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 19년과 재회한 '도란'-'피넛', 그리고 2022 '도-넛'

인터뷰 | 장민영, 유희은, 남기백 기자 | 댓글: 23개 |



2019년. 별로 특별한 해 같지 않지만, 젠지의 '도란' 최현준과 '피넛' 한왕호에게는 다른 느낌입니다. 락스 타이거즈-SKT T1에서 활동하며 한동안 최상위 성적을 냈던 '피넛'이 2019년 젠지에서 슬럼프에 빠지며 아쉬운 성적을 냈으니까요.

'도란' 최현준은 그리핀에서 데뷔한 2019년 많은 부담감을 안고 팀의 주전 탑으로 활동했습니다. 자신의 실책으로 패배하면서 눈물을 흘리고, 팀원의 위로를 받는 신인 선수였죠. 이후, '도란'은 롤드컵까지 팀을 올려놨으나 주전으로 출전하지 못하는 아픔도 겪었습니다. 결국 '쵸비-리헨즈'와 팀을 떠나는 선택을 하게 됐죠.

아쉬운 2019년을 보낸 두 선수가 2022년을 앞두고 젠지에서 만났는데요. '피넛'은 2019년의 팀 젠지와 '룰러' 박재혁과 재회했고, '도란'은 함께 팀을 나왔던 '쵸비-리헨즈'와 다시 함께하게 됐습니다. '피넛-도란'은 다른 길을 걸어왔지만, 힘들었던 시기를 극복하고 성장한 것은 분명합니다. 그리고 최상위 로스터를 보유했다고 평가받는 젠지에서 만날 수 있었습니다. 그렇다면 2019년부터 2021년 사이에 '도란-피넛'은 어떻게 달라졌을까요. 2022년을 앞두고 젠지에 들어온 이들의 자세는 2019년과 또 다른 느낌이었습니다.








Q. 젠지에 합류하기 전에 그동안 어떻게 시간을 보냈나요.

'피넛' 한왕호 : 일단은 코로나-19로 많이 움직이진 못했어요. 저는 롤드컵 선발전에서 아쉽게 탈락해서 시간이 좀 남았는데, 그동안 운전면허를 따고 백신도 맞았죠. 제주도로 여행도 한번 다녀왔고, 나머지 시간에는 부모님과 가족들이랑 시간을 많이 보냈던 것 같아요.

'도란’ 최현준 : 저 역시 시간이 많이 남았는데, 몸 관리를 위주로 했던 것 같아요. 자세 교정을 받았어요. 게임 폼도 솔로 랭크를 하면서 유지했고요.


Q. 두 선수가 합동 인터뷰하게 됐다는 소식을 들었을 때 어떤 생각이 들었나요.

'피넛' 한왕호 : 저는 친해졌다고 생각하는데, 현준이는 아직 아니라고 생각하나 봐요(웃음).

'도란’ 최현준 : 저야말로 정말 편하게 지내고 싶은데, 옆에서 가끔 압박이 들어오면... 그래도 저는 괜찮습니다.

'피넛' 한왕호 : 저는 뭐 압박은 없었다고 생각했는데, 현준이가 생활 습관이 조금 아쉽더라고요. 제가 한 말은 뭐 "간식을 덜 먹자" 이 정도죠.


Q. '피넛-도란' 선수 모두 이전 팀원들과 다시 뭉쳤잖아요. 확실히 서로 합이 좋다고 보나요.

'피넛' 한왕호 : 전 그리핀 팀원 세 명의 합도 좋은데, 저와 (박)재혁이까지 다섯 명이 잘 어울려서 좋은 합을 내는 것 같아요. 긍정적으로 생각하고 있습니다.


Q. ('피넛'에게) 지난 시즌 '상체' 라인전이 약하다는 평가가 있었다면, 2022 젠지는 라인전이 강한 선수들과 함께하게 됐어요. 이런 상황에서 해보고 싶은 플레이가 있다면?

'피넛' 한왕호 : 아무래도 일단 제가 농심 레드포스에 있을 때도 '쵸비' (정)지훈이랑 현준이는 다른 팀이긴 해도 라인전을 진짜 잘한다고 생각했어요. 이번에 젠지에 와서 스크림을 하면서 확실히 잘한다고 느꼈어요. 세세한 부분을 놓치지 않더라고요. 그렇게 생각해서 제가 이제 해보고 싶은 플레이를 정말 많이 할 수 있게 됐습니다. 다양한 시도를 할 수 있어서 좋아요.

사실 근데 이제 현준이나 지훈이, 재혁이 모두 라인전이 강한 친구들이잖아요. 그렇지만 아무리 라인전이 강하더라도 대회에 가면 또 모르거든요. 상대도 모두 프로게이머잖아요. 그러니까 라이너들이 라인전에서 졌을 때, 게임을 이기는 법이 더 중요하다고 생각합니다. 솔직히 라인전을 조금 밀려도 저는 상관없거든요. 그런 게임을 많이 해봐서 그런지 오히려 팀원들한테 부담이 덜했으면 좋겠어요.



▲ 19 '피넛'

Q. ('피넛'에게) 다시 젠지로 돌아오게 됐어요. 이전 팀으로 돌아오는 경우가 많지 않아요. 어떻게 돌아오게 된 건가요.

'피넛' 한왕호 : 저는 트레이드로 젠지에 들어왔잖아요. 그래서 그냥 멤버가 어떻게 될지 모르고, 그냥 잘 됐으면 좋겠다는 생각만하고 있었어요. 그런데 생각보다 훨씬 멋진 팀원들이 모여서 더 좋았습니다.


Q. ('피넛'에게) 한동안 최상위권에 있었지만, 젠지에서 한 번 부진을 경험하기도 했어요. 그 때와 어떻게 달라졌을까요.

'피넛' 한왕호 : 제가 주변 지인들이랑 만나면, 2019년도에 무슨 일이었냐는 말을 많이 들어요. 제가 생각해도 그 당시 개인적으로 많이 벅찼던 것 같아요. 그리고 제 실력도 점점 굳어가는 상태였죠. 그게 최대였던 시점이 2019년도 였습니다. 당시 저의 슬럼프를 극복할 수 있는 방법이 잘 떠오르지 않았어요.

그렇지만 다음 해에 중국을 다녀와서 한계를 깰 수 있었어요. 우선, 중국은 환경 자체가 달라요. 새로운 시도를 과감하게 해볼 수 있는 분위기랄까. LPL이 한창 성적이 좋을 때, 한국의 코치-감독님이 "우리도 진짜 죽는 것을 두려워하지 말고 계속 해보자"고 말해도 당시 한국에선 쉽지 않았어요. 안 하던 플레이를 할 때, 누군가는 분명 이전에 했던 것이 머릿속에 남아서 변화를 확실하게 받아들이지 못했거든요.

그런데 LPL에서 활동할 때는 팀원 모두가 변화가 가능한 마음가짐이었다고 생각해요. 그러니까 진짜 이렇게 해도 된다는 생각으로 편하게 게임했어요. 게임 피드백도 실수를 짚기도 하지만, 그것보다 어떻게 하면 장점을 극대화하며 해당 전략을 성공시킬 수 있을지에 더 집중했죠. 물론, 팀운도 좋았다고 생각해요. LGD 시절에 선수들 성격이 정말 좋았거든요.





Q. ('피넛'에게) 오랫동안 상대로 만났던 '스코어' 고동빈이 젠지의 감독을 맡게 됐어요. 그동안 많은 코치진을 봤을텐데, 어떻게 평가하나요.

'피넛' 한왕호 : 2019년도 때, '스코어-피넛' 둘 중에 누가 강등전을 가느냐 마냐고 했던 것 같아요. 시간이 진짜 빠르게 흘러간다는 것을 느꼈죠. 요즘 제가 가장 많이 하는 말이 있어요. 정말 "사람 일은 모른다"라는 말인데요. 평상시에도 그런 생각을 하면서 사는데, 이번에 다시 한번 느끼게 됐어요.

아직 스크림을 한 지 며칠 지나지 않아서 코칭 실력에 관해 말하긴 어려울 것 같아요. 그래도 동빈이 형이 게임의 디테일을 잘 알기에 많은 도움을 주고 있다는 것은 확실하죠. 그리고 같은 정글러다 보니까 정글러의 마음을 좀 더 잘 이해해줘요.


Q. ('피넛'에게) '칸' 김동하 선수와 함께 2020년에 LPL로 넘어가면서 많이 친해졌다고 들었어요. 이제 은퇴하는 선수를 보면서 어떤 생각이 들었나요.

'피넛' 한왕호 : 동하 형과 LPL 시절부터 많은 이야기를 했어요. 올해도 많은 이야기를 나눴죠. 그래서 동하 형이 은퇴한다고 말했을 당시에는 특별한 감정이 들지 않았어요.

그런데, 롤드컵 결승전을 보면서 저도 슬퍼지더라고요. 패배했을 때보다 인터뷰에서 밝게 하는 모습 보고 더 그랬어요. 동하 형이 물론 이제 좋은 멘탈을 가졌더라도 원래 승부욕이 엄청 강한 형이잖아요. 그런데도 의연한 태도로 말하는 거 보면서 마음이 찡했던 것 같아요. 한편으로 제가 마지막 대회에서 그랬다면, 진짜 저렇게 하기 힘들겠다는 생각이 들기도 했죠.



▲ 19년 말에 흩어진 '쵸비-도란-리헨즈'

Q. ('도란'에게) '쵸비-리헨즈'와 다시 뭉치게 됐어요. 이전에도 함께하자는 말을 한 적이 있었나요.

'도란’ 최현준 : 이전 팀에서 형들과 헤어질 때, 나중에 기회가 된다면 다시 해보자는 말을 하긴 했어요. 이번 스토브 리그 기간에는 이야기하지 않았는데, 이렇게 다시 만나게 됐네요. 이전부터 정말 잘하던 선수들이었고, 또 같이했던 선수들이라 마음이 편해요. 실력도 여전히 정말 뛰어나다고 생각하고요.


Q. ('도란'에게) '타잔-바이퍼'를 비롯한 예전 동료들이 롤드컵까지 가서 좋은 성적을 내기도 했는데, 지켜보면서 어떤 생각이 들었나요.

'도란’ 최현준 : 같이 지냈던 선수들이 세계 무대에 나가서 잘하는 것을 보면서 축하해주고 싶었어요. 한편으로 부럽기도 했죠.


Q. ('도란'에게) 확실히 잘하는 정글러와 함께하면 탑 라이너는 편한가요. 옆에 '피넛'과 연습해본 소감이 궁금합니다.

'도란’ 최현준 : '피넛' 왕호 형도 잘하지만, 다른 팀원들도 모두 잘하거든요. 그래서 게임 전반적으로 편해졌어요. 전체적으로 편한 느낌을 최근에 많이 받고 있습니다. 게임이 정말 자연스럽게 잘 풀리는 것 같아요.


Q. ('도란'에게) 이지훈 단장이 창원까지 가서 '도란' 선수와 가족들을 만나면서 설득했다고 들었어요. 젠지 입단은 언제 확신하게 됐나요.

'도란’ 최현준 : 우선, 젠지 측에서 저를 높게 평가해줬다는 느낌을 받았어요. 저에게 일찍 연락해 준 것도 저에 관한 믿음이라고 생각했죠. 좋은 팀원들까지 들어온다고 하니까 저도 젠지 입단을 결심하게 됐습니다.

젠지를 처음 만나자마자 좋은 느낌을 받았는데, 협상이 거의 완료 단계에 들어설 때 단장님이 쐐기를 박으러 창원까지 오셨더라고요. 그래서 그냥 이번에 계약하겠다는 마음을 먹었죠.





Q. 이번 시즌 젠지 로스터가 가장 강력하다는 말이 나오는데, 본인들은 어떻게 평가하나요.

'도란’ 최현준 : 스크림 성적은 좋은 편 입니다. 그렇지만 아직 다들 다른 팀들이 준비가 안 돼 있는 상태라 지금은 좀 판단하기 이르다고 생각해요. 저희도 스크림을 진행한 지 10일 정도밖에 안 돼서 더 해봐야 확신이 들 것 같습니다.

'피넛' 한왕호 : 아무래도 옆에 현준이가 있으니까 좋은 로스터라고 생각하고요(웃음). 당연히 저희 로스터에 관한 평가는 반은 맞고 반은 틀릴 수 있다고 생각하고 있어요. 저희 뿐만 아니라 모든 LCK 팀들이 지금 경쟁력이 있다고 보니까요.


Q. 두 선수는 이번 프리시즌 변화에 관해 어떻게 생각하나요.

'피넛' 한왕호 : 이전 프리시즌에서는 신화 아이템이 새롭게 생겼잖아요. 당시 새로운 시스템이 도입됐는데, 올해는 크게 안 바뀌었다는 생각했어요. 이번에는 드래곤과 아이템 변경 정도만 체감됐죠. 정글도 바위게 변경 정도를 제외하고, 크게 달라진 점은 거의 없다고 느끼고 있습니다.

'도란’ 최현준 : 탑 라인에 새로운 챔피언들이 나오긴 하지만, 이전에도 가끔 등장했던 챔피언들이죠. 그래서 변화를 크게 체감하지 못해요. 선제공격 제이스-빅토르가 요즘 많이 뜨는데, 선제공격이 상황에 맞춰서 가야 하는 룬인 것 같아요. 이전 도벽룬보다는 조금 부족하다는 느낌을 받았어요. 게임 전반적으로는 저도 드래곤 변경은 영향이 있다고 생각합니다.





Q. 지난 시즌 어떤 아쉬움이 있었나요. 젠지에서 풀어내고 싶은 게 있다면?

'피넛' 한왕호 : 저뿐만 아니라 모든 프로게이머가 그럴 것 같은데, 성적에 대한 아쉬움이 제일 크죠. 내년에는 성적에 관한 아쉬움을 풀 수 있도록 하겠습니다.

'도란’ 최현준 : 2021년도에 성적과 별개로 그냥 제가 탑 라이너로서 좀 인정받고 싶은 마음이 컸어요. 그런데 부족한 부분이 있어서 아쉬웠죠. 라인전과 한타에서 전체적으로는 괜찮았다고 생각하지만, 세세하게 따져봤을 때 아쉬운 점이 있습니다. 그래서 내년에는 꼭 무언가 보여줘야 한다는 마음이 들어요.


Q. 예전부터 젠지는 기대하면 오히려 성적이 안 나온다는 일종의 '밈'도 있었어요. 이번 시즌 기대해도 좋을까요.

'피넛' 한왕호 : 저는 뭐 열심히 하겠습니다. 현준이가 알아서 잘해주겠죠(웃음). 열심히 한다고밖에 말을 못 할 것 같아요.

'도란’ 최현준 : 많은 프로게이머가 관심과 기대를 받는 것을 좋아해요. 저를 비롯한 다른 팀원들도 이제 그런 부담은 없을 것 같아요. 많은 기대 부탁합니다.


Q. 마지막으로 2022 젠지, '피넛-도란'을 기대하는 팬들에게 하고 싶은 말이 있다면 편하게 해주세요.

'피넛' 한왕호 : 팬분들이 기대를 많이 해준 만큼 그 기대에 부응할 수 있도록 노력을 많이 하겠습니다. 경기 준비도 많이 할 테니까 다들 좋게 봐줬으면 좋겠어요. 또 부담감이 좋을 때도 있지만, 과하면 안 좋게 작용할 때도 있는데요. 프로 간 경쟁이다 보니까 지는 날도 올 거란 말이죠. 그럴 때도 그냥 털털하게 대해 주면, 저희도 그런 환경에 힘입어 좀 더 좋은 게임을 할 수 있을 것 같아요.

'도란’ 최현준 : 내년에 저희 팀이 관심을 많이 받을 것 같아요. 그런 관심에 보답할 수 있도록 열심히 해서 좋은 모습을 보여주고 싶습니다.



댓글

새로고침
새로고침

기사 목록

6 7 8 9 10
검색