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 LPL이 주목하는 유망주 '쌈디' 이재훈 - 젠지 연습생에서 데뷔까지

인터뷰 | 신연재 기자 | 댓글: 22개 |
'쌈디' 이재훈은 아직 국내 e스포츠 팬들에게는 생소한 얼굴입니다. 그도 그럴 것이 2001년생, 한국 나이로 이제 갓 스무살인 '쌈디'는 현재 진행 중인 LPL 섬머 스플릿에서 데뷔 시즌을 치르고 있는 신예 원거리딜러입니다. 젠지 e스포츠 연습생으로 시작해 올 초 중국으로 넘어갔고, LDL을 거쳐 LPL 데뷔 수순을 밟았죠.

'쌈디'가 속한 V5는 섬머 스플릿에 들어 로스터 대격변을 맞아한 팀입니다. 지난 스프링 스플릿에서 리그 최초 전패 팀이라는 오명을 샀던 V5는 '쌈디'를 포함해 4개 포지션을 신인 선수들로 교체했는데, 결과는 대성공. 현재 V5는 정규 시즌 상위권을 지키며 순항 중에 있습니다. 강철처럼 단단해보이던 TES에게 첫 패배를 안겨주기도 했죠.

LPL 정규 시즌도 어느덧 2주의 시간만을 남겨두고 있는데요. 바쁜 일정 중에 시간을 내어준 '쌈디' 선수와 인터뷰를 진행할 수 있었습니다. 중국 진출을 선택한 이유부터 V5와 팀원들에 대한 소개, 지금의 '쌈디'를 만들어준 롤모델, 앞으로의 목표까지. 다양한 이야기를 들려준 '쌈디' 선수의 인터뷰를 바로 공개합니다.





Q. 반갑습니다, '쌈디' 선수! 먼저 간단한 소개와 인사 부탁드려요.

안녕하세요. LPL V5 팀에서 원거리딜러 포지션을 맡고 있는 '쌈디' 이재훈입니다.


Q. '쌈디' 선수는 아직 국내 팬들에게 익숙하지만은 않은 얼굴이에요. 갓 데뷔한 신인이기도 하고, LPL에서 뛰고 있다보니까요. 한국에서는 젠지 e스포츠(이하 젠지)의 연습생으로 활동한 적이 있었죠?

지난해에 젠지 손창식 스타우터님한테 연락을 받고 연습생으로 합류하게 됐어요. 2월에 연락을 주셨는데, 당시에는 OP 게이밍 LoL팀에 들어가기로 되어있어서 보류됐다가, 5월에 팀을 나오면서 젠지 연습생으로 들어갔습니다.


Q. 아마추어 시절 KeG에도 출전하셨잖아요. 그때 스카우터님에게 눈도장을 찍은 걸까요?

전국 결선에 가긴 했는데, 첫판에 탈락해서 그렇게 눈에 띄진 않았을 거에요. (그럼 솔로 랭크일까요?)솔로 랭크도 그렇게 높지는 않았어서... 아직도 잘 모르겠어요(웃음). 그냥 잠재력을 보고 뽑아주신 것 같아요.


Q. 이후 한국이 아닌 중국에서 데뷔하게 됐는데, 어떤 기회로 중국으로 진출할 수 있었는지 궁금합니다.

제가 먼저 스카우터님에게 해외 진출을 하고 싶다고 밝혔고, 젠지 측에서 도와주셨어요. 해외에 가고 싶었던 이유는 아무래도 '룰러' 박재혁 선수가 너무 잘하고 있어서 제가 젠지 소속으로 LCK에서 데뷔하기는 힘들 거라고 판단했기 때문이에요. 그래서 해외로 갈 수 있겠냐고 먼저 요청을 했어요. 빨리 데뷔를 해서 경험도 쌓고, 팬분들께 저를 보여주고 싶다는 마음이 컸던 것 같아요.


Q. 2020 LDL 스프링 스플릿에서 먼저 데뷔전을 치렀어요. 2부 리그이긴 해도, 대회에 출전할 수 있다는 자체로 의미가 컸을 것 같은데요?

LDL에서 처음으로 대회를 뛰게 됐는데, 긴장되고 설레고 재미있었어요. 코로나19로 인해 온라인으로 진행된다는 점은 많이 아쉬웠고요.


Q. 그래도, 타지 생활이 참 쉽지 않잖아요. 적응은 잘하셨나요?

걱정은 했는데, 막상 와보니 한국이랑 별 차이 없는 것 같아요. 음식도 괜찮았고요. 아무래도 언어적인 문제가 가장 힘들었어요. 말이 안 통하니까 조금 외롭더라고요.


Q. 중국어 공부는 좀 하셨어요?

게임 용어를 중점적으로 배웠어요. 이제 인게임에서는 대부분 알아들을 수 있는 정도에요. 물론 피드백을 할 때는 정확히 알아들어야 해서 통역사분이 붙어주세요. 실생활에 필요한 것들은 인터넷으로 독학하기도 하고, 팀원들에게 그때그때 물어보면서 천천히 배우고 있어요. 이건 아직 미숙한 것 같아요. 그래도 중국어로 할 수 있는 말이 점점 많아지는 게 느껴져서 기뻐요.





Q. 섬머 스플릿에서 V5 소속으로 1부 리그 LPL을 밟게 됐습니다. 확실히 LDL 때와 차이가 있던가요?

라인전부터 달라요. 확실히 1부 리그 경기 자체가 라인전부터 운영, 한타까지 모든 게 더 뛰어나다는 느낌을 받았어요. 처음에 V5에 합류했을 때는 걱정이 조금 됐지만, 지금은 잘 해나가고 있다고 생각돼서 뿌듯해요. 첫 경기 때는 긴장 많이 했는데, 두세 번 하다 보니 금세 괜찮아졌어요. 연습보다 대회가 훨씬 더 재밌는 게 무대 체질인 것 같아요.


Q. 사실 V5가 대부분 신예로 구성된 팀이잖아요. 근데, 리그 2위까지 치고 올라간 적도 있고, 현재 8승 4패로 5위로 꽤 좋은 성적을 유지하고 있어요. 예상하셨나요?

예상은 전혀 하지 못했어요. 대부분 신인이고, 호흡을 맞춘지도 한두 달 정도밖에 되지 않았다 보니 기대를 안 했던 것 같아요. 그래서 팀에서도 다들 운이 좋았다고 생각하고 있어요. 저도 운 좋게 좋은 서포터 선수를 만나서 승리를 쌓을 수 있었던 것 같아요.


Q. 지금까지 승리를 쌓을 수 있었던 이유, V5의 강점은 무엇일까요?

다섯 명 전부 팀워크가 잘 맞아요. 단기간에 팀워크가 좋아질 수 있었던 이유는 서로 친하게 지내서 그런 것 같아요. 나이대도 다들 비슷해서 게임 내에서도 항상 재미있게 하다 보니까 팀워크가 자연스럽게, 빨리 좋아진 것 같아요. 팀원들이 다 밝고 재미있어요. 텐션도 엄청 높아서 몇 번 혼난 적도 있어요(웃음).


Q. 또, 앞서 말씀하신 대로 서포터 'PP갓' 선수에 대한 평가도 꽤 좋아요. 봇 듀오로서 'PP갓' 선수에 대해 자랑 한 번 부탁드려요.

'PP갓' 선수의 장점은 팀내에서 오더가 확실하고 인게임적으로 플레이메이킹을 잘해요. 또, 팀원들 상태를 항상 잘 캐치하고, 케어해주는 서포터에요. 아, 멘탈도 좋아서 더 마음에 들어요. 저는 승부욕이 강해서 이길 때는 기분이 좋은데, 지고 있을 때는 화가 나있거든요. 그럴 때 괜찮다면서 잘 다독여줘요.


Q. 봇 듀오 호흡은 어떤가요? 처음부터 잘 맞는다는 느낌이 왔나요?

이전에 솔로 랭크에서 듀오를 몇 번 해봐서 알고는 있었는데, 한팀이 되어서 스크림을 해보니까 초반부터 꽤 잘 맞더라고요.


Q. 'PP갓' 선수와 더불어 정글러 '웨이웨이' 선수도 유망주로 불린다고 알고 있어요.

'웨이웨이' 선수는 캐리력있게 팀을 잘 이끌고 가는 선수에요. 'PP갓' 선수와 함께 메인 오더도 맡고 있고요. 둘 말고 다른 선수들도 다 좋은 선수들이에요. 탑 '비우비우' 선수는 든든하게 버텨줄 수 있는 선수고, 미드 '몰' 선수는 챔피언 풀이 되게 넓어요.





Q. 그래도 V5의 에이스하면 '쌈디' 선수 본인을 빼놓을 수 없죠. MVP도 무려 7번이나 받으셨어요.

더 받고 싶어요. (혹시 받을 만 했는데, 못 받아서 아쉬웠던 경우도 있었나요?)티는 안 냈지만, 속으로 생각한 적은 몇 번 있었어요. 그거 다 합쳤으면 1등이었을텐데...(웃음)


Q. 현재 MVP 포인트 선두인 '지우멍'-'카나비' 서진혁 선수와 차이가 크지 않아요. 1위도 노려볼 만 할 것 같은데요?

하고 싶긴 한데, 솔직히 힘들 것 같아요. '카나비' 선수가 워낙 잘하거든요. 원딜은 아무래도 경기 시간이 길어질수록 받기 쉬운 것 같은데, 요새 팀들이 추구하는 메타가 그렇지 않잖아요. 짧은 시간 안에 하이라이트에 오를만한 명장면을 보여줘야 받을 수 있는 것 같아요.


Q. '쌈디' 선수는 꽤 다양한 챔피언을 두루 잘 활용하는 모습도 보여주셨어요. 지금까지 칼리스타, 아펠리오스, 미스 포츈, 애쉬, 이즈리얼, 진까지 총 6개의 챔피언을 사용했는데, 가장 자신있는 챔피언을 꼽자면요?

칼리스타랑 진이요. (사실 요즘 메타에 진은 조금 생소한데요. LPL에서는 종종 등장하더라고요.)주류 원딜 챔피언들이 하향을 많이 당하면서 다 비등비등해졌어요. 어차피 지금은 상체 캐리력이 더 세니까 진으로 궁만 잘 맞추면 1인분 할 수 있어서 좋아요. 대회에는 못 나오고 있지만, 자신있는 챔피언들도 몇개 있어요. 언젠가 대회에서 쓸 수 있었으면 좋겠네요.


Q. 혹시 롤모델로 삼고 있는 선수가 있나요?

'룰러' 선수요. 일단, 연습생 시절에 정말 잘해주셨어요. 궁금한 게 생기면 게임 귓속말로 다 물어볼 수 있었고, 따로 고기도 사주셨어요. 상대로 만나면 배울 수 있는 점도 많아서 좋았던 것 같아요. 플레이적으로는 공격적이고, 그러면서도 라인전에서 CS를 정말 잘 먹는 모습을 닮고 싶었어요. 또, 칼리스타를 잘 다루는 것도 이유 중 하나에요. 이런 것들이 현재의 제 장점이기도 하고요. 계속 보면서 따라하다보니 저도 이런 플레이스타일을 가지게 된 것 같아요.





Q. LPL도 이제 정규 시즌을 단 2주만 남겨두고 있어요. 이번 섬머 스플릿 팀의 목표는 어디까지인가요?

원래 목표는 5승을 하는 거였는데, 이미 이뤄서 이제는 플레이오프 진출로 바뀌었어요. 플레이오프에 가서는, 아직 생각해보지 않았어요. 최대한 많이 이겨서 높은 곳으로 가보고 싶다는 마음 정도? 일단 플레이오프가 확정되면 목표가 다시 생길 것 같아요.


Q. 더 높은 곳으로 나아가기 위해서 V5가 팀적으로 보완해야할 요소는 뭘까요?

의사소통이요. 텐션이 워낙 높다 보니까 대회 때도 흥분해서 서로 소통이 잘 안 될 때가 있어요. 그것만 보완하면 훨씬 더 발전할 수 있을 것 같아요.


Q. '쌈디' 선수의 개인적인 목표도 듣고 싶어요. 프로게이머로서 가지고 있는 목표 같은 거요.

저는 대회에서 롤모델 선수와 만나보고 싶어요. '룰러' 선수요. 또, 어느 대회에서든 우승을 하는 것. 이 두 가지가 제 목표에요.


Q. 이제 마지막으로 각오와 함께 이번 인터뷰를 계기로 '쌈디' 선수의 행보를 지켜볼 팬들에게 한말씀 해주세요.

항상 더 발전하는 모습, 더 잘하는 모습 보여드리고 싶습니다. 한국의 팬들에게는 아직은 제가 생소하실 텐데, 관심 많이 가져주시면 감사할 것 같아요. 열심히 할테니 많은 응원 부탁드립니다. 감사합니다.



사진 출처 : V5 공식 웨이보 및 LPL English 유튜브 채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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