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체험기] 돌아온 그랜드체이스, 지금도 통할까?

리뷰 | 박희수 기자 | 댓글: 52개 |




내 초등학교 시절은 ‘메이플스토리’, ‘스톤에이지’, ‘야채부락리’ 등 이름만 들어도 추억이 되살아나는 게임들로 가득하던 시기였다. 인기 게임들 사이에서 나는 ‘그랜드체이스’를 선택해 친구들과 같이 플레이했다. 예전 하굣길의 나는 한 손엔 항상 피카츄 꼬치, 다른 한 손엔 소다 맛 슬러쉬를 들고 친구들과 몇 시에 어느 서버에서 만날지 정하는 것이 일상이었다. 내가 처음 만난 온라인 RPG로 많은 시간과 노력을 투자해 열심히 즐겼던 만큼 그랜드체이스의 서비스 종료 소식을 들었을 때는 많이 슬펐다.

물론 그 이후로 많은 게임을 즐겼지만, 추억 보정 때문인지 처음 만났던 ‘그랜드체이스’만큼의 흥미를 느끼지는 못해서 항상 아쉬움이 남았다. 그러니 최근 스팀(STEAM)을 통해 올라온 ‘그랜드체이스 클래식’의 CBT 테스터 모집 관련 공지는 내게 옛날의 아쉬움을 달래줄 기회였다.

추억 속의 게임을 몇 년의 시간이 흐른 후에 다시 만나는 것은 팬으로서 정말 설레는 일이지만 가끔은 두려운 일이 되기도 한다. 추억 속의 내가 나이가 든 만큼 시간이 흘렀으니 여전히 재미있을까 싶은 기대도 있고 또 여러 고전 게임들의 리메이크 잔혹사를 생각하면 걱정이 들기도 한다.

내 추억 속의 최애 게임, 그리고 지금은 성인이 되었을 많은 팬이 기억하는 게임 ‘그랜드체이스’가 클래식이라는 제목과 함께 돌아왔다. 과연 얼마나 예전의 재미를 간직하고 있을지, 그리고 또 얼마나 바뀌었을지 궁금해서 지난 주말의 베타 서버를 통해 직접 확인해 보았다.




▲ 문 열어주세요.. 나도 플레이 하고 싶어..


과거의 '그랜드체이스'는 우리나라뿐만 아니라 브라질 등 해외에서도 인기가 있던 게임이다. 베타 서버가 전 세계를 대상으로 해서 그런지 몰라도 시작부터 로딩을 견뎌야 하는 어려움이 있었다. 닉네임을 정하고 튜토리얼을 넘기기까지 대략 3시간 정도는 걸린 것 같은데, 개인적으로는 기다림이 지루하긴커녕 추억을 떠올릴 수 있는 소중한 시간이었다. 팬들의 입장에서 추억의 게임은 이런 기다림조차 설렘으로 바꿔 버리는 매력이 있다. 물론 주말에 한 번쯤 그랜드체이스를 해보고 싶었던 게이머들의 입장에서는 날벼락 같겠지만.

기나긴 로딩을 버티게 해준 것은 다름 아닌 배경음악. 나는 게임의 몰입도를 높여주는 요소 중의 하나로 멋진 음악을 꼽는데, 그랜드체이스 역시 게임의 대표 배경 음악인 '희망'을 듣기 위해 로비에서 기다린다는 말이 있을 정도로 팬들에게 유명한 곡이다. 다만 희망이 계속 재생되지는 않고 다른 곡들과 함께 무작위로 흘러나오는 점이 예전과 달랐다. 새로운 곡을 들어볼 수 있다는 점도 좋았고.

그래픽은 여전했다. 현재는 '그랜드체이스'가 출시된 2000년대 초반과 비교할 수 없을 정도로 많은 게임이 출시되었고 게임의 그래픽 기술도 발전했다. '그랜드체이스 클래식'은 여전히 횡스크롤 그래픽을 사용하고 있었는데 그 당시엔 획기적으로 보였던 그래픽들이 지금 다시 보니 마치 웹게임처럼 보이는 느낌이다.

물론 최신 게임들과 비교하면 그렇다는 것이고 예전에 그랜드체이스를 즐겨봤던 팬이라면 너무나 반가운 느낌을 그대로 간직하고 있다. 모름지기 '추억의 게임'이면 그래픽도 그 당시의 느낌을 간직해줘야 한다고 생각하는 유저들에겐 더할 나위 없이 찰떡이다. 다만 새로운 유저들의 유입도 필요하고 시대의 흐름에 맞게 편승하기 위해서 어느 정도의 발전도 불가피하다고 보는데 그런 면에서는 여전히 아쉬움이 남는 그래픽이다.


▲ 가이코즈의 성 던전 플레이 영상



▲ 새롭게 추가된 영웅 컬렉션


‘클래식’이라는 이름답게 베타 서버에서 생성할 수 있는 캐릭터는 초창기 멤버인 ‘엘리시스’, ‘리르’, ‘아르메’ 3인이 끝이다. 하지만 스팀(STEAM)상점 페이지의 게임 설명 부분에는 20명의 캐릭터가 언급되어 있고 게임을 진행할 때 후반부 캐릭터의 아이템들도 획득할 수 있기 때문에 베타 서버라서 막아둔 것으로 보인다. 당연히 정식 서비스가 시작되면 3인방 이후의 캐릭터들도 대거 투입될 것으로 예상해 볼 수 있다.

캐릭터들의 대화창과 캐릭터들의 일부 스킬들이 삭제되어 게임 내부에서도 바뀐 부분들이 있다. 캐릭터들의 공용기인 '막기' 기술과 '엘리시스'의 핵심 스킬인 '구르기' 스킬이 없어지고 '아르메'의 기본 공격 원거리 '마법진'이 마법봉으로 때리는 근접 스킬로 바뀌었다. 덕분에 일부 캐릭터의 경우 예전과 같은 전투 방식으로는 다소 어려움이 따른다. 주요 콘텐츠인 던전과 대전 모두 예전에 알던 시스템이 그대로 유지되고 있었고, 각종 희귀 아이템들을 얻을 수 있는 이벤트 던전은 맛보기용으로 두 가지 던전만 공개되어 있었다.

새롭게 추가된 부분도 눈에 띈다. 이번 베타 서버에서는 성장 미션과 영웅 컬렉션이 추가됐는데 던전 미션과 별개로 월드맵 부분에 캐릭터별로 초보자들을 위한 체험형 미션들로 가득했다. 예를 들어 아이템 판매, 챔피언 던전 체험, 해당 레벨 달성 등 다양한 요소를 경험하면 경험치와 던전을 돌 때 필요한 아이템을 주니 초보자들에게 많은 도움이 된다. 그리고 영웅 컬렉션은 코그(KOG)의 또 다른 게임 ‘엘소드’에서 반영된 듯하며, 일부 캐릭터들을 전직해서 캐릭터별로 모으면 공격력과 치명타 등 캐릭터들의 능력치를 높여주는 기능을 해준다.




▲ 초록색 화살표를 통해 더 좋은 아이템을 확인 할 수 있다



▲ 이전 상점 창
(출처: 네이버 블로그 '명계의 루퍼스 - 그랜드체이스')



▲ 현재 상점 창


인터페이스도 달라졌는데 장비창, 상점, 미션창의 UI 등 다양한 메뉴들이 변경되었다. 특히 Shift 키를 눌러서 착용 아이템과 인벤토리 아이템을 비교하며 착용해야 했던 예전과 달리 초록색 화살표가 인벤토리 아이템에 뜨게 되면서 좀 더 편하게 아이템을 착용할 수 있게 되었다.

새로 생긴 장바구니 시스템은 무척이나 맘에 들었다. 원하는 아이템을 찾기 위해서 아이템 창별로 왔다 갔다 할 필요 없이 장바구니에 넣으면 한 번에 구매할 수 있어서 너무나도 편했다. 다만 큼지막한 이미지로 보여주던 과거와 달리 좀 더 세밀한 목록 형태로 바뀌다 보니 오래된 유저의 입장에서는 분명히 알고 있는 아이템인데도 불구하고 헷갈리는 경우가 있었다.

그리고 내가 어릴 때 이 게임을 꾸준히 했던 이유들 중 하나는 게임에서 획득하는 GP로도 대부분의 아이템들을 상점에서 구매할 수 있다는 점이었는데 이번 베타 서버에서는 과거 GP로 살 수 있었던 장비의 일부가 유료 재화로 바뀐 것을 확인할 수 있었다. 과거의 그랜드체이스를 해봤다면 왠지 손해 보는 기분일 것이다. 물론 사업적인 측면을 고려하면 게임사도 수익이 필요하니 필수적인 재미를 해치지 않는 선이라면 충분히 수긍할 수 있는 부분이다.


▲ 파투세이의 바다 던전 플레이 영상



▲ 이게 아직도 되네


CBT에서 캐릭터의 성장은 쾌적했다. 게임을 시작한 지 4시간 만에 1차 전직을 끝낼 수 있을 정도로 육성이 어렵지 않았다. 혼자서 던전을 도는 데에 큰 어려움은 없었지만, 설령 깨기 힘들어도 적정 레벨이 낮은 다른 곳에서 성장한 뒤에 도전하면 무리가 없었다. 게다가 미션을 진행하다 보면 순식간에 레벨이 올라서 던전을 도는 것도 지루하지 않았다.

웃고픈 일도 있다. 서비스 종료 직전까지 게임에서 볼 수 있는 자잘한 버그들이 아직도 존재했다. 특히 ‘미명의 호수’에서 다른 지역으로 이동할 때 고인물 유저들만 아는 지름길을 통해서 누구보다 제일 빠르게 도착했다. 사실 치명적인 오류도 아니고 게이머들이 종종 활용하던 부분이었으니 추억이 떠올라 웃음만 나왔다.

예전 몇몇 온라인 게임에서는 게임사가 생각하지 못한 오류가 게이머들에게 긍정적으로 받아들여지며 아예 공식 콘텐츠나 게이머들의 노하우로 받아들여지는 경우가 있는데 이런 지름길이라면 일부러 내버려뒀을 수 있다는 생각도 든다. 가는 길이 너무 길면 체력이 닳거나 적들이 나타나서 귀찮으니 개인적으로 없어지면 섭섭할 법한 버그 중 하나라 반가웠다. 물론 게임에 문제가 있는 오류라면 당연히 수정되어야 하겠지만.




▲ 동년배 고인물들의 파티


"베타 테스트니까.." 라는 점을 참작하고 생각해도 지난 주말 만났던 ‘그랜드체이스 클래식’은 갈 길이 좀 더 남아 있는 것 같다. 기존에 없던 새로운 기능들이 추가된 것을 보면 발전이나 개선이 없는 것은 아니지만 내가 기대하던 ‘클래식’과는 사뭇 거리가 멀다.

그래도 오랜만에 그랜드체이스에 접속해 유저들과 만나고 게임을 즐긴 느낌은 '클래식' 그 자체였다. 로비에서 옛날 시즌 때부터 플레이했던 일부 유저들과 함께 그때 당시 각자가 즐겼던 콘텐츠들로 대화를 계속 나누면서 이야기꽃을 피우다 보니 시간이 훌쩍 지나가 버렸다.

팬의 입장에서 옛날 추억 그대로의 게임 그래픽, 배경 음악, 변하지 않은 캐릭터들의 목소리를 들으며 게임을 할 때는 그 시절로 돌아간 기분마저 들었다. 혼자서 진행하기 어려운 영웅 던전에도 4명의 유저들이 똘똘 뭉쳐서 같이 클리어하는 순간만큼은 정말 최근에 즐긴 어느 게임보다 더 재미있게 플레이했다. 게다가 오랜만에 다시 접한 게임이라서 그런지 시간 가는 줄 모르고 지난 주말을 보냈다.

지금의 상태로 정식 서비스가 되더라도 꽤 많은 유저들은 추억을 생각해서 접속할 것이고, 나 역시도 아마 그럴 것이다. 다만 게임의 장기적인 미래를 고려한다면 '그랜드체이스 클래식'의 스팀(STEAM) 커뮤니티 페이지에 올라오는 게이머들의 목소리에는 좀 더 귀를 기울일 필요가 있을 것 같다.

어린 시절 ‘그랜드체이스’의 전성기를 같이했던 꼬마는 어느덧 사회인이 되었다. 나의 오랜 친구였던 ‘그랜드체이스 클래식’도 내가 어른이 된 것처럼 성장하며 앞으로 더 많은 발전을 통해서 성공적인 귀환의 사례로 남게 될 수 있기를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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