귀여운 외모와 그렇지 못한 난이도, '보스헌터 포르코'

게임뉴스 | 박광석 기자 |



청강문화산업대학교 게임콘텐츠 스쿨의 졸업생들이 만든 작품을 직접 체험해볼 수 있는 오프라인 전시회가 금일(30일), 판교 네오위즈 사옥 1층에서 개최됐습니다. 현장에는 졸업생들의 졸업 작품 11종은 물론, 현재 게임콘텐츠 스쿨에 재학 중인 학생들이 개발한 인디 게임들도 함께 전시됐습니다.

전시작 중에서 유독 밝고 아기자기한 분위기로 시선을 사로잡는 게임이 있었습니다. 바로 '졸작볶음면'팀의 '보스헌터 포르코(이하 포르코)'라는 작품입니다.

직접 부스에 방문해서 플레이해본 포르코는 간단한 조작과 밝고 귀여운 비주얼이 돋보이는 게임이었습니다. 로비 화면에서의 스테이지 선택은 주인공인 포르코를 직접 조작하여 버튼을 누르는 식으로 진행하게 되는데, 이 간단한 절차부터 게임의 아기자기한 매력이 강조되는 모습이었죠.

최근엔 플레이 타임을 늘리기 위한 단조로운 패턴의 졸개 페이즈는 가볍게 건너뛰고, 온전히 보스전의 다양한 기믹에만 집중하는 인디 액션 게임들이 정말 많아졌습니다. 포르코 역시 이러한 장르적 특성을 따라가는 보스 러쉬 중심의 액션 게임이었습니다. 스테이지를 선택하면, 바로 무시무시한 위용을 자랑하는 보스와의 1대1 전투 상황을 마주하게 됩니다.




플레이어가 활용할 수 있는 조작은 공격과 대시, 점프뿐이지만 오히려 한정된 조작이 보스가 공격할 때마다 발생하는 특유의 전조 증세를 보고 각 상황에 유연하게 대처하는 재미를 끌어올리는 장치로 작용했습니다. 보스의 전조 증세에 익숙하지 않은 초반에는 속수무책으로 당할 수밖에 없지만, 조금 익숙해지고 난 뒤에는 난공불락처럼 느껴졌던 보스를 토벌하는 통쾌한 재미를 맛볼 수 있었죠.

보스 토벌의 진한 여운이 한창 남아있을 때, 포르코를 개발한 '졸작볶음면' 팀의 개발자들과 이야기를 나눠볼 기회를 잡았습니다. 졸작볶음면 팀은 충분한 개발 기간을 들여 졸업 작품에 매진한 일부 개발팀들과 달리, 개발 과정에서 발생한 여러 이슈 때문에 충분히 개발에 시간을 들이지 못한 것이 아쉽다고 토로했는데요. 젊은 학생 개발자들의 경험담을 통해 실제 인디 개발자들이 게임 개발 과정에서 마주할 수 있는 여러 이슈들, 그리고 이에 대처할 수 있는 방안과 마음가짐에 대해 들어보았습니다.





▲ 졸작볶음면 김태헌 팀장, 박지수 PD


반갑습니다! 먼저 팀에 대해 소개해주세요.

- 저희 팀 명은 '졸작볶음면'입니다. 기획 3명, 프로그래밍 2명, 아트 5명까지 총 10명이 한 팀입니다.


10명의 개발자들이 함께 개발했군요. 그렇다면 팀 졸작볶음면의 졸업 작품, '보스헌터 포르코'는 어떤 게임인가요?

- 액션 키워드에 보스 러쉬, 하드코어 난이도를 더한 게임입니다. 여기에 도트 그래픽으로 래트로한 매력을 더했죠. 일부러 톡톡 튀는 쨍한 색감을 많이 사용해서 보기에 아기자기한 것이 '보스헌터 포르코'의 매력이에요.


확실히 눈에 확 들어오는 비주얼이 돋보이는데요. 래트로하고 귀여운 비주얼, 그리고 비주얼과는 다른 하드코어한 난이도의 액션 게임을 만들게 된 계기가 궁금합니다.

- 저희 팀에 원래 다른 팀장 분이 계셨어요. 그분이 처음에 팀원을 구할 때 레퍼런스로 들고 오신 게임이 '던그리드'였죠. 던그리드처럼 밝은 비주얼에, 액션이 돋보이는 게임을 만들어보고자 하는 팀원들이 모였고, 공략 난이도가 있는 어려운 보스들을 하나씩 격파해나가는 게임을 만드는 것으로 기획 의도가 결정됐습니다.



▲ 포르코에 영감을 준 작품은 인디 액션 게임 '던그리드'


어려운 난이도의 액션 게임은 인디 개발자들이 많이 도전하는 '왕도 장르' 중 하나죠. 개발하는 과정에서 어려운 점은 없었나요?

- 장르적 방향성에는 다들 큰 이견이 없었고 다들 의욕 있게 개발에 착수했지만, 역시 여러 사람이 모여서 만드는 프로젝트다보니 크고 작은 이슈들이 많이 있었어요. 이러한 이슈들이 겹치면서 개발 진척이 많이 늦어졌고, 실제로 개발에 온전히 할애할 수 있는 시간이 많지 않았어요. 현재 공개된 포르코의 데모 빌드에 투자한 시간은 약 두 달이 채 되지 않는 정도입니다.


게임 개발 과정에는 서로 모르는 사람들끼리 직무별로 만나게 되는 일이 잦을 테고, 트러블도 생기기 마련이죠. 실제로 해당 과정을 먼저 경험해본 입장에서, 이러한 문제를 줄일 방법이 있을까요?

- 여러 선배 개발자들도, 업계인들도 이야기하지만, 소통을 잘 하는 것이 가장 중요하다고 생각합니다. 각각이 가지고 있는 실력에 차등이 있을 수 있고, 결과물에 만족하지 못하는 사람들도 있는데, 이때 허심탄회하게 이야기하면서 소통하고, 고쳐나가는 과정이 필요하다고 생각합니다. 소통 자체를 거부하거나 소통할 의사가 없는 구성원이 껴있으면 게임 개발 과정 전체에 큰 걸림돌이 되거든요.

실제로 저희 팀은 아트 디렉터의 작업물을 실시간으로 확인하고, 서로 피드백을 나눌 수 있도록 별도의 대화방을 마련해서 항상 소통하려고 힘썼습니다. 어떤 방향이 게임 기획의도와 맞는지 피드백을 전할 수 있는 것은 물론, 팀 전체의 일정관리표 작성과 일정 관리를 할 때도 도움이 됩니다.

소통의 중요성이 더 절실하게 느껴진 것은, 아무래도 코로나 상황이 겹치면서 대면 개발이 어려웠기 때문이 아닐까 싶습니다. 평소라면 사무실이나 개발실 내에서 서로의 작업 진척도를 돌아보기가 수월했지만, 온라인으로 할 때는 이런 내용의 공유가 어려워지거든요. 언택트 개발이 장기화될수록 앞으로 더 소통의 중요성이 강조될 것으로 생각합니다.


'포르코'의 이야기로 다시 돌아가볼까요? 어려운 난이도의 보스 전투를 메인 콘텐츠로 하는 다른 액션 게임들과 차별화되는 포인트가 있다면 소개해주세요!

- 처음 기획 단계에서는 보스의 대미지가 누적될 때마다 상태가 달라지고, 얻을 수 있는 보상이 실시간으로 플레이어에게 보이고, 타격 부위에 따라 대미지 차이는 물론, 여러 디버프가 활성화되는 전략성이 강조되는 전투를 기획했었습니다. 하지만 앞에서 소개했던 여러 개발 과정의 이슈들 때문에 개발 기간이 다소 부족하게 됐고, 기획 단계에서 생각했던 것들을 게임 속에 미처 다 담아내지 못했죠.

현재 빌드에서의 '포르코'는 보스별로 크게 달라지는 전투 기믹, 보스가 사용하는 기술에 미리 대응할 수 있도록 제각각 전조 증세가 다른 점, 그리고 게임의 극악무도한 난이도와 다르게 귀엽고 아기자기한 래트로한 그래픽과 밝은 색감이 이 게임의 특징이자 강점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오프라인 시연 부스에 찾아온 유저들의 피드백 중 기억에 남는 것이 있나요?

- 피격 판정이 좀 더 후하게 들어갔으면 좋겠다는 이야기가 있었습니다. 게임을 클리어하려면 숙련된 컨트롤을 요하는 편인데, 조작이 익숙치 않은 유저들도 더 쉽게 즐길 수 있도록, 판정을 완화하는 장치가 있으면 좋겠다는 의견이 있었습니다.


판정이 후해지면 게임의 전체적인 난이도가 낮아질테니, 현재의 모드는 그대로 유지하되 조금 여유가 있는 '이지' 난이도가 있다면 해결할 수 있는 문제겠네요. 이러면 '귀여운 비주얼'에 이끌려온 액션 초심자들도 즐겁게 플레이할 수 있는 게임이 되겠죠.

- 그렇습니다. 유저 피드백을 받고 반영할 수 있는 상황이었다면 더 좋았을텐데 말이죠. 아쉬울 따름입니다.


이외에도 아쉽게 느껴지는 부분이 많이 있을 것 같습니다. 향후 포르코를 더 개발할 수 있게 된다면, 어떤 부분을 더하고 싶은가요?

- 기획 단계의 포르코는 4개의 보스를 모두 격파하면 다섯 번째 최종 보스를 볼 수 있는 구조였는데, 데모 빌드에서는 3개의 보스까지만 구현된 상태입니다. 아쉬운 부분이 많이 남지만, 사실상 스토브 인디에 올라간 데모 빌드에 심각한 버그가 있다면 수정하는 정도밖에 여력이 없는 상황입니다.

만약 기회가 생긴다면 시간이 부족해서 포기한 여러 리소스를 전부 반영해보고 싶습니다. 그래픽 리소스까지 개발을 마친 것들이 많이 남아있거든요. 게임의 재미 측면에서도 하이리스크 하이리턴이 강조되는 버프와 디버프 시스템을 넣어서 게임으로서의 매력을 더하고, 게임을 더 풍성하게 만드는 기능들을 넣어보고 싶습니다.





졸업 전시회 후에 팀원들끼리 충분한 소통의 시간을 갖고, 미래를 그려볼 수 있게 된다면 더 바랄 것이 없겠네요. 그렇다면 이번 전시를 통해 달성하고자 하는 소기의 목표가 있을까요?

- 저는 액션 게임을 만드는 것이 이번이 처음입니다. 졸작볶음면 팀에는 이외에도 프로그래밍을 처음으로 담당해본 분도 계시고, 도트 그래픽을 처음으로 만들어보는 분도 계십니다. 저마다 자신들이 어느 정도까지 성취했는지 확신을 못하고 있는 상황인데, 가능한 많은 분이 플레이해봐주시고 어떤 부분이 재미있는지, 어떤 부분이 아쉬운지 생생한 의견을 들려주시길 바라는 마음입니다.

이외에도 각자 조금씩 부족한 부분을 맡아서 진행하게 된 전시이지만, 무사히 전시를 마무리하고 "아, 내가 이 정도의 역량은 있구나"라고 생각하며 보람찬 마무리를 할 수 있기를 바랍니다.


게임 개발 과정에 일어날 수 있는 다양한 굴곡을 먼저 겪어본 선배 개발자로서, 학생 개발자들과 후배들에게 전하고 싶은 조언이 있다면?

- 저도 그랬고, 지금의 후배들도 그럴 것 같은데. '졸업 작품'이라는 이름이 달고 있는 무게감이 처음엔 정말 크게 다가오곤 합니다. 이 무게감에 휘둘리게 되는 일도 많죠. 물론 중요하고 무거운 이름이지만, 게임 개발을 하는 순간만큼은 무게감에 휘둘리기보다 정말 하고 싶은 일을 한다는 마음가짐을 가졌으면 좋겠습니다. 대학 시절은 상업적인 길로 가기 전에 마지막으로 게임 개발 그 자체를 즐길 수 있는 마지막 순간이거든요.

실제로 주변을 돌아보면 압박감을 견디지 못하고 게임 개발에 대한 열정까지 식어버려 도중에 때려치우는 이들이 정말 많습니다. 개발자들 사이에는 '버티는 사람이 이긴다'는 말이 있을 정도예요. 아무리 힘들어도, 잠깐 쉬더라도 게임 개발에 대한 열정을 계속 놓치지 않기를 바랍니다.


경험에서 우러나오는 조언 감사합니다. 마지막으로 오늘 현장과 부스에 직접 방문하지 못한 유저들을 위해서 '보스헌터 포르코' 플레이 팁이 있다면 함께 소개해주세요. 게임이 정말 너무 어려웠거든요.

- 판교 오프라인 행사장에 직접 찾아오지 않더라도, 현재 스토브 인디 페이지를 통해 '보스헌터 포르코'를 직접 플레이해볼 수 있습니다. 게임을 더 재미있게 즐기고 싶으시다면, 스토브 인디 게임 소개란에 함께 소개된 포르코의 배경 스토리를 읽고 게임을 플레이해보세요. 왜 포르코가 보스 러쉬에 나서게 됐는지, 그 배경을 알 수 있답니다.

처음엔 정말 왜 이렇게 어렵나 생각하실 수 있는데요. 보스들마다 각 패턴을 보이기 전의 전조 증세가 전부 다릅니다. 여러 번 반복하면서 플레이하다 보면 이러한 전조 증세를 파악할 수 있게 되는데요. 그때부터는 게임이 한층 수월해지는 것을 느끼실 수 있습니다. 여러번 죽더라도 절대 포기하지 말고, 공략을 위해 계속 도전해보세요! 그것이야말로 보스 러쉬 게임의 매력이니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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