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NDC2021] 독특한 인디 게임이 살아남는 방법

게임뉴스 | 정수형 기자 |


▲ 반지하게임즈 이유원 공동대표

  • 주제: 텍스트 게임으로 살아남기
  • 강연자 : 이유원 - 반지하게임즈
  • 발표 분야 : 게임기획 / 사업마케팅&경영관리
  • 권장 대상 : 게임 기획자
  • 난이도 : 사전지식 불필요 : 관련 전공이나 경력이 전혀 없더라도 이해할 수 있는 내용


  • [강연 주제] <서울 2033>은 대부분의 요소가 텍스트로 이루어진 독특한 형태의 모바일 인디게임입니다. 약 3년간 꾸준히 라이브 운영을 하는 동안 겪은 여러 경험과 시행착오들을 바탕으로, <서울 2033>이 100만 다운로드와 일일 이용자 1만 5천여 명을 달성하기까지의 과정을 소개해 드리려고 합니다. 개발, 기획, 디자인 측면에서 각 기획 의도는 어떠하였는지, 출시 이후 업데이트 로드맵은 어떻게 진행하였으며 BM은 어떻게 구성하였는지 등을 요소별로 살펴볼 예정입니다.

    반지하게임즈가 서비스 중인 '서울2033'은 게임 대부분이 텍스트로 이뤄져 있다. 플레이어는 지문을 읽고 상황에 따라 원하는 선택지를 골라 게임을 진행하게 되는 아주 간단한 구조인 셈이다.

    하지만, 게임 플레이가 간단하다고 해서 개발까지 간단해지는 것은 아니다. 게임 대부분이 텍스트 위주로 진행되는 만큼 화려한 그래픽으로 유저들의 시선을 사로잡을 수도 없고 손맛 넘치는 액션으로 유저들의 타격감을 만족시킬 수도 없다.

    오직 짜임새 있는 게임 플레이와 흥미 넘치는 스토리로 승부해야하니 만들기에 쉬워 보여도 흥행에 성공하기는 어렵다. 반지하게임즈는 어떻게 해서 텍스트 게임으로 100만 다운로드와 일일 이용자 1만 5천여 명을 달성할 수 있었을까? 지난 3년간 라이브 서비스를 진행하며, 쌓인 반지하게임즈의 노하우를 통해 그 답을 유추해낼 수 있었다.




    ■ 서울2033을 출시하기까지




    반지하게임즈는 이유원 공동대표가 대학교에 재학하던 중 고등학교 친구들과 모여 개발자, 디자이너, 기획자 3인 체제로 시작됐다. 2016년 처음 출시한 '허언증 소개팅!'을 시작으로 2018년에 '중고로운 평화나라'를 출시했으며, 당시 유튜브와 커뮤니티를 통해 게임이 퍼져 각 30만 다운로드, 70만 다운로드를 기록했다.

    그러나, 긍정적인 출발에도 불구하고 반지하게임즈는 이것이 단순히 흐름을 잘 타서 이뤄낸 현상이라고 생각했다. 두 차례나 게임을 출시했음에도 불구하고 게임으로 돈을 벌 생각은 없었으며, 특정 게임을 장기적으로 라이브 서비스한다는 생각은 상상도 할 수 없었다.

    이런 반지하게임즈에 큰 변화를 준 게임이 바로 서울2033이다. 원래는 클리커 게임과 농구부를 육성하는 시뮬레이션 게임을 준비하고 있었지만, 막간을 위한 토이 프로젝트로 시작된 서울2033에 집중하면서 새로운 국면을 맞이했다.

    서울2033은 토이 프로젝트로 시작된 만큼 개발 과정 자체는 굉장히 단순하게 진행되었다. 오히려 기획 의도와 출시 이후의 성장 과정이 라이브 서비스에 큰 영향을 미쳤다고 볼 수 있다.






    ■ 기획 의도 - 기획, 개발, 디자인




    서울2033이 텍스트로만 이뤄진 게임이 될 수 있었던 것은 백남준 아티스트의 '필름을 위한 선'이라는 작품 덕분이다. 영사기에 필름을 넣고 보여줄 뿐이었던 단순한 작품이었지만, 이를 보고 영감을 얻은 개발자들이 다양한 게임을 출시했었다.

    굉장히 단순한 형태의 게임이었지만 문득, 게임의 본질이 그래픽이 아니라 재미에 있다면, 텍스트로 구현해도 되지 않을까라는 생각을 떠올렸다고 전했다. 화려한 그래픽과 연출에 치우쳐진 기성 게임들 사이에서 오직 텍스트만으로 재미를 전달해 게임의 본질에 가까워진다는 것이다. 서울2033은 이런 도전 의식 속에서 탄생했다.

    아이디어가 떠오르지마자 플래시로 간단한 프로토타입이 만들어졌다. 본격적으로 만들기 전에 이러한 프로토타입을 만들어놓으면 게임이 생각한 만큼 재미있을지, 없을지를 판단하는데 큰 도움이 될 수 있다. 당시 프로토타입을 만든 뒤 주변 친구들에게 플레이를 시켜봤는데 생각 외로 반응이 좋았다고 한다.




    텍스트 방식의 표현에서 재미를 얻을 수 있다고 판단되자 본격적인 작업이 시작됐다. 먼저 게임의 테마와 장르를 정할 필요가 있었다. 게임의 주된 플레이가 텍스트를 읽는것인 만큼 장황한 설명보단 간결한 문구로 장면을 이해시키는 것이 중요해 포스트 모던의 테마와 직관성과 몰입을 살리는 장르가 채택됐다.

    여기에 게이머가 나만의 이야기를 만들어간다는 목적을 더하니, 최종적으로 서울에서 벌어지는 포스트 아포칼립스 선택지형 자원 관리 어드벤처라는 지금의 서울2033이 만들어질 수 있었다.

    선택지형 게임으로서 유저에게 알맞은 분기를 제공하는 것 역시 중요했다. 고전 선택지형 게임은 다양한 분기를 제공하거나, 옳은 선택에 대한 분기를 제공하는 방식을 보여줬는데 전자는 디자이너의 코스트가 늘어난다는 단점이 있고 후자는 상호작용성이 떨어진다는 단점이 있었다.




    서울2033의 이야기 구조는 고전 선택지형 게임과 다른 방식으로 만들어졌다. 플레이어가 게임을 진행하는 과정에서 끊임없이 변수가 더해지며, 메인 스토리가 일정 주기마다 제공된다. 플레이어의 상태에 따라 고를 수 있는 선택지가 늘어나는 등 디자이너의 효율성과 플레이어의 상호작용성 사이에서 최적점을 찾기 위해 노력했다.

    기획 측면에서 나만의 이야기를 만들어간다는 점을 직관적으로 느낄 수 있도록 업적 시스템이 적용됐다. 서울2033에는 다양한 이야기가 있으며, 하나의 이야기에 다양한 해결책이 존재한다. 따라서 플레이어는 업적을 통해 이야기의 방향성을 미리 확인할 수 있고 게임 중 걸어왔던 길을 되돌아볼 수 있는 역할을 담당한다.

    디자인 측면에서 집중한 것은 텍스트로 진행되는 게임 플레이에 맞는 디자인의 구성이다. 개발 당시 디자이너는 종이책과 전자책을 참고해 UI를 만들었다고 한다. 일러스트는 플레이어의 상상력을 해치지 않는 삽화 느낌을 살렸다.




    개발 측면에서는 git과 json 스크립트를 활용한 역할 분담이 제일 먼저 결정됐다. 텍스트가 많은 게임이라 업데이트마다 개발자를 거쳐 수정이 이뤄지는 방식이 비효율적이라 생각했기 때문이다. 고민해서 만든 만큼 초기에 만든 협업 환경은 지금까지 유지되고 있다.

    개발 기간은 약 2개월 정도 걸렸으며, 기획 의도를 전달받은 구성원이 본인 역할을 정확히 이해하고 분담했기 때문에 개발 자체에 큰 어려움은 없었다고 한다. 앞서 언급했듯 토이 프로젝트다 보니 부담이 없어 더 빨리 개발할 수 있었다고 전했다.



    ■ 출시 이후 - 커뮤니티 활성화, 마케팅, BM 재구성




    서울2033은 개발보다 출시 이후 어려움을 겪은 케이스다. 개발에 집중한 나머지 출시 이후의 일에 큰 신경을 쓰지 않은 것이 컸다. 출시 직후 콘텐츠 부족과 BM의 미비가 들어났으며, 라이브 서비스를 해본 경험이 없다보니 이 부분에서도 미흡했다.

    반지하게임즈는 이에 하나씩 대응하기 시작했다. 제일 먼저 한 일은 커뮤니티 활성화였다. 나만의 이야기라는 기획 의도에 따라 플레이어의 경험담을 공유할 수 있도록 팬덤 커뮤니를 활성화했으며, 2차 창작이 점차 많아짐에 따라 서울2033의 세계관을 매력적이고 풍부하게 만드는 데 큰 도움이 됐다.

    당시 자체 카페와 사이트를 운영할 여력이 없었기 때문에 여러 커뮤니티를 통해 소통을 진행했는데 결과적으로 뉴 미디어로 소통하는 신세대 인디게임 개발자의 이미지를 심어줄 수 있었다고 전했다.




    커뮤니티 활성화를 위해 다양한 노력을 진행했으며, 팬아트 공모전과 아이디어 공모전 등의 이벤트를 진행하기도 했다. 지난 12월에는 이야기꾼 공모전을 통해 정식 스토리 작가로 채용한 모습도 보여줬다.

    게임을 지지해주는 팬이 늘어남에 따라 게임의 굿즈 생산도 가능해졌다. 스마트폰 키링과 텀블러 등을 제작해 한정된 수량으로 판매를 시작했으며, 마케팅과 매출 측면에서 긍정적인 효과를 볼 수 있었다.

    커뮤니티 활성화는 지속적인 업데이트에도 큰 도움이 됐다. 커뮤니티에서 활동하는 유저들의 성향을 분석할 수 있었는데, 당시 주의깊게 본 것이 유저들의 게임 추천 글이었다. 어떤 게임을 추천하냐에 따라 서울2033이 가진 게임의 강점을 다시 한번 확인할 수 있다. 또한, 확장팩을 출시할 때마다 다른 기법을 사용하고 반응을 확인하기도 했다. 결과적으로 유저들의 성향 분석을 통해 앞으로의 콘텐츠 업데이트 방향을 정립할 수 있었다.













    한편, 마케팅 기회 측면에서 서울2033의 초기에 유저들의 유입을 견인한 것은 유튜브와 트위치 등에서의 노출이었다. 독특한 게임성 덕분에 스트리머들의 잇따른 참여가 이뤄졌으며, 이에 바이럴 효과를 크게 누릴 수 있었다.

    언론에 게임이 보도된 사례도 있다. 텍스트로 진행된다는 강점을 살려 시각장애인들의 접근성 개선을 진행한 덕분이다. 서울2033은 현재도 비장애인과 시각장애인의 경계를 허무는 유니버셜 디자인을 지향하고 있다. 최근에는 스토리팀에 시각장애인 작가분이 합류하기도 했다.

    구글플레이 인디게임 페스티벌에 참여한 것도 큰 도움이 됐다. 당시 유저가 급격히 늘어나면서 스트레스가 쌓였는데 행사에 참여한 팬분들의 응원 덕분에 큰 동기 부여가 됐었다고 전했다. 게임을 개발하다보면 소통의 기회가 대부분 숫자로 이뤄지기 때문에 실제로 만나서 보는 것과는 큰 차이가 있다. 행사장에서 팬과 소통하고 다른 인디게임 개발자와 네트워킹을 하면서 여러가지를 깨달을 수 있었다.




    BM 측면에서도 큰 개선이 이뤄졌다. 서울2033의 기존 BM은 인앱 광고와 유료 앱 판매가 전부였다. 현재는 인앱 재화가 도입된 상점과 정기적인 확장팩 판매, 자체 후원 시스템, UI 스킨 판매 등의 다양한 방법으로 BM을 마련해뒀다.

    비슷한 게임이 없어 BM 구축에 어려움을 겪었는데 덕분에 창의적인 시도를 해볼 수 있었다. 특히, 자체 후원 시스템 중 하나인 이야기꾼의 연습장은 특정 콘텐츠를 업데이트하기 전에 미리 내용을 공지하는 티저 역할을 하는데, 유저가 이를 보고 프로젝트에 후원할지를 결정해 개발 일정을 앞당길 수도 있다. 또한, 프로젝트에 후원한 유저를 대상으로 추첨을 통해 굿즈와 캐릭터 창작 특전을 제공해 상품의 매력을 더했다.




    이외에도 배틀 패스 방식의 레벨 시스템과 랭킹 기능도 제공하고 있다. 배틀 패스 방식의 경우 동기 부여 측면에서는 만족스러웠지만, 이로 인해 유저 편차가 커져서 적절한 업데이트 방향성을 제시하는 데 어려움이 있었다. 추후에는 재정비를 마친 뒤, 새롭게 선보일 계획이다.

    BM을 개선하면서 본격적으로 유저 데이터 분석을 시작했는데 당시 느낀 것은 쇼핑의 재미를 살려야 한다는 점이다. 돈을 지불하고 싶어도 살 상품이 없다는 사실을 깨닫고 정기적인 확장팩 출시와 다양한 방식의 패키지 판매를 진행했다. 이외에도 푸시 보상과 할인을 적극적으로 활용해 리텐션과 DAU가 크게 늘고 유의미한 매출 증가를 얻을 수 있었다.






    ■ IP 확장 및 글로벌 전략




    서울2033의 IP는 3년이 지난 지금도 많은 유저들의 사랑을 받고 있다. 이 IP가 더 오랫동안 사랑받기를 원했기에 반지하게임즈는 최근 보드게임 분야에도 진출했으며, 카드 대전 게임이라는 색다른 장르로 서울2033을 재해석하고자 했다. 개발 준비 과정에서 텀블벅 펀딩을 진행했는데 펀딩 시작 후 30분 만에 천만 원을 달성하며 펀딩에 성공했다.

    서울2033을 활용한 프리퀄 단편도 출시했다. 서울2033:유시진과 서울2033:방공호는 원작 시점에서 18년 전을 다룬 이야기로 하나의 작품으로 기억되고자 원작과 다른 독특한 시스템을 넣어 완성했다.




    기존 개발 환경과 스토리 인력을 활용한 덕분에 타 IP의 텍스트 게임화를 작업하기 좋은 환경이 구성되기도 했다. 이를 바탕으로 현재 네이버웹툰과의 협업으로 웹소설과 웹툰을 텍스트 게임화하고 있다.

    반대로 글로벌 진출 측면에서 서울2033은 많은 어려움이 있다. 방대한 텍스트를 번역해야 하니 비용 측면에서 큰 부담이 되며, 로컬라이제이션과 검수의 난이도도 높다. 또한, 회사 규모가 작은 탓에 큰 홍보를 기대할 수 없어 플랫폼의 피처드만 기다릴 수 밖에 없다는 점도 아쉽게 다가온다.




    서울2033을 개발하면서 인터랙티브 스토리텔링 게임, 텍스트 게임이라는 새로운 도전에 분명 어려움이 있었지만, 이를 개척하는 즐거움 역시 컸다. 오히려 이런 과감한 시도 덕분에 유저들의 마음을 사로잡았다고 생각한다. 반지하게임즈의 모토인 "아류로 성공하느니 오리지널로 망하자"처럼 자신이 원하는 게임을 개발하고 행복해지길 기원하며, 강연이 마무리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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