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리뷰] 저랑 던전 크롤러 게임 같이 하실래요? 제발요

리뷰 | 박광석 기자 | 댓글: 7개 |

깊고 어두운 던전도 '두 명의 친구가 있다면' 무섭지 않다.



인디게임 퍼블리셔 디볼버 디지털이 2D 플랫포머 대난투 게임인 '어썸너츠'의 개발사 로니모 게임즈의 신작 '블라이트바운드(Blightbound)’를 정식 출시했다.

28일 PC와 콘솔 플랫폼을 통해 정식 출시된 이 게임은 첫 공개 당시부터 '던전 앤 드래곤'과 '디아블로'를 섞어 놓은 듯한 어둡고 독특한 비주얼로 주목을 받은 바 있다. 지난 2020년 7월부터 스팀 얼리억세스를 시작하여 약 1년간 서비스를 진행했고, 던전 크롤러 장르의 게임을 즐기는 사람들 사이에서는 이미 잘 알려진 온라인 멀티 플레이 게임이기도 하다.

3명의 유저가 전사, 암살자, 마법사 클래스의 캐릭터를 하나씩 선택해 파티를 이루고, 함께 힘을 합쳐 안갯속에 숨어있는 적들과 싸우며 던전을 탐험할 수 있는 것이 이 게임의 주요 매력이다. 정식 출시와 함께 PS4, Xbox One 플랫폼을 통한 온라인 크로스 플레이도 지원하게 됐다.

게임의 핵심이라고 할 수 있는 '3인 멀티 플레이'를 더욱 원활하게 즐길 수 있도록 크로스 플레이 기능과 깔끔한 한국어화까지 장착하여 야심차게 출시됐으나, 현재 이 게임은 스팀 유저 평가 '복합적' 평가를 받으며 심하게 호불호가 갈리는 모습을 보이고 있다.

얼리억세스를 끝내고 정식 출시를 맞이하며 개선된 '블라이트바운드'는 어떤 게임이며, 또 어떤 요소들이 게임을 먼저 접한 플레이어들에게 아쉬움을 남겼는지 게임을 직접 플레이하며 확인해보았다.



게임명 : Blightbound
장르명 : 액션 RPG
출시일 : 2021.07.20.
개발사 : Ronimo Games
서비스 : 디볼버 디지털
플랫폼 : PC, PS4, Xbox One

관련 링크: 'Blightbound' 오픈크리틱 페이지


벨트 스크롤, 던전 크롤링, 그리고 3인 협동 플레이




블라이트바운드는 사악한 힘을 지니고 있어 그 힘에 노출된 생명체를 변화시키는 부패한 안개 '블라이트'와, 그러한 블라이트에 대항하기 위해 모험을 떠난 영웅들의 이야기를 그리는 던전 크롤러 게임이다. 던전과 모험이라는 키워드가 함께 있는 게임인 만큼 뭔가 거창한 스토리가 충실하게 갖춰져 있을 것으로 기대되지만, 이 게임에서 스토리는 사실 그렇게 중요한 부분이 아니다. 캐릭터 하나하나에 세심하게 마련되어 있는 개인 스토리 역시 대사 몇 줄로 넘어가는 경우가 대부분이기에, 모험과 스토리를 기대하고 이 게임을 접할 계획이었다면 일찌감치 기대를 접는 것이 낫다.

블라이트바운드를 설명할 수 있는 세 가지 키워드는 벨트 스크롤, 던전 크롤링, 그리고 3인 협동으로 진행되는 멀티 플레이다. X축, Y축, Z축으로 자유롭게 이동하며 복잡하게 꼬여있는 구조의 던전을 탐색하고, 간단한 오브젝트 퍼즐을 해결하며 목표를 완수하는 것이 주된 게임 플레이 구조이며, 이 모든 과정을 세 명의 유저가 함께 협력 플레이로 진행할 수 있는 것이 이 게임의 핵심이자 정수라고 할 수 있다.




게임은 '로비 - 던전' 순환 구조를 취하고 있어 굉장히 이해하기 쉽다. 로비라고 할 수 있는 피난처에서 전투에 참여할 캐릭터를 설정하고, 함께 전투를 진행할 이들과 3인 파티를 꾸린 후 스테이지 방식으로 던전을 선택, 클리어하는 방식이다.

로비에서는 캐릭터의 스탯을 찍거나 장비를 구매하고, 캐릭터 스토리나 퀘스트 정보를 확인하는 등 대부분의 활동이 이루어지며, 전투 후에는 다시 로비로 돌아와서 보상을 확인하고, 다음 전투를 준비하게 된다. 그 옛날 오락실에서 아케이드 게임 '던전 앤 드래곤'을 재미있게 즐겼던 플레이어라면, 여러모로 복잡하게 공부할 필요 없이 던전 탐험에만 집중할 수 있는 액션 게임이라고 생각해도 좋다.

플레이어가 전투에서 활용할 수 있는 캐릭터는 전사와 암살자, 그리고 마법사의 세 가지 클래스로 나뉜다. 세 가지 클래스는 도발을 활용한 탱커, 백어택 추가 대미지를 적극 활용하는 딜러, 후방 지원과 체력 회복을 맡는 서포터로 나뉜다고 할 수 있다. 어느 하나가 빠지면 전투의 템포가 크게 달라질 정도로 각각의 역할이 확실히 구분되기 때문에, 3인 멀티 플레이로 협동했을 때의 재미 역시 배가 되는 구조다.



▲ 셋이 함께 힘을 맞춰야 진행할 수 있는 간단한 퍼즐도 꾸준히 등장한다

스테이지에 따라 단순히 적을 때려잡는 전투 파트 이외에도 세밀한 컨트롤을 요구하는 퍼즐 기믹들이 동시에 등장하여 전투의 재미를 더해준다. 복잡한 함정이나 강력한 적의 공세에 바로 대처하지 못해 전투불능 상태가 되더라도, 파티원끼리 서로 부활시켜주며 계속 모험을 이어나갈 수 있다.

키보드와 마우스로 플레이할 경우 현재 자신의 캐릭터가 어디를 바라보고 있던 마우스 방향으로 공격하게 되는데, 이게 익숙하지 않은 초반엔 근접 캐릭터의 공격 방향이 어색하게 느껴져서 전투에 적응하기까지 어느 정도 시간이 필요하다. 여러 콘솔 플랫폼과 크로스 플레이를 지원하는 게임인 만큼, 패드로 플레이하면 이러한 부분에도 불편함을 느낄 새 없이 쾌적하게 게임을 플레이할 수 있다.

정리하자면, 블라이트바운드는 세 명의 파티원이 호흡을 맞추고, 각기 다른 클래스 특유의 기술 숙련도를 쌓아 다양한 함정과 강력한 적이 도사리는 던전을 공략하는 재미를 맛볼 수 있는 게임이다. 얼리억세스 당시에 문제점으로 지적되었던 최적화 문제도 정식 출시와 함께 어느 정도 해결되었고, 겉으로 보기엔 크게 모난 것 없이 잘 정돈된 게임이 됐다. 그렇다면 왜, 블라이트바운드는 출시와 동시에 유저 평가가 극명하게 갈리는 호불호 게임이 되었을까?






게임의 모든 매력들이 요구하는 것 역시 '멀티 플레이'

블라이트바운드가 호불호가 심하게 갈리는 게임이 될 수밖에 없었던 가장 큰 원인은 '멀티 플레이' 시스템에 있다. 이 게임을 대표하는 정수이자 가장 큰 강점이라고 할 수 있는 이 시스템은 멀티 플레이 매칭이 원활하게 기능하지 못함과 동시에 게임의 아쉬운 점이자, 단점이 되어버렸다.

블라이트바운드는 기본적으로 온라인으로 진행되는 온라인 게임으로 개발됐다. 게임 시작부터 오직 솔로 플레이를 위한 오프라인 게임 선택지를 지원하지 않는 점에서도 이를 확인할 수 있다. 다만 이처럼 멀티 플레이를 중시한 게임임에도 불구하고, 실제로 멀티로 파티를 꾸려 다른 유저들과 함께 게임을 플레이하는 것이 '하늘의 별 따기' 수준으로 어렵다.

게임에서는 아시아, 북미, 유럽 지역을 선택하여 게임 매칭에 도전할 수 있다. 한국 유저들이 게임에 접속하면 자연스럽게 싱가포르의 아시아 지역이 권장 서버로 표시되는데, 이 아시아 서버에서는 10분 이상 매칭을 돌려도 3인 파티를 꾸리지 못하는 경우가 비일비재하다. 북미나 유럽 서버로 지역을 옮기면 상황은 나아진다고 하나, 여기서도 파티 매칭에만 최소 5분 이상은 소요해야 하는 상황이다. 물론, 언제든 뜻을 함께할 친구 두 명이 있다면 매칭이 오래걸린다는 단점은 걱정하지 않아도 되지만 말이다.



▲ 너무 높은 난이도의 파티 매칭. 보통은 온라인 매칭을 포기하고 봇과 모험을 떠나게 된다

약 1년간의 얼리억세스를 통해 업데이트를 이어왔음에도, 마법사와 전사, 암살자 이외에 클래스 구분이 늘어나지 않은 것 또한 아쉬운 점으로 꼽힌다.

던전에서 모험을 진행하다 보면 필드에 쓰러져있는 영웅들을 구출할 수 있고, 이들은 직접 선택하여 플레이할 수 있는 신규 영웅이 되어 피난처에 추가된다. 게임 시스템상 하나의 영웅만 계속해서 깊게 파는 것이 아닌 모든 클래스의, 모든 영웅을 고루 성장시켜야 하는데, 선택할 수 있는 캐릭터들은 외형만 조금씩 다를 뿐, 대부분 큰 차별성을 찾기 어렵다. 전사와 암살자, 마법사라는 커다란 클래스로 구분되고 대부분 비슷한 게임 플레이 경험을 보여주는 식이다.

얼리억세스 때 먼저 게임을 접해본 유저들은 게임이 정식 출시되면 더 다양한 클래스가 추가되어 파티 구성의 재미와 전략이 더해질 것으로 기대했으나, 세 개의 클래스로 나뉘어 진행되는 기본적인 게임 플레이 구조는 정식 출시 이후에도 크게 바뀌지 않았다. 클래스별로 요구되는 역할도 확연히 정해져 있다 보니, 게임을 지속할수록 초반에 느꼈던 신선함은 금세 잊히고 피로감만 배가 되는 상황이다.



▲ 사용할 수 있는 기술은 다양하지만, 같은 클래스 내의 캐릭터 스킬셋은 대부분 비슷한 편이다






게임 구매를 망설이게 하는 단점 중 하나로 불완전한 멀티 플레이 기능을 꼽기는 했으나, 함께 게임을 즐길만한 지인이 없어 홀로 플레이해야 하는 상황이더라도, 게임을 아예 플레이하지 못할 정도로 큰 문제가 되지는 않는다. 정식 출시와 동시에 가장 큰 문제점이었던 매치메이킹을 거칠 필요가 없는 '봇과 함께 플레이하기' 옵션이 추가됐기 때문이다.

얼리억세스 초반에 치명적인 문제로 지적당했던 다소 멍청한 AI 봇들은 서비스를 거듭하며 크게 개선되었고, 현재는 사람이 플레이하는 것보다 더 효율적이고 강한 모습을 보여주기도 한다. 게임을 함께할 친구가 한 명뿐이라면, 나머지 한 명의 파티원을 봇으로 추가할 수도 있다.

개발사인 로니모 게임즈는 정식 출시 버전인 '블라이트바운드 1.0' 이후에도 포럼과 디스코드, 트위치 등 여러 채널을 통해 유저 피드백을 받고, 추가 개선점을 적용해나가겠다고 밝힌 바 있다. 긴 얼리억세스를 마치고 정식 출시된 게임이지만, 여전히 게임의 부족한 점을 수용하고 개선해나갈 여지를 명확히 밝힌 셈이다.

무료한 시간을 보내다보면 가끔 친구들과 함께 웃고 떠들며 즐길 수 있는 협동 게임이 없을까 고민하게 되는 경우가 있다. 단판으로 마무리되는 단순한 캐주얼 게임보다 더 심화된, 함께 모험을 떠나며 역경을 이겨내는 멀티 플레이 게임이 고파질 때, 게임 볼륨 대비 부담스럽지 않은 가격으로 출시된 '블라이트바운드'는 훌륭한 선택지가 될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 모험의 재미 담은 다양한 난이도의 던전
  • 탱딜힐 구분 확실한 '3인 파티 전투'
  • PC, 콘솔 크로스 플레이 기능 지원
  • 여전히 어려운 온라인 매칭
  • 부족한 클래스 구분, 캐릭터별 차별성 미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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