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개봉기] 나는 언제 정착할 수 있을까? 토프레 무접점 리얼포스 R2 55g 일반 균등

리뷰 | 백승철 기자 | 댓글: 2개 |
▲ 토프레 무접점 리얼포스 R2 55g 일반 균등 타건 영상

시작은 적축만큼이나 가벼웠다. 현재 누군가 5만 원이 약간 넘는 키보드를 산다고 하면 "조금만 더 보태면 키보드계의 바이블을 살 수 있어!"라고 할 정도지만, 내 생애 첫 기계식 키보드를 살 땐 5만 원이나 줘야 하나 싶었다. 그렇게 7만 원을 주고 가성비가 좋다는 체리 저소음 적축 키보드를 샀다.

키보드가 왜 좋냐에 대해 상황이나 내 기분에 따라 다르게 대답하곤 했다. 이 자리를 빌려서 진솔하고 담백하게 말하자면 내 무기라서? 타자 치는 직업에 종사하고 있기 때문이라는 핑계가 그나마 가장 합리적이지 싶다. 물론 필력 좋은 오랜 선배 기자들은 키보드 신경 한 개도 안 쓴다.

그렇게 구매와 방출을 오가며, 결국 기성 키보드의 종착지라고 불리는 '리얼포스 무접점'을 집에 들인 것이 올해 2월. 여태 산 키보드들로 기사를 쓸 때면 한타 한타가 정성이 담기지 않는다는 허울 좋은 핑계를 업고 구매하게 되었다. 정성스레 글을 써 내려가기 위해 무거운 키압을 자랑하는 55g으로 말이다.



▲ 기성 키보드의 종착지 중 하나, '리얼포스 R2'

토프레(Topre, Tokyo Press의 약자)는 스위치, 베어링, 프레스기 등이 주력 제품인 일본의 금속 전문 제조업체다. 금형이라는 분야의 스케일을 생각했을 때, 토프레 입장에서 키보드는 취미 사업 정도밖에 안된다는 소문에는 일리가 있다는 생각이 들 정도로 사실 키보드 전문 제조 업체 기업은 아니다.

그렇기 때문에 타건감을 제외한 모든 것이 처참하다. 30만 원 정도 하는 제품이 마감은 형편없으며 각인도 삐뚤빼뚤, 케이블과 연결 단자까지 형편없다. 하지만 프로그래머들에게 유명세를 치른 '해피해킹' 시리즈를 필두로 '리얼포스', '하이프로' 등의 단종된 히트작들은 중고 가격 방어를 뛰어넘어 정가에 비해 더 비싼 시장을 형성하고 있으며, '리얼포스 R2'의 신제품도 국내에서 쉽게 구하기 어려울 정도로 인기가 많다.

리얼포스를 구입한 사람들이 제품을 구입하고 딱 처음 사용할 때 입을 모아 하는 말이 있다. 생각보다 별로라고. 분명 유튜브에서 봤을 때, 타건샵에서 경험했을 때 혹은 동료 키보드를 잠깐 두드려봤을 때는 초콜릿을 부러뜨리는, 뭔가 특별하고 굉장한 느낌을 받았었을 것인데. 이게 정작 내 손에 들어오니 그게 아니라는 평가가 많다.

나 또한 그랬다. 해외 직구를 통해 구입하여 꽤 오래 기다렸는데, 30만 원이나 하는 키보드인데. 하지만 4개월 정도 리얼포스 R2를 사용하고 질리지 않는 타건감이 대체가 되지 않는다고 얘기할 수 있겠다. 국밥을 뛰어넘은 커피 같은 느낌일까. 리얼포스는 무난함 속에 특별함이 있다.

물론 하나 실수한 점은 55g 키압을 선택했다는 것. 리얼포스 구매 직전, NIZ EC(이하 노뿌) 무접점 스위치 50g를 사용하고 있었기 때문에 이것보다 높아도 되겠다 싶어서 구매했다. 하지만 아직까지 일과를 마치고 나면 손이 약간 뻐근할 정도로 토프레의 55g은 키압이 무겁다. 팜레스트에 손목을 올리던 타건 자세를 바꿀 정도로 무거운 키압을 자랑하니 참고하기 바란다. 흑축보다 높진 않은데, 그 약간 밑에 정도는 된다고 얘기할 정도.

불행히도 '리얼포스 R2 55g 균등 화이트 그레이'에 정착하지 못했다. 리얼포스는 내 주무기, 그러니까 FPS 게임에 비유한다면 1번 무기인 것이 확실함에도 불구하고 얼마 전 텐키리스 무선 키보드에 걸맞은 비싼 특주축과 키캡도 구입하고 말았다. 도대체 나는 언제 키보드 여정의 마침표를 찍을 수 있을까?



▲ 결국 나도 사는구나..



▲ 토프레사의 정전용량 무접점 방식 스위치



▲ 이게



▲ 30만 원의 포장법이냐



▲ 아무리 봐도



▲ 음...



▲ 30만 원의 느낌이 안난다. 자세히 보면 각인도 키캡도 삐뚤빼뚤









▲ 1단의 높이 조절이 가능하다



▲ 동봉된 리무버는 절대 아니다. 별매품



▲ 리얼포스 제품의 키캡을 제거할 때



▲ 빨간 색 표시선에 걸쇠가 있기 때문에 반드시 조심하자



▲ 사용자가 키보드를 마주하는 기준으로 2시 / 8시 방향에 걸쇠가 있다






▲ 뭔가 기계식 스위치에 비해 평화로워(?)보인다



▲ 키캡을 보자 읔... 키보드 좋아하는 사람이라면 벌써 흠이 보인다









▲ 일반적인 키캡과 호환되지 않는다



▲ 쉬프트에 스태빌라이저도 없다



▲ 팁: 스페이스바 손으로 빼는 법



▲ 기계식 키보드만 쓰다가 리얼포스 보면 좀 당혹스럽다






▲ 리얼포스 처음 사면 이런 것도 같이 사게 된다



▲ 파란색 없는 게 이쁜 것 같지만 기분 탓일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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