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NDC2021] 덕겜 본고장에도 통하는 '블루 아카이브' 아트 비결

게임뉴스 | 윤서호 기자 | 댓글: 20개 |


▲ 넷게임즈 김인 AD

  • 주제: <블루아카이브> 아트 디렉팅 - 덕질할 수 있는, 하고싶은 IP 만들기
  • 강연자 : 김인 - 넷게임즈 / Natgames
  • 발표분야 : 비주얼아트&사운드
  • 권장 대상 : 아트직군 전반
  • 난이도 : 사전지식 불필요 : 튜토리얼이나 개요 수준에서의 설명


  • [강연 주제] 최근 <블루아카이브>를 개발하며, AD로서 신규 IP의 아트 방향성 설정을 위해 고민했던 점들과 경험을 공유하고자 하며, 특히, 서브컬쳐/오타쿠 게임으로서 덕질할 수 있는, 하고 싶은 비주얼을 만들기 위해 고민한 부분들에 대해 다루어 보고자 합니다. 노하우 공유가 상대적으로 적은 아트 디렉션 부분에 있어 향후 조금이나마 관심이 있으신 분들에게 도움이 되시기를 바랍니다.

    2020년 2월 최초 프로젝트 MX라는 이름으로 공개된 블루 아카이브는 큐라레: 마법도서관의 김용하 PD가 개발에 참여한 것으로 밝혀져 국내 팬들에게 화제를 모았다. 그리고 1년이 지난 올해 2월 4일, 일본에서 정식 서비스를 한 블루 아카이브는 출시 초 앱스토어 매출 9위까지 오르는 등 일본 서브컬쳐 유저들에게도 호응을 얻었다. 뿐만 아니라 일러스트 커뮤니티에서도 2차 창작이 이어지고 있다.

    신규 IP의 캐릭터가 어떻게 서브컬쳐의 본고장에서 어필할 수 있었을까. 넷게임즈의 김인 AD는 블루 아카이브의 개발 과정을 되짚어가면서 아트 디렉터의 역할과 고민, 그리고 노하우를 공유했다.




    ■ 매력적인 신규 IP, 캐릭터를 만들기 위한 AD의 업무 - 방향성을 잡고 매력을 짚어가다



    ▲ 김인 AD가 합류할 시점의 전투 비주얼, 여기부터 서브컬쳐 본고장에 먹힐 모양새를 잡아야했다

    김인 AD는 블루 아카이브 개발이 시작된 2018년부터 지금까지 계속 AD의 업무를 맡아왔다. 여느 게임이나 개발 과정에서 허들이 있기 마련이지만, 블루 아카이브는 다른 방향에서 특히나 허들이 높은 편이었다. 신규 IP에 미소녀 서브컬쳐 게임, 거기다가 서브컬쳐의 본고장인 일본에 먼저 서비스한다는 과제가 붙었기 때문이다.

    본격적인 아트 작업은 2018년 3월 프로젝트가 시작된 이후 3개월 뒤인 6월부터 시작됐다. 당시 이미 현재 블루 아카이브의 '엄폐물을 사이에 둔 원거리 전투' 및 3D와 SD를 혼합한 비주얼 기획안이 이미 마련된 상태였다. 이를 토대로 서브컬쳐 캐릭터 수집형 게임을 성공적으로 구축하기 위해서 아트를 어떻게 구현해나갈지 고민해야했다.

    당시는 소녀전선, 벽람항로 등 중국발 서브컬쳐 게임이 국내에 부상하면서 서브컬쳐 게임의 레드오션화가 가속된 시점이었다. 그래서 기존에 자리잡은 게임과 다른 방향의 아트를 설계할 필요가 있었다. 김인 AD는 그때 유행한 서브컬쳐 게임의 특징이 '세계가 멸망하기 직전'이라는 무거운 테마와 하드보일드한 분위기였다고 판단, 블루 아카이브는 그 피로도를 줄일 수 있게 밝고 캐주얼한 방향으로 가닥을 잡았다. 가닥을 잡은 뒤에는 세계관의 분위기를 상세하게 잡아갈 수 있도록 여러 질문과 답안을 작성해가면서 방향을 다듬어갔다.



    ▲ 당시 시장에 대한 분석을 바탕으로



    ▲ 기존 게임과는 다른 방향의 수요를 노렸다

    아트팀은 이러한 질문지와 답지를 바탕으로 '풋풋한', '동아리활동', '밀리터리', '청춘 학원물' 등 키워드와 그에 맞는 키비주얼 제작에 들어갔다. 서브컬쳐 게임에서 키비주얼은 앞으로 IP의 비주얼 방향과 가치를 나타내주는 중요한 안건이었던 만큼, 한 장에 게임의 분위기와 비주얼 방향을 바로 알 수 있게 한다는 목표를 갖고 작업했다고 설명했다.

    키비주얼 작업 이후에는 게임 내에서 활용될 리소스의 디자인 등 다방면에 걸쳐서 R&D를 진행했다. 이 시기가 게임 아트의 기조를 잡는 가장 중요한 시기였던 만큼, 실패와 시도를 빠르게 반복하면서 자리잡는 게 중요했다. 이 과정에서 블루 아카이브 아트팀이 추구했던 것은 스토리텔링과 확장성, 그리고 깨끗하고 청량한 이미지를 얼마나 잘 표현했나 여부였다. 특히 2차 창작 및 패러디 파생, 확산이 일반적인 서브컬쳐 장르 특성상 리소스 하나하나가 재생산하기 편하고 스토리 전달력이 있어야했다. 김인 AD는 이 방향에 집중해서 캐릭터 디자인을 알아보기 쉽고 비주얼적으로 다루기 편한 캐릭터를 추구했으며, 유저가 더욱 깊이 세계관에 몰두할 수 있도록 특징적인 비주얼을 설계했다고 설명했다.



    ▲ 이후 방향을 정립하기 위한 세계관 구축, 키비주얼 작업에 들어갔다

    뿐만 아니라 블루 아카이브라는 새로운 IP를 이해하고 받아들이기 쉽도록 핵심 키워드를 정립, 그에 맞춰 비주얼을 구축해나갔다. 블루 아카이브의 키워드는 '미소녀', '밀리터리', '학원', '육성연애' 이 네 가지였다. 그렇게 해서 유저가 수집하고 싶고 공략, 연애하고 싶은 미소녀들이 엄폐물을 활용한 현대전을 벌이고, 한편으론 풋풋한 학교 생활과 동아리 활동을 즐기는 블루 아카이브의 세계관이 확립이 됐다.



    ■ 어떻게 유저들에게 캐릭터의 매력을 전달할까?- 프로모션 및 피드백으로 다져간 기반




    방향성을 정한 뒤에는 유저들을 만족시킬 수 있는 아트를 만들어야 한다는 과제가 남는다. 김인 AD는 PD뿐만 아니라 개발진 다수가 90년대~2000년대 초반 서브컬쳐 문화에 대한 이해도가 높았으며, 이를 토대로 당시의 가볍고 담백한 비주얼을 소화하기 적합한 팀이라고 판단했다.

    그에 맞춰 아트의 컨셉 비주얼을 제작하는 한편, 실제로 블루 아카이브를 플레이하게 될 유저들이 어떤 걸 원할지 고민하는 과정도 거쳤다. 김인 AD는 앞서 언급한 것처럼 당시 서브컬쳐 게임은 무거운 분위기가 주를 이룬 만큼, 그와 달리 가볍게 캐릭터와 애정을 갖고 즐기는 유저층을 공략하자는 전략을 짰으며, 그에 따라 '미소녀 밀리터리 학원 연애 시뮬레이션'으로 가닥을 잡았다고 설명했다.



    ▲ 잘 할 수 있는 것, 그리고 시장의 수요 등을 고려했을 때



    ▲ 결론은 미연시였다

    그렇다면 유저와 캐릭터가 교감한다는 느낌을 받게 하려면 어떻게 설계해야할까, 하는 고민이 남았다. 김인 AD는 이를 해결하기 위한 키워드로 무드와 아이컨택을 꼽았다. 성적 어필, 캐릭터가 움직인다는 것에 기존 게임들이 주력했던 만큼 이와는 다르게 감성적이고 정적으로 서로 마주보며 눈빛으로 교감을 나눈다는 방향으로 접근했던 것이다.

    이렇게 해서 구현된 것이 메모리얼 로비였으며, 메모리얼 로비 작업에서는 교감의 느낌을 최대한 살리기 위해 교복 미소녀와 감성 화보쪽을 많이 참고했다고 설명했다. 여기에 한 층 더 교감하는 느낌을 살리고자 표정변화와 상호작용, 표정변화를 집중적으로 구축하고 SD캐릭터도 감정표현에 적합한 방향으로 개발하게 됐다고 덧붙였다.



    ▲ 미소녀와의 교감은 어떻게 해야 할까?



    ▲ 정적인 교감이라는 것을 표현하고자 여러 화보를 참고하고



    ▲ 이를 바탕으로 메모리얼 로비를 만든 뒤



    ▲ SD도 감정표현에 적합한 방향으로 설계해나갔다

    미소녀와의 교감, 상호작용을 과제로 삼아 프로토타입을 만든 뒤에는 그 기반을 다져가는 과정이 필요했다. 특히 작업이 본격화되고 조직이 커지면서 새로 들어온 팀원에게 프로젝트의 방향을 이해시킬 필요가 있었다. 특히나 신규 프로젝트 특성상 통상의 조직관리 방식으로는 생산량은 늘었어도 기조와 어긋나는 일이 많았던 만큼, 기준점을 확립하고 타임로스를 줄일 다른 방안이 요구됐다.

    김인 AD는 이를 위해서 키워드, 맥락, 색상, 패턴 등 파편화되어있던 가이드 문서와 기조를 다 정리해서 아트 톤 앤 매너를 정립했다. 그리고 톤 앤 매너를 바탕으로 마스코트 캐릭터 '아로나'를 제작, 아트의 기조를 쉽게 이해할 수 있도록 했다. 또한 세계관의 분위기와 기조, 중심인물과 세력을 한 눈에 알아볼 수 있도록 PV를 제작했다. PV는 유저에게 게임을 홍보하는 효과뿐만 아니라, 새로 합류한 개발진에게도 아트 방향 및 게임의 전개 방향에 대해서 전달할 때 효과적이었다.

    그렇게 해서 개발이 어느 정도 진행이 된 후, CBT를 통해서 유저들의 피드백을 반영해 SD를 수정하고 컷인 퀄리티를 올리는 등 수정 작업이 이어졌다.



    ▲ 분산되어있던 아트의 톤과 매너를 하나로 정립하고



    ▲ 기준점이 되는 마스코트 캐릭터 아로나를 제작하며 방향성을 다시 확립했다



    ▲ 그리고 CBT 후에 유저 피드백을 반영, 아트를 수정했다



    ■ 오픈 그 이후를 생각하다 - 두 번째 PV로 IP 확장성의 이정표를 세우고 이후를 준비




    김인 AD는 CBT가 끝나고 수정 작업 및 NPC 제작까지 궤도에 오른 찰나, 오픈 이후에 어떻게 해야 할까 고민하기 시작했다고 회고했다. 출시해서 유저들이 이 게임을 접한 뒤, 어떻게 계속 즐길 수 있도록 만들어야 할까 하는 과제가 눈앞에 다가왔기 때문이었다.

    김인 AD는 원점으로 돌아가 '교감'과 '애정'에 대한 존중을 목표로 삼았다. 유저가 캐릭터와 교감하면서 쌓은 애정이 캐릭터 게임을 하는 원동력이고, 이를 존중해야만 유저들이 앞으로도 계속 즐겨줄 것이라고 믿었기 때문이었다.

    아울러 블루 아카이브의 캐릭터들과 세계를 통해 유저가 어떤 경험을 얻을 수 있고 무엇이 기다리고 있을지, 한 번 더 정립하는 과정이 필요했다. 시각적 경험 및 내러티브 등 다방면에 걸쳐 논의를 진행했으며, 의도를 가장 잘 드러내는 것이 PV라 생각해 두 번째 PV 제작에 들어갔다고 설명했다. 두 번째 PV에서는 세계관 안에서 일어나는 사건 및 무드, 소재를 보여주는 것에 중점을 두었으며, 이 역시도 내부에서 개발 방향을 잡는데 참고 자료로 사용됐다.




    ▲ 1차에 이어 2차 PV도 제작, 앞으로의 방향성을 다시 한 번 가다듬고 유저에게 어필했다

    두 번째 PV 작업을 끝마칠 무렵에 블루 아카이브가 일본에 정식 출시, 아트팀의 오픈까지의 개발 과정은 마무리가 됐다. 이후에는 라이브 서비스에 맞춰 신규 캐릭터 및 이벤트 등 작업을 이어가고 있다. 김인 AD는 처음 블루 아카이브를 개발했을 때 목표가 서브컬쳐의 성지 아키하바라에 옥외 광고를 걸어도 어색하지 않을 게임을 만드는 것이었으며, 그 목표를 달성한 것이 가장 기억에 남았다고 고백했다. 미소녀 캐릭터, 서브컬쳐 게임이 넘치는 시대에 시장에 없던 신규 IP와 캐릭터로 어필하기가 쉽지 않았기 때문이다.

    검증되지 않은 것을 만들고자 할 때 아트 디렉터는 무엇을 해야 할까. 김인 AD는 자기 자신에게 스스로 묻고, 확신을 가질 때까지 멈추지 말 것을 조언했다. 아트 디렉터라는 직군은 혼자 게임 아트를 만드는 것이 아니라 아트의 길을 먼저 제시하고 밝혀주는 직군이고, 동료들이 같이 그 방향으로 나아가야만 게임 개발이라는 목표를 완수할 수 있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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