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획] 9티어 중전차 춘추전국 시대, 내가 뽑는 최고의 전차는?

게임뉴스 | 유준수 기자 | 댓글: 30개 |
'E 75, VK 45.02 B, ST-I, WZ-111 1-4'. 다른 9티어 전차들은 물론 10티어와의 싸움에도 밀리지 않는 명품 전차들로, 오랜 기간 동안 월드 오브 탱크 9티어 중전차 4대장이라고 불렸다.

이처럼 오랫동안 이어진 4대장의 자리가 최근 들어 조금씩 흔들리고 있다. 우수한 장갑을 지닌 Type 4 Heavy의 등장과 HD화 이후 활용도가 크게 올라간 Conqueror, 물렁한 포탑으로 꾸준히 천대받았던 M103마저도 HD화로 재평가가 이루어지고 있다.

그렇다고 남은 두 전차인 AMX 50 120이나 T-10도 나쁜 전차라고 보기는 힘들다. 기동성 면에서는 여타 중전차들보다 우수하며, 쐐기형 복합 경사 장갑이나 클립식 주포로 인한 잠재력이 매우 높다. 차후 등장할 스웨덴의 Emill II도 큰 기대를 모으고 있는 현재 9티어 중전차계는 전례 없는 춘추전국 시대가 도래한 상황이라고 볼 수 있다.



▲ 차후 등장 예정인 스웨덴 9티어 중전차 'Emill II', 세부 성능은 아직 공개되지 않았다


▣ 공격과 방어의 완벽한 밸런스, 전통적인 최강자 'E 75'

독일의 E 75는 첫 등장부터 현재까지 한 번도 명품 대열에서 빠진 적이 없는 전통적인 최강자다. 공격이면 공격, 수비면 수비 어느 곳 하나 빠지지 않으며, 심지어 기동성이 나쁜 것도 아니다.

우선 주포를 보면 490의 우수한 평균 대미지를 보유하고 있다. Type 4 Heavy 다음가는 높은 대미지는 적들이 함부로 다가오지 못하게 만들며, 강력한 저지력을 형성하게 된다. 다만 그 대가로 관통력은 약간 부족한 편이며, 0.38의 명중률과 2.9초의 조준 시간을 보유하는 등 외적 성능이 우수하다고 볼 수는 없다.

물론 E 75의 명성은 주포 하나만 가지고 얻어진 것은 아니다. 명중률과 조준 시간, 관통력이 시너지를 일으켜 조준에 상당한 시간을 할애하게 되는데, 이 부분을 우수한 방호력으로 극복하게 된다.



▲ E 75는 공수주 모두 평균 이상의 성능을 보여주는 밸런스 잡힌 전차다


각을 주지 않은 상태의 차체 상부 실 방호력은 270가량이며, 포탑 장갑과 측면 장갑은 각각 252mm와 120mm다. 이에 티타임과 역티타임 모두 능히 사용할 수 있으며, 적을 조준하고 사격할만한 시간을 충분히 벌 수 있다. 심지어 약점이라고 알려진 차체 하부도 실방호력이 220에 달하며, 티타임을 통해 방호력을 더 늘릴 수도 있다.

기동성은 평범한 중전차 수준이지만 선회 능력이 상당히 우수하다. 이 선회능력을 이용해 차체를 흔들면 라인전시 상당한 도탄을 기대할 수 있다. 또한 중형전차나 경전차들이 뒤를 잡으려 할 때도 쉽사리 후방을 내주지 않을 수 있다.

전체적으로 우수하지만 어느 한 부분이 특출나게 좋다고 보긴 힘든 전형적인 '밸런스 잡힌 전차'라고 볼 수 있다. 다만 이 모든 부분들이 시너지를 일으켜 평균을 넘어 탑 클래스에 랭크되게 됐다.



▲ 언제 어느 때나 제 할일을 할 수 있게 해주는 성능이 현재의 자리를 만들었다


▣ 골탄으로도 관통이 안 돼?! 정면 떡장 'VK 45.02 B'

독일의 VK 45.02 B는 강력한 정면 장갑이 특징인 후방포탑형 전차로, 밸런스 조정의 혜택을 크게 받은 대표적인 전차 중 하나다. 9.2 이전까지는 약한 장갑으로 인해 꾸준히 고통받았지만, 9.2 이후 정면 장갑에 엄청난 버프를 받아 순식간에 4대장의 한 자리를 꿰차게 됐다.

주포는 E 75와 동일한 주포를 사용하며, 대미지나 관통력, 명중률, 조준 시간 등의 성능 역시 동일하다. 하지만 후방포탑형 전차가 으레 그렇듯이 부각은 좀 떨어지는 편이다.

VK 45.02 B의 아이덴티티는 뭐니뭐니해도 매우 두꺼운 정면 장갑이라고 볼 수 있다. 차체 상부는 물론 하부까지도 300이 넘는 실방호력을 가지며, 티타임을 잡게 되면 이 수치는 더욱 증가한다. 상대적으로 포탑이 약점이라고는 하지만 포탑 역시 250이 넘는 방호력을 지니기에, 골탄 없이는 관통이 힘들며, 티어가 낮은 전차는 골탄을 동원해도 관통이 불가능할 때가 많다.



▲ VK 45.02 B의 차체 전면은 9티어급에서는 완전 무적에 가깝다


다만 측면 장갑이 100mm로 상당히 아쉬운 편이다. 티타임을 잘못 잡았다가는 측면이 뚫릴 가능성이 높으며, 역티타임을 제대로 사용할 수 없게 만드는 일등 공신이다. 물론 헐다운은 말할 것도 없이 더욱 사용하기 힘들다.

또 하나의 단점은 매우 느린 기동성이다. 보통의 중전차에게는 라인만 잘 도착했다면 기동성이 큰 영향을 끼치는 경우는 적지만, VK 45.02 B는 후방포탑이라는 한계가 있다. 시가지에서 상대방이 쏘고 빠질 동안 적을 조준하지 못하는 경우가 다반수다. 선회도 느려 티타임 각을 상대 조준에 맞춰서 실시간으로 바꿀 수가 없다.

결국 정면 장갑을 뚫을 수 없는 적에게는 매우 강력하지만 강력한 골탄을 보유해 정면 장갑을 뚫을 수 있는 상대에게는 약한 전차가 되어버렸다. 이렇다 보니 초창기 열풍에 비해 4대장 중에는 평가가 점점 떨어지는 전차 중 하나다.



▲ 반응속도가 나쁘기 때문에 측면에서의 공격에 노출되기 쉽다


▣ 미국이 부럽지 않다! 소련 중전차의 이단아 'ST-I'

소련의 ST-I은 사실상 소련 장갑형 전차 트리의 완성형이라고 볼 수 있다. 8티어 이전까지의 KV 시리즈들은 장갑은 좋지만 기동성이 최악이었으며, 심지어 포탑 장갑은 두껍다고 보기 힘들었다. 10티어인 IS-4는 단단하긴 하지만 포탑 상부를 포함한 약점이 다수 포진해 있기에 역티타임 외에는 크게 활약하기 힘든 전차다.

하지만 ST-I는 차체 하부를 제외한 모든 장갑이 고루 단단하다. 특히 KV 시리즈들에 비하면 포탑 장갑이 매우 우수해졌다. 심지어 부각은 8도나 되기 때문에 소련 중전차들에게는 먼 나라 이야기와 같던 헐다운 전략을 유용하게 사용할 수 있다.

물론 완벽한 장갑이란 없듯이 약점도 존재한다. 대표적으로 차체 하부를 들 수 있는데, 200도 안 되는 방호력을 지니는 데다가 탄약고도 위치해 있다. 이외 해치 부분들의 경우 장갑 수치는 좋지만 각도가 나쁘기 때문에 200 초반의 관통력으로도 관통당할 수 있다. 포탑과 차체를 꾸준히 움직여서 약점을 가리는 운용이 필요하다.



▲ ST-I은 소련 전차지만 미국 전차와 유사한 특징을 지니고 있다


주포는 장점과 단점이 어우러진 애매한 스펙을 지니고 있다. 대미지는 440으로 9티어 중전차의 평균적인 수치를 지니는 반면 철갑탄은 258, 성형작약탄은 340의 우수한 관통력을 지니고 있다. 정확도가 0.38인 것은 중전차이므로 감안할만 하지만 3.4초의 최악의 조준시간은 상당한 답답함을 느끼게 한다. 이 모든 것들을 우수한 장갑 수치로 극복하는 것이 중요하다.

기동성은 여전히 낮은 편이지만 KV 시리즈들과는 비할 바가 되지 못하며, 중전차로써는 충분한 기동력을 확보할 수 있다. 또 하나의 장점으로 차체 크기가 작아졌기 때문에, 자주포에 대한 내성이 조금 더 높아졌다.



▲ 타 중전차에 비해 차체 크기가 작은 것도 생존률에 큰 도움이 된다


▣ 강한 화력과 기동성으로 승부한다! 최고의 화력 지원 전차 'WZ-111 1-4'

중국의 WZ-111 1-4는 같은 4대 중전차에 속해있는 타 전차들과는 달리 방호력 면에서는 그렇게 우수한 전차는 아니다. 하지만 우수한 기동성과 강한 펀치력, 거기에 더해 빠른 재장전이 더해져 화력 지원 전차로서의 입지를 굳건히 다졌다.

WZ-111 1-4를 평가할 때는 주포를 빼놓을 수 없다. 평균 대미지가 490으로 상당히 높은 편인데, 연사력이 무려 4.29에 달한다. 같은 490의 대미지를 지닌 독일과 비교해보면 약 1.5초 이상 빠른 속도다. 평균 대미지가 높으면 DPM이 낮아야 한다는 공식을 깨버린 전차라고 볼 수 있다.

물론 그만큼 타 성능은 약간 떨어지는 편이다. 골탄인 성형작약탄의 관통력은 340으로 우수한 반면, 은탄인 철갑탄의 관통력은 244로 매우 낮아 골탄 사용 빈도가 높다. 또한 2.9초의 조준 시간과 0.4의 낮은 명중률을 지녔다. 이중에서도 낮은 명중률은 WZ-111 1-4 운용 시 가장 큰 걸림돌이 된다. 장갑 수치가 좋지 않기 때문에 조준에 충분한 시간을 할애할 수 없기 때문이다.



▲ WZ-111 1-4는 화력과 함께 기동성을 갖추고 있어 게임을 캐리하는 것이 가능하다


우선 하부 장갑이 매우 약하다. 대부분의 전차가 하부가 약점임은 맞지만, 이 전차는 유독 더 하다. 장갑 수치가 고작 80에 그쳐, 아무리 티타임을 잡아도 절대각이 아닌 이상 대부분의 포탄에 관통당하게 된다. 또한 FV215b(183)등 해시탄을 주력으로 사용하는 적과 만난다면 일격에 차고로 가는 일도 흔하다.

차체 상부의 장갑 수치도 120에 불과하다. 복합형 극경사 장갑으로 이루어져 있기에 도탄이 일어나지 않는 것은 아니지만, 250 이상의 관통력은 버티기 힘들며 티타임도 제대로 사용할 수 없다. 유일한 장점은 반구형의 포탑 장갑이지만, 부각이 나쁘기 때문에 활용할 수 있는 지형은 많지 않다.

기동성은 매우 우수하다. 최대 속도는 50에 달하며 지형적응력도 좋다. 그렇기 때문에 중전차 라인에서는 중형전차처럼 아군이 탄을 빼주면 공격하는 방식이 주를 이루게 되며, 우회 공격이나 중형전차 라인으로 진출하는 것도 무리 없이 소화할 수 있다. 즉, 지원이 필요한 곳에 적재적소로 이동해 화력 지원형 전차로 사용할 때 좋은 성적을 낼 수 있다.



▲ 하부가 노출된다면 경전차에게도 관통당하므로 꼭 숨겨야한다


▣ 홍탑필패? 나에게는 통하지 않는다! 명품 주포의 정석 'Conqueror'

영국의 Conqueror는 명품 주포가 무엇인지를 제대로 보여주는 우수한 주포를 지니고 있다. HD화 이전까지는 주포 말고는 큰 장점이 없어 상대적으로 저평가를 받았었지만, HD화 이후 포탑 장갑이 크게 상향되어 재평가를 받은 전차다.

Conqueror 그 자체라 할 수 있는 주포를 보면 평균 대미지가 400에 그치지만 연사력이 5.71로 매우 높아 9티어 중전차 중 DPM 1위를 차지하고 있다. 철갑탄 관통력도 259로 우수하고 골탄은 고속철갑탄으로 326의 관통력을 지닌다. 성형작약탄과 같이 공간장갑에 취약한 단점도 없기 때문에 안정성 면에서는 더욱 우수하다고 볼 수 있다.

여기까지만 보면 DPM이 우수한 평범한 바늘포라고 볼 수도 있지만, 주포의 최대 장점은 엄청난 반응 속도에 있다. 1.9초의 조준 시간과 0.33에 달하는 명중률은 별도의 조준 없이도 대부분의 명중을 보장한다. 특히 포탑 회전 속도도 우수해 언제 어느 때건 원하는 곳으로 포탄을 발사할 수 있다.



▲ Conqueror는 최고의 반응속도를 지녀 언제 어느때건 적을 사격할 수 있다


이처럼 최고의 주포를 가졌으나, 포탑이 약해 상대적으로 저평가 받던 전차였다. 하지만 HD화로 인해 포탑 방호력이 급격히 상승하면서 주포의 성능을 모두 끌어내는 것이 가능해졌다.

포탑과 포방패 모두 250에 달하는 장갑 수치를 지녔으며, 각도도 우수해 10티어 구축전차의 포탄도 충분히 받아내는 것이 가능하다. 그나마 약점 부분인 해치 역시 각도가 매우 우수하여 대부분의 탄을 도탄 시키게 된다. 영국답게 부각도 나쁘지 않기에 단단한 포탑과 함께 헐다운 전법이 매우 유용하게 쓰인다.

장점이 있으면 단점도 있는 법. 포탑과 주포에 비해 차체 방호력이 상당히 낮은 편이다. 하부는 고사하고 상부조차 동티어 은탄에 뚫리기 일쑤다. 헐다운이 가능한 지형에서는 최고의 전차 중 하나지만 헐다운이 불가능하고 차체를 가릴 지형지물이 없는 시가지에서는 매우 약한 모습을 보여준다.



▲ 여담으로 Conqueror는 모든 전차 중 가장 잘생긴 전차에 뽑히기도 했다


▣ 떡장이 뭔지 제대로 보여주지, 한 방 싸움 최고! 'Type 4 Heavy'

일본의 Type 4 Heavy는 특징만 보면 장갑형 중전차의 정석이라고 불러도 될 정도다. 구축함이나 순양함에서 사용되던 함포를 그대로 가져왔기에 압도적인 화력을 보여주며, 웬만한 탄은 모두 도탄 내 버리는 엄청난 방호력을 가지고 있다.

주포로는 14cm 50구경장을 사용하는데, 이는 9티어 중전차 중 가장 큰 구경을 자랑한다. 이는 소소한 이점으로 작용하는데, 45mm 수준의 장갑까지는 각도와 상관없이 구경 우세로 관통이 가능하기 때문이다. 또한 차고가 높은 편이라 비교적 장갑이 얇은 포탑 상판이나 차체 상판을 노리기 쉽다는 메리트도 있다.

평균 대미지는 무려 600에 달하며, 고폭탄의 경우 평균 대미지가 770에 육박한다. 이런 대미지 수치는 9티어 중전차 중 최고 수준으로, 한 방씩 주고받는 라인전에서 큰 이득을 챙기는 것이 가능하다. 반면 구경과 평균 대미지 외의 주포 능력치는 상당히 나쁜 편이다. 20초에 달하는 재장전 시간을 지녔기에 DPM 싸움에서는 약한 모습을 보여준다.



▲ Type 4 Heavy를 정면에서 마주쳤는데, 관통력이 부족하다면 무조건 도망가야한다


기본 철갑탄의 관통력은 249로 그럭저럭 납득할만한 수치지만, 골탄 역시 일반 철갑탄이며 관통력은 고작 282에 불과하다. 뿐만 아니라 0.42의 명중률과 2.9의 조준 시간은 약점사격에 큰 걸림돌이 되기 때문에, 장갑이 두꺼운 전차들을 상대할 때 상당히 고전하게 된다.

Type 4 Heavy의 아이덴티티는 하위 티어 전차들이 넘보지 못할 엄청난 방호력에 있다. 정면 기준 모든 부분의 실 방호력이 250을 넘으며, 측면과 후면도 140mm와 150mm의 장갑을 두르고 있어서 웬만한 탄은 모두 튕겨버리는 것이 가능하다.

하지만 적이 골탄을 동원해 200대 후반 정도의 높은 관통력을 확보했다면, 탄을 도탄시키가 상당히 힘들어진다. 티타임과 역티타임을 사용하려 해도, 정면과 측면 사이의 어깨라 불리는 부분이 약점이 되어버리고 만다.

큰 차체와 느린 기동성도 단점으로 지목된다. 자주포가 많을 경우 별다른 활약도 하지 못하고 차고로 가기 십상이다. 결국 적이 약할 경우 압도적인 강력한 모습을 보여주지만, 적이 강할 경우 별다른 활약이 힘들다는 평가를 받는다.



▲ 둔중한 움직임과 큰 차체로 인해 자주포가 많으면 활약이 힘들다는 단점이 있다


▣ 지뢰 시절은 지났다, HD화로 새롭게 태어난 'M103'

미국의 M103은 오랜 기간 동안 지뢰 취급을 받아왔던 전차다. 7티어 T29, 8티어 T32까지는 부각이 우수하고 포탑 방호력이 매우 좋아 언덕의 제왕으로 불렸지만, M103의 포탑 방호력은 매우 낮았기 때문에 헐다운 사용 시 너무 손쉽게 관통당했기 때문이다.

하지만 이것도 옛말이 되었다. HD화로 포탑 방호력이 크게 상승해, 드디어 헐다운 전법이 사용 가능해진 것이다. 비록 포방패 위쪽은 여전히 약한 모습을 보이지만 피격 면적이 상당히 좁은 편이며, 볼이라 불리는 포탑 양 옆부분은 큰 상향이 이루어져 골탄도 쉽게 도탄내는 모습을 보여준다.

기존에도 우수한 편이었던 주포 능력은 포탑 방호력 상향 이후 더욱 사용이 용이해졌다. 평균 대미지가 400으로 낮은 편이긴 해도 연사가 우수해 DPM이 상당히 높으며, 조준 시간과 명중률도 평균 이상이다.



▲ HD화로 포탑 장갑이 상향되어 헐다운 활용도가 크게 늘어난 M103


물론 포탑과 주포만 봤을 때는 비슷한 유형의 Conqueror에게 밀리는 감이 있다. 하지만 차체가 심하게 부실한 Conqueror와는 달리 M103은 차체도 상당히 쓸만한 편이다. 상부는 각도가 좋아서 도탄을 유도하며, 접합부는 228mm에 달하는 장갑을 두르고 있다.

결국 언덕에 한정해서는 Conqueror의 하위호환격 전차라고 볼 수 있지만, 헐다운이 불가능해도 하부는 가릴 수 있는 곳에서는 활약할 여지가 상당히 높은 편이다.



▲ Conqueror에 비해 차체 상부가 두껍다는 장점을 가지고 있다


▣ 빠른 기동성과 우수한 주포로 승부하는 소방수 'T-10'

소련의 T-10은 중국의 WZ-111 1-4와 유사한 포지션을 지닌 전차다. 우수한 기동성을 적극 활용해 라인에 전략적으로 중요한 위치를 선점하거나, 지원이 필요한 라인으로 빠르게 이동하여 소방수 역할을 해줄 수 있다. T-10은 아무래도 같은 포지션을 지닌 WZ-111 1-4와 계속해서 비교를 당하게 된다.

주포부터 보자면 대미지를 제외한 관통력이나 DPM, 명중률 등 모든 부분이 WZ-111 1-4보다 우월하다. 평균 대미지도 440이면 그리 나쁜 편도 아니며, 충분히 쓸만한 정도다.

기동성 부분 역시 WZ-111 1-4에 밀리는 모습은 보이지 않는다. 최대 속력은 50km/h로 동일한 수치를 지니며, 오히려 추중비와 선회 능력은 더욱 우수하다.



▲ WZ-111 1-4와 포지션이 유사한 T-10


그럼에도 T-10이 타 중전차보다 나쁘게 느껴지는 것은 방호력 측면이 가장 크다. 쐐기형 복합 경사 장갑을 지녔다 해도 장갑 수치가 120mm밖에 되지 않으며 경사도 또한 좋지 않은 편이다. 그러다 보니 아무리 각도를 잘 잡는다 해도 동티어 중전차의 포탄의 도탄을 기대하기는 매우 힘들다.

반구형 포탑 역시 IS-3와 동일한 문제를 지니고 있었다. 바로 이마라고 불리는 포탑 상부의 방호력이 40mm밖에 되지 않았다는 것이다. 측면 장갑도 공간장갑이 있긴 하지만, 그 범위가 좁은 편이라 역티타임도 마음껏 사용하기 힘들었다.

결국 중전차와 중형전차의 사이쯤에 위치한 성능을 지니고 있다고 보면 된다. WZ-111 1-4가 하부 장갑을 희생해 포탑 장갑을 얻었고 기타 능력을 희생해 한 방 대미지를 얻었다면, T-10은 조금 더 밸런스가 잡혀있는 기동형 중전차다.



▲ 한 방 화력이 좋은 WZ-111 1-4와 달리 조금 더 밸런스 잡힌 주포를 지닌다


▣ 오만하지도, 겸손하지도 않다! 클립식 주포의 높은 잠재력 'AMX 50 120'

프랑스의 AMX 50 120은 프랑스라는 이름에 걸맞게 클립식 주포를 사용한 전차다. 클립식 주포만 있으면 뭘 해도 평균은 간다는 말이 있지만, AMX 50 120은 꾸준히 9티어 중전차 중 최하위권의 승률을 벗어나지 못했다.

화력 자체는 클립식 주포이니만큼 매우 우수한 편이다. 한 클립에 4발이 들어있으며, 발당 평균 400대미지를 줄 수 있으므로 총 대미지는 1,600에 달한다. 관통력도 철갑탄은 257, 고속 철갑탄은 325로 우수한 편이며 0.35의 명중률과 2.7초의 조준 시간도 납득할 수 있다.

하지만 실제 활용도는 상당히 떨어질 수밖에 없다. 가장 큰 이유는 3.33초에 달하는 탄간 재장전 시간이다. 한 클립의 4발을 모두 사용하기 위해서는 최소한 10초의 시간이 필요하다는 뜻이다. 탄간이 빠르다고 알려진 TVP T 50/51이 4발을 모두 사용하기 위해서 4.5초의 시간이 걸리는 것과 비교하면 2배 이상 차이가 난다.



▲ AMX 50 120은 클립식 주포를 사용하지만 모든 탄을 쏟기 위해 오랜 시간이 필요하다


최악의 부앙각도 발목을 잡는다. 성능상으로는 6도의 부각과 8도의 앙각을 가지는데, 앙각의 경우 후방 부분만 8도까지 올라가며 전면 앙각은 6도에 불과하다. 부각이 6도인 것은 그럭저럭 납득할 수 있겠지만, 6도에 불과한 전면 앙각 때문에 약간의 내리막길만 있어도 적을 사격할 수 없는 문제가 발생한다.

최대 속도는 65km/h로, 9티어 중전차 중 최고의 기동성을 가졌다. 다만, 내리막길이 아닌 이상 최대 속도에 도달하는 모습을 보기는 힘들며, 실제 최대 속도는 50~55km/h 정도에 머무는 점이 아쉬운 편이다. 장갑은 고폭탄만 가까스로 막아줄 수 있는 수준으로 도탄을 기대하기는 힘들다.

여타 클립식 전차처럼 필요한 상황에 화력을 퍼부은 후 재장전 시간 동안 숨어있거나 다른 라인으로 이동하는 방식으로 운용하게 된다. 탄간이 길기 때문에 기회가 왔을 때 모든 탄을 비우기보다는, 상황에 따라 나눠가면서 클립을 비우는 플레이가 요구된다.



▲ 조금의 경사만 있어도 정면의 적조차 사격하기 힘들다


▣ 9티어 중전차 춘추전국 시대, 내가 뽑는 최고의 전차는?

지금까지 국가별 9티어 중전차들에 대해 알아보았다. 이처럼 일부 전차는 타 전차에 비해 좋다고 평가받기도 하며, 일부 전차는 나쁘다고 평가받기도 한다. 하지만 모든지 만능인 전차는 없듯이, 아무리 우수하다고 평가받는 전차라도, 약점이 노출된다면 아무것도 못 할 수도 있으며, 나쁘다고 평가받는 전차도 특정 상황에서는 최고의 전차가 될 수도 있다.

개개인마다 취향이나 성향, 특색에 따라 가장 좋다고 생각하는 전차가 모두 다를 것이다. 이에 최고의 중전차는 무엇인지 투표를 해보는 것은 어떨까 한다. 정말 예전처럼 4대장의 자리가 굳건할 것인지, 아니면 세대교체가 이루어질지 확인해보는 시간을 가져보고자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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