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리뷰] 스타일링 게임에 '한국'을 더했다

리뷰 | 김수진 기자 | 댓글: 18개 |



게임이건 사람이건 첫인상은 정말 엄청나게 중요합니다. 물론 보이는 게 다는 아니죠. 하지만 딱 처음 눈에 들어오는 모습은 어쨌든 중요합니다. 더 만나볼지, 아니면 여기서 바로 우리의 인연은 여기까지였습니다라고 이야기할지를 정하는 데 매우 큰 영향을 미치니까요.

특히나 일러스트가 거의 게임성의 99%를 차지한다고 해도 과언이 아닐 정도로 크게 여겨지는 스타일링 게임이라면, ‘첫인상’의 중요도는 더 수직 상승합니다.

솔직히 타 장르의 게임들이야 그래픽이 조금 맘에 들지 않더라도, 게임의 재미나 콘텐츠 등으로 그 첫인상을 뒤바꿔버리는 경우가 많습니다. 하지만 스타일링 게임은 그래픽 자체가 마음에 들지 않는다면 아무리 콘텐츠가 많더라도 흥미가 확 떨어지곤 하죠.

사실 스타일링 게임을 즐기는 유저의 입장에서 작년의 샤이닝 니키 사태는 정말 최악의 경험이었습니다. 지금까지 등장했던 수많은 스타일링 게임 중에서 ‘니키’ 시리즈는 그야말로 대항마가 없을 정도의 게임이라 평가받았거든요. 하지만 말도 안 되는 한복 동북공정, 그리고 이어진 샤이닝 니키 국내 서비스 종료를 통해 니키 시리즈는 국내 유저들에게 큰 배신감과 분노를 안겨줬습니다.

그렇게 이런 저런 스타일링 게임들을 전전하던 도중, 구글 스토어에서 새로운 게임 하나를 발견했습니다. 그리고 그 게임의 리뷰에는 이런 말이 적혀있었죠.

“제발 한 번만 플레이해보세요”

보통 유저들이 추천하는 게임은 대부분 괜찮은 경우가 많습니다. 그리고 그 중에서 보석같은 게임을 찾아낼 때도 있죠. 즉 게임 기자라면 일단 한 번 설치해봐야 한다는 말이기도 합니다.




그렇게 마주한 걸 글로브의 첫인상은 일단 ‘놀라움’. 일러스트, 그래픽, 사운드 등등 뭐 하나 마음에 들지 않는 부분이 없을 정도로 잘 다듬어진 모습이었습니다. 그리고 국내 게임에서 쉽게 발견할 수 없는 독특한 분위기를 풍기는 게임이더군요.

이 게임의 가장 큰 특징이자 장점이자 뛰어난 점은 바로 일러스트입니다. 캐릭터부터 스테이지 배경, 그리고 스토리 중간 중간 뜨는 컷씬까지 모두 그야말로 작품이라고 불러도 손색이 없을 정도로 높은 퀄리티를 자랑하죠.

특히 전체 스테이지의 배경은 독특하면서도 부드러운 채색, 일러스트, 그리고 살아 움직이는듯한 디테일들까지 어디 하나 대충 만들었다고 생각되는 부분이 없습니다. 그냥 배경 자체만 두고 보더라도 완벽한 ‘그래픽 작품’이 되죠.




그렇다고 그래픽만 잘 뽑아낸 게임인가 하면 그건 또 아닙니다. 아이러브니키의 성공 이후 대부분의 스타일링 게임이 완전히 동일한 콘텐츠와 흐름을 가져가던 것에 반해 걸 글로브는 자신들만의 독특하고도 자체적인 콘텐츠를 다수 시도했습니다.

물론 의상을 얻고, 속성별 의상을 스타일링해 스테이지를 진행한다는 기본적 흐름은 같습니다. 하지만 의상 제작 루트를 여러 가지로 나눠 훨씬 다양한 플레이를 제공합니다. 보통 스타일링 게임들의 의상 제작 방식이 ‘뽑기’, ‘합성’, ‘염색’, ‘이벤트’ 정도인데 반해 걸 글로브는 일단 그 ‘합성’의 가짓수가 많습니다.

스타일링 게임은 결국 옷 입히기가 시작이자 중간이자 최종 콘텐츠가 되는 장르입니다. 그리고 그렇게 입힐 옷을 획득하는 과정 자체가 게임이 되죠. 즉슨 옷을 제작할 방식이 훨씬 다양한 걸 글로브는 기본적인 콘텐츠 자체가 타 게임들에 비해 조금 더 많은 편이라고도 볼 수 있습니다.




독특한 점은 또 있습니다. 바로 실제 게임 내 콘텐츠를 현실과 긴밀하게 엮어냈다는 것이죠. 캐릭터에게 입히는 의상의 대다수를 포함해 스토리 상 등장하는 디자이너 캐릭터, 그리고 브랜드까지 많은 인게임 콘텐츠가 그대로 현실에도 존재합니다.

아니, 단순히 존재한다에서 그치지 않아요. 게임 내 의상은 실제 구매 페이지나 의상 페이지와 연결되어 있기에 유저는 내 캐릭터가 입었던 의상을 클릭 한 번으로 바로 ‘실제 의상’으로 구매할 수 있습니다. 놀라운 건 이렇게 연동되어 있는 의상이 한 두벌이 아니라는 점입니다.

걸 글로브는 이렇게 현실에 존재하는 인물이나 의상을 전혀 어색하지 않게 게임 내에 녹여냈습니다. 실제 의상을 일러스트로 자연스럽게 그려내 게임에만 존재하는 의상과 하나의 세트가 되도록, 실제 디자이너들과 브랜드가 게임 스토리 속에 어우러지도록 한 거죠.

물론, 게임에 등장하는 모든 의상들은 개발사인 에어캡이 글로벌 패션 기업 40여곳과 IP 제휴를 맺고 적용했다고 합니다.




걸 글로브의 개발사 에어캡은 국내 스타트업입니다. 그리고 걸 글로브는 이들의 첫 게임이죠. 제가 가장 놀란 점은 바로 여기입니다.

첫 번째 작품이라는 것이 믿어지지 않을 정도로 외형적 완성도는 말할 것도 없고, 그 내부의 콘텐츠적 완성도 역시 뛰어납니다. 그러면서도 독특해요. 다른 기자는 마치 수채화와 같은 배경 그래픽을 보고 이건 스타트업이니까 할 수 있는 시도라고 평가하기도 했죠.

그리고 콘텐츠의 깊이도 절대 얕지 않습니다. 가장 먼저 플레이하게 되는 첫 번째 스테이지와 의상을 ‘한국’으로 채워넣으면서 ‘한국의 문화’라는 측면 역시 확실하게 표현해냈거든요. 단순히 한복을 게임 속에 적용하는 데서 끝난 게 아닙니다. 실제 유명한 한복 디자이너들의 브랜드와 의상을 활용해 여러 종류의 한복을 아름답고 세련되게 구현해냈죠.

실제로 에어캡 측에서는 앞으로도 다양한 한복 브랜드를 기획하고 입점시켜 한복 분야에서는 자랑스러운 패션 게임이 되고 싶다고 밝히기도 했습니다.

너무 좋은 평만 쓴 게 아니냐고 할 수 있습니다. 하지만 오랜 기간 스타일링 게임에 목말라온 게이머의 입장에서 이렇게 잘 만들어진 국산 스타일링 게임이 등장했다는 것이 정말 반가웠어요. 아니 그리고 실제로 게임 자체의 완성도도 높습니다. 여기에 한국적인 아름다움과 글로벌한 멋, 현실을 반영한 트렌디함까지 모두 갖췄죠.

이제 남은 건 하나입니다. 꾸준하고 지속적인 업데이트와 진심을 담은 운영. 그러면 걸 글로브는 충분히 게이머들에게 사랑받는 한국적인 스타일링 게임이 될 수 있을 거라 생각해 봅니다.



댓글

새로고침
새로고침

기사 목록

1 2 3 4 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