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체험기] 비록 소시지의 운명이지만, 돼지도 사랑을 한다

리뷰 | 김수진 기자 | 댓글: 2개 |

이미 소시지가 된 사랑을 찾아서 소시지 공장을 헤매는 돼지라니. 정말 제대로 유쾌하다. 귀여운 그래픽에 귀여운 배경음, 그런데 어딘가 고어하다. 근데 또 분명 유머러스한 부분이 있다. 거기다 주인공 돼지 친구의 이름은 미틀렛(Meat let), 그의 사랑은 포클렛(Pork let)이다.

뭐랄까, ‘피그로맨스’는 제대로 된 B급 감성이 섞여들어 간 신기한 게임이다.

쫓아오는 주인에게 잡히거나, 잘못해서 어디 스치기라도 하면 우리 돼지 친구는 깨끗하게 조각나 버린다. 와중에 주인공 돼지의 몸에는 잘 조각날 수 있도록 안내 선까지 그려져있다. 심지어 그 단면이 너무 리얼해서 당황스러울 만도 한데 또 귀여운 편이라 다시금 그래 이건 역시 제대로 된 B급 감성이야라며 고개를 끄덕이게 된다.

애초에 게임의 배경은 소시지 공장이고, 주인공은 소시지 재료가 될 뻔한 돼지고, 히로인은 같이 도망쳤다가 잡혀 귀 끝부터 발 끝까지 조각나서 소시지가 되어버린 또 다른 돼지다. 이 얼마나 독특하고 유머러스한데 당황스러운지!



▲ 이미 소시지가 되어버린 히로인, 포클렛

피그로맨스의 매력은 여기서 끝이 아니다. 어렵지 않은 조작과 퍼즐이 아주 속도감 있게 진행되다 보니 게임 자체가 그야말로 지루할 틈이 없다. 흘러가는 레일 위에서 빠르게 상황을 파악해 퍼즐을 풀어내야하기에 가만히 머리를 굴리기보다 순간적인 상황 판단력이 훨씬 중요하게 작용한다.

대신 퍼즐 자체는 크게 어렵지 않다. 물론 튜토리얼과 초반부를 다룬 데모 버전이라 그럴 수 있다. 하지만 분명 퍼즐의 난이도 자체를 어렵게 만들기 보단 누가 쫓아오거나 자동으로 움직이는 레일처럼 ‘시간의 제한’을 통해 난이도를 조절한 편이다.

즉, 고민할 시간을 크게 주지 않기에 퍼즐 자체가 살짝만 어려워져도 자연스럽게 유저가 느끼는 난이도는 몇 배로 크게 다가오는 것이다. 해결해야 할 시간은 그대로이거나 줄어드는데, 풀어야 할 퍼즐은 어려워지니 당연한 결과다.




그 과정에서 어딘가 나른하면서도 점점 빨라지는 박자의 사운드 트랙, 고요한 소시지 공장에 울려 퍼지는 꿀꿀거림과 발소리, 뛰고 붙고 점프하고 밀고 당기는 것밖에 못하는 우리 돼지 친구를 통해 퍼즐 어드벤처의 그 미묘하면서도 세밀한 긴장감을 아주 잘 잡아냈다.

그리고 이렇게 게임 전체에 흐르는 미묘한 긴장감은 피그로맨스라는 게임을 훨씬 ‘재미있게’ 만들어준다.

비록 15분가량의 데모 버전이지만 ‘오 뭐야 벌써 다했네?’ 라는 생각이 들 정도로 게임의 몰입도가 높은 편이다. 텍스트 대화가 등장하는 게 아니기에 이러한 높은 몰입도는 오로지 퍼즐의 흥미성과 게임의 분위기에서 온 결과라고 볼 수 있다.

당장 우리의 돼지 친구가 몰래 이동하며 스쳐 지나가는 배경들만 해도 그렇다. 레일 위에 널려있는 조각난 돼지들, 그리고 도축장에 갇혀서 소시지가 되기만 기다리는 여러 마리의 돼지들을 통해 그냥 심심하게 보일 수 있는 어두컴컴한 공장의 모습에 ‘긴장감’이라는 것을 한 스푼 더 추가했다.






▲ 이미 도축된 불쌍한 돼지

데모 게임에서 가장 중요한 건 다른 게 아니다. 이 다음을 하고 싶게 만드는 것, 그게 가장 중요하다. 그리고 유저에게 그러한 느낌을 줬다면 ‘데모’의 역할을 완벽하게 행한 것이라고도 볼 수 있다.

피그로맨스가 바로 그렇다. 다음을 이어서 플레이하고 싶게 만드는 매력이 있다. 당장 데모 버전이 끝났을 때 나도 모르게 아쉽다는 생각이 들더라. 이는 게임 플레이 자체가 나쁘지 않아서이기도 하지만, 다음 스토리에 대한 궁금증이 매우 큰 부분을 차지했다.

도대체 우리 돼지 친구는 왜 그냥 도망치지 않고 다시 제 발로 소시지 공장으로 들어간 것인지, 이미 소시지가 되어버린 사랑을 찾아서 뭘 할 것인지, 과연 저 소시지 공장에서 빠져나갈 수는 있는 것인지 등등 ‘이후의 이야기’를 빨리 확인하고 싶달까.




소시지가 될 운명으로 태어난 수퇘지의 로맨스, 유머러스한 엽기 퍼즐 서스펜스 어드벤처, 피그로맨스는 현재 스팀 페이지를 통해 데모 버전을 플레이할 수 있다. 플레이엑스포 2021 현장에서 미공개 플레이 버전을 공개하려 했으나, 아쉽게도 오프라인 행사가 취소되면서 확인할 수 없게 됐다.

외계인납치작전이라는 게임만큼 독특한 이름의 팀에서 개발중인 피그로맨스는 올해 12월 얼리액세스 버전이, 그리고 2022년 2월 정식 버전이 출시될 예정이다.




피그로맨스 스팀 페이지
피그로맨스 텀블벅 페이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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