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 "야생과 정규, 서로의 취향을 존중해줬으면…" 야왕 'Sonagi' 신동훈 인터뷰

게임뉴스 | 조재호 기자 | 댓글: 53개 |
지난 12월 5일, 까마귀의 해 마지막 확장팩 '라스타칸의 대난투'가 출시됐다. 이번 확장팩을 통해 새로운 메타를 기대했지만, 큰 변화는 없었다. 여전히 마녀숲과 무한 밸류 카드가 정규전을 지배했다. 그리고 지난 19일, 갑작스러운 밸런스 패치가 진행됐다.

그 결과로 드루이드를 비롯하여 무한 밸류 덱이 몰락햇지만, 사냥꾼의 점유율이 대폭 상승했다. 다만, 패치 초반 주춤했던 성기사는 대체 카드를 발견하면서 활로를 찾았고 새로운 유형의 덱은 등장하지 않았다. 그렇게 패치 이후의 메타도 급속도로 정형화됐다.

이러한 상황에서 1월 야생 순위로 진행되는 세 번째 야생 오픈이 발표됐다. 프로게이머는 물론이고 인기 스트리머와 함께 정규전에 지친 유저들이 합류하면서 그 어느 때보다 야생전이 활기를 띠고 있는데, 이러한 분위기에 대해 꾸준히 야생을 즐기던 유저들은 어떻게 보고 있을까? 1월 시즌 야생 1위를 달성한 'Sonagi' 신동훈을 만나 지금의 야생에 대해 들어봤다.






Q. 안녕하세요. 우선 간단한 자개소개와 인사 부탁합니다.

'Sonagi' 신동훈 : 안녕하세요. 14년부터 하스스톤을 즐기고 있는 대학생이자 스트리머 'Sonagi' 신동훈입니다. 메이저 대회는 2016 HCT 서머 국가대표 선발전이 있고, 따랜드 파이널이나 케로컵 같은 사설 대회를 통해 사람들에게 이름을 알렸죠. 정규전이나 야생에서 1등을 자주 해서 기억해주시는 분들이 꽤 많아요.


Q. 2019 야생 오픈이 발표되고 야생전이 활기를 보이는데, 어떤 기분인가요?

'Sonagi' 신동훈 : 요즘 하스스톤이 좀 쳐지는 분위기였는데, 새로운 활력소가 된 것 같아요. 대회가 발표되면서 야생에서도 새롭게 덱을 연구해볼 만한 계기가 되어준 것 같구요. 또, 유명 스트리머들도 야생을 하니 이전 대회보다 관심도 많이 늘었구요. 일반적인 시청자나 유저 입장에서는 그동안 못 보던 카드를 보면서 신기해하기도 하고 그리워하는 사람도 있죠.


Q. 야생만의 매력이 궁금합니다. 어떤 계기로 야생전을 즐기게 되었나요?

'Sonagi' 신동훈 : 처음 야생전을 즐긴 건 고대신 마지막 달로 기억해요. 몇 달 동안 못 보던 카드들을 다시 만나볼 수 있었고, 새로운 카드들과의 조합이 재밌었죠. 개인적으로 카드 게임에서는 카드풀이 중요하다고 생각해요. 새로운 확장팩이 나올 때마다 기존 카드는 물론이고, 야생으로 떠난 카드들의 시너지가 재밌거든요. 그런 면에서 야생은 새로운 조합을 발견할 수 있는 공간 같아요.


Q. 야생전이 유행하면서 달라진 점이 있을까요?

'Sonagi' 신동훈 : 가장 빠르게 체감되는 부분은 매칭 시간이죠. 보통 매칭 시간이 1~2분 정도 걸렸는데, 대회 이야기가 나오고 확실히 매칭 속도가 빨라졌어요. 그리고 커뮤니티나 트위터에서도 박사 붐이라던가 반즈, 로데브 같은 카드들에 대한 언급이 많아졌어요. 개인적으로는 정규전에 지쳐 야생으로 넘어온 분들이 많구나 하고 있어요.




▲ 야생전에서 메타 브레이커? OP로 손 꼽히는 카드, 반즈


Q. 야생은 정규전보다 넓은 카드풀로 메타 자체가 다른데, 간략한 설명을 부탁합니다.

'Sonagi' 신동훈 : 야생이 처음 나온 이유로 고놈과 낙스마라스의 카드 파워 때문인데, 현재 야생에서는 메타를 고착시킬 정도로 강하진 않아요. 물론, 하이랜더나 정규전보다 훨씬 다채로운 무기 강화를 카드를 활용하는 왕파-어그로 도적처럼 다양한 덱이 유행하고 있죠.

과거 OP 카드라고 이야기하는 박사 붐이나 실바나스 같은 카드들도 야생전에서 생각보다 자주 보이지 않는데요. 각 확장팩을 대표하는 카드들이 계속 강할 것이라는 인식과 다르게 야생전도 새로운 확장팩이나 유행에 따라 다른 카드들도 재평가될 수 있어요.

예를 들자면 기계사냥꾼 덱은 고놈과 폭심만만의 조합으로 만들어진 덱인데, 기존에 유행하던 덱들과 비교해도 상당히 매력적이죠. 그래서 폭심만만이나 대난투의 카드 밸류 조정에 실패한 확장팩이라고 평가되는데, 야생에서는 생각보다 큰 영향을 미쳤다고 봐요.


Q. 이외에도 '반즈'는 야생에서도 강력한 위력을 자랑하는 OP 카드인데요.

'Sonagi' 신동훈 : 개인적으로 반즈에 대해서는 콘셉트도 콘셉트지만, 메타에 미치는 영향에 대해서 상당히 부정적인 입장이에요. 대표적으로 부활 사제 덱에서 활용되는 반즈는 다른 29장이 한 장의 카드를 보조하는 느낌이죠. 반즈의 가장 큰 문제점은 4마나라는 저렴한 비용으로 대처하기 까다롭고, 그냥 무시하면 게임을 끝낼 파괴력을 지녔다는 것이죠.

과거 야생에서 밸런스 패치가 진행된 나가 바다마녀처럼 5마나에 8/8 거인 하수인을 쏟아내던 거인 빅 덱도 5마나와 한 장 이상의 거인이 필요한데, 이것보다 빠른 타이밍에 게임을 끝낼 수 있는 파괴력을 지녔다는 점은 문제죠. 콤보 카드로 이런 파괴력을 만들 순 있지만, 반즈는 카드 한 장으로도 이러한 효과를 만들어낸다는 점에서 밸런스 조정이 필요한 카드에요. 개인적으로 반즈의 조정이 야생을 좀 더 건강한 메타로 만들어줄 거라고 생각해요.


Q. 그렇다면, 야생에서 주로 플레이한 덱이 궁금합니다.

'Sonagi' 신동훈 : 야생전에서 가장 많이 쓰이면서 승률이 좋은 덱은 짝수 주술사죠. 개체 수도 많고 전 구간에서 승률도 좋아요. 그래서 이를 카운터 치는 덱을 주로 사용했어요.

홀수 방밀 전사죠. 짝수 주술사를 상대로 압도적인 승률을 자랑하고 홀수 도적이나 성기사, 리노 사제처럼 상대방의 명치를 노리는 덱을 상대로 효율적인 덱이에요. 평균 게임 시간이 긴 편에 속하지만, 등수를 올리는 과정에서 확실한 1승이 중요하다고 생각해요. 특히, 짝수 주술사가 많은 전설~5등급 구간에서 상당히 쓸만해요. 적극 추천합니다.

다음으로 큐브 흑마법사를 추천하는데, '공허소환사' 같은 하수인을 활용할 수 있어서 악마 감지나 희생의 서약 같은 카드를 적극적으로 채용할 수 있다는 것이 정규전과 차이점이죠. 가장 무난하게 쓸 수 있는 범용적인 덱 같아요.

그리고 최근에 많이 쓴 덱으로는 왕의 파멸-어그로 도적이 있어요. 정규전에선 착취 독 하향으로 설 자리를 잃었지만, 야생은 해적 시너지와 함께 무기를 찾을 수 있는 카드 조합으로 상당히 강력해요. 어그로 덱 치고는 전사나 리노 잭슨을 활용한 덱을 상대로도 괜찮은 덱이요.

이외에 어그로 도적이 입소문을 타고 개체 수가 많아지면서 이를 카운터 하기 위한 덱으로 홀수 성기사 덱이 있어요. 도적을 상대로 강한 상성을 보이고, 병참 장교처럼 레벨업!을 대체할 수 있는 카드도 있죠. 병력소집 같은 카드들로 정규전보다 한층 더 강력한 전개력을 보이기 때문에 도적은 물론이고, 컨트롤 덱을 상대로도 괜찮은 승률을 보여요.




▲ 야생에서 확실한 1승을 보장하는 야왕의 1픽은 홀수 방밀 전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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Q. 야생에 관심은 있지만, 기존 카드를 갈아버리거나 대체 카드에 대한 부담감으로 플레이를 꺼리는 유저들에게 조언을 부탁합니다.

'Sonagi' 신동훈 : 카드가 많이 없다면, 야생 비율이 적은 홀수 방밀 전사나 등급이 낮은 카드를 많이 사용하는 홀수 도적이 있어요. 이런 덱으로 입문하시는 것을 추천하고, 아무리 야생 카드 풀이 방대하더라도 로데브나 라그나로스 그리고 리노 잭슨처럼 범용성이 높은 카드부터 차근히 직업 전설 카드를 만드는 것을 추천합니다.

개인적으로 어설픈 대체 카드를 추천하는 것보단 확실한 하나의 덱을 사용하는 것이 승률도 좋고 게임을 재밌게 즐길 방법이라고 생각해요.


Q. 추가로 야생 오픈을 노리는 유저들에게 팁을 준다면 어떤 것이 있을까요?

'Sonagi' 신동훈 : 우선, 제가 야생 전설을 달성하면서 지켜본 결과로는 전설 달성이 빠르면 빠를수록 좋다고 봐요. 아무래도 정규보다 적은 수의 유저풀을 지닌 모드인 만큼 1월 중순을 넘어가면 상위권 유저들이 게임을 하기보다는 등수 변화를 지켜볼 확률이 높거든요. 자신보다 낮은 MMR을 지닌 유저를 상대로 등수를 올리는 것이 상당히 고되리라 생각합니다.

또, 야생을 하다 보면 유저 풀이 적어서 게임이 덜 돌아가는 새벽이나 오전에는 같은 사람을 또 만나는 확률이 높아서 덱 하나를 돌리는 것보다 항상 해당 덱의 카운터를 준비하는 것이 좋아요. 예를 들자면 홀수 방밀 전사에 강한 비취 드루이드나 탈진 덱, OTK 콤보 덱에 강한 어그로 덱이나 큐브 흑마법사처럼 모든 덱을 상대로 무난하게 돌릴 수 있는 파트너 덱을 준비하는 거죠.


Q. 아직 조금 이러지만, 야생 오픈 메타를 예측해보자면 어떤 느낌일까요?

'Sonagi' 신동훈 : 최근 북미에서 'Wild Ladder Challenge'라는 사설 대회에서 입상자들의 덱을 살펴보면, 공통적으로 드러나는 특징이 콘셉트 통일이에요. 리노 덱을 쓰면 다른 두 덱도 리노, 어그로면 3어그로 같은 식이죠. 아무래도 야생은 골락카 거대게나 로데브, 비겁한 밀고자 같은 테크 카드가 많아서 상대방의 덱 하나를 집요하게 노리는 콘셉트 저격이 중요할 것 같아요. 내가 이기는 것보다 상대방의 3패를 유도하는 테크 카드를 많이 채용한 덱을 구성한 선수가 좋은 성적을 거둘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Q. 이번 19시즌 하스스톤 e스포츠 개편에 대해서는 어떻게 생각하나요? 온라인 예선과 본선, 프리미어 대회까지 3단계로 이어지는 시스템과 논란이 많았던 등급전 '박제'가 사라질 예정입니다.

'Sonagi' 신동훈 : 아직까진 단순하게 온라인 예선-본선-결선이라는 제도만 나오고 자세한 내용이 없어요. 다만, 등급전 박제에 대해서는 다소 복잡한 입장이에요. 긍정적으로 보자면 등수 유지를 위해 월말이라는 특정 시간에 자기 생활을 유지하기 힘들 정도로 민감하게 반응해야 하는 부분이 사라졌다는 것이죠. 아무래도 MMR이 공개되지 않는 방식이라 자기 등수에서 이기고 지는 것에 대한 여파를 파악하기 힘들거든요. 그래서 온라인 예선으로 대체된다는 부분은 긍정적입니다.

하지만 스위스라운드 방식의 예선은 2패를 기록하는 순간 상위 라운드 진출이 어렵죠. 등급전이라면 수백 판의 승률을 통해 유저들의 실력을 검증하고, 경기 수가 많아질수록, 해당 유저의 실력을 정확하게 판단할 수 있는 척도가 될 수 있다고 생각해요. 온라인 예선의 한계인데, 한 유저의 실력을 객관적으로 판단할 수 있는 지표가 사라진다는 점은 다소 아쉽죠. 운의 비중이 높아지는 것이 아닌가 하는 생각도 들구요.


Q. 또한, 정복전 방식에서 새로운 형태의 대회 룰이 나올 예정입니다.

'Sonagi' 신동훈 : 정복전 자체는 괜찮은 룰이죠. 제 기억으로 2015년부터 도입된 방식인데, 상대방이 준비한 덱 하나만 물고 늘어지는 형태의 덱처럼 특이한 덱이 많이 나올 수 있는 여지가 있는 방식이라고 생각해요. 하지만 시간이 꽤 지난 만큼 사람들에게 신선한 충격을 주는 것도 한계가 있겠죠. 슬슬 룰을 바꿀 타이밍이죠. 블리자드에서 심사숙고해서 더 괜찮은, 새로운 방식을 제시해주리라 생각해요.


Q. 마지막으로 인벤 유저들에게 인사 부탁합니다.

'Sonagi' 신동훈 : 최근 야생이 화제 몰이를 하면서 정규전만 플레이하는 유저들과 야생 유저들 사이에 비방이 보이는데, 개인적으로 같은 게임을 즐기는 유저들이 두 갈래로 나뉘어서 싸우는 것이 잘 이해되지 않아서 안타까워요. 같은 게임인데, 서로의 취향을 존중해줬으면 좋겠어요. 둘 다 즐길 수 있다면 더욱 좋겠구요.

아무래도 하스스톤을 오래 즐기다 보니 애정이 많이 가는 게임인데, 현재 하스스톤의 고질적인 문제점으로 꼽히는 확장팩의 밸류나 대회 수의 부족, 그리고 규모에 걸맞은 대회용 클라이언트나 유저 지원 같은 문제를 해결하고 더욱 번창하는 게임이 되길 기원합니다.

마지막으로 트위치에서 개인 방송을 진행하고 있는데, 많이 찾아 주셨으면 좋겠어요.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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