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탈릭 차일드 개발기, 그리고 1인 기획자의 고충

게임뉴스 | 신연재 기자 | 댓글: 4개 |



  • 주제: 메탈릭 차일드 완성 보고
  • 강연자: 한대훈 - 대표 / 스튜디오HG
  • 발표분야: 개발, 기획
  • 강연시간: 2021.11.19(금) 15:00 ~ 15:50
  • 강연 요약: 1인 개발자 한대훈 스튜디오HG 대표가 최근 출시한 메탈릭 차일드의 출시 과정을 전하며, 1인 개발자의 고충에 대해 이야기한다.



  • 메탈릭 차일드는 출시한 지 이제 두 달이 된 따끈따끈한 신작이다. 1인 개발자 한대훈 스튜디오HG 대표는 이 신작에 대한 이야기를 전하기 위해 강단에 섰고, 시간에 흐름에 맞춰 캐릭터, 플랫폼, 프로토 타이핑, 장르 설정, 퍼블리셔, 스토리, 멀티 플랫폼, 출시 순으로 메탈릭 차일드의 개발 과정에 대한 스토리를 풀어갔다.

    강연에 앞서 그는 "내가 하는 발표에서는 대부분 제 경험에 대한 공유를 할 뿐, '맞다, 아니다' 같은 정보를 드리지는 않는다. 그렇기 때문에 혹시 반박하실 말씀이 있으시면 여러분 말씀이 맞다"고 너털웃음을 지었다. 이번 강연에서 그는 메탈릭 차일드를 개발, 출시하며 겪은 일화와 함께 1인 기획자로 사는 것에 대한 고충을 허심탄회하게 털어놓았다.

    다음은 한대훈 대표의 입장에서 정리한 메탈릭 차일드 완성 보고서다.


    ■ 캐릭터 & 플랫폼


    제가 캐릭터 아티스트 출신이다 보니 캐릭터를 제일 먼저 생각하게 됐습니다. 메탈릭 차일드의 초기 기획은 사실 슈퍼마리오 같은 점프형 미니 게임이었습니다. 그래서 안드로이드라는 설정 없이 부스터가 달린 고양이 실루엣의 소녀를 만들게 됐습니다. 그런데, 중간에 여러 영향을 받아서 내용이 많이 바뀌게 됩니다. 장르도 바뀌었고요.



    ▲ 초기 모델



    ▲ 수정된 모델

    그렇게 지금의 메탈릭 차일드로 방향을 잡게 되면서 처음의 캐릭터는 쓰지 않게 됐습니다. 너무 일반적인 아이처럼 생겼고, 저연령층의 아이가 폭력을 휘두르는 모습이 문제가 될 것 같다는 생각을 했습니다. 그래서 기계 파트를 더 늘려서 로봇 같은 느낌, 인간과 동떨어진 느낌을 만들려고 노력했습니다.

    그런데, 캐릭터가 작고 아지자기하게 생겼잖아요. 실제 화면에선 너무 작아서 모션이 안 보이는 상태인거죠. 그래서 거대한 무기를 이용해서 실루엣을 두드러지게 만들어보자 했고, 캐릭터는 작은 몸집에 엄청 큰 무기를 장착을 하게 됩니다. 그랬더니 전보다 확실히 모션이 잘 보였어요.




    그 다음은 플랫폼입니다. 당시에 닌텐도 스위치가 새롭게 등장했는데, 반응이 폭발적이었죠. 제가 바로 전에 만들던 게임이 마무리 될 때 쯤에는 이미 엄청 많이 팔린 상황이었어요. 그래서 해봐야겠다고 생각했습니다.

    출시된 게임을 쭉 보니 그래픽이 Wii U 보다 엄청 좋아진 느낌은 안들더라고요. 찾아보니까 기본적으로 모바일 스팩의 기계였습니다. 그래도 기왕 만들 거라면 PC와 동등한 그래픽을 한 번 만들어보자는 생각을 했습니다. 이게 얼마나 힘든 일인지는 나중에 깨달았고요(웃음).

    처음부터 할 수 있는 목표를 잡았어요. 쿼터뷰, 쉐이더, 이펙트 등을 처음부터 제한된 룰로 개발하기 시작했습니다. PC에 맞춰 화려하게 만들었다가 축소를 시키면 많이 허해보여요. 그래서 처음부터 로우에서 예쁘게 보이도록 만들었습니다. UI/UX도 컨트롤러를 의식해서 제작을 했습니다.

    여기서 제일 큰 문제는 닌텐도에서 개인 사업자에게는 라이센스를 주지 않는다는 사실이었습니다. 그래서 6개월 동안 별의별 방법으로 다 시도했지만, 실패했습니다. 그냥 법인이냐, 아니냐로 딱 잘리더라고요.



    ▲ 부산인디커넥트페스티벌에서 메탈릭 차일드

    그런데, 부산인디커넥트페스티벌(BIC)에서 우연히 닌텐도 분들을 만났어요. 게임을 플레이하신 다음에 '이 게임이 어디로 나오냐' 얘기하시길래 '스위치로 내고 싶고, PC로도 나온다'고 답했더니만 닌텐도 명함을 주시면서 '필요한 거 있으면 도와줄테니 연락해라' 하시는 거예요. 붙잡고 라이센스만 달라 해서 획득하게 됐습니다. 운이 좋았죠.


    ■ 프로토 타이핑 & 장르 설정


    캐릭터도 있고, 뭘 할지 결정을 했으니까 이제 프로토 타이핑을 하는 단계로 넘어갔어요. 게임의 핵심은 결국 특징이잖아요. 날카로운 피쳐는 게임이 완성되는 원동력이 돼요. 그럼 액션 게임의 특징은 뭘까요. 사실 액션 게임은 카피맷으로 인식되기 엄청 쉬워요. 화려한 공중 콤보? 무게감 있는 공방? 바로 특정 게임들이 생각나잖아요.




    저는 이런 게임과 라이벌 구도가 되고 싶지 않았습니다. 치고 박고 하는 건 이미 너무 많았기 때문에, 떠올린 게 '잡기'였어요. 뭔가를 잡아서 하는 액션을 만들어보고자 했습니다. 그래서 적을 잡아서 방향을 정하고, 해당 방향으로 던진다는 개념으로 프로토 타입을 만들었습니다. 전시회 때 이걸 공개하게 됐는데, 게이머분들이 '이런 것도 저런 것도 되겠네요?' 하시는 거예요. 그래서 당연히 있다고 하고 개발에 들어가게 됐죠.(웃음)

    사실 게이머의 로망을 채워주는 게 좋은 시스템이라고 생각을 해요. '이게 돼?' 라고 했을 때 이게 되는 거죠, 실제로. 그렇게 해서 벽에 던져서 쓰러트린다거나, 잡은 적으로 총알을 막는다거나, 다른 적에게 던져서 대미지를 준다든가 하는 전투 기믹을 추가하게 됐습니다.

    여기서 문제점은 이 키피쳐가 출시될 때까지 신선할 수 있을까. 게임의 유통기한이 지나버리면 위험합니다. 근데, 이건 아무도 예상을 할 수 없어요. 다행히 이 키피쳐는 출시될 때까지 신선도를 유지했습니다. 이 액션에 대해서 사람들이 엄청 좋아해주셨어요.




    그리고, 저는 스크린샷을 찍을 만한 순간을 미리 고민하고, 게임 안에 만들어 두었어요. 타이틀 스크린이 계속해서 변화하도록 하고, 메타적인 변화 요소도 넣고, 캐릭터 대사를 임팩트 있게 만들었습니다. 조작을 안 하고 있을 때에는 로나가 플레이어에게 손을 흔들기도 합니다. 이런 것들이 SNS에 공유가 되면서 마케팅이 되었습니다.

    다음은 장르입니다. 기본은 액션 게임인데, 신나는 액션 게임을 만들고 싶었어요. 그래서 장르적 믹스가 필요하다고 생각을 했고, 로그 라이크를 떠올리게 됐습니다. 워낙 트렌디한 장르이기도 하고, 제가 좋아하기도 합니다. 로그 라이크의 매력은 변화하는 환경이라고 생각을 해요. 반면, 초기화, 알 수 없는 진행도, 스토리의 부재 이런 것들은 제가 로그 라이크를 싫어하는 이유였어요. 그래서 이를 해결하기 위해서 여러 장치를 뒀습니다.




    먼저 게임을 클리어하지 못하고 패배하고 돌아왔을 때, 레코-D라는 문서를 언락해주는 기능을 넣었습니다. 또, 1~n층까지 도달하는 일반적인 로그 라이크와는 달리 록맨 스타일로 스테이지 방식을 채택했습니다. 랜덤성이 많이 줄었다는 단점은 있었지만, 진행도를 확인할 수 있게 됐습니다.

    들어보시면 알겠지만, 로그 라이크보다는 액션 게임인데, 액션 게임에 로그 라이크를 묻힌 정도로 만들었어요. 흔히 이런 장르를 표현하는 단어가 바로 로그 라이트죠. 로그와 비슷한 게임이 로그 라이'크'고, 로그 라이크와 비슷한 게임이 로그 라이'트'예요. 이 명칭만 봐도 알겠지만, 이 장르에 대한 지지층이 엄청 두터워요.




    실제로 게임이 나오고 나서 그런 평이 많았어요. 로그 라이크보다는 액션 게임에 가깝다고요. 하지만, 비-로그 유저는 초기화가 된다는 것에 엄청난 허탈감을 느끼게 돼요. 하지만, 로그 라이크의 기본이 초기화거든요. 그래서 결정을 해야 했어요. 왜 게임이 초기화 되느냐, 혹은 로그 라이크보다 액션 게임에 가깝지 않냐. 이 중 어떤 비평을 들을 것인지를요. 저는 후자를 택했습니다.



    ■ 퍼블리셔 & 스토리


    퍼블리셔를 결정하기까지 약 1년 반 이상 걸렸고, 약 20여곳과 미팅을 했습니다. 대부분 다 해외 쪽 이었어요. 퍼블리셔를 선택할 때 가장 중요한 건 게임의 타겟 지역, 퍼블리셔의 지원 가능한 서포트와 미니멈 개런티입니다. 그 중에서도 어떤 서포트를 지원해줄 수 있는지가 정말 중요해요. 회사마다 다 다르거든요.




    제가 이때 고민하고 있던 건 연출이었어요. 연출은 결국 다 돈이거든요. 극적인 연출을 위해 음성 더빙을 하고 싶다는 생각을 가지게 되었고, 초기 트레일러부터 더빙을 계속 해왔습니다. 퍼블리셔가 없을 때였는데, 자체 환경에서 녹음 가능한 성우 유튜버 분에게 요청을 해서 녹음을 했습니다.

    많은 퍼블리셔를 만나면서 거절을 했던 이유는 여러 개가 있었어요. 가격을 결정할 수 있는 권한이 없었고, 미니멈 개런티이나 수익 쉐어 비율이 낮았고, 포트폴리오가 안 맞았어요. 그러다가 일본 퍼블리셔 측에서 더빙을 해준다고 얘기하시더라고요. 그래서 계약을 하게 됐습니다.

    다음, 스토리는 사실 초반에 떠올렸었는데, 이야기가 너무 어두워서 뒤로 조금 미뤘어요. 아이를 재우다 보니까 이런 생각이 들었어요. '내가 이 아이를 두고 눈을 감을 수 있을까.' 부모라면 누구나 비슷한 생각을 했을 거예요. 그런 부모의 마음을 담아서 시나리오를 제작했습니다. 아마 엔딩을 보신 분이 계신다면, 그게 딸에게 전하는 저의 유언 같은 것이라고 생각을 합니다.




    그래서 캐릭터를 만들 때는 아빠와 딸보다는 감성적인 접근, 설명이 좀 더 쉬운 쪽으로 생각해서 엄마와 딸이라는 콘셉트를 정했습니다. 그래서 초기 시나리오에는 욕심쟁이 인간들에게 고통받는 로나와 아이린을 생각하게 됐는데, 세상은 썩었다는 것을 더이상 이야기할 필요가 있을까 싶더라고요.

    최근에 인터넷 기조나 분위기는 혐오가 넘치고, 비난은 너무 쉽고, 분노하기도 쉽고, 자비는 없죠. 그리고 일부 유튜버들이 이런 감정을 부추기고 있어요. 뷰를 늘리는데 도움이 되니까요. 저는 이 게임을 통해서 그렇지 않다고 말하고 싶었습니다. 당신은 좋은 사람이라고, 게이머가 게임을 끝냈을 때 그렇게 느끼게 하고 싶었어요.




    그러기 위해서 주인공인 로나는 플레이어가 되면 안 될 것 같았어요. 플레이어는 게임을 하는 본인입니다. 지구에서 로나를 조종하는, 그러기 때문에 당신은 처음부터 로나의 은인으로 시작합니다. 기본적인 게임의 큰 골자는 당신은 로나에게 친절을 배풀고, 로나는 당신에게 감사를 표한다. 이 심플한 것을 대사만 101페이지에 담게 됩니다. 진짜 블리셔가 있어서 할 수 있었어요.



    ■ 멀티 플랫폼 & 출시

    출시일이 다가왔고, 멀티 플랫폼을 준비했습니다. 근데, 콘솔 출시가 생각보다 까다로워요. 일단, 쓰이는 용어가 다릅니다. 키가 아니라 버튼, 진동 강도가 아니라 HD 진동이라는 표현을 써야 하죠. 아니면 출시를 못합니다. 이것 때문에 일정이 많이 빠듯해져서 당황했었습니다. 미리 조심해서 만드시면 체크를 쉽게 할 수 있다는 걸 말씀드리고 싶어요.




    해시 태그 설정도 많이 빼먹으세요. 한국에서도 스위치 게임이 많이 나오는데 많이 빠트리시더라고요. 닌텐도에서 게임을 공개하면 '#NintendoSwitch'만 나오는 경우가 많아요. 근데, 해시 태그 설정을 닌텐도에 요구하면, '#MetallicChild'를 자동적으로 붙일 수가 있어요. 이렇게 되면 자기 게임이 어떻게 퍼지고 있는지도 알 수 있고, 사람들에게 게임 제목을 설명하지 않아도 되기 때문에 좋습니다.

    그렇게 준비를 다하고 9월 16일에 대망의 출시를 하게 됩니다. 당시 9월 출시 게임 목록을 볼까요? 테일즈 오브 어라이즈, 로스트 저지먼트, 메이드 인 와리오, 이스트워드, 디아블로2 레저렉션. 진짜 이때는 분노했습니다(웃음).

    출시 후에는 약 2주 동안 안정성과 버그 수정을 했어요. 초반에는 버그가 생각보다 많았어요. 로그 라이트에 기능과 기능이 더해지는 부분들이 있는데, 거기서 버그들이 발생했습니다. 이건 그냥 제 잘못이죠. 엄청 반성하고 있습니다. 또, 콘솔 플랫폼은 한번에 4~5일 정도 걸리기 때문에 쉽게 패치를 할 수가 없었어요. 싹 모아서 안정적인지 확인하고 패치를 진행해야 했습니다. 그래서 많이 느렸었어요.




    서비스에 돌입한 이후에는 혼자서는 못하겠다는 생각이 많이 들었습니다. 게임을 만들 때는 제가 시간을 써서 만들면 되는데, 라이브는 기차가 달리고 있는 상태니까 시간이 너무 부족했어요. 그래서 거의 한 한 달 정도는 사람이 엄청 어두워졌죠. 그래도 좋은 것들도 있었습니다. 엄청난 라이벌들이 있었지만, 생존했습니다.

    그리고, 닌텐도 스위치와 동시에 출시한 건 현명한 선택이었던 것 같아요. 여러 웹진에 퍼지더라고요. 스팀 게임이 출시됐다고 기사 나는 건 본 적이 많이 없으시잖아요. 근데, 닌텐도나 콘솔 게임은 출시됐다는 기사가 어느 정도 나와요. 그래서 홍보면에서 잘한 선택이었다고 생각합니다.




    최종적으로 메탈릭 차일드는 여러 평가 사이트에서 좋은 점수를 받으면서 준수한 게임이 됐습니다. 제일 중요한 건 국내 출시는 안됐지만, 패키지가 나왔어요. 일생일대이 소원이었어서 정말 기뻤습니다. 그리고, 대한민국 게임대상에서 여러 부문에 노미네이트가 됐어요. 거기서 다행히도 본상 우수상을 수상하게 되었습니다.

    여전히 문제는 있죠. 개선과 DLC 제작을 동시에 진행하고 있는데, 너무 느려요. 인력적인 한계가 너무 느껴집니다. 사람들이 언제까지 기다려줄 수 있을지 걱정입니다. 서비스는 시간과의 싸움이라고 많이들 이야기 하거든요. 출시하고 나서 여러 비평으로 인해 스스로 부족함도 많이 느끼고 있습니다. 더 많은 동료가 있어야 하지 않겠냐는 생각도 많이 하고 있고.

    이 이야기는 조금 우울하게 끝날 예정입니다. 지금 제 마음 상태는 딱 이래요. 어떻게 해야 할 지 모르겠다. 기쁜 건 기쁜 거고, 다음엔 뭘 만들어야 하지? 더 좋은 걸 만들려면 어떻게 해야 할까? 이 이상 만드는 건 불가능 할 것 같은데. 보통 포부를 말하면서 끝내야 하는데, 마음이 잘 정리되면 그때 다시 한 번 더 발표를 할 수 있는 기회가 있으면 좋을 것 같습니다. 들어주셔서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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