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칼럼] 시대는 바야흐로 3타 오브 레전드? 잃어버린 개성을 찾아라!

칼럼 | 신동근 기자 | 댓글: 242개 |
그래픽, 스토리, 타격감, 참신함. 게임이 유저를 끌어들이는 요소는 여러 개가 있다. 어떤 게임이 출시되면 유저들은 그 게임의 그래픽이 마음에 들어서, 스토리가 좋아서, 심지어는 배경 음악이 좋아서 하는 경우도 있다.

LoL이나 도타2, 히어로즈 오브 더 스톰과 같은 AOS 장르의 게임이 유저를 끌어들이는 고유 요소 중 하나는 독특한 스킬 구성이다. 새로운 챔피언이나 영웅이 공개되면 유저들이 제일 먼저 주목하는 것은 그 캐릭터가 지닌 궁극기와 일반 스킬들의 효과다. 캐릭터의 개성을 드러내는 스킬들이 잘 어우러지면 그 캐릭터는 '재미있다'는 평을 들으며 유저들의 사랑을 받는다.

LoL은 전 세계적으로 가장 큰 인기를 얻고 있는 게임이다. 플레이를 하는 유저들도 많고, 라이엇 게임즈는 그런 유저들을 위해 꾸준히 신규 챔피언을 추가하면서 더 큰 인기몰이를 하고 있다. 하지만 최근 드러나는 챔피언들의 스킬을 보면 그 큰 인기 속에서 챔피언들의 개성이 사라져가는 느낌이 든다.


■ 3타 오브 레전드? 스킬을 쓰려거든 평타로 쓰세요!




현재 LoL에 존재하는 챔피언만 128명이다. 같은 AOS 게임인 도타2의 영웅이 111명, 히어로즈 오브 더 스톰이 47명에 불과한 것을 생각해보면 그야말로 압도적인 양인데다 신규 캐릭터 출시 속도 또한 LoL이 가장 빠르다. 하지만 그 빠른 챔피언 출시 속도의 이면에는 '거기서 거기'인 개성없는 스킬이라는 어둠이 있다.

베인, 신 짜오, 잭스, 다이애나, 브라움, 아트록스, 바이, 나르, 탐 켄치. 모두 평타 3번을 넣어야 스킬 효과를 발동시킬 수 있는 챔피언들이다. 효과는 각자 다를지 몰라도 결국 시스템을 살펴보면 다 똑같은 셈이다. 그 외에도 '평타 스택'으로 효과를 보는 바루스, 트위스티드 페이트, 트위치, 피오라, 칼리스타 등의 챔피언이 있다.

어느 정도 이해는 간다. LoL이 북미에서 처음 서비스를 시작한 것이 2009년 10월 말 경이었다. 출시 당시부터 있었던 챔피언 17명을 제외하면 약 6년 동안 121명의 챔피언을 만들어냈으니, 곧 1년에 20명 가까운 챔피언을 찍어낸 셈이다. 그렇게 엄청난 속도로 챔피언을 생성하다보면 스킬이 겹치는 챔피언이 없을 수는 없다. 하지만 그렇게 챔피언을 양산하는 데 집중하다보니 각 챔피언의 개성이 서서히 사라지고 같은 시스템을 쓰고 또 쓰는 일이 반복되고 있다.

게다가 '3타 발동' 효과는 챔피언의 스킬을 넘어 특성에까지 뻗어나가, 현 시즌6 최대 OP 특성이라 불리는 '천둥군주'까지 만들어냈다. 거의 모든 챔피언이 빠짐없이 천둥군주 특성을 들고 있으며, 이 효과 또한 아무 특징없는 '3타 적중시 추가 대미지'에 지나지 않는다.

▲ 스킬이 잘 만들어지면 이렇게 멋진 장면 연출도 가능하다! (출처 : 유튜브 GameTube)

▲ 출처 : Youtube OGN 채널


참신한 스킬을 지닌 챔피언을 만들 능력이 없는 것도 아니다. 대표적으로 리 신은 독특한 스킬 구성 덕분에 LoL에서 가장 오랫동안 사랑을 받아온 챔피언이고, 타 게임을 하는 유저들도 리 신의 스킬 구성에 대해서는 호평을 내리는 경우가 많다. 야스오 또한 LoL 사상 최초로 투사체를 막는 스킬을 지니고 있는데다 그 화려한 스킬쇼를 바탕으로 수많은 유저들을 매료시켰으며, 제드 역시 컨셉을 잘 살린 스킬로 무장해 등장할 때마다 팬들을 설레게 만든다. 롤챔스 역사상 가장 큰 환호성을 불러일으킨 장면의 주인공들이 누구였는지 생각해보면 쉬울 것 같다.

하지만 이런 참신한 스킬 구성의 챔피언이 드물게 하나 나오기 전에는 비슷한 스킬 구조의 챔피언들이 양산되었다. 그 중 가장 대표적인 것이 바로 이 '3타 오브 레전드'로 불리는 평타 스택형 챔피언들인 것이다. 굳이 '평타 스택을 통한 추가 대미지' 개념일 필요가 있었을까. 비슷한 스킬을 만들더라도 조금만 생각을 바꾸면 얼마든지 다양한 효과를 부여할 수도 있고, 스택을 통한 효과 부여가 아니라 매 공격 시마다 조금 더 약한 효과를 줄 수도 있을텐데 말이다.

물론 LoL은 LoL만의 시스템이 있으니 타 AOS 게임과 비슷한 종류의 효과를 마구잡이로 부여하기 힘들지도 모른다. 다만 그 LoL의 시스템을 유지하는 과정에서 다수의 챔피언들이 비슷한 스킬 시스템을 갖게 되는 것은 분명 아쉬운 점이다.


■ 극적인 효과는 3타 발동으로만 나타나는 것이 아니다!

평타발동형 스킬이 무조건 나쁘다거나 개성이 없다는 말은 아니다. 당장 가장 비슷한 게임인 도타2만 보더라도 뒤에서 공격할 경우 추가 피해를 주거나 매 공격시 상대의 마나를 태우는 스킬도 있고 공격 속도를 약간 낮추는 대신 큰 추가 마법 대미지를 평타에 섞어주는 등 다양한 평타 기반 스킬이 있다. 하지만 리그 오브 레전드의 경우 너무나 많은 챔피언이, 대단히 비슷한 효과를 두르고 있다는 것이 문제다. 평타를 칠 때마다 다양한 효과를 보는 것이 아니라 3타를 충족시키면 추가 피해와 추가 피해, 그리고 더 많은 추가 피해를 주는 것이 대부분이다. 다른 효과라고 해 봐야 방어력 감소나 경미한 에어본 정도다.




3타 발동형 스킬을 양산한 개발자인 'Gypsylord'는 게임스팟과의 인터뷰에서 '3타 패시브가 단순히 수치만으로 챔피언을 강화시키는 효과보다 더 극적이고, 파티클 효과를 넣을 수도 있을 뿐 아니라 긴장감을 끌어내는 데 효과적이다'라며 3타 발동 스킬을 넣은 이유를 설명했다. 틀린 말은 아니다. 50의 대미지를 3번에 걸쳐 차곡차곡 주는 것보다는 150의 대미지를 한 번에 터뜨리는 것이 더 극적으로 보이니 말이다.

그런데 그런 극적인 효과를 연출하는 방법이 꼭 '평타 3번 타격'이란 시스템밖에 없을까. 비슷하게 스택 개념 스킬을 갖고 있는 야스오만 보더라도 평타가 아니라 '스킬'을 적중시키는 방식이며, 효과가 제대로 발동되면 스킬 자체에 다른 효과를 부여하면서 자신의 궁극기와도 연계시킬 수 있다.

그 외에도 극적인 효과를 연출하는 방법은 많다. 효과가 강력하지만 사용자의 숙련도를 많이 타서 적중시키기만 하면 일발역전이 가능한 스킬을 줄 수도 있고, 혹은 야스오나 리 신처럼 스킬 연계 플레이를 하게 만들 수도 있다. 하지만 현재 LoL 대세 챔피언 대부분의 스킬 구성이 무엇인가. 대부분 딜 스킬 2개와 이동기 하나, 혹은 딜 스킬 3개가 전부다. 다른 극적인 효과를 연출할 수 있는 스킬들은 '대응할 여지'라는 명분 때문에 하나하나 삭제당했다. 결국 남는 것은 추가 대미지 뿐이고, 그 추가 대미지란 울타리 안에서만 극적인 효과를 찾으니 결국 '3타 발동'으로 귀결되는 것이다.



▲ 얼마나 다양한 효과들이 이 명분 때문에 사라졌던가?

대표적인 희생자로 베이가가 있다. 사건의 지평선은 맞추기가 꽤 까다롭고, 빗나갈 경우 본인이 큰 위험에 처하지만 제대로 적중만 시키면 스킬 연계를 통해 큰 이득을 볼 수 있는 대표적인 하이리스크 하이리턴 스킬이었다. 스킬 사용 만으로도 눈에 확 띄는 파티클 효과까지 지녔음은 덤이다. 그러나 라이엇 게임즈에서는 '대응할 여지'란 명분으로 사건의 지평선에 발동 대기 시간을 추가했고, 추가로 Q스킬 사악한 일격까지 논타겟팅으로 바꿨다. 상대하는 입장에서 '대응할 여지'가 생겼음은 분명하나 베이가는 LoL에 수없이 존재하는 논타겟팅 스킬 챔피언 중 하나가 됐고, 베이가만의 개성도 잃었다.

도타2에 이오라는 영웅이 있다. 자신과 아군을 링크로 연결하고 자신이 받는 치유 효과를 연결된 아군에게도 같이 주며, 자신의 체력, 마나를 희생해 연결된 아군의 공격 속도를 늘리고 받는 피해를 줄여주기도 한다. 궁극기를 쓰면 연결된 아군과 자신을 함께 맵 어느 위치로든 순간이동 시킬 수 있다. 스킬을 보면 알겠지만 혼자서는 할 수 있는 것이 정말 아무것도 없는 영웅이지만, 이오는 그 극한의 서포팅 능력을 통해 무조건 죽을 상황인 아군을 살려내고 팀 조합의 힘을 끌어올리는 등 온갖 '극적인' 효과를 연출한다. 3타 발동으로 인한 추가 대미지같은 스킬 없이도 말이다.

LoL에도 3타 발동형 스킬 외에도 극적인 효과를 연출하는 스킬이나 챔피언을 상징하는 격의 스킬들은 많이 있었다. 그러나 그런 스킬들 대부분이 '대응할 여지가 없다'는 이유로 하나하나 사라지거나 심각한 너프를 당해 극적인 효과를 연출할 기회조차 잃어버렸다. 르블랑, 카사딘, 탈론의 침묵이나 람머스의 도발, 피들스틱의 공포 등 수많은 스킬이 말이다.

패치를 통해 많은 챔피언이 CC기를 잃는 등 정체성을 잃었지만 그래도 나올 챔피언은 여전히 나오고 CC기가 있을 때에도 안 나올 챔피언은 안 나왔다. 요는 챔피언의 밸런스 자체가 문제였기 때문이지 CC기 여부가 문제가 아니었다는 것이다. 챔피언의 밸런스 문제를 모조리 CC기 탓으로 돌리는 패치 때문에 사라져간 챔피언들의 개성이 더 아쉬워지는 순간이다.


■ 3타 발동형 스킬, 조금 더 개성을 살릴 수 있는 방법이 되기를




침묵도, 공포도 사라진 LoL의 게임을 관전하다 보면 상대 챔피언 몸에 무언가 테두리가 생기는 장면이 자주 보인다. '저게 터지면 대미지나 조금 더 주겠지'하는 생각을 갖고 지켜보게 되고, 그 생각은 언제나 빗나가지 않는다. 조합의 의미도 없이 서로 더 강한 챔피언들만 일단 5명씩 뽑은 후, 논타겟팅 스킬이 맞기만을 바라며 평타를 3대씩 치고 보는 게임이 된 듯하다.

최근 시즌6 패치가 되면서 '4원딜 메타' 등 기존에 보기 힘들었던 메타가 성행하고 있지만 등장하는 챔피언은 여전히 거기서 거기다. 챔피언의 강약이 너무나 확실하고, 서로간의 개성이 없어진 탓에 조합의 힘으로 역전을 노려볼 만한 그림도 나오지 않기 때문이다.

모든 챔피언이 다 다른 특징을 가지는 것은 사실상 불가능한 일이고, 그 정도로 튀는 개성을 바라는 사람도 많지 않을 것이다. 하지만 항상 비슷한 3타 효과로 무장한 챔피언들의 평타 교환 및 논타겟팅 스킬 던지기보다는 똑같은 3타를 치더라도 더 다양한 효과를 지닌 스킬들을 보고싶다는 것은 과분한 기대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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