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 에오스와 함께 웃은 조계현 대표, "온라인 MMORPG, 오히려 지금이 기회다"

인터뷰 | 박태학 기자 | 댓글: 105개 |




산뜻한 출발이었다. PC 온라인 게임 퍼블리셔로서 첫발을 내디딘 카카오게임즈 이야기다. 국내외에서 서비스 안정권에 접어든 검은사막과 함께 순풍을 탔다. 플랫폼 사업 분업화가 이루어진 후, 자연히 카카오게임즈의 다음 행보에도 업계의 시선이 쏠렸다.

그들이 선택한 두 번째 MMORPG는 에오스였다.

잠깐... 에오스!?

2013년 9월, OBT를 시작한 후 동시 접속자 4만 명, 월 매출액 40억 원까지 찍은 게임. 게임이 삼삼해서 성적도 삼삼할 거라 봤는데, 의외의 결과에 깜짝 놀랐던 기억이 난다. 시기적절한 오픈 타이밍, 담백한 게임플레이 등 에오스의 성공 요인을 분석하는 기사가 연이어 나왔다. 리니지 시리즈, 아이온, 블레이드 앤 소울, 테라를 이어 모처럼 나온 국산 MMORPG의 성공 사례가 되는 듯했다.

하지만, 전성기는 오래가지 않았다. 소통 없는 업데이트와 운영으로 급격한 하강세를 보인 에오스는 결국 2015년 9월, OBT를 시작한지 딱 2년이 지나고 서비스를 종료했다. 이미 한 차례 실패를 맛본 게임이 다시 나온다고 해서 순위권에 재진입하는 사례는 드물었다. 카카오게임즈의 선택에 의문이 든 이유다.

하지만 에오스는 3년 전과 마찬가지로 나를 깜짝 놀라게 했다.

재오픈 직후 PC방 순위 20위 안으로 들어가며 상쾌한 시작을 알렸다. 이후 자신의 이름을 조금씩 위로 끌어올렸고, 지금은 15위권 안에 둥지를 틀었다. 아직 서비스 초반이기에 함부로 평가하기는 어렵지만, 재런칭 온라인 게임 사례만 놓고 보면 제법 큰 의미가 있다.

에오스의 호성적에 가장 기뻐할 인물. 덧붙여 가장 바쁘게 활동 중인 인물, 카카오게임즈의 조계현 각자대표를 만났다. 에오스와 관련한 비화, 그리고 카카오게임즈의 향후 방향성까지 들을 수 있었다.




▲ 카카오게임즈 조계현 각자대표





에오스의 초반 반응이 상당히 좋은 편이다. PC방 인기순위 15위 안에 꾸준히 들고 있다.

에오스는 내가 카카오게임즈에 오기 전부터 서비스 논의를 해왔던 게임이다. 준비를 많이 한 덕분 아닐까 싶다.


준비 과정을 좀 더 구체적으로 들어보고 싶다.

유저 분들도 알겠지만 에오스는 한 차례 서비스를 중단했던 게임이다. 그런 게임을 다시 선보이기 위해서는 그 게임이 '왜' 엎어졌는지 짚어봐야 한다. 우리가 한 게 뭐 특별한 건 아니고... 구버전 에오스의 서비스 시작일부터 하루 단위로 무슨 일이 있었는지 다 적었다. 엑셀로 표 만들어서 게임 내, 외적으로 전부 다 기록했다.

그러면서 게임을 자세히 알아보니, 군데군데 다듬어서 출시하면 다시 살아날 가능성이 보였다. 개발팀이나 사업팀도 같은 생각이더라. 개발사와 조율한 끝에 올해 초부터 재런칭 준비에 들어갔다.


이미 한 번 유저들이 떠난 게임이다. 즉, 에오스를 재런칭을 하는 시점부터 이미 전 퍼블리셔와는 다른 운영을 보여야 한다는 과제를 안고 가는 셈인데.

에오스가 과거에 겪어 왔던 일들을 보니 개인적으로 이런 생각이 들더라. 개발팀 마음이 좀 급해 보였다. 에오스가 서비스되던 시절, 대형 온라인 게임이 공개되거나 테스트를 앞두고 있었는데, 그런 분위기가 에오스에게 부담감을 줬던 게 아닐까 싶다.

우리는 에오스를 오랫동안 서비스할 계획이다. '서프라이즈!' 이런 분위기가 아니라 묵묵하게 꾸준히 갈 거다. 물론, 수익을 위한 유료 아이템 출시를 안 할수야 없겠지만, 그것도 최대한 천천히 적용할 생각이다. 운영, 개발, 마케팅 모두 안정성에 기반을 두고.


서비스 종료한 온라인 게임이 재런칭해서 다시 순위권에 든다는 게 쉬운 일은 아니다. 에오스가 올라갈 수 있었던 배경이 무엇이었을까.

시장 상황이 그렇다. 좋은 게임의 공급이 줄었다. 트리플 A급 PC 온라인 게임을 만드는 개발인력도 과거와 비교하면 어마어마하게 줄었다는 의미다. 마찬가지로 유저들도 변했다. PC방에 앉아있는 시간보다 스마트폰을 보는 시간이 더 많다.

그런데 이와는 별개로 각 플랫폼이 갖고 있는 장단점은 변하지 않는다. 키보드, 마우스, 모니터로 구축된 환경은 PC 게임만의 독보적인 특징이다. 이를 원하는 유저들은 아직도 많다. 북미에 검은사막 런칭할 때 그쪽 게임시장 공부하면서 깨달았다. PC 게임 시장보다도 과거라고 불리는 콘솔 시장조차 아직도 왕성한 생명력을 보이고 있다. 모바일 시장이 커진다고 해도, 그것이 PC 게임 시장이 종말을 의미하는 건 아니다. 아직 PC 온라인 게임에 대한 수요층이 남아있다는 게 에오스의 반응로 조금이나마 증명되었다고 본다.

그게 가장 큰 이유고, 두 번째는 에오스를 지금 소비자들이 원하는 방향으로 풀어낸 것이 주효했기 때문이 아닐까. 에오스의 과거를 하나부터 열까지 구석구석 살피면서 여러가지 개선안을 마련했다. 그런데 이게 어느 한 쪽의 의견 뿐이라면 성공하기 어렵다. 개발자와 사업자, 그리고 소비자까지 모두가 원하는 방향으로 갈 때 성공 가능성이 높아지는 것 아닌가. 재런칭 준비하면서 개발자와 사업자 의견은 거의 90% 가까이 맞췄다. 문제는 이게 소비자 입맛에도 맞느냐는 건데, 시장 반응을 보면 다행히 잘 풀어낸 것으로 보인다.

▲ 에오스 오픈베타 영상


카카오게임즈 내부에서는 에오스의 재오픈 성적을 어느 정도까지 예상했나.

지금의 반 정도? 그 정도는 무조건 할거라 생각했다. 나도 에오스를 꽤 열심히 했다. 유저 입장에서 볼 때 재오픈하면 일정 이상의 성적을 거두리란 믿음이 있었다. 사실, 외부에서 '이걸 왜 지금 서비스하냐'라는 의견도 듣기는 했다. 그 말 듣고 기분이 썩 유쾌하지는 않았는데(웃음)... 검은사막을 서비스하면서 얻은 노하우도 있고, 이후 보완점 등도 구상해둔 터라 무사히 재런칭까지 끌고 올 수 있었다. 아무튼, 지금 성적은 내가 처음에 기대한 것 이상이다.


최근 몇 년간 국내 게임시장은 온라인에서 모바일로 흘러갔다. 유저층도 그렇고 개발사, 퍼블리셔도 마찬가지다. 그런데 지금 카카오게임즈의 행보는 반대다. 모바일에서 시작해 온라인으로 사업 영역을 넓히고 있다.

아까도 말했듯, 각 플랫폼에는 특징이 있다. 누구나 알듯 모바일 디바이스의 핵심은 접근성이다. 언제 어디서나 게임 받아서 바로 할 수 있다. 하지만, 그렇다고 모바일 디바이스에 한계가 없는 건 아니다. PC 게임만의 코어가 있고, 콘솔 게임만의 코어가 있는데, 모두 다른 유저층을 가졌다.

카카오게임즈의 비전은 단순하다. 엔진과 다음게임이 합병할 때도 변하지 않았다. 다양한 플랫폼에 좋은 게임을 선보이는 것. 모바일은 물론, 검은사막이나 에오스 이후로도 온라인 게임 시장에 꾸준히 양질의 게임을 공급할 생각이다. 그리고 콘솔, VR 쪽도 나간다. 이미 오큘러스 리프트 전용 VR골프 온라인을 냈고, 내년에는 화이트데이: 스완송을 출시한다. 이건 PS VR 전용 게임이다.


그 비전이 이뤄지려면 다양한 플랫폼에 도전하는 개발사들이 받쳐줘야 할 것 같은데.

사실이다. 우리가 서비스하고 싶다고 해도 개발사에서 다양한 게임을 만들지 않는다면 의미가 없다. 문제는 투자에 달렸다. 그리고 대규모 게임 프로젝트는 투자자들의 영향을 무시할 수 없으니까. 난 지금이야말로 PC 게임에 투자할 시점이라고 본다. 우리나라도 그렇고 외국도 마찬가지로 PC 게임 개발사 숫자가 많이 줄었다. 오히려 그렇기 때문에 더 가능성이 높지 않나. 소비보다 공급 쪽 감소폭이 더 크니까.


지금 생각해보면, 게임 완성도와는 별개로 여러 운영 이슈와 사업적인 문제로 서비스를 접은 게임이 여럿 있다. 그중 에오스를 선택하게 된 배경이 무엇인지 궁금하다.

에오스 자체의 퀄리티도 있지만, 검은사막과 겹치지 않는다는 것도 선택한 이유 중 하나다. 검은사막은 훌륭한 게임이지만, 모든 게이머의 입맛에 맞는 대중적인 게임은 아니다. 한마디로 말해 어려운 게임인 반면, 에오스는 배우는 데 특별한 피지컬이나 지식을 요구하지 않는다.

이에 따라 두 게임의 유저층도 다르다. 검은사막은 주로 젊은 유저들이 많다. 밀도있는 조작성과 액션, 거기에서 나오는 재미를 추구하는데, 이 때문에 다소 나이가 있는 유저들은 힘들어하는 경향을 보였다. 쉽고 편한 게임을 요구하는 유저층도 분명히 존재하는 만큼, 카카오게임즈 입장에선 이들의 니즈를 채워줄 게임이 필요했다. 그 때 기준에서 최적인 게임이 에오스였고.

그리고 에오스는 이미 수 년간 서비스를 했던 게임이다. 출시된 신작들과 비교해 시스템적 완성도가 높다. 유저에게 5년이고 6년이고 그 안에서 살아간다는 느낌을 줘야 하는 장르가 MMORPG다. 이게 가능하려면 시스템이 받쳐 줘야 한다. 에오스는 이미 충분한 단계로 올라 온 작품이기에 우리에게는 매력적인 카드였다. 이미 문 닫았지만, 다시 어떻게든 열어서라도 가져와야 한다고 봤다.



▲ "쉽고 편한 MMORPG가 필요했다."


보통 서비스 종료하면 개발팀은 뿔뿔이 흩어진다. 그런데 에오스 개발팀은 큰 변화 없이 핵심 인력이 그대로 유지되었다고 들었다.

애정이랄까, 개발팀이 에오스를 다시 살리고자 하는 의지가 엄청 강했다. 우리 역시 에오스를 원했기 때문에 개발팀이 전력을 유지할 수 있게 꾸준히 이야기를 나눴다. 개발팀의 노력 덕분에 에오스는 서비스 종료된 후에도 콘텐츠 개발이 끊어지지 않았다. 재런칭과 동시에 신 캐릭터를 선보였는데, 이것도 그 때 고생하면서 만들어낸 결과물이다.


카카오게임즈의 MMORPG 서비스 유지 능력이 완전히 검증되지 않았다는 업계의 시선도 있다.

모든 직원들의 이력을 이 자리에서 공개하지 못해 아쉽다.(웃음) 지금 내가 할 수 있는 말은 카카오게임즈 내 운영팀 멤버들 모두 하나하나 훌륭한 사람들이라는 것 뿐이다. PC 온라인 게임, 특히 MMORPG 서비스 경험이 풍부한 인력들로 구성됐다. 또, 검은사막을 안정적으로 서비스하면서 단련된 부분도 있다. 단언컨대, MMORPG 서비스 능력에 관해서는 어떤 대기업과 비교해도 부족하지 않다고 생각한다.


재런칭된 에오스를 플레이하고 있는 유저들의 반응을 보면, '닥사'에 대한 아쉬움이 많다는 걸 알 수 있다. 과거 에오스는 다양한 던전과 장비 파밍 등에 재미의 포커스가 맞춰져 있었다. 반면, 지금의 에오스는 레벨 한도가 없어진데다 레벨업에 따른 능력치 성장폭이 큰 편이라 게임의 컬러가 변했다는 의견이 다수다.

예전 유저들에게 과거 스타일 그대로 제공하는 건 의미를 갖기 어렵다고 생각했다. 다만, 그렇다고 해서 에오스가 필드 사냥게임으로 바뀐 거냐고 묻는다면 '아니오'라고 답할 것이다. 아직은 시작 단계다. 우리가 먼저 선보인 카드가 과거와의 차이점에 중심을 뒀을 뿐이다. 이후 꺼낼 카드는 보다 에오스의 본질에 가깝다. 긴장감 넘치는 던전 플레이는 물론, 과거 에오스의 느낌이 서려 있는 콘텐츠가 다수 공개될 예정이다. 일단, 바로 다음 버전 업데이트부터 지켜봐주었으면 한다.



▲ "에오스의 재미있는 던전들을 포기할 생각은 없다."


이후 카카오게임즈의 계획을 들어보고 싶다. MMORPG 외 다른 장르의 게임도 퍼블리싱할 계획이 있는지.

물론이다. 캐주얼, MORPG 등 장르를 가리지 않고 게임의 완성도 위주로 볼 생각이다. 국내 뿐 아니라 외산 게임도 주시하고 있다. 솔직히 말하자면, 현재 카카오게임즈는 MMORPG 서비스에 최적화된 구조다. 하지만, 그렇다고 해서 다른 장르에 관심이 없는 건 아니다.


창의적인 스타트업을 지원해주는 인큐베이팅 프로그램 운영 계획은 없나.

아직 카카오게임즈가 큰 규모의 조직은 아니기에 별도의 시스템을 운영하지는 않았다. 하지만, 개성있는 인디 게임사 등에 대한 지원은 예전부터 꾸준히 해왔다. 상업적 요소와는 별개로 개성이 돋보이는 게임이라면, 앞으로도 어떤 형태로든 도움을 주고자 한다.


여러 게임사의 요직을 맡아오면서 국내 게임 산업에 대한 가치관을 다졌을 것이라 생각한다. 궁극적으로, 지금 가장 필요한 것이 무엇이라 생각하나.

플랫폼 환경의 변화를 겪으면서 수많은 국내 게임 개발사가 어려움을 겪었다. 과거 게임사들은 외국 나가서 성과도 많이 냈다. 넥슨, 엔씨소프트 모두 초창기 게임사들로 외국에서도 크게 성공했다. 그런데 최근 게임사들 중에서 꾸준히 외화를 버는 게임사는 극소수다. 이건 아까도 말했듯, 게임사의 문제뿐 아니라 투자도 얽혀 있기 때문에 단기간에 해결될 사항은 아니다.

상황이 어려운 건 사실이나, 국내 게임 생태계에 필요한 건 결국 하나밖에 없다. 재미있는 게임을 나와야 한다. 플랫폼과는 별개로 일단 재미가 보장되어야지 경쟁력을 논할 수 있다.

개인적으로는 국내 게임업계에도 재미를 우선시하는 문화가 곧 자리잡으리라 생각한다. 환경 변화에 약 2~3년간 고생한 국내 게임사들이다. 약 반정도 오지 않았을까. 앞으로 2~3년 정도의 시험과정을 거치고 나면, 세계적인 화제를 모을 게임이 나오리라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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