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획] 손 안에 원작을 담아낸 '라그나로크M', 그 시절 그대로일까?

기획기사 | 원동현 기자 | 댓글: 47개 |

어릴 적엔 게임이 꿈처럼 느껴졌습니다. 게임 속 세계가 너무나 생생하게 와닿았고, 내 캐릭터가 또 하나의 분신처럼 느껴졌었죠. 스펙, 강함 같은 건 뒷전이었습니다. 그저 그 속에서 다양한 사람들과 친구를 맺고, 도란도란 모여 앉아 이야기를 나눌 수 있다는 것 자체가 행복했거든요.

그러나 조금씩 나이를 먹어가고, 사고방식이 이성적으로 변해가면서 게임을 보는 눈 역시 달라졌습니다. 스토리나 세계관보다는 타격감과 효율을 찾게 됐고, 타인과 교류하는 시간이 아깝게 느껴지기 시작했습니다. 어느샌가 여유가 사라져버린 거죠. 제아무리 화려한 그래픽일지라도 그 허전함을 메워주기엔 역부족이었습니다.

과거 '라그나로크'는 그런 여유를 보여준 대표적인 게임입니다. 굳이 강함을 추구하지 않더라도, 마냥 바쁘게 뛰어다니지 않더라도 누구 하나 이상하게 볼 일이 없었죠. '유료 채팅 게임'이라는 오명 아닌 오명을 얻을만큼, 소박하면서도 따뜻한 사랑이 넘쳐났습니다.

이번에 그라비티가 선보이는 모바일 신작 '라그나로크M'은 '영원한 사랑'이라는 부제를 달고 나왔습니다. 손안에서 구현된 가장 완벽한 '라그나로크', 그 시절의 '사랑'도 그대로일까요?



■ 2000년대 초중반의 향수가 물씬 - 원작 초월 풀 3D 그래픽




지난 2002년, 대한민국 온라인 게임사에 한 획을 그은 작품이 등장했습니다. 바로 그라비티의 '라그나로크 온라인'이었죠. '악튜러스'로부터 이어진 정감 넘치는 그래픽과 개성 넘치는 직업들 덕에 많은 이들의 사랑을 한 몸에 받았습니다.

오늘(14일) 오픈한 '라그나로크M'은 원작에서 한발 더 나아간 모습을 보여줬습니다. 그러면서도 원작의 분위기를 오롯이 담아냈죠. 풀 3D로 바뀌었음에도 캐릭터의 앳된 모습과 따뜻한 분위기는 그대로 남아있었습니다. 특히 마을에 진입하는 순간 2000년대 중반의 추억들이 불현듯 떠오르며 시간여행을 하는 기분마저 듭니다.

어쩌면 기존 유저들에게는 풀 3D로 탈바꿈한 '라그나로크'가 약간 생소할지도 모르겠습니다. 3D 배경 위에서 2D 캐릭터로 모험을 떠났던 당시의 기억이 아직 선명하게 남아있을 테니까요. 하지만 막상 첫 발을 디디는 순간, 큰 위화감은 느껴지지 않습니다. '카툰렌더링'을 적용한 질감 표현과 원작을 거의 그대로 구현해 낸 필드 덕에 어느샌가 새로운 추억 여행을 하고 있는 자신을 발견할 수 있습니다.



■ 간단하게 그리고 짜릿하게 - 스마트한 자동사냥




'라그나로크 온라인'의 전투는 강렬했습니다. 아기자기한 그래픽과는 사뭇 다른 느낌의 재미를 선사했죠. 어떻게 2D 캐릭터가 이런 타격감을 제공하는지 놀라울 정도였습니다. 물리적인 공격뿐만 아니라, 화면을 뒤흔드는 마법 역시 짜릿한 손맛을 제공했습니다. 정말 자기 자신이 대마도사가 된 것 같은 착각마저 들게 했죠.

'라그나로크M' 역시 짜릿한 손맛을 제공합니다. 초반부에 포링만 잡아도 괜스레 재미있을 정도로 수준급의 타격감을 선사하며, 스킬 사용시에 이펙트와 함께 '한 방'을 날릴 때는 그야말로 상쾌한 기분이 듭니다.




하지만, 원작과는 달리 모바일 게임이기에 똑같은 전투를 해도 확연한 피로감의 차이가 있습니다. 수많은 개체의 몬스터를 일일이 터치해 사냥하기엔 다소 막막한 감이 있죠. '라그나로크M'은 이런 전투의 보조수단으로서 자동사냥을 지원합니다. 차별화된 특징이 있다면, 유저의 입맛 따라 커스텀이 가능하다는 점입니다.

라그나로크M의 자동사냥은 원하는 몬스터만 골라잡을 수도 있고, 필요한 스킬만을 사용할 수도 있습니다. 그리고 '제자리 공격 모드' 등 다양한 모드를 제공하기 때문에 유저의 성향과 사냥터의 특징에 따라 조절할 수가 있죠. 그야말로 '스마트한 자동사냥'이라 할 수 있습니다.



■ 전승 스트레스는 NEVER - 깔끔한 성장 시스템




'라그나로크M'을 플레이하다 보면 새삼 놀랄 때가 많습니다. 어느샌가 아무런 위화감 없이 플레이하고 있는 자신을 발견할 수 있으니까요. 그만큼 놀라운 수준의 원작 구현을 보여줍니다. 하지만 분명 변화점은 있습니다. 조금 더 정확히 말하자면 '덜어낸 것'이 있죠.

과거 '라그나로크 온라인'은 추가적인 성장이 가능했습니다. 바로 '전승 시스템' 덕분이었죠. 베이스 레벨 99를 찍고 나면 전승을 통해 보너스 스텟을 얻은 뒤 캐릭터를 다시 성장시킬 수 있었습니다. 전승 캐릭터만 쓸 수 있는 스킬도 있었기에 사실상 필수적인 요소였죠.

문제는 과했다는 겁니다. 분명 추가적인 '성장'이라는 요소는 매력적이고, 차별화된 스킬을 사용하기 위해서라도 분명 즐길만한 콘텐츠였습니다. 허나 레벨업에 소모되는 시간이 만만치 않았을뿐더러, 기타 콘텐츠 소모를 의도적으로 늦추기 위한 임시방편이라는 평가를 받으며 유저들의 따가운 눈초리를 피할 수 없었습니다.

'라그나로크M'은 이러한 스트레스를 덜어냈습니다. 원작의 매력과 모험의 묘미를 가벼운 마음으로 즐길 수 있죠. 강해져야 한다는 압박감을 덜어낸 만큼, 지금껏 보지 못했던 다양한 풍경과 재미가 눈에 들어옵니다.



■ 직관적이면서도 깊은 매력 - 룬 시스템




혹시 지나치게 성장요소가 간략화된 건 아닌지 걱정하시는 분들도 계실 겁니다. 전승 시스템이 귀찮긴 했어도 게임에 분명 깊은 맛을 더해주는 요소였으니까요. 과거 라그나로크의 재미는 '성장'에 있었다 해도 과언이 아닌데, 그 매력을 너무 포기한 건 아닐까 걱정이 앞설 수 있습니다.

'라그나로크M'에서는 전승 시스템의 빈자리를 '룬 시스템'이 채워주고 있습니다. '룬 시스템'은 2차 전직 이상의 캐릭터들이 길드에 가입한 이후 즐길 수 있는 추가적인 성장 시스템으로 ATK, HP, DEF 등 다양한 능력치를 고루 올릴 수 있습니다. 아울러 3차 전직 이후에는 스탯 및 스킬 능력치도 올릴 수 있는 만큼, 확실한 성장의 보람을 제공하죠.

'룬 시스템'의 가장 큰 특징은 자유도입니다. 수많은 갈래로 나눠지는 성장 루트 중에 자신이 원하는 방향을 선택하여 캐릭터를 색다르게 성장시킬 수 있죠. 같은 프리스트여도 힘을 먼저 성장시킬지, 혹은 지력을 먼저 성장시킬지 선택할 수 있습니다. 이러한 선택의 묘미가 성장에 '깊은 맛'을 제공할뿐더러, 나만의 캐릭터를 키우고 있다는 자부심을 들게 합니다.



■ 우리 아이가 달라졌어요 - 펫 시스템




'라그나로크 온라인'에서 펫은 빠질 수 없는 모험의 동반자였습니다. 귀여운 외형과 캐릭터와의 상호작용을 보고 있노라면 괜히 기분이 좋아지곤 했습니다. 플레이어들은 저마다 가지각색의 펫을 꺼내놓고, 남다른 애정을 과시하기도 했죠.

가끔은 정말 가족처럼 느껴지기도 했던 추억의 펫들이 '라그나로크M'을 통해 저희 곁에 돌아왔습니다. 그것도 무려 한층 강해진 모습으로 말이죠. '라그나로크M'의 펫들은 원작에 비해 훨씬 강력한 성능과 다채로운 개성을 갖추고 있었습니다.



▲ 다양한 기능을 갖춘 '라그나로크M'의 펫

과거 원작의 펫들은 '농담하기' 등의 간단한 상호작용과 약간의 능력치를 제공하는 기능이 전부였지만, '라그나로크M'에서는 다릅니다. 펫들은 1개의 공격형 액티브 스킬과 3개의 패시브 스킬을 갖추고 있습니다. 이 공격 기능을 활용해 몬스터에 상당 수준의 딜을 가할 수도 있고, 어그로를 끌어 보다 편한 전투를 진행할 수도 있죠. 아울러 3개의 패시브 스킬은 능력치와 경험치 획득량을 올려주는 등 전투에 직간접적인 영향을 주기 때문에 펫의 존재감과 가치가 상당합니다.



■ 바글바글했던 노점은 안녕 - 경매장 시스템




과거 '라그나로크 온라인'에서는 '프론테라' 마을에 들어서는 순간 정신이 혼미해질 정도로 노점상이 바글바글했었습니다. 솔직히 많아도 너무 많아서 짜증이 나는 경우도 있었죠. 그래도 다양한 물건을 쇼핑하는 재미도 있었고, 때로는 사기치는 노점을 보며 비웃기도 하는 등 분명 하나의 큰 추억이었습니다.

이번 '라그나로크M'에서는 그런 시장 분위기를 느끼긴 힘들지도 모르겠습니다. 기존의 노점 기능이 경매장으로 통합되었기 때문이죠. 약간 허전한 기분이 들기도 하지만, 덕분에 물건을 검색하고 구매하기가 한결 수월해졌습니다. 항상 북적이던 프론테라 역시 한결 깔끔한 외관을 갖췄죠.



■ 색다른 즐길거리 - 요리 & 비행




'라그나로크 온라인'은 무수한 직업과 폭넓은 자유도가 가장 큰 장점이었습니다. 그런데 아이러니하게도 요리는 제대로 구현되지 않았었죠. 원작 내 NPC 오를레앙을 통해 간단한 요리를 배울 수는 있었지만, 하나의 콘텐츠로서 자리 잡기엔 무리가 있었기에 많은 유저에게 아쉬움을 남겼습니다.

'라그나로크M'에서는 그야말로 먹음직스러운 요리가 가능합니다. 각종 재료를 넣고 다양한 조리법을 시도하다 보면 예상외의 결과물이 나오기도 하는 등 기상천외한 즐거움이 가득하죠. 아울러 '열량'을 축적해 전투에 직간접적인 도움을 주기 때문에 원작과는 달리 활용도 역시 상당합니다




아울러 요리 외에도 '라그나로크M'에는 원작의 팬들을 놀라게 할만한 다양한 즐길 거리가 있습니다. 대표적으로 '비행'을 꼽을 수 있는데, 원작에서도 닿아보지 못한 라그나로크의 하늘을 모바일에서 마음껏 날 수 있게 되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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