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돌.슈.리] 고정 관념을 깨버린 '비욘드', MVP가 기대 되는 이유

경기결과 | 임혜성 기자 | 댓글: 35개 |
승강전부터 예측이 불가능했던 롤챔스 섬머 시즌이 시작됐다. 세계 최고의 리그답게 롤챔스에 속한 팀들과 선수들은 최고의 경기력을 뽐내고 있다. 당연히 슈퍼 플레이도 쏟아져 나왔다. 이에 맞춰 슈퍼 플레이를 재조명하는 '돌슈리(돌발 슈퍼 플레이 리뷰)'가 돌아왔다.



현재 섬머 시즌을 가장 뜨겁게 달군 이슈는 ESC 에버와 MVP의 승격이다. 챌린저스 코리아 소속 두 팀은 최초로 롤챔스와 챌린저스의 벽을 허물고, 승격에 성공했다. 하지만 두 팀에 대한 기대치는 판이했다. ESC 에버야 KeSPA 컵 우승, IEM 쾰른 우승이라는 타이틀을 세미프로 시절부터 따냈다지만 MVP가 보여준 것이라곤 챌린저스 경기밖에 없었다.

당연히 전문가들도, 팬들도 MVP 보다는 ESC 에버의 선전을 기대했다. 그 기대에 부응하듯 ESC 에버는 롤챔스 데뷔전이었던 CJ 엔투스와의 대결에서 2:0으로 완승을 했다. 명품 니달리와 바드 그리고 애쉬까지 선보여 팬들의 눈을 즐겁게 해줬다. MVP의 경기력도 나쁘지 않았다. 여름 강자 kt 롤스터를 상대로 완벽한 주도권을 잡았고 승리할 뻔했지만, 결국엔 패배했다. 역시 ESC 에버가 MVP보다 잘한다는 평가가 맞아떨어지는 듯싶었다.

하지만 MVP는 꺾이지 않았다. 오히려 신인의 패기로 ROX 타이거즈를 물어뜯었다. 삼성에게 상처를 입은 맹수 ROX 타이거즈를 말이다. MVP는 ROX 타이거즈에게 1세트를 따내면서 많은 것을 증명했다. 신선한 픽, 신인만이 던질 수 있는 아무무라는 과감한 수를.


[stereotype] 고정관념 - 을 깨버린 '비욘드'의 아무무





이미 롤을 즐기는 이들에게는 익숙해진 육식 정글러 메타. 시즌5에서도 엘리스, 리 신이 득세했다지만 시즌6처럼 날뛰진 못했다. 라이너들을 능가하는 성장력, 능력치, 게임에 미치는 영향력까지 시즌6는 정글러가 핵심이라 해도 과언이 아니었다. 킨드레드, 니달리, 그레이브즈 소위 삼대장이라 불리던 세 명의 육식 정글러가 정글을 지배했다. 다른 정글러와 궤를 달리하는 정글링 속도, 유지력, 화력까지 단점이 없었다. 라이엇 게임즈는 몇 번의 패치로 밸런스 조정을 했지만, 그들이 가지고 있는 정글 주도권을 앗아가진 못했다.

정글 주도권은 프로 레벨에서 승리를 따내기 위한 전제 조건이나 마찬가지였다. 승리가 목표인 프로게이머들은 주도권을 뺏기지 않기 위해 너나 할 것 없이 육식 정글러를 선택했다. 당연히 느린 템포의 정글 속도와 상대적으로 유지력이 떨어지는 초식 정글러들은 설 자리를 잃었다.




미드 시즌 인비테이셔널(이하 MSI)를 기점으로 갱킹형 정글러인 엘리스와 리 신이 급부상했다지만 육식 정글러라는 카테고리 안의 변화였다. 이러한 흐름은 섬머 시즌에도 계속 이어질 것만 같았다. 특수한 상황이 아니고서는 깨질 수 없는 메커니즘이었다. 변수를 만들어야 하는 MVP가 고를 수 있는 선택지는 리 신과 그라가스 두 챔피언 중 하나일 것이라 예상했다.

하지만 MVP는 예상을 뛰어넘는 선택을 했다. 초식 정글러의 아이콘이자 '클템' 이현우 해설의 시그니쳐 픽들 중 하나인 아무무를 선택했다. 여기서 감탄했던 것은 아무무를 선택한 '비욘드' 김규석의 자신감도 있었지만, MVP의 밴 픽 전략도 주효했다.



▲ 노련한 MVP의 밴픽 전략이 빛났다.

킨드레드를 추가로 밴 해 렉사이의 티어를 올려 ROX가 가져가도록 의도했다. 이어서 자신들의 핵심 픽인 바루스와 알리스타를 손쉽게 가져갔다. 마지막 픽 차례가 오자 MVP는 기다렸다는 듯 아무무를 꺼냈다. 사전에 준비된 카드임이 분명했다. 롤챔스 해설자들이 약팀이 강팀을 잡을 때 제시하는 모범답안 중 하나인 CC기가 많은 조합을 MVP가 보여줬다.

상대가 아무리 잘해도 자신들이 할 수 있는 연계만 적중시키면 낙승할 수 있는 조합. 이니시에이팅의 부담감을 한 명이 짊어지는 어려운 조합이 아니었다. 이제 롤챔스에 갓 데뷔한 MVP가 3강인 ROX를 상대로 꺼낼 수 있는 최강의 카드를 제시했다. 노련한 밴 픽 전략, 육식 정글러 메타를 정면으로 거스르는 용기, 고정 관념을 깨부수는 판단 그 자체가 슈퍼 플레이였다.



[admit] 인정 - 부족함을 인정할 줄 아는 용기





▲ '맥스' 정종빈이 없던 초창기 MVP

하위권 팀이 실력을 키울 수 있는 가장 빠른 방법은 상위권 팀의 운영을 보고 따라 하는 것이다. 그러나 똑같은 픽으로 똑같은 운영을 펼친다고 가정했을 때, 당연히 우위에 서는 것은 경험이 풍부한 상위권 팀이다. 연습과 실전은 다르고, 돌발 상황이 많이 일어난다. 그에 맞춰 유연한 대처를 잘하는 것은 상위권 팀이다. 같은 조합을 해도 숙련도에 따라 천차만별의 결과가 나오는 것이 리그 오브 레전드(이하 롤)이다.

롤챔스에 승격한 팀들이 자주 보이는 실수가 있다. 상위권 팀이 잘하는 픽과 운영을 무조건 따라 해 경기에 나서 무력하게 패배하는 것이다. 하위권 팀들은 아직 미숙하다. 냉정하게 말해서 밸런스가 잡힌 조합이 가지는 장점만을 살릴 수 있는 실력이 되지 않는다. 라인전 단계, 운영 단계, 한타 단계에서 상대가 어떻게 나오느냐에 따라 어떤 판단을 내려야 할지 능숙하게 해내지 못한다.

상위권 팀들과 같은 조합을 했지만, 경기력은 처참하다. 여기서 오는 괴리감에 하위권 팀들은 좀처럼 힘을 쓰지 못하고, 연패의 늪에 빠진다. 밸런스 조합으로 뛰어난 경기력을 발휘하기 위해서는 많은 경험과 오랜 연습이 필요한데, 리그는 이미 진행중이다.


▲ ROX를 무너뜨린 CC기의 향연

이 문제의 답은 가까운 곳에 있는데, 그들은 좀처럼 정면으로 그 답을 인정하지 않는다. 정면 승부가 안되면, 편법을 써서라도 이겨야 할 것이 아닌가? 사실 편법이라고 하기도 그렇다. 강한 자가 살아남는 것이 아닌, 살아남는 자가 강한 것이다. 당장 다음 시즌 롤챔스 잔류도 불투명한 상황인데, 여유롭게 정석 조합의 기량이 오를 때까지 마냥 패배할 수 없다.

MVP는 롤챔스에 갓 승격한 팀들이 그간 보여줬던 실수를 답습하지 않았다. 자신들이 경험과 노련함에서 밀린다는 것을 '인정'하고, 한 명이 이니시에이팅의 부담을 질 필요가 없는 광역 CC 조합을 꺼내 들었다. 프로가 부족함을 인정하는 것은 말로는 쉽다. 그러나 같은 리그에 속한 프로팀이 그 사실을 인정하고, 우회하는 것에는 자존심을 내려놓는 용기가 필요하다. ROX와 MVP의 2세트에서 집중 조명받은 것은 아무무였지만, 슈퍼 플레이를 선보인 것은 MVP 선수단 전원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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