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획] 마우스와 달라봐야 얼마나 다르겠어? 마비노기 영웅전 게임패드 체험기

게임뉴스 | 유준수 기자 | 댓글: 332개 |
"오늘은 무슨 업데이트가 있었으려나?" 매주 목요일이 되면 마비노기 영웅전에 접속하며 중얼거리는 말이다. 그런 많은 목요일 중 하나였던 11월 3일은 유난히 점검이 길게 진행된 날이었다. 인챈트나 타이틀 등 다양한 방면에서 개선이 되었지만, 새로운 콘텐츠는 케아라 스토리 정도가 전부였기 때문에 개인적으로 큰 관심이 가지는 않았다.

그래도 함께 진행되는 이벤트는 꽤나 마음에 들었다. 지금까지 딱 한 번밖에 풀리지 않았던 최고급 인챈트의 룬을 보상으로 줬기 때문이다. 현재까지 죽은자의 인챈트와 11번의 전투를 벌여 단 1승밖에 하지 못했기 때문에, 인챈트를 100% 성공시켜주는 최고급 인챈트의 룬의 존재는 매우 고맙게 다가왔다.

빙고판을 빠르게 채운 후 레이드 순회도 깔끔하게 끝났다. 모닥불에서 불을 쬐며 오랜만에 황혼의 사막 풀방을 돌아볼까 하는 찰나, 옆에서 게임패드를 이용해 액션 게임을 즐기는 동료 기자 P모씨가 눈에 띄었다. 그러고 보니 패치 내역 중 게임패드 개편도 있었던 것 같다.



▲ 11월 3일(목), 게임패드 개편이 이루어졌다


"게임패드로 게임하면 안 불편해요? 재밌어요?"

솔직히 말해 게임패드의 입력 방식은 마우스와 키보드에 비하면 그 한계가 뚜렷하다고 생각했다. 미세 조종도 힘들며 사용할 수 있는 버튼도 제한되어 있지 않은가. 정확한 컨트롤과 다양한 스킬 사용이 필요한 액션 게임과는 어울리지 않을 것이라는 생각이 강했다.

"네. 특히 손맛이 차원이 달라요. 다른 게임 하는 느낌이에요."

하지만, 확실히 옆에서 구경하다 보니 재밌어 보인다. 조금 더 몰입감이 좋아 보인다고 해야 할까? 게임패드가 진동하는 것도 몰입감을 배가시켜줄 것 같다. 마비노기 영웅전을 게임패드로 플레이해보면 어떨지 상당한 관심이 쏠렸다.

"저 게임패드 좀 빌릴게요"
"저 지금 쓰고있..."
"감사합니다."
"네?"




▲ 동료 기자의 순조로운 협조로 획득한 XBOX 게임패드


동료 기자의 순조로운 협조 속에 게임패드를 사용해볼 수 있게 됐다. 가장 먼저 한 일은 역시 조작 모드 변경이었다. 하지만 키 세팅 쪽은 잘 몰랐기 때문에 기본 세팅 그대로 놔둔 채 직접 테스트에 나섰다.

첫 전투로 선택된 곳은 로흘란 평원 자유 전투. 레이드를 가기엔 아직 조작 방법이 익숙하지 않아 팀원에게 민폐를 끼칠 것 같아서 선택한 곳이다. 물론 타이틀 습득을 노림과 동시에 운 좋으면 기둥도 뜨지 않을까 하는 마음도 있었다.

게임패드 플레이는 키보드, 마우스와 얼마나 다를까? 두근거리는 마음으로 전투에 들어선 직후 몬스터를 잡으러 이동하려는 순간 화면이 하얗게 빛났다. 키 입력 미스로 팔라딘으로 변신을 해버리고 만 것이다. 순간적으로 시계를 보니 11시 3분. 으아아.



▲ 키 입력 미스로 전투에 진입하자마자 변신을 사용하고 말았다


전투에 돌입해보니 확실히 이전과 다른 짜릿함이 느껴졌다. 물론 일반 공격과 스매시, 블링크를 번갈아 사용하여 전투를 벌이는 것은 다름이 없었다. 하지만 키보드와 마우스에서는 느낄 수 없었던 게임패드만의 손맛은 일품이었다. 간간이 느껴지는 진동 기능은 박진감 넘치는 전투를 배가시켰으며, 온몸이 함께 움직이는 것을 느꼈다. 일반적인 2D 영화를 관람하다가 아이맥스 영화를 관람하는 느낌이라고 해야 할까?

물론 아쉬운점도 있었다. 마우스포인터 조종이 가능하기는 했지만 마우스에 비하면 상당히 불편했기 때문에 배를 띄우거나 메뉴를 선택하는 등의 행위는 자연스럽게 마우스를 사용하게 됐다. 또한 채팅의 경우는 아예 불가능했기 때문에 게임패드를 사용하더라도 키보드와 마우스를 배제할 수는 없어 보였다. 또한 진동 기능이 공격 시에는 나오지 않고 피격 시에만 나오는 점도 안타까웠다.

정신없이 전투를 진행하던 중 커다란 난관에 부딪혔다. 모든 키를 하나씩 눌러서 대략적인 조작법을 알아낸 상태였지만, 잡기 키를 알 수 없었던 것이다. 지금껏 코어나 아이템은 모험친구를 통해 해결했고, 드레인은 사용하지 않고 버티고 있었는데 잡기 키를 사용할 수밖에 없는 상황이 벌어졌다. 변신이 풀려서 장비가 파괴되고 말았기 때문이다.



▲ 전투보다 중요한 것이 장비 수리다


결국 어쩔 수 없이 확인하게 된 조작법 상세설정창. Y_NEG나 Z_POS, PvU 등 알아들을 수 없는 입력키에 절망할 무렵, 상단에 이미지가 위치해 있는 것을 확인할 수 있었다. 친절하게도 해당 조작법에 대응하는 키 입력 방식을 이미지로 표현해준 것이다.

알아보기 쉬운 이미지 방식에 각종 키를 바로 확인할 수 있었음은 물론, 별도로 앉기와 스크린샷 단축키도 설정할 수 있었다. 이때서야 깨달은 거지만 지금까지 인세인 리퍼나 의문의 고양이 조각상 등의 스킬은 물론이고 달리기 키조차 사용하지 않고 있었다. 어쩐지 느리더라.

조작법을 확인하고 나니 드디어 캠프파이어를 설치할 수 있었다. 장비 수리를 진행하고 앉아서 버프도 받는 것은 물론, 스크린샷을 찍는 것도 게임패드 하나로 모두 가능했다. 이외에도 조작법 표시 방법이 게임패드에 맞춰서 표기되어, 채집이나 보조무기 사용 시 헷갈릴 일이 없었다.



▲ 조작법 상세설정창에서 이미지를 통해 손쉬운 키 세팅이 가능했다



▲ 보조무기를 사용하거나 채집 시 게임패드에 맞춘 조작법이 표기된다


전투 시작 후 약 10분 정도가 흐른 시간, 중간 보스이자 네임드 몬스터인 파멸의 에피데미아를 만날 수 있었다. 사실 이때까지만 해도 별다른 감흥이 없었다. 보스 몬스터도 아닌 고작 네임드 몬스터, 그것도 한두 번 상대해본 것이 아니기 때문이다.

그러나 게임패드로 상대하는 에피데미아는 위압감이 남달랐다. 정확히 말해서는 긴장감이 배가된다고 하는 게 맞는 것 같다. 전투에 조금 더 몰입하게 되어 공격 하나, 회피 하나에 심혈을 기울이게 됐다. 물론 조종법이 익숙지 않고 불편한 부분도 한 몫 거들었다. 특히 게임패드 전용 퀵슬롯 키는 직관적으로 사용하기엔 좋지만 키보드와 같은 빠른 연계가 불가능했기 때문에 반응속도를 느리게 만드는 원인이 되기도 했다.

잦은 컨트롤 미스로 행동 불능 버티기까지 발동한 상태, 오기 때문이었을까? 물약은 일부러 사용하지 않았다. 결국 마지막에 가서는 행동 불능에 빠져 여신의 가호를 사용할 수밖에 없었다. 비록 패배하여 여신의 가호까지 썼지만 짜증 난다는 마음보다는 아쉽다는 마음이 가득했다. 게임패드에 조금만 더 익숙했더라면...



▲ 네임드 몬스터 '파멸의 에피데미아'와의 전투



▲ 게임패드 전용 퀵슬롯 키는 직관적이긴 하지만 빠른 대응이 어려운 편이다



▲ 컨트롤 미스로 인해 결국 행동 불능에 빠지고 말았다


어렵게 에피데미아를 처치한 후, 일반 몬스터를 상대로 게임패드에 익숙해지기 위한 연습을 시작했다. 보스 몬스터인 페스티스에게는 지고 싶지 않았다. 퀵슬롯 전환과 방향전환 공격 등 이제 어느 정도 세부 조종에 익숙해질 무렵, 보스 몬스터인 페스티스를 만날 수 있었다.

어차피 변신은 사용할 수 없는 상황이었기 때문에 평범하게 컨트롤을 이용해 전투를 벌일 수밖에 없었다. 이번에는 에피데미아 때와는 다를 것이라 다짐하며 물약을 사용하지 않고 처치하는 것을 목표로 전투를 시작했다.

많은 공방이 오간 뒤, 결국 한 번도 행동 불능에 빠지지 않고 페스티스를 처치할 수 있었다. 키보드와 마우스로는 지루한 공방과 승리가 당연한 상황이었지만, 게임패드로 승리를 거두고 나니 짜릿함과 함께 상당한 성취감을 느낄 수 있었다.



▲ 페스티스 사냥은 성공적으로 이루어졌다. 물론 기둥은 없었다


이후로는 일사천리였다. 게임패드를 사용해 시즌3 레이드 순회에 도전했다. 약간은 숙제로 느껴지기도 했던 순회 파티였지만 게임패드로 플레이하니 지금까지 느끼지 못했던 또 다른 재미를 부여해줬다. 거기에 피로감이 훨씬 적게 느껴져, 오랜 시간을 플레이해도 지치지 않을 수 있었다.

내친김에 니플헤임도 도전해봤다. 오랜만에 보는 서큐버스 퀸과 블러드 로드, 젝칼리온이 반갑게 느껴졌다. 사실을 말하자면 여기서 약간은 바닥에 누워있기도 했다. 아주 약간만.

결사대 전투도 진행하고 싶었지만, 아직은 민폐가 끼칠까 봐 그만두었다. 다만, 게임패드 플레이가 완벽히 익숙해지면 꼭 도전해볼 생각이다. 게임패드를 사용하여 네반, 오염의 근원과 함께 전투를 벌일 것을 생각하니 벌써부터 가슴이 두근거렸다.



▲ 게임패드로 플레이하니 전투 피로감이 훨씬 적게 느껴졌다



벌써 게임패드가 개편된 지 1주일이라는 시간이 흘렀다. 채팅을 할 수 없다는 단점은 음성 채팅을 통해 부분적으로 극복하며, 마비노기 영웅전을 처음 접했을 때의 기분을 느끼면서 전투를 즐길 수 있었다. 한동안 사용하지 않았던 피로회복제도 사용했으며, 주황색 기둥을 3개나 보기도 했다.

물론 동료 기자 P모씨의 게임패드는 여전히 내 손에 있었다. 매일같이 보는 눈빛이 달라지는 걸 보니 이제 슬슬 게임패드를 돌려주지 않으면 유혈사태가 일어날 수 있음을 느낀다.

어쩔 수 없이 오늘은 미뤄왔던 게임패드 구매를 진행해야겠다. 잠시 체험만 해보려 했을 뿐인데, 다시 키보드와 마우스로 마비노기 영웅전을 즐기기에는 게임패드만의 손맛이 너무 아쉬웠다. 그런데 어떤 게임패드를 사야 하는 거지? 일단 피로도부터 녹이면서 생각해봐야겠다.

댓글

새로고침
새로고침

기사 목록

1 2 3
검색