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체험기] 한 대 맞으면 두 대 쳐라! 원작 호쾌함 살린 '던파 듀얼'

리뷰 | 윤서호 기자 | 댓글: 9개 |

'던전앤파이터' IP를 기반으로 한 대전 격투 신작, 'DNF 듀얼'이 지난 18일부터 OBT를 통해 유저들에게 본격적으로 모습을 드러냈다. 지난 2020년 12월 26일 던전앤파이터 유니버스 페스티벌 파트2에서 처음 공개된 이후 약 1년만의 일이다.

2D 벨트스크롤 액션 RPG인 던전앤파이터와는 꽤나 다른 장르라 공개 초에는 다소 의아하다는 반응이 있었으나, 길티기어 시리즈의 개발사 아크시스템웍스가 참여한 만큼 기대를 갖는 유저도 많았다. 특히 아크시스템웍스는 그간 드래곤볼 파이터즈Z, 그랑블루 판타지 버서스 등 다른 IP를 기반으로 한 격투 게임도 훌륭하게 소화하는 모습을 보였던 터라, 기대감에 찰 수밖에 없었다.

공개 당시에도 비록 30초짜리 짧은 영상이었지만, 아크시스템웍스가 갈고 닦았던 특유의 고퀄리티 카툰렌더링으로 구현한 던파 캐릭터들의 모습은 설레게 하기엔 충분했다. 여기에 '블러디 로어', '페이트/언리미티드 코드' 등 독특한 컨셉을 살린 격투 게임을 다수 제작한 에이팅까지 가세했으니, 과연 이들이 던전앤파이터의 액션을 어떻게 대전 격투 게임이라는 틀에 녹여낼지 궁금해지는 건 필연이라고 할까.



■ 던파 캐릭터의 매력을 100% 살려낸 그래픽, 가시성은 다소 아쉽다




가장 먼저 눈에 띄는 건, 아무래도 그래픽일 수밖에 없다. 이건 이미 공동 개발사가 공개될 때부터 정해진 수순이었다. 최근 길티기어 스트라이브로 이미 한 차원 진화한 카툰렌더링과 연출을 보여준 아크시스템웍스가 줄곧 개발에 참여했고, 첫 공개 때부터 이미 그 결과물의 편린을 엿볼 수 있었기 때문이다. 그렇지만 개발 단계인 만큼, 검증은 필요하기 마련이다. 그간 신뢰를 쌓아왔던 개발사라고 해도, 한 번 삐끗하는 일은 흔하지 않던가.

그간 던전앤파이터의 캐릭터는 2D 도트나 원화로만 접했던 만큼, 이를 3D로 본다는 경험은 상당히 낯설 수밖에 없다. 카툰렌더링 기법이나 그외 애니메이션 스타일과 관련된 3D 기술이 예전에 비해 상당히 진일보했다지만, 2D의 감성을 온전히 담아내는 건 다른 이야기이기 때문이다. 그리고 실제 게임플레이를 할 때 어떻게 느끼느냐도 중요했다.

아직 개발 중이라고 하지만, 테스트 단계에서도 그런 티끌 같은 우려를 불식시키기엔 충분했다. 그간 공개됐던 영상의 모습을 고스란히 담아낸 게임플레이를 맛볼 수 있었기 때문이다. 장르나 그래픽 스타일이 달라졌지만, 그 바뀐 환경에서도 원작의 느낌을 존중해서 살려낸 스킬 구성은 영상으로 볼 때부터 호평이었는데, 실제로 직접 스킬을 사용하며 콤보를 꾸려가는 입장에서는 그 느낌이 한 층 더 피부로 와닿는다.






▲ 화려한 그래픽에 디테일한 표정까지 살아있다

다만 일부 스킬 이펙트는 캐릭터를 아예 가려버리는 등 가시성에서는 다소 아쉬움이 느껴졌다. 일시적으로 발동하는 스킬이라면 모를까, 던파 듀얼에서는 필드에 지속되는 이른바 깔아두는 스킬도 많아 이펙트가 화면 곳곳에 남아있는 일이 잦다보니 다소 신경이 쓰였다.

뒤에서 말하겠지만 던파 듀얼은 거의 모든 캐릭터가 한 방 세게 먹일 방식을 갖춘 게임이다. 이를 다르게 이야기하면 지고 있어도 역전의 한 방이 가능하다는 소리긴 하지만, 어쨌든 그러려면 때론 굉장히 신중하게 접근해야 하지 않던가. 그럴 때는 사소한 부분도 신경이 거슬리지 않을까 하는 느낌이 들었다.



▲ 그래픽 수준은 더 말이 필요없지만






▲ 가끔 캐릭터가 이펙트에 묻혀버리는 느낌이 있다



■ 최근 격투 게임 트렌드와는 다소 다른, 그러나 입문을 완화하기 위한 시도


최근 대전 격투 게임, 특히 2D 대전 격투 스타일을 바탕으로 한 게임들은 콤보를 기본키만 입력해도 쉽게 발동하는 방식을 채택해왔다. 그러나 던파 듀얼에는 이런 시도를 도입하지 않았다. 대신 커맨드를 단순화하고, 흔히 말하는 개틀링 콤비네이션에서 필요한 기본기 조합을 줄여가면서 콤보의 부담감과 난이도를 낮췄다.

격투 게임마다 키 배치는 다르긴 하지만, 일반적으로 기본 공격키가 네 개 이상이고 나머지 키는 특수기나 도발 혹은 기본키 조합을 미리 세팅해둔 키로 구성이 된다. 그러나 던파 듀얼은 기본 네 키가 기본 공격 두 개에, 스킬 버튼 그리고 MP 스킬 버튼 각성기 버튼으로 배분되어있다. 즉 짠발 혹은 짠손부터 강약중강약 그리고 특수기나 필살기로 이어질 수 있는 개틀링 콤비네이션의 경우의 수가 줄어든 셈이다.



▲ 커맨드 단순화로 입문 난이도를 낮췄다

던파 듀얼에서는 기술이 크게 특수 기술, MP 기술, 각성기로 나뉘고 모든 기술은 방향키와 버튼의 조합으로 쉽게 발동가능하다. 즉 커맨드를 몰라도 위, 아래, 왼, 오에 키를 누르다보면 캐릭터가 어떤 스킬이 있나 파악할 수 있고, 이를 토대로 어찌저찌 플레이는 가능했다. OBT엔 트레이닝 메뉴가 없어서 바로 온라인 매칭을 뛰어야 하는 부담감이 있었지만, 사람에 따라 눈대중으로 본 쉬운 콤보는 몇 번 따라하면서 익히기엔 충분했다.



▲ OBT에선 튜토리얼이 없어 이것저것 가리지 않고 하게 되는데, 하다보면 대충 콤보 모양새는 나온다

일반적으로 격투 게임하면 한 방 한 방 묵직하게 꽂히는 싸움보다는, 견제 이후 콤보를 우겨넣으면서 대미지를 누적해나가는 싸움을 연상한다. 그런 구도는 던파 듀얼에도 유사하지만, 현재까지 던파 듀얼에 참전한 캐릭터들은 특수 스킬과 MP 스킬 중 초보자도 타이밍을 노려 반격하면 어느 정도 피해는 줄 수 있는 한 방은 보유하고 있었다. 특히 일부 캐릭터들은 MP 스킬이 한 번 적중하면 바로 추가 MP 스킬로 연계해서 큰 피해를 줄 수 있기 때문에 어떻게든 한 방 먹여서 한 판 따낼 가능성도 있었다.

물론 이를 반대로 이야기하면 고수는 얼마든지 실수하지 않고 하수들에게 큰 한 방을 먹일 수 있다는 말이기도 하다. 다만 콤보를 아예 못 쓰거나 손에 잘 안 익어서 한 방 제대로 먹이지도 못하고 당하느니, 마치 붕권 날리듯 세게 후려칠 수단이 있어서 어찌저찌 할 수 있는 것이라고 하겠다. 그 수단이 일반적인 격투 게임에서는 필살기 혹은 초필살기겠지만, 그에 해당하는 던파의 각성기는 모든 캐릭터가 다 무적 판정이 없고 체력이 일정 수준 이하일 때 발동하는 '각성' 상태일 때만 가능하니 유의할 필요가 있다.



▲ 불리한 상황에서도



▲ MP를 소모하는 스킬들을 어찌저찌 클린히트 시켜서 역전은 가능하다



▲ 각성기는 연출도 화려하고 위력도 좋지만



▲ 체력이 일정 수준 이하일 때만 사용 가능하고, 빈틈이 많은 데다가 무적 판정이 없어 단독으로 쓰기 어렵다



■ MP 유무에 따른 공방 그리고 상대를 묶어놓고 패는 원작의 느낌을 살리다



▲ 상대를 띄우고 못 내려오게 스킬 연타 날리진 않지만, 어쨌든 잡아두고 스킬 콤보로 패는 맛은 있다

MP 스킬이라는 단어에서 보듯, 던파 듀얼에서는 일부 스킬은 원작처럼 '마나'를 사용해서 스킬을 발동하게 된다. 보통 2D 스타일 격투 게임하면 투닥투닥거리면서 게이지를 모은 뒤 소모해서 일부 스킬을 사용하는 방식을 떠올리게 된다. 그러나 던파 듀얼은 그와 반대로 처음에 MP가 주어진 상태에서 이를 소모해서 기술을 쓰고, 다시 충전해서 기술을 쓰는 형태로 공방이 이루어지게 된다.

이러한 차이가 그간의 대전 격투 게임과는 다소 다른 플레이 양상을 보이게끔 했다. 그간 대전 격투 게임은 적극적인 견제 공방을 하다가 게이지가 차면 그때부터 본격 콤보의 수가 늘어나면서 양상이 더 치열해지는 형태다. 그러나 던파 듀얼은 처음부터 MP를 소모한 위력적인 공격이 가능하기에 한 방 세게 날리기 위한 수가 여러 차례 벌어진다.

그러다가 어느 한쪽이 MP가 0가 된 순간, 시간을 버는 쪽과 기회를 잡기 위한 쪽의 눈치 싸움이 치열해지기 일쑤다. MP가 0이 된 플레이어는 일정 수준 이상 MP가 차기까지 MP 스킬이 발동하지 않기 때문에 공격할 때 상당히 불리하기 때문이다. 반대로 이때 적 플레이어는 공격할 수단이 많아진 만큼, 적이 MP 스킬을 못 쓰는 순간 공격권을 갖게 된 셈이다.



▲ 이제 내 마나가 떨어졌으니 상대가 공격 들어올 차례다

물론 이건 어디까지나 실력이 비슷한 유저끼리의 이야기다. 여기에 심취해서 마구잡이로 텔레폰 펀치를 날려대다가 반격을 당하면, 공격 적중 시 MP가 회복되는 효과 때문에 고수가 오히려 기회를 쭉 놓치지 않고 콤보로 답례를 해줄 수 있기 때문이다. 아울러 공격을 가드할 때 발생하는 대미지는 시간이 지나면 회복되는데, 이를 회복하지 않고 소모해서 MP를 회복하는 '컨버전'이라는 수단도 있다. 특히 이 컨버전은 모션 캔슬이 가능해 콤보의 강제 연결의 키카드로 자리잡고 있는 터라, 어느 정도 실력이 되면 이를 염두에 두고 플레이를 해야 했다.

그런 수단이 있긴 하지만, 어쨌든 MP를 좀 더 많이 가진 유저가 공방을 이어가기 편리하다. 더군다나 스킬 한 방 한 방이 꽤 강력하고, 연계가 쉽게 이어지면서 상대방을 묶어놓고 팰 수단도 캐릭터마다 꽤 다양하게 갖추고 있다. 스트라이커는 특수 캔슬로 한 땀 한 땀 이어가긴 하지만 격투 게임을 해본 유저라면 금방 콤보를 이어갈 수 있을 만큼 직관적이고, 나머지 캐릭터는 앞서 언급했듯 MP 스킬 중에 꼭 한 방 먹이면 추가타로 쭉 이어갈 수 있는 좋은 스킬들이 하나씩은 있다.

또 통상 격투 게임처럼 적에게 한 방 먹인 뒤 무조건 일정 거리 이상 다가가서 패야 하는 그런 유형보다는, 원작처럼 깔아두거나 혹은 니가와 패턴으로 스킬을 쓰는 양상도 꽤 많다. 그걸 기반으로 콤보 한 방 묵직하게 먹이고, 쿨타임이 도는 동안 상대방의 공격을 피해 거리조절과 회피를 하다가 다시 쿨이 오면 기회를 틈타서 콤보를 먹이는 공방은 던파 격투장을 했거나 경기를 본 유저라면 아마 익숙하지 않을까.



■ 원작의 맛을 살린 던파 듀얼, 대표적인 매니아 장르인 대전격투의 난제를 극복할 수 있을까?




이렇듯 던파 듀얼은 던파 결투장을 대전 액션 게임으로 만들면 어떨까? 라는 질문에 아직 테스트 단계에서도 상당히 만족스럽게 답한 게임이라 하겠다. 앞서 소개한 요소 외에도 각 캐릭터마다 원작에 나오는 보조 스킬을 패시브나 버프로 구현했는데, 종종 치열한 한 끝 싸움에서 이 패시브와 버프 효과 이해도의 차이로 승리하는 등 눈여겨볼만한 구석도 있었다.

다만 대전 격투 게임하면 언제나 "모르면 맞아야지", "고인물 장르"라는 말이 꼬리처럼 달라붙지 않던가. 던파 듀얼은 이를 완전히 떨쳐내기엔 아직 상당히 부족했다. 특히나 앞서 말했듯, 던파 듀얼은 어지간한 격투 게임보다 깔아두기 패턴이나 니가와라는 패턴으로 진행되는 경향이 높다. 그나마 너도 한 방 나도 한 방 죽창 싸움은 가능하지만, 공방 구도에 익숙하지 않은 초보라면 그 한 방을 못 꽂을 확률이 더 높은 셈이다.




물론 아직 튜토리얼 모드나 오프라인 싱글플레이 모드가 개방되지 않고, 온라인 룸 매치만 열렸기 때문에 그런 것도 있다. 특히 던파 듀얼은 기존 격투 게임과는 다소 다른 양상이라서 그 변화에 잘 적응하느냐, 마느냐에 따라서도 플레이 양상이 갈라진 만큼 추후에 튜토리얼이 어떻게 추가되느냐를 조금 더 지켜볼 필요가 있었다.

아직 테스트 단계인 만큼 밸런스 문제도 불거지기도 했다. 특히 크루세이더는 벽을 깔아서 강제로 일정 시간 벽에 몰린 상태로 만드는데다가, 기술 발동시 피격되면 바운드도 발생하니 견제 및 콤보가 바로 이어지기 십상이었다. 발동 프레임도 빨라서 엇하는 순간에 맞으니, 초보라면 뭘 하지도 못하고 당하기 일쑤였다.

아마 다른 격투 게임 신작 이야기였다면, 오르지도 못할 나무 쳐다보지도 말자는 식으로 넘어가게 될 것이다. 그렇지만 한 시대를 풍미했던 던파를 바탕으로 한 게임 아니던가. 그것도 3D가 됐는데도 2D 감성 확 살린 멋진 그래픽으로 친숙한 캐릭터들과 그간 보아왔던 배경을 재해석한 모습을 보노라면 눈길이 끌릴 수밖에 없다.




온라인 매칭룸을 들어가보면 또다른 매력이 숨어있다. SD로 재해석한 귀여운 캐릭터를 보면 신선한 느낌이 들고, 모험가라면 친숙한 룸의 모습을 보면 더 감회가 새롭다. 여기에 원체 BGM으로 유명했던 두 회사가 합작했으니, 보고 듣는 것만으로도 팬이라면 흥겨움이 느껴질 것이다.

물론 그 흥겨움은 잠시고, 두들겨 맞다보면 그 기분이 절망으로 바뀔지 모르겠다. 이미 감성적인 면은 120% 충족한 만큼, 저 기분의 괴리감을 어떻게 해결할지가 던파 듀얼에 앞으로 남은 숙제라 하겠다.



▲ 대전 중에 아주 가끔씩 딜레이나 랙을 겪었는데, 정식 출시 전에 이 부분도 체크할 필요가 있다
  • DNF 컨셉에 확실히 부합하는 캐릭터
  • 시원한 타격감과 범위, 신선한 대전 감각
  • 초보자도 쉽게 적응하는 간편한 조작
  • 훌륭한 타격, 배경 사운드와 그래픽/연출
  • 빈약한 콜렉션, 뻔한 스토리 구성
  • 생각보다 많이 불편한 트레이닝 모드
  • 조작이 쉽지, 이기기 쉽다고는 안했다
  • 서비스 초반 대전 서버의 불안정함과 버그

리뷰 플랫폼: PC (데이원 패치 버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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