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 타이탄 슬레이어, "덱 빌딩의 재미에 다 걸었다"

인터뷰 | 윤홍만 기자 | 댓글: 20개 |

흔히 성공하기 위해선 강점을 갈고 닦아야 한다고 말하곤 한다. 특정 게임을 잘 만들면 어느새 XX의 명가라는 별명이 붙곤 하는 게임 업계에서 이는 새로울 것도 없는 이야기다.

2012년 설립한 터치홀릭에게 있어선 캐주얼 게임이 그러했다. 모바일 게임 초창기 '김준현의 공기놀이 for Kakao'가 300만 다운로드를 돌파했으며, 차기작인 숨바꼭질 게임 '도망가 친구들'은 유명 크리에이터가 플레이하는 영상이 화제가 되는 등 꾸준히 캐주얼 게임으로 성과를 내왔다.

그랬던 터치홀릭이기에 앞으로도 캐주얼 장르의 게임을 출시하리라고 생각했다. 하지만 정작 터치홀릭이 들고 온 신작은 캐주얼이 아닌 덱빌딩 전략 RPG '타이탄 슬레이어'였다. 그들이 익숙한 캐주얼 장르가 아닌 덱빌딩 전략 RPG를 개발한 이유는 뭘까. 햇수로만 10년 차, 이제는 스타트업이 아닌 중견 인디 개발사라고 해도 될 터치홀릭에 직접 물어보았다.



▲ 터치홀릭 조한남 대표


Q. 먼저 회사에 대한 간단한 소개 부탁한다.

터치홀릭은 2012년 설립한 회사다. 첫 작품으로는 '김준현의 공기놀이 for Kakao'라는 게임을 개발했는데 당시 카카오톡이 워낙 인기가 있어서 300만 다운로드를 돌파하는 등 괜찮은 성적을 기록하기도 했었다. 다만, 이게 수익성으로 이어지진 않아서 오래 서비스하진 못했다. 그러다가 두 번째 작품으로 '도망가 친구들'이라는 실시간 술래잡기 게임을 개발했다. 어린 연령층에게 꽤 인기를 끈 게임으로 지금도 여전히 서비스 중이다.

그렇게 '도망가 친구들'을 서비스하다가 세 번째 게임으로 '언더월드'를 출시했다. '도망가 친구들'이 실시간 게임이었으니 다음에는 혼자서 즐길 수 있는 게임으로 만들자 하는 생각에 출발한 게임으로 나쁘지 않은 성과를 기록했다. 그리고 현재 '타이탄 슬레이어'를 막 출시한 상황이다. 덱빌딩 전략 RPG로 기존의 우리 게임에서는 느낄 수 없었던 전략의 재미를 추구한 게임으로, 색다른 재미를 안겨줄 생각이다.


Q. 게임을 보면 그 회사가 추구하는 방향성을 알 수 있다. 터치홀릭은 사명도 그렇고 조작하는 재미에 치중하는 게임을 만들고자 하는 것 같은데?

정확하다. 터치홀릭이라는 사명은 모바일 게임을 할 때 터치를 통해서 조작하는데, 빠져들 정도로 재미있는 게임을 만들어보자는 마음에 정한 사명이다. '김준현의 공기놀이'도 그렇고 '도망가 친구들'이나 '언더월드'에서도 조작감이나 손맛 이런 걸 중요시했는데, 요즘은 여기에 다양한 재미 요소로 수집이나 전략, 협동, 대전 등의 재미를 넣는 걸 목표로 하고 있다. 참신함과 재미를 최우선 가치로 해서 개발자인 우리부터 재미있게 즐길 수 있는 게임을 만드는 게 우리 목표다.



▲ '도망가 친구들'은 지금도 인기리에 서비스 중이다


Q. '도망가 친구들', '언더월드', 그리고 '타이탄 슬레이어'까지, 꽤나 코어한 게임이다. 방치형 게임처럼 캐주얼 장르로 시작하는 경우가 많은데 이런 도전을 한 특별한 이유가 있나.

직접 조작해야 한다는 점에서 방치형 게임과 비교하면 코어하게 느껴질 수도 있는데, 우리는 우리 게임이 그렇게 코어하다고 생각하진 않는다. 이런 걸 떠나서 방치형 게임의 경우 이미 시장에 너무 많이 나와 있어서 차별점을 찾기가 어려운 게 사실이다. 후발주자로 그런 상황에서 방치형 게임을 내는 데 있어서 큰 메리트가 없었고 성과도 내기 어렵다고 생각해서 반대로 조작하는 재미를 느낄 수 있는 게임을 개발하는 게 낫다고 판단했다.

되돌아보면 이 선택이 정답이었던 것 같다. '도망가 친구들'을 통해 조작의 재미를 추구했고 이러한 노하우가 쌓인 덕분에 '타이탄 슬레이어'같은 코어한 게임을 만들 수 있었으니 말이다.


Q. 이번에 신작으로 '타이탄 슬레이어'를 출시했다. 어떤 게임인가.

덱빌딩 전략 RPG다. 덱빌딩이라는 부분에서 알 수 있듯이 플레이어는 캐릭터로 표현되는 배틀 카드로 자신만의 덱을 구성해 스테이지의 몬스터를 격파해야 한다. 스테이지마다 다양한 몬스터가 있고 몬스터마다 고유한, 다양한 공격 패턴을 보유하고 있어서 다양한 덱을 구성하도록 만들었다.

이러한 PvE 콘텐츠 외에도 유저 PvP 콘텐츠로 서바이벌 모드라거나 순위 경쟁을 하는 경쟁의 탑 등 다양한 콘텐츠가 준비되어 있다. 모바일이지만, 덱빌딩 전략 RPG가 갖춰야 할 전략의 재미는 간과하지 않았으니 비슷한 장르를 찾는 게이머라면 꼭 해보길 바란다.





Q. 앞서 다양한 노하우를 쌓아 '타이탄 슬레이어'를 만들 수 있었다고 했는데 좀 더 자세한 설명 부탁한다.

계기에 대해 묻는 거라면 '김준현의 공기놀이'가 계기였다. 우리가 개발한 게임이지만, 공기놀이라는 플레이 방식이 참신하다고 생각해서 이걸 기반으로 수집과 성장 요소를 버무리면 어떨까 싶었다. 괜찮은 아이디어라고 생각해서 프로토타이핑했는데 정작 결과물은 실망스러웠다. 전략성도 거의 없었고 단조롭기 그지없었다. 속도감만 신경 쓴 나머지 가장 중요한 걸 간과한 거였다.

그렇다면 전략성을 갖추려면 어떻게 하는 게 좋을까 고민했는데, 그때 거론된 게 바로 TCG였다. 그래서 공기놀이를 거둬내고 TCG 요소를 접목한 결과 '타이탄 슬레이어'가 탄생할 수 있었다.


Q. 전작과 달리 이번에는 퍼블리셔를 통해 게임을 출시했다. 어떤 변화가 있었던 건가.

특별히 심경의 변화가 있었던 건 아니다. 아마 다른 중소 개발사들 모두 같은 생각일 텐데, 예전부터 퍼블리셔가 있었으면 싶었다. 개발에만 집중하고 서비스는 역량이 많은 퍼블리셔에게 일임하면 더 좋은 시너지를 낼 수 있을 것 같았다. 다만, 지금까지는 조건이나 추구하는 방향성이 다르다 보니 자체적으로 서비스할 수밖에 없었다. 그러다 '언더월드'는 드림플레이게임즈를 통해 글로벌 런칭했는데 합이 맞았다고 해야 할까. 나름 좋은 성과를 냈고 서로에게 좋은 인상을 줬던 기억이 지금까지 이어져 '타이탄 슬레이어'는 드림플레이게임즈를 통해 퍼블리싱하게 됐다.


Q. 아무래도 아트가 가장 먼저 눈에 띄는데 이전에는 좀 둥글었던 반면, 이번에는 투박하게 변했다. 국내보단 해외에서 좀 더 반응이 좋을 것 같은데, 바꾼 특별한 이유가 있나.

일단 게임의 콘셉트가 달라서 그에 따라 디자인을 바꿀 필요가 있었다. 어느 정도 예상했겠지만, 전작들은 캐주얼한 게임이다 보니 귀엽고 동글동글한 디자인이 어울렸다. 반면, '타이탄 슬레이어'는 천국과 지옥 사이인 림보에서 전사들이 발할라로 향하는 여정을 그린 게임인 만큼, 다소 거친 느낌이 어울릴 것 같아서 거칠고 직선적인 느낌이 들도록 디자인을 바꿨다. 캐릭터들도 등신대는 작지만, 그런 분위기를 유지하고자 노력했다.

디자인을 바꾼 덕분인지 다키스트 던전 느낌이 난다고 하더라. 다소 투박하면서도 거친 그 느낌이 마음에 들어서 어느 정도 참고하긴 했는데, 의도한 부분이기도 한 만큼 만족스럽게 생각한다.





Q. 캐릭터가 많을수록 다양한 덱을 구성할 수 있는 만큼, 캐릭터 수집이 핵심일 것 같은데 몇 종의 캐릭터가 준비되어 있나.

현재 캐릭터는 50종이 준비되어 있으며, 노멀부터 전설까지 다양하다. 플레이어는 이 중 다섯 명의 캐릭터로 덱을 구성하는데 각 캐릭터는 3장의 배틀 카드(부대 명령)을 갖고 있다. 즉, 15개의 카드가 랜덤으로 손패에 들어오는 구조다. 적을 공격할지 아니면 방어할지 또는 스킬을 쓸지 다양한 선택지를 줌으로써 전략을 극대화했다.


Q. 전설 캐릭터라고 하면 당연히 성능이 좋을 수밖에 없을 텐데, 그러면 전설 캐릭터를 가진 덱이 유리할 수밖에 없지 않나.

꼭 그런 건 아니다. 기본적인 스텟이라고 해야 할까. 공격력이나 방어력 이런 건 노멀과 전설 둘 다 큰 차이가 없다. 대신 전설을 전설답게 만드는 거로 전설 등급에는 특별한 스킬을 넣었다. 전설 등급 캐릭터를 덱에 넣느냐 넣지 않느냐에 따라 전략과 메타가 바뀌는 식이다.

개발팀에서는 전설 캐릭터를 덱의 핵심인 키 카드라고 표현하는데, 예를 들면 이런 거다. 방어력을 공격력으로 바꾸는 스킬을 가진 전설 캐릭터가 있다고 해보자. 그렇다면 어떻게 덱을 구성해야 할까. 단순히 공격력이 높은 캐릭터로만 구성하는데 그치지 않고 방어력도 봐야 한다. 이외에도 적의 공격을 막는다거나 하는 등 저마다의 개성으로 무장한 게 전설 등급이다.

결론을 내리자면, 전설 등급으로만 덱을 구성하는 건 절대 유리하지 않다. 우리끼리 기획을 할 때 전설 등급을 엔진이라고 표현하는데, 자동차를 구성하는 부품 중 엔진만큼 중요한 게 없다지만 그렇다고 엔진만 있다고 차가 굴러가는 건 아니지 않나. 그런 느낌으로 봐주길 바란다.



▲ 전설 등급이라고 무조건 좋은 건 아니다. 핵심은 조합이다


Q. 로그라이크를 근간으로 TCG와 RPG를 혼합했다고 했는데 로그라이크 부분이 좀 약한 것 같다.

인정한다. 안 그래도 그 부분에 대해서 몇 차례 회의하기도 했고, 앞으로 더 강화할 예정이다. 현재 로그라이크에 대한 부분으로는 유품을 들 수 있는데 웨이브를 클리어하면 선택할 수 있는 것으로 다양한 특수 능력을 부여한다. 이렇게 스테이지를 클리어하면서 유품이 쌓이고, 죽으면 전부 잃는 식으로 로그라이크를 표현하려고 했는데 유품 성능이 너무 좋으면 덱 조합이라는 요소가 빛바라는 면이 있어서 성능을 너프했더니 반대로 로그라이크 느낌이 별로 안 드는 것 같다.

기본적으로는 덱 조합에 크게 영향을 주지 않는 한편, 유품을 모일수록 전황에 큰 도움이 될 수 있도록 성능을 강화하는 식으로 보완할 예정이다.





Q. TCG라고 하면 1대1 PvP를 빼놓을 수 없는데 '타이탄 슬레이어'는 어떤가.

1대1로 싸우는 PvP 모드는 없다. 대신 서바이벌 모드라고 해서 PvE를 기반으로 한 PvP 모드가 존재한다. 하나의 몬스터를 상대로 누가 더 오래 버티는지 겨루는 모드인데, 내가 몬스터에게 데미지를 준 만큼 몬스터가 상대 유저에게 더 큰 데미지를 입힌다. 뿌요뿌요에서 상대 쪽에 뿌요를 보내는 느낌으로, 버티면서 동시에 공격을 해야 하기에 다양한 메타나 덱들이 나올 것으로 예상된다.

또 다른 PvP 모드인 경쟁의 탑은 순위 경쟁을 하는 모드다. 랜덤으로 덱이 주어진 상태에서 탑을 오르면서 캐릭터를 교체하는 방식으로 어떤 캐릭터를 교체할지, 순간적인 판단력을 요구한다. 저마다 다른 재미를 안겨주는 만큼, 1대1 대전에 대한 욕구를 조금이나마 줄여줄 수 있으리라 생각한다.


Q. 1대 PvP 모드를 넣을 생각은 없나.

논의 중이긴 한데 1대1 PvP 모드를 넣으면 게임의 틀 자체가 바뀌기에 당장은 계획에 없다.



▲ 현재 PvP 콘텐츠는 서바이벌 모드와 경쟁의 탑 두 가지가 준비되어 있다


Q. 아무래도 세로 모드여서 그런지 싱글 게임 느낌이다. 다른 TCG는 가로 모드가 많은데 세로 모드를 선택한 이유가 뭔가.

몬스터가 큼직하지 않나. 여기에 캐릭터와 카드까지 보여줘야 했기에 세로 모드가 제격이라고 여겼다.


Q. 2012년 창업을 했으니 햇수로만 10년 차다. 그간의 소회랄까. 한마디 부탁한다.

그 동안에는 생존에 중점을 두고 개발을 했던 것 같다. 말 그대로 살아남기 위해 바빴달까. 물론, 그 자체가 나쁜 건 아니다. 단순히 박리다매 식으로 게임을 만드는 게 아닌, 하나의 게임에 목숨을 걸고 집중한 덕분에 살아남을 수 있었고, 개발력 자체도 많이 올랐다고 생각한다. 그렇기에 이제는 생존이 아닌 성장을 목표로 좋은 게임을 만들고 싶다.





Q. 출시한 지 딱 일주일째다. 현재 반응은 어떤가.

네트워크 불안정이나 서버 최적화 여부로 인한 불만들이 있긴 하지만, 덱을 맞추는 부분에 대해서는 재미있다고 해서 고무적이라고 생각한다. 다만, 여전히 부족한 게 사실이고 개선 중이다. 그래도 시작이 반이라고 하지 않나. 그런 면에서 본다면 그래도 괜찮은 시작을 알린 것 같다.

한편, TCG 특성상 다양한 메타가 나와야 하는데 아직은 캐릭터가 50종밖에 없어서 적게 느껴지는 것 같다. 앞으로도 캐릭터는 계속 추가할 계획이지만, 캐릭터 하나를 추가할 때마다 기존의 모든 캐릭터와의 밸런스를 고려해야 하기에 이 과정을 어떻게 줄이는지가 관건이라고 생각한다.


Q. 터치홀릭의 미래가 궁금하다. 어떤 게임사가 되고 싶나.

참신함을 빼놓고 얘기할 수 없을 것 같다. 이전에도 그랬고 지금도 그렇고 앞으로도 참신함을 우선적으로 어필할 생각이다. 대박을 낸 케이스들을 보면 다른 여러 요인도 중요하지만, 항상 참신함이 있었다. 그래서 우리 역시 참신함을 놓치지 않을 생각이다. 앞으로도 우리는 다양한 게임을 개발할 생각인데, 유저들에게 참신함이라는 이름의 장인정신을 갖춘 게임사로 기억되고 싶다. 그리고 그 결과 터치홀릭이라는 이름을 들었을 때 차기작을 기대하는 그런 회사가 되는 게 목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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