투자자-퍼블리셔-개발자가 말하는 코로나19 이후 업계 상황

게임뉴스 | 윤서호 기자 |


▲ (좌측 상단부터 시계방향으로) 이안 가너 네온 독트린 CEO, 베르트랑 베니조 게임 시어 벤처 파트너스 CEO,
필로메나 슈왑 스트레이폰 공동 창립자, 쥘리아 잠보니 가메라 인터랙티브 PD

2020년 초부터 현재까지, 코로나19가 전세계를 강타하면서 게임업계에도 큰 영향이 있었다. 특히나 개인, 혹은 소규모로 운영되고 있던 인디 개발자들에게 코로나19는 더욱 큰 충격일 수밖에 없었다. 대부분이 여유 자금도 부족하고, 유저들에게 자신의 게임을 알리거나 다른 개발자나 퍼블리셔 등과 교류할 오프라인 게임쇼들은 온라인으로 대체되거나 취소됐기 때문이다. 한편으로는 폴가이즈 등 인디 게임이 유저들의 호응을 얻어 흥행하는 등, 명과 암이 갈리는 양상을 보였다.

그렇다면 투자자, 퍼블리셔, 인디 개발자들은 각각 이번 코로나19 상황을 어떻게 보고 있으며, 각자 어떤 일을 겪었을까? 이번 데브컴에서는 투자자와 퍼블리셔, 인디 개발자들이 온라인으로 모여서 코로나19 시대의 인디 게임업계의 현황을 각자의 시각에서 조명해나가는 시간을 가졌다.


■ 투자자의 시각: 폭넓고 좀 더 쉽게 포트폴리오를 보고 시장 평가도 쉽게 볼 수 있지만, 리스크 역시 높아졌다

베르트랑 베니조 게임 시어 벤처 파트너스 CEO는 아마존 유럽, 도이치 텔레콤 등 IT기업뿐만 아니라 EA, 베데스다 등 게임 업체에도 지속적으로 투자해온 인물이다. 서브프라임 사태 등을 겪어본 그에게도 이번 코로나19 사태는 전례가 없는 위기 상황이었고, 자연히 새로 투자를 하기에 부담이 되는 상황이었다. 그러나 위기는 기회라는 말처럼 코로나19가 진정된 이후, 혹은 코로나19로 인해 새로 부상할 업체들이 있을 거라 판단해 그는 계속 업계를 주시해왔다.

실제로 지표로 봤을 때 확실히 게임업계는 높은 성장세를 보이고 있다. 매출은 물론이고 DAU도 폭발적으로 증가한 상황을 두고 베니조 CEO는 앞으로도 게임업계에서 쭉 유치할 수 있는 고객들을 더 확보했거나, 혹은 충성 고객층을 좀 더 의미있게 확보했다고 보았다. 그렇지만 그런 지표만으로 설명할 수 없는 이면이 존재한다고 베니조 CEO는 지적했다. 이러한 지표는 이미 어떻게든 게임을 출시한 회사들이 이전 대비 꽤 의미있는 성과를 거둔 지표고, 아직 게임을 출시하지 못해서 시들어가고 있는 스튜디오들의 상황을 대변하지는 못하기 때문이다.



▲ 사이버펑크 2077 이후, 게임 업체에 대한 투자는 더욱 보수적으로 흘러갔다

베니조 CEO는 코로나19 이후, 인디 스튜디오들이 자금을 융통하기 어려운 상황에 대해 투자자 입장에서 풀어나갔다. 투자자들이 보기에 코로나19로 인해 업무 환경이 급속도로 바뀌면서 그 상황에서 게임사들이 어느 정도로 퀄리티를 유지하면서 작업할지 확신하기 어려웠다고 고백했다. 실제로 기대작이었던 사이버펑크 2077는 PC 버전은 몰라도 콘솔 버전은 환불 사태까지 갈 정도로 미완성된 상태였다. 그 외에도 여러 작품들이 연기되면서 추가 비용이 발생하는데, 사이버펑크 2077 같은 일이 벌어지지 않을까 우려하는 분위기가 감돌았다고 설명했다.

물론 투자자들이 게임 업체에 투자할 때 각기 다른 지표를 참고하곤 한다. 그러나 결국 게임을 만들어서 파는 것이 게임 업체가 수익을 내는 방식인 만큼, 그 제품의 퀄리티를 어떻게 뽑아낼지 여부를 필히 체크하게 된다. 베니조 CEO는 이런 관점에서 투자자들이 예전에 비해 비교적 평가하기 쉬워졌다고 평했다. 스팀 게임 대축제 등 유저들의 실제 플레이 환경에서 데모 버전을 플레이해볼 수 있는 기회가 많아졌고, 마이크로소프트는 Xbox 게임 패스 사업에 본격적으로 시동을 걸면서 더 많은 게임들을 저렴하고 더 쉽게 접근해볼 수 있었기 때문이다.



▲ Xbox 게임 패스가 코로나19 상황에서 게임업계 성장 견인에 큰 도움이 됐다고 평가했다

물론 Xbox 게임 패스는 코로나19 상황을 타파하기 위한 프로젝트는 아니었다. 그러나 결과적으로 코로나19 상황에서 게임업계에, 그리고 투자자들에게도 게임업체를 평가할 때 긍정적으로 작용했다고 베니조 CEO는 설명했다. 부스 등을 거치지 않고 유저가 직접 게임을 실제 구동하는 상황은 시장 반응을 미리 볼 수 있는 좋은 기회였기 때문이다. 더 나아가 코로나19로 온라인 커뮤니티가 더욱 활성화되면서, 시장 반응을 종합해서 모니터링하고 가치를 산출하기가 편해졌다. 다만 코로나19 상황으로 업무 파이프라인이 바뀌면서 딜레이가 되거나, 추가 비용이 발생해서 이를 처리하는 과정을 스튜디오가 제때 처리하지 못해 위기에 처하는 등 리스크가 상당히 높아진 상태임을 감안해서 투자할 필요가 있다고 조언했다.


■ 퍼블리셔의 시각: 다시 망을 구축하기엔, 각자도생하기도 힘든 인디 게임업계

대만에 소재한 인디 게임 퍼블리싱 업체 네온 독트린의 이안 가너 CEO는 코로나19에도 자신의 회사 자체는 크게 타격을 입지 않았다고 언급했다. 대만은 빠르게 락다운을 선택해서 초창기에 확산이 빠르게 일어나지 않았고, 인프라도 나름 잘 되어있는 곳이라 코로나19에 맞는 인프라를 새로 구축하기가 어렵진 않았기 때문이다.

그러나 그와 퍼블리싱 계약을 맺은 개발팀들은 달랐다. 세계 각지에 흩어져있는 개발팀들의 상황은 제각각이었다. 연락이 꾸준히 이어진 곳도 있지만, 잠시 연락이 끊어지거나 아예 연락이 두절되어버린 팀도 있었다. 실제로 그가 들어본 사례 중에는 코로나19로 도시가 정전이 되서 며칠 동안 아예 외부와 연락이 불가능했던 케이스도 있었다. 브라질에 있는 개발사에선 사무실에 코로나19가 퍼지면서 전원 2주 격리됐고, 그 때문에 2주 동안 업무가 마비가 된 적도 있었다고 털어놓았다.

개발사-퍼블리셔 사이에서만 이와 같은 문제가 발생한 건 아니었다. 몇몇 개발팀에서는 애셋 외주를 준 업체와 연락이 두절되서 작업이 딜레이되곤 했다. 몇몇 팀에서는 이를 처리할 여력이 안 됐기 때문에 가너 CEO가 이를 중간에서 보조해줬는데, 초창기에는 그런 사례가 상당히 많아서 처리하기 어려웠다.



▲ 코로나19로 개발사-퍼블리셔 사이뿐만 아니라, 협력업체-개발사 간 소통도 끊긴 일도 있었다고

그 역시도 베르트랑 CEO가 언급한 것처럼 게임업체의 성장세에는 어두운 면도 있다고 설명했다. 표면상으로 봤을 때는 게임업체가 성장세를 보이고 있고, 마이크로소프트나 닌텐도 등에서 인디 게임사에 더 투자하고 기금까지 마련하는 등 호조를 보이고 있긴 하다. 그러나 인디 개발팀과 퍼블리셔 입장에서는 새로운 투자자를 찾기 어렵기 때문에 전통적인 플랫폼 홀더, 투자자들에게 의존하는 경향이 높아졌다고 가너 CEO는 평가했다.

가너 CEO는 아울러 인디 개발팀들이 코로나19 이전의 인디씬과 달리 서로 경쟁이 과열되고 있으며, 새로운 경쟁팀 출연 자체를 반기지 않기 때문에 인디 게임 커뮤니티의 기반이 흔들리고 있다고 보았다. 퍼블리셔 입장에서 각 팀의 프로모션 일정이나 출시일 조율을 해야 하는데, 때로는 이를 논의하기도 힘들 정도로 개발자들이 날이 서있을 때가 많았다. 자연히 퍼블리셔-개발사 간 협력 관계도 삐그덕거리는 일이 많았고, 그것이 누적되면서 게임 개발에 악영향을 끼치는 일도 생겼다. 그러나 어떻게든 출시하지 않으면 아예 후일을 도모할 수 없기 때문에, 어떻게 생존하고자 게임 개발과 퍼블리싱 업무를 진행하고자 하고 그 과정에서 악순환이 반복되기 일쑤였다고 가너 CEO는 고백했다.



▲ 각자도생하기 힘들어진 상황에서 퍼블리셔-개발사 간 협력 관계를 예전처럼 유지하기가 힘들었다고


■ 인디 개발자의 시각: 위기는 또다른 기회, 그러나 리스크는 확실히 증가했다

그렇다면 인디 개발자들의 시각은 어떨까? 필로메나 슈왑 스트레이폰 공동창립자와 쥘리아 잠보니 가메라 인터랙티브 PD는 제각각 다른 상황에 처해있긴 하지만, 지금 상황이 위기이자 기회일 수 있다는 점에는 의견을 같이했다.

또 두 사람 다 각기 처한 상황은 달랐지만, 처음 코로나19가 닥쳤을 때 업무 진행 및 소통 과정을 확립하는 데 어려움을 겪었다는 점은 같았다. 작은 오피스에 모여서 서로 같이 작업하거나 때로는 오피스에서 생활하면서 잔업을 이어가는 일도 흔했는데, 그런 일련의 라이프사이클이 코로나19에서는 불가능해졌기 때문이었다.

이를 해결하기 위해서 일반적으로 원격근무용 툴을 마련해야 했지만, 그것이 여의치 않았던 터라 이들은 디스코드를 활용해서 소통을 이어갔다. 필로메나의 경우, 커뮤니케이션과 업무를 병행하기 어려워하는 팀원이 많았기 때문에 작업 결과를 피드백하는 날과 업무를 진행하는 날을 분리하기까지 했다.



▲ 발표 당시에도 잠보니 PD의 접속이 지연되서 발표가 다소 늦어지기도 했다

더군다나 팀원 간의 소통방식만 달라진 것도 아니었다. 외부 업체와의 모든 업무도 온라인, 원격 미팅으로 진행됐고, 다른 업체도 내부에서 그 변화된 방식에 적응하는데 시간이 걸린 터라 업무에 공백이 발생할 수밖에 없었다. 실제로 스트레이폰은 닌텐도 스위치로 게임을 처음 개발했기 때문에 닌텐도에 기술 문의를 하고 원격으로 도움을 받아야 했는데, 닌텐도에서도 코로나19 초기에는 업무 프로세스가 확립이 되지 않고 다소 혼선이 있어 지연된 적도 있었다.

잠보니 PD는 오프라인 미팅이 제한되면서 다른 업체와 퍼스트 미팅을 잡기가 힘들어진 것을 가장 큰 어려움으로 꼽았다. 이전까지는 투자를 유치하기 위해서는 담당자들의 연락처를 알고 이야기를 나누면서 서서히 풀어나가는 것이 주된 방식이었는데, 그것이 불가능해지면서 새로 연락처를 받고 만나기가 힘들어졌던 것이다. 아울러 평가도 프레젠테이션과 포트폴리오만 단기간에 훑어보고 끝이 나는 등, 큰 변화가 있었다고 설명했다. 그와 함께 프레젠테이션과 포트폴리오를 한눈에 보기 쉽게 만들어야 투자 유치 가능성이 조금 더 높아진다고 조언했다.

최근 퍼블리셔나 투자자를 구하지 못한 인디 개발자들이 크라우드펀딩을 활용하는 케이스가 많아진 것에 대해서는 리스크를 감안하고 쓸 것을 권했다. 좋은 기획안과 포트폴리오만 있으면 유저들에게 호응을 얻고 바로 개발비용을 받을 수 있다는 것이 크라우드펀딩의 장점이지만, 그에 도취되서 무모한 공약을 내걸어서 개발 자체가 흐트러질 수 있기 때문이다.



▲ 코로나19로 크라우드펀딩이 주목받고 있는데, 실패시에 수습이 더 어려워졌다는 점도 유념해야 한다

일례로 크라우드펀딩 공약에서 멀티플랫폼 공약을 내걸면 비용을 훨씬 더 빠르게 유치할 수 있다. 그러나 인디 개발팀에서 멀티플랫폼에 대응하는 게임을 개발하려면 시행착오를 거칠 때가 더 많고, 이를 수정하는 과정에서 오히려 추가 비용이 발생할 여지가 있다. 이런 추가 비용을 상쇄하기 위한 수단을 코로나19 이전 상황에서는 찾기 쉬웠지만, 코로나19 이후에는 확실한 포트폴리오를 제시할 수 없으면 외부 투자를 유치하기 어려운 상황이다.

이를 두고 잠보니 PD는 크라우드펀딩을 약간의 버블이라고 표현했다. 버블이 낄 수 있는 호황기였다면 때론 나쁘지 않은 선택이었지만, 코로나19 상황에선 실패했을 때 수습할 대안을 찾기가 어렵기 때문에 내실이 갖춰지지 않으면 권하기 어렵다는 것이다. 한편으로는 유저들이 게임을 즐기는 시간도 늘고, 그만큼 새로운 게임에 대한 수요도 높아진 터라 인디 개발자들이 이전보다 출시 후 성과를 거둘 확률이 늘어났다는 점도 고려해볼 여지는 있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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