 B에게 걸리지 않고 기밀을 가져다주면 우호도가 내려가지 않고 A만 올라가게 되는 것처럼 플레이어의 행동이 영향력을 가지게 된다."고 기본적인 우호도 개념을 설명했다.




'프로젝트 알바트로스'는 매번 다른 탐험 경험을 전달할 수 있도록 주위 NPC들의 우호도 변화와 더불어 같은 장소일지라도 밤과 낮 그리고 사물 배치에 변화를 준다. 이를 위해 개발사 '메버릭게임즈'는 '절차적 생성' 기법을 도입했다.

플레이어의 캐릭터 수치, 이를테면 어떤 기술을 많이 사용했는지, 어떤 아이템을 갖추고 있는지 등 을 종합적으로 고려해 규칙을 조립식으로 출력하는 방식이다. A란 방에서 고생을 했다면 다음 방에서는 회복 아이템 획득 확률을 올라가는 등 규칙이 조립되어 생성된다.

밤낮이 변화하고 진영 우호도에 의거한 밀고 당기기 등으로 게임 내부는 계속 변화한다. 시간이 바뀌고 세력이 바뀌고 플레이어의 숙련도 역시 변화한다. 내부의 긴장도를 추정해서 플레이어가 잘하고 있으면 어려운 경험, 반대의 경우는 난도가 낮아지게 된다. 이 과정으로 플레이어의 흥미를 계속 유발하는 것이다.

또한, 자신의 선택으로 혹은 행동으로 세계정세가 약간씩 변화한다. '엑스컴'의 선택지와 비슷한 아웃게임 효과다. 덕분에 매우 자유로운 플레이가 가능하다. 정세에 따라 다양한 방법으로 해결할 수 있으니까. 완전히 똑같은 경험은 없도록 하는 것이다. 탐험이니까. 같은 탐험이라면 흥미도가 당연히 떨어질 수밖에 없다.




이를 두고 김 기획이사는 "극적인 연출을 위해 정적으로 만들어진 부분을 제외하고, 절차적으로 혹은 무작위로 생성할 것이다."라고 말했다.

다만, 모바일 호흡에 맞춰 현재 플레이 중인 맵에서 일어나는 문제는 모두 해당 맵에서 해결할 수 있게 했다. 행동이 게임 환경에 영향을 주되 문제 해결은 해당 맵에서 해결하는 방식이다. 그리고 해당 맵의 행동이 결괏값 생성에 영향을 끼치는 거다.

사람들이 게임을 하는 동기는 간단하다. 지루함을 달래줄 재미를 찾기 위해서다. '프로젝트 알바트로스'는 플레이어의 조작 숙련도, 캐릭터 수치, 지역의 가중치 같은 것으로 다른 경험을 제공해 지루하지 않게 놀 수 있도록 하는 것을 목표로한다. 쉽게 말해 모래성을 가지고 노는 것과 같다.

게임 세계에 영향을 주는 사건은 뉴스 형태로 전달할 예정이라고 한다. 플레이어가 게임을 꺼도 멱함수 곡선 형태로 시간이 점점 느리게 흐르면서 세계가 시뮬레이션되고 사건에 플레이어가 접근하는 형태로 계획하고 있다. 세계에 개입하는 의미를 부여하기 위함이다.




아직 프로토타입만 봤기 때문에 판단을 내릴 수 없지만, 이와 같은 요소들이 유기적으로 맞물려 구현이 되느냐가 매우 중요한 점이 될 것 같다. 매버릭게임즈는 이러한 시도가 게임 세계를 동적으로 변화시킬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지금껏 대부분의 자유도가 높다는 모바일 게임들조차 완벽한 자유도가 아닌 선형 구조 속에 몇 가지 선택지를 제공하는 형태였다.

김 기획이사 역시 "요소가 유기적으로 돌아갈 것이냐가 숙제다. 스크립트를 의도적으로 짜지는 않지만 '인디아나 존스'처럼 보물을 둘러싼 영화적인 상황이 발생하도록 말이다. AI에 보물에 대한 욕구가 존재하여 보물을 둘러싼 소동이 자연스럽게 발생하는 것을 목표로 하고 있다."고 말했다. 실제로 내부에서는 사물별로 세력이나 캐릭터가 호감도를 가지고 있는 시스템을 만들고 있다.

의도는 확실하다. RPG의 미덕인 자유도와 규칙들을 조합해 '이런 방법으로 시도해도 될까?'라는 생각을 하게 만드는 것. 그리고 그 생각을 다양한 방법으로 시도해볼 수 있도록 하는 것이다.




사용자가 다양한 시도를 하게 하려면 그만큼 다양한 행동을 해야 할 수 있어야 한다. 다양한 행동 표현은 UI를 통해 구현된다.

노시흥 대표는 "모바일 게임에 익숙한 플레이어 기준이 아닌 모바일 기기 조작에는 익숙하지만 '게임'에는 익숙하지 않은 플레이어들도 포용할 수 있는 '탭-홀드' 조작 방식을 채용했다. 메뉴를 호출하면 게임이 자동으로 멈추므로 순발력을 요구하지 않는다."라고 설명했다.

'프로젝트 알바트로스'는 탭-홀드 방식을 사용한다. 아무 곳이나 누르고 있으면 지점을 중심으로 팝업 메뉴가 등장한다. 직관적인 메뉴다. 어떤 결괏값이 나올지 예상할 수 있다.

통상 흔치 않은 소재를 전달하는 게임은 UI를 익숙한 방법으로 묶으려고 노력한다. 너무 파격적이거나 신선하면 오히려 사용자들의 거부감을 불러일으키기 때문이다. '프로젝트 알바트로스'는 익숙하고 직관적인 배치로 막연한 시작에서 오는 당황스러움을 어느 정도 해소한다.

단순히 모든 커맨드가 노출되는 것이 아니라 상황에 맞는 커맨드가 제시된다. '프로젝트 알바트로스'의 핵심은 문제 해결에 있어 다양한 선택지를 제공하는 것인데, 이런 탭-홀드 메뉴는 다양한 행동을 할 수 있음을 알려준다. 사용자는 여러 커맨드 중 자신이 선택하고 싶은 방법을 선택할 수 있다.

예를 들어 얼음에 둘러싸인 보물 상자를 획득하고 싶으면 마법을 이용해 녹일 수도 있고, 필드에 있는 도구를 활용해 제거할 수도 있다. 이것저것도 귀찮으면 무기를 사용하면 된다. 무기는 단순 무력을 발휘할 뿐만 아니라 스위치 등을 움직일 수도 있다. 다양한 선택지 중 고르고 이에 따른 결과가 다음 맵에 반영되는 방식이다.

사용자에게 자유도를 부여하며 다양한 플레이 스타일을 추구하고자 했다. 내 행동이 게임 세계에 영향을 끼치도록 했다. 사실 프로토타입이기에 엄청난 자유도를 만끽할 수 있는 수준은 아니었다. 어떤 상황을 해결하려고 할 때 2~3개의 선택지가 제공되는 정도. 하지만 게임의 방향성 자체만은 충분히 체감할 수 있었다.



▲ 감시망을 피해 보물을 획득. 은신을 이용했다.

'프로젝트 알바트로스'는 현재 모바일 게임의 주류를 이루고 있는 액션 RPG의 빠른 흐름과는 분명 거리가 먼, '어떤 방식으로 해결할 것인가'를 고민하는 게임이다.

어떤 플레이든 사용자가 하고 싶은 데로 즐길 수 있고자 한다. 플레이 방식이 정형화될 수 있는 미시적인 행동 보상보다는 의뢰 자체를 해결하는 데 보상을 제공한다. '모험'에 게임의 방향성을 맞춰 경로나 방법이 파생된다.

다양한 경로와 방법은 플레이하는 사용자를 자극할 수 있다. 가열차게 몰아붙이는 PvP 랭킹전보다도 동기부여가 되는 방식이 되리라 상상해본다.

가상의 세계를 모험하면서 미치는 영향력이 점점 커지고 변화하는 세계에 개입할 때 느끼는 희열감. 다양한 상황에서 벌어지는 여러 일들을 의도하고 즐기는 게 '프로젝트 알바트로스'의 핵심 재미다.



▲ 우호도에 따라 플레이 행태도 변화한다.

모바일 게임은 PC 게임의 성장 절차를 매우 빠르게 답습하고 있다. 곧 모바일에서도 액션 RPG가 아닌 새로운 장르의 게임이 나오리라 예측하는 이유다. 플랫폼의 한계, 디바이스의 한계는 시간이 지나갈수록 개량되고 발전되고 새로운 개념들이 등장하면서 점차 희미해져 가고 있다.

이제는 "모바일 게임이니까."가 통하지 않는 시대다. 과거 온라인 게임 초창기 시절, 콘솔 개발자들이 대거 온라인으로 뛰어들었고, 모바일 게임 초창기에는 온라인 개발자들이 모바일 개발로 뛰어들었다. '콘솔에서 느꼈던 감성을 온라인에서!'라는 광고 문구가 'PC 온라인의 감성을 모바일에서!'로 바뀐 것이 이를 방증한다.

이런 와중에 대세와 다른 모바일 게임. 그 시도는 가치 있다고 생각한다. 혹시 모르는 일 아닌가. 무한한 자유도와 다양한 선택지를 지닌 모바일 게임이 탄생할지. 무엇보다 '탐험'이 가지는 재미의 가능성을 표현한다는 것에 거든 기대가 크다.

노시흥 대표는 "거대한 허풍에서 시작해 가능성 있는 완성도를 이루고 싶다."라고 말했다. 모바일 플랫폼에서 '탐험'이란 요소가 가진 재미의 가능성이 어떻게 발현될지. 일단 '프로젝트 알바트로스'가 완성됐을 때 어떤 모습일지 궁금증 유발만큼은 '스카이림'급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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