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 화려한 선수, 그를 만든 숨은 노력! CJ의 새 사령탑 권수현 감독

인터뷰 | 장민영 기자 |
프로는 좋은 성적을 거둘 때 화려하게 빛납니다. 우승 트로피를 들어 올리는 순간, 그동안의 노력과 경기력을 인정받죠. 스타2 CJ 엔투스의 선수들도 2015시즌에 그동안 올라오지 못했던 최고의 무대에서 영광을 차지했습니다.

승자의 기쁨을 만끽하기 바쁜 상황. CJ 엔투스 선수들은 고마움을 표현하는 것을 잊지 않았습니다. 승자 인터뷰에서 항상 감사하다는 말과 함께 승리의 영광을 권수현 감독에게 돌렸죠. 선수들에게 인정받는, 묵묵히 팀을 위해 '숨은 노력'을 보여준 권수현 감독의 이야기를 들어봤습니다.






Q. 인벤 독자 여러분에게 간단한 소개와 인사 부탁해요.

안녕하세요. CJ 엔투스 스타크래프트2 팀에서 새롭게 감독 직책을 맡게 된 권수현이라고 합니다.


Q. CJ 엔투스부터 공군 에이스까지 스타크래프트1 프로게이머로 오랫동안 활동했는데, 언제부터 코치진으로 활동할 생각을 했는지 궁금해요.

프로게이머로 활동할 때부터 코치와 감독으로 활동해보고 싶다는 생각을 했어요. 게임할 때 나름 열심히 준비했지만, 실력에 한계가 있다는 걸 느꼈죠. 저보다 잘하는 프로게이머가 정말 많고, 손도 잘 따라주지 않더라고요. 대신, 프로게이머의 일상생활이나 게임의 개념을 파악하는 능력은 자신 있었죠. 프로게이머보다 코치로 활동하는 게 저한테 잘 어울리겠다고 생각은 했어요. 그렇지만 현실적으로 제가 다른 프로게이머 형들보다 인지도가 낮아서 코치로 선임되기는 힘들 거라고 예상했죠.

그런데 군 복무를 마치고 CJ 엔투스 김동우 전 감독님한테 연락을 받았어요. 저도 앞으로 어떤 일을 해야 할지 고민이 많은 상황이었고, 코치를 해보고 싶다는 생각도 있어서 '열심히 해보자'는 각오와 함께 코치로 합류하게 됐네요.


Q. 경기장에 가보면 항상 팀이 승리할 때나 패배할 때, 누구보다 기뻐하고 안타까워하는 모습을 자주 봤어요. 감독님에게 CJ 엔투스는 어떤 의미가 있는 팀인가요?

삶의 전부인 것 같아요. CJ 엔투스에 입단하고 전 감독님과 코치님에게 많은 것을 배우면서 제 인생이 바뀌었어요. 제가 원래 매우 소극적이었는데, 예전보다 성격이 많이 활발해졌어요. 결과적으로 이렇게 감독의 자리까지 오게 해주고 여러모로 저에게 고마운 팀이에요.






Q. CJ 엔투스는 이전보다 2015시즌에 좋은 성적을 거뒀는데, 팀에 어떤 변화가 있었나요?

아무래도 전 박용운 감독님의 역할이 컸어요. 작년에는 박용운 감독님은 크게 변화하기보다 기존 CJ 엔투스의 색깔을 유지하면서 본인의 스타일로 점점 채워나갔죠. 1년 동안 그런 과정을 거치고 2015시즌에 완성이 된 것 같아요. 새롭게 (한)지원이가 들어오면서 팀 분위기가 많이 바뀌기도 했고요. 여러 가지가 잘 맞아 떨어져서 이전보다 좋은 성적을 냈지만, 아직 아쉬운 점도 많다고 생각해요.


Q. 지난 시즌 CJ 엔투스 선수들이 승자 인터뷰에서 "권수현 감독님에게 감사하다"는 말을 꼭 하더라고요. 선수들에게 어떤 면을 인정받았다고 생각하나요?

저와 CJ 엔투스 선수들의 신뢰가 깊은 것 같아요. 선수에게 좋은 말만 해줄 수 없는 상황이 많은데, 화를 낼 때도 선수들이 '잘 되길 바라는 마음에서 해주는 말'이라고 생각하더라고요. 처음에는 서로 잘 몰랐지만, 언제부터인가 그 마음을 알아줬다고 생각해요. 그 뒤로 선수들이 저를 믿고 새로운 일을 할 때마다 밀어주더라고요. 신기하게 선수들 성적도 잘 나오면서 주변에서 저를 좋게 봐줬죠. 이번 시즌에 리그가 많아서 힘들었지만, 선수들과 함께 보람 있고 행복한 시간을 보냈네요.


Q. 한동안 한지원-김준호는 가능성은 있지만, 성적이 잘 나오지 않는다는 평가가 있었어요. 2015 시즌에서는 이전과 확실히 다른 모습 보여줬는데, 감독님의 역할이 컸던 것 같아요.

두 선수는 게임 재능이 굉장히 뛰어나요. 일반적으로 코치는 선수의 잘못된 습관이 있으면 바로 잡아주는 역할을 하는데, (김)준호와 지원이는 문제가 생기면 스스로 다음 경기부터 발전한 모습을 보여주더라고요. 그래서 게임 내적으로 크게 관여할 필요가 없었죠. 경기장에서는 제가 제 3자의 입장으로 두 선수를 모두 보고 있잖아요. 상대 선수가 오늘 상태가 어떻고, 어떤 운영을 준비해왔는지를 알려줬죠.

그리고 두 선수는 스스로 '멘탈'이 약하다고 말할 만큼 경기 중에 흔들릴 때가 있어요. 그럴 때마다 제가 "너는 충분히 잘할 수 있는데, 이런 것 때문에 지금 방해가 되는 것 같다"고 달래주거나 용기를 줬어요. 정신을 못 차릴 경우에는 "이렇게 지고 대회 끝나면 아쉽지 않겠냐"며 화를 내기도 했죠.

그리고 사소한 것부터 선수를 배려해주려고 노력했어요. 예를 들면, 제가 배가 고프더라도, 선수가 밥 먹을 생각이 없으면 참았어요. 선수 앞에서 절대 티 내지 않고 모든 걸 맞춰주려고 했어요.






Q. 팀이 프로리그 포스트 시즌 준비로 바쁜시기에도 항상 선수들과 함께 경기장에 오시더라고요. 선수들 경기가 끝나면 매 세트 부스로 향하시던데, 선수들과 주로 어떤 말을 했나요?

지난 2015 스베누 스타2 스타리그 시즌3 4강의 예를 들어볼게요. 정윤종 선수와 준호가 대결할 때, 두 번째 수정탑을 항상 앞마당에 건설하더라고요. 자신의 빌드를 들키지 않으려는 의도였던 것 같아요. 그래서 준호한테 정찰할 때 앞마당 주변을 확인하라고 말해줬죠. 그곳에 수정탑이 있다면 평범한 운영이고, 없다면 전진 건물일 수 있겠다고 생각했어요. 상대 선수의 그 날의 습관이나 준비해온 빌드를 파악했죠.

지원이의 경우에는 특별히 준비한 빌드가 있었는데, 전태양 선수가 완벽한 대처법을 들고 왔더라고요. 한 세트 끝나고 지원이한테 어떤 말을 해줄 수 있을지 고민했죠. 사실 제가 아무리 게임을 잘 보더라도 선수들보다 더 잘 알기는 힘들잖아요. 그래서 저는 항상 경기를 보고 있는 팀 선수에게 전화했어요. 첫 경기가 끝나고 (신)희범이나 (변)영봉이한테 연락해서 "내 생각은 이러한데, 너는 지원이가 어떻게 했으면 좋겠냐?"고 물어봤죠. 그렇게 대화를 많이 해서 다른 선수들의 생각과 제 생각을 합쳐서 경기하는 선수에게 전달해줬어요. 물론, 조언을 받아들이는 건 선수의 몫이죠. 스스로 하고 싶은 전략을 선택해야 후회가 없으니까요.


Q. 이제는 권수현 감독님이 됐네요. 코치에서 감독이 되면서 이전과 역할이 많이 바뀌었나요?

단순하게 역할을 나눠보자면, 감독은 팀 운영의 큰 그림을 그릴 줄 알아야 하고 코치는 세세한 부분을 신경 써야 하는 것 같아요. 그렇지만 코치 수가 부족한 팀에서는 감독이 코치 역할도 겸해야 한다고 생각해요. 대부분 팀에 코치가 한 명뿐인데, 혼자서 모든 일을 처리하기에는 벅차요. 저희 팀도 조병세 코치가 새로 부임했지만, 처음 하는 일이기에 제가 코치 역할까지 해야 하는 상황이죠.


Q. 이제는 조병세 전 선수와 코치-감독 관계가 됐네요. 이전과 달라진 점이 생겼나요?

CJ 엔투스 코치진과 선수들 사이에 규칙이 있어요. 지각하거나 코치진을 부를 때 호칭을 부르지 않으면 벌금을 내야 하죠. 조병세와 코치와 친한 형, 동생으로 8년 넘게 지냈는데, 갑자기 이런 관계가 됐네요. 그래도 조병세 코치는 선수 시절부터 굉장히 성숙해서 걱정이 없었어요. 코치가 되고 나서는 제가 하는 말을 잘 이해해주고 좋은 방법도 많이 제시해주더라고요. 조병세 코치도 처음 하는 일이라서 그런지 잘 해보겠다는 의욕이 있죠. 평소에도 선수들 상태나 일정에 관해 조병세 코치와 대화를 많이 하는 편이에요.






Q. '명장'으로 불렸던 박용운 전 감독님 밑에서 오랫동안 코치 생활을 하면서 어떤 점을 배웠나요?

박용운 전 감독님은 항상 어떤 일을 하라고 강요하지 않았어요. 상대의 의견을 다 들어주고 좋은 방향으로 갈지 제안해줬어요. 이런 방식이 요즘 시대에 팀 운영할 때, 가장 적합하다고 생각해요. 민주적으로 팀을 운영한다고 보면 될 것 같아요.

그리고 항상 저와 선수들한테 자신감을 많이 주셨어요. 인지도가 높고 유명한 감독님이 참 많지만, 기죽지 말고 앞서나갈 방법을 찾을 수 있다고 말해줬죠. 잘할 때는 칭찬을 아끼지 않고, 선수들의 의견도 잘 수렴하는 분이었어요.

지금까지 거의 매일 연락하면서 지내요. 제가 아직 일하면서 모르는 부분이 있어서 전 감독님에게 물어보면 자세히 조언해주시죠.


Q. 감독님은 CJ 엔투스를 어떤 방향으로 이끌어나가고 싶은지 궁금합니다.

CJ 엔투스가 예전보다 분위기가 많이 밝아졌다고 생각해요. 스타2 팀이 초창기에는 어두웠지만, 준호와 지원이 중심으로 팀이 바뀌면서 분위기가 바뀌었죠. 준호가 굉장히 밝고 지원이도 나름 스토리가 있는 친구예요. CJ라는 기업의 이미지가 밝은 이미지인데, 거기에 맞게 팀 색깔이 밝아졌으면 좋겠고 LoL 팀처럼 인기도 많아지고 싶네요.






Q. CJ 엔투스는 다음 시즌 준비를 어떻게 하고 있나요?

최근 다음 시즌 개인리그를 개최한다는 발표가 나온 지 얼마 안 됐어요. 그전까지 블리즈컨과 워크샵을 다녀왔죠. 비시즌 기간에는 제가 강압적으로 연습시키면 안 되겠다고 생각해서 자유롭게 하고 있어요. 연습 시간만 따지면 9시부터 5시까지밖에 안 하지만, 그 안에서 규칙은 서로 엄격하게 따졌어요. 선수마다 래더 순위 몇 등 안에 못 들면 벌점을 주고 반대로 원하는 목표치 이상을 달성했을 때 상점을 주는 제도가 있죠.

그래서 선수들이 연습 시간이 끝나더라도 스스로 더 남아서 목표를 달성하기 위해 남아서 연습하더라고요. 선수들에게 편하게 해주고 싶지만, 너무 편하면 팀 자체가 망가져 버릴 수 있죠. 그래서 이런 일종의 안전장치 겸 선수에게 목표의식을 심어주는 제도를 만들었어요.

그리고 가장 먼저 진행한 것은 선수와 계약을 하자마자 1:1 면담을 했죠. 이번 시즌 선수가 바라는 목표를 구체적으로 설정하고, 목표를 달성하기 위해 어떤 노력을 해야 할지, 코치와 제가 바라는 점에 대해 대화했어요. 저와 선수 모두 면담 내용이 적힌 종이를 갖고 있는데, 매일 이 종이를 보고 생각하자고 했죠. 한 달 뒤에 이것을 토대로 면담하고 새로운 목표를 설정했어요. 대신, 한 달 동안 제가 선수가 원하는 점을 절대 간섭하지 않겠다는 말도 하고요. 최대한 선수를 존중해줄 테니, 스스로 책임감을 느끼고 행동하라는 방식이에요.

그러니까 선수들도 알아서 잘하더라고요. 팀 선수가 6명인데, 4명이 래더 16등 안에 꾸준히 남아있어요. 적응을 잘하고 있지만, 아직 게임 초창기라 대회를 시작해봐야 진짜 실력을 알 것 같아요. 공허의 유산에서 프로토스가 약하다는 말이 있는데, 준호나 영봉이 모두 열심히 잘 해주고 있어요.


Q. 마지막으로 하고 싶은 말이 있다면?

많은 분이 저를 도와줬어요. 바쁘다고 만나지 못하지만, 항상 고마운 마음을 갖고 있죠. 제 성격상 적극적으로 먼저 나서지는 못하지만, 나중에 감사히 받은 것을 모두 베풀 기회를 만들게요. 항상 경기장에서 CJ 엔투스 응원해주고 음료까지 챙겨주는 팬들에게 정말 감사하다는 말을 하고 싶네요. 요즘 ‘노력은 누구나 하지만 잘하는 게 중요하다’는 말이 있더라고요. 앞으로도 응원해주면 거기에 꼭 보답해 CJ 엔투스가 더 멋진 팀으로 거듭나도록 최선을 다할게요.



댓글

새로고침
새로고침

기사 목록

1 2 3 4 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