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GDC] "게임이 나쁘다고?" 변화를 위해 업계가 나서야 한다

게임뉴스 | 김수진 기자 | 댓글: 11개 |



세계 최대의 게임 개발자 컨퍼런스인 GDC 2021(Game Developers Conference 2021)이 한국 시간으로 20일부터 24일까지 개최된다. GDC 2021은 코로나 19로 인해 온라인으로 진행되며, 라스트 오브 어스 2, 고스트 오브 쓰시마, 하데스, 원신, 데몬즈 소울 리메이크 등 작년 한해 주목받았던 다양한 게임과 개발사들의 강연이 준비되어 있다.

그리고 23일, 게임에 대한 인식을 바꾸기 위해 업계가 해야할 일에 대한 강연이 진행됐다. Take This Research Director인 Rachel Kowert 박사는 업계가 손을 놓고 있어 발생한 게임에 대한 모럴 패닉 현상에 대해 설명하며, 이를 바꾸기 위해서는 업계와 외부 연구자들이 협업해서 정확한 연구들을 발표해야 한다고 말했다.





■ 모럴 패닉으로 촉진된 게임에 대한 부정적 담론



게임의 용도와 효과에 대해 연구 커뮤니티에서 알고 있는 사실과 전 세계가 이야기하는 것의 불일치는 왜 일어난 것일까. 게임 업계의 역할은 게임의 용도와 효과에 대해 논의하는 데 정말 중요하다. 특히 학계와 비디오 게임 업계 간의 연구 협력은 사회가 게임에 대해 가진 부정적 시선을 바꾸는 데 큰 도움이 된다.

게임을 둘러싼 흔한 부정적 담론은 '모럴 패닉'에 의해 촉진됐다. 모럴 패닉은 주관적 평가와 별개로 관찰 가능한 현상에 대해 비합리적으로 접근하는 방법으로, 복잡한 문제에 쉬운 해결책을 제시하곤 한다. 좀 더 주관적인 접근과 평가를 할 수 있는 주제에 대해 더 많은 방식으로 이해하려고 시간을 들이지 않는 것이다.

비디오 게임이 모럴 패닉에 직면한 최초의 신기술은 아니다. 이러한 종류의 모럴 패닉은 이미 D&D와 만화책, 엘비스 등에서 보였다가 사라진 바 있다. 하지만 비디오 게임에 대한 모럴 패닉은 가장 오래 지속되어 왔다. 1970년대 초반 나타나 후반부터 고조되기 시작했으며, 무려 50년이라는 시간이 지나도록 비디오 게임에 대한 모럴 패닉은 여전히 강하게 지속되고 있다.

비디오 게임이 대중문화에서 표현되는 방식을 보면 이를 확실히 알 수 있다. 사우스 파크의 고전 에피소드 월드 오브 워크래프트나 어벤저스: 엔드 게임에서 가난하고 건강하지 않은 토르가 비디오 게임을 하는 장면을 예로 들 수 있다. 이렇게 대중문화 속 비디오 게임에 대한 고정관념은 지난 50년간 크게 바뀌지 않았고, 이는 뉴스 미디어에서 더욱 심각하게 보이는 편이다.

비디오 게임의 폭력성과 집단 총기 난사 사이의 연관성을 찾는 내용은 빠지지 않는 주제이며, 특히 젊은 남성 범죄자의 경우 항상 비디오 게임에 대한 이야기가 등장한다. 이는 복잡한 문제에 대해 주관적인 평가를 고려하지 않고 쉬운 해결책을 제시하는 전형적인 모럴 패닉이다.




게임과 관련된 모럴 패닉을 주도하는 가장 보편적인 예는 좋지 않은 내러티브다. 예시를 하나 들어보자. 2021년 1월, 뉴욕타임스 1면에 '팬데믹 속에서 아이들의 스크린 타임이 급증, 부모와 연구자를 놀라게 했다' 라는 헤드라인이 실렸다. 해당 기사는 스크린 타임에 초점을 맞추긴 했지만 게임은 그 가운데에서도 중심적으로 다뤄졌다.

'온라인 사용 증가는 불안, 우울증, 비만, 억압 및 중독과 관련이 있으며, 이에 따르는 결과는 가족들이 부담해야 한다'는 내용이 해당 기사에 들어가 있다. 하지만 다른 뉴스들과 마찬가지로 이러한 게임에 대한 구체적 주장 그 어떤 것도 과학 문헌에 의해 뒷받침되지 않는다.

오히려 게임은 환상적인 스트레스 해소제다. 영웅이 되어 마을을 구하거나, 스타듀 밸리 농장에서 고생하는 것만큼 스트레스와 좌절감을 없애주는 일은 없다. 그리고 많은 연구자들이 게임이 주는 효과에 대해 다양한 연구와 논문을 발표했다. 50년 동안 모럴 패닉과 게임에 대한 잘못된 정보와 싸우기 위해 적극적으로 노력해 온 것이다.

하지만 연구 커뮤니티들이 창출한 풍부한 정보에도 불구하고, 대중적으로 유의미한 장기적 변화를 이루어 내지는 못했다. 과학적인 뒷받침이 부족함에도 비디오 게임과 전 세계적인 폭력을 지속적으로 엮어내는 것만 봐도 그렇다. 그리고 솔직히 말하자면, 지난 50년 동안 게임 안팎의 모럴 패닉은 점점 심해져 왔으며, '부정적인 인기'도 상승하고 있다.





■ 게임에 대한 부정적 인식을 바꾸기 위해 필요한 업계의 노력



모럴 패닉은 간단한 해결책을 원하는 사람들에게 아주 효과적으로 다가온다. 반면 게임 연구원들이 진행한 것들은 대중에게 그리 쉽게 다가가지 못한다. 언론과 홍보를 통해 과학 정보를 상대적이고 이해할 수 있는 방식으로 표현하는 것이 어렵기 때문이다. 또한 연구 공동체의 역량적 한계 등 연구를 충분히 진행하기가 쉽지 않다는 이유도 있다. 하지만 이렇게 연구자로서 직면한 한계들은 업계의 파트너들과 협업을 통해 극복할 수 있다.

게임에 대한 이해를 형성하는 데 대중, 연구자, 산업 등이 큰 역할을 차지한다. 하지만 공공 영역에서 자주 논의되는 정보들은 대부분은 고정관념이나 대중문화, 뉴스 미디어, 개인적인 경험과 입증되지 않은 증거들로부터 나온다. 그렇기에 게임에 대한 낡은 대중문화 에피소드가 등장하고, 연구자로서 하는 인터뷰마다 폭력이나 중독에 대한 질문을 하나 이상 받는 것이다.

이제는 업계가 게임을 둘러싼 부분에서 목소리를 내야 한다. 하지만 게임이 가지는 효과를 알리기 위한 게임 업계의 노력은 너무나 고립되어 있으며 배타적이다. 작업을 진행한 특정 게임사 외부로 해당 정보가 전달되지 않으며, 이 때문에 대중이나 연구자들은 구체적인 정보를 획득할 수 없다.

물론 예외는 있다. 온라인 게임 문화와 그 풍토에 긍정적인 변화를 촉진하기 위해 설립된 Raising Good Gamers의 경우, 여러 업계 대표들이 자문위원회를 통해 전문 지식과 데이터를 적극적으로 제공하고 있다. 다만 이런 종류의 협업은 매우 드문 편이다.




게임이 가진 내러티브를 변경하기 위해 업계가 기여할 수 있는 가장 좋은 방법은 바로 '데이터 공유'다. 개발자나 퍼블리셔 등으로부터 얻은 게임 활동, 거래, 또는 플레이어 등에 대한 다양한 정보를 외부의 개발자나 연구자, 대학 또는 단체 등과 공유하는 것이다. 고품질 데이터의 부재는 항상 연구자들이 직면하는 한계이며, 모럴 패닉과 맞서 싸우는 데 있어 가장 큰 장애물이기 때문이다.

고품질 데이터에 대한 접근 부족은 다양한 과제와 한계를 야기한다. 우선 연구 설계에 영향을 미친다. 실례로 게임 연구에서 대부분의 작업은 플레이어의 스냅샷을 평가하는 것으로, 시간에 따른 변화와 잠재적 인과관계를 조사할 수 있도록 특정 순간의 정보를 수집한다. 하지만 그러한 정보를 외부 연구자들이 직접적으로 획득하는 건 거의 불가능하다.




이에 우리는 소위 눈덩이표본추출이라는 것에 의존해야 하는데, 소셜 미디어에 참여 요청을 올린 뒤 플레이어들의 네트워크를 통해 참가자를 구하는 것이다. 다만 이렇게 참여하는 인원은 대부분 해당 게임 내에서 가장 활동적인 경우가 많기에 연구의 대부분이 극과 극에 집중되곤 한다.

이러한 접근성의 부족은 참가자 수에도 영향을 미치며, 결국 표본의 크기로 인해 강력한 결론을 도출하기가 힘들어진다. 300명의 샘플로 25억 명의 게이머에 대한 결론을 어떻게 얻어내겠는가. 수집할 수 있는 데이터에도 영향을 미친다. 서버 로그 데이터를 확인할 수 없기에 정확한 플레이 타임을 도출할 수 없다. 오버워치에 로그인한 시간과 플레이한 시간을 아는 건 큰 차이가 있다.

업계 파트너와의 활발한 협업을 통한다면 이러한 제약 사항을 모두 해결할 수 있다. 플레이어 대표 샘플, 플레이어 더미, 게임 플레이 데이터 등을 얻을 수 있다면 게임의 용도와 효과에 대해 보다 응집력 있고 정확한 내러티브를 만들어낼 수 있다.

그렇다면 게임 업계가 왜 외부 연구원들과 협력해야 할까. 첫째는 객관성이며, 둘째는 외부 연구자들이 이를 테이블로 가져와 공개 담론을 시작하기 때문이다. 물론 기업 자체적으로도 가능하겠으나, 외부의 연구 파트너들과 협력해 학계나 비영리 단체 등이 독립적이고 객관적인 평가를 하는 것이 훨씬 강력하다. 업계의 지원이 있어야 게임의 용도와 효과를 제대로 이해하고 '게임'에 대한 평가를 발전시킬 수 있다.





■ 업계의 데이터 공유를 통한 외부 연구자와의 성공적 협업 사례



이러한 업계와의 협업을 통해 성공적으로 진행한 연구가 있다. 바로 2020년에 발표된 요하네스와 동료들의 논문이다. 이들은 비디오 게임과 웰빙 간의 관계를 독특한 방식으로 평가했다. 해당 연구자들은 일렉트로닉 아츠, 닌텐도 아메리카와의 데이터 공유 협업을 통해 플레이어들의 실제 플레이 행동을 분석했다.

이 연구는 '플랜츠 vs. 좀비: 네이버빌의 대난투'와 '모여봐요 동물의 숲'의 플레이어가 플레이 중 기록한 응답과 회사에서 직접 제공한 플레이 데이터를 병합해 진행했다. 그 결과 게임의 종류와 관계없이 플레이 타임과 웰빙의 관계가 긍정적이라는 것을 발견했다. 하지만 회사가 지원한 데이터가 없었다면, 해당 결과를 도출하는 것은 불가능했다.

연구원 중 한 명인 Andi Przybylski는 매일 4시간씩 동물의 숲을 하면 그렇지 않은 사람보다 훨씬 더 행복해질 수 있다고 언급했으며, 이는 동물의 숲에 한정되는 것이 아니라고 했다. 또한 회사로부터 정확한 플레이 데이터를 제공받았기에 이러한 웰빙과 플레이 타임 사이의 긍정적 관계를 나타낸 객관적인 논문이 나올 수 있었으며, 이를 통해 비디오 게임 중독을 제한하기 위해 게임을 규제할 필요성에 반대할 수 있었다고 밝혔다.

즉, 게임이 정신 건강에 긍정적인 영향을 미칠 수 있다는 것이다. 업계와의 협업을 통해 나온 해당 논문은 아주 강력한 증거로 작용했다.




해당 연구는 언론의 찬사를 받기도 했다. 비디오 게임에 대해 '좋은' 단어들로 이루어진 그 수많은 헤드라인이라니, 정말 꿈만 같은 일이었다. 그리고 이는 외부의 연구 파트너와 업계의 협업을 통해서만 가능했다.

데이터 공유는 옥스퍼드 인터넷 연구소의 연구원들이 데이터를 독립적으로 평가할 수 있게 도왔다. 업계의 지원을 받았기에 논문의 중요성과 영향력, 그리고 연구 결과에 더 많은 정당성을 가져다주었으며 이는 언론 보도 증가에도 기여했다.

업계가 연구자들과 협력할 때, 게임 안팎의 내러티브를 바꿀 수 있다. 모럴 패닉에서 벗어나기 위해서는 적극적인 산업 연구 파트너가 있어야 한다. 이를 통해 뉴욕타임스의 헤드라인에서 옥스퍼드 연구에 대한 헤드라인처럼 보다 정확하고 현실적이며 유용한 내용으로 인식을 바꿀 수 있다. 게임과 정신 건강, 게임과 학습, 게임과 사회적 연결 등 탐구해야 할 것은 아직도 매우 많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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