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체험기] 원조 엘프 누나가 왔다. 로도스도 전기: 디드리트 인 원더 라비린스

리뷰 | 박영준 기자 | 댓글: 3개 |



로도스도 전기는 일본의 유명 작가 미즈노 료가 집필한 판타지 장르의 소설로 국내에서는 '마계 마인전'이란 제목으로 출간되었다. 지금은 족히 25년은 넘은 고전 소설이기 때문에 아마 모르는 사람도 적잖게 있을 것이다. 일본의 전형적인 엘프의 모습은 미즈노 료 작가가 큰 영향을 끼쳤다고 할 수 있다. 엘프의 백옥같은 피부, 긴 귀와 모델 같은 체형, 활을 무기로 하는 설정은 영국의 소설가 톨킨의 영향이 컸지만 이를 시각화해 영향을 준 것은 미즈노 료 작가가 크게 일조했다고 볼 수 있다.

로도스도 전기 디드리트 인 원더 라비린스(이하 로도스도 전기)는 제목에서 알 수 있듯 원작의 등장인물 중 디드리트라는 엘프 캐릭터를 플레이어블 캐릭터로 내세운 게임이다. 2021년 3월, 스팀에 '미리 해보기(얼리액세스)'를 거쳐 발매했었지만 당시 아쉽게도 한국어는 지원하지 않았었다. 하지만 12월 16일, 콘솔로 이식 발매되면서 한국어 자막이 추가되어 이제 캐릭터의 대사를 읽으며 게임을 즐길 수 있다. 콘솔 발매일에 맞춰 PC 기종도 한국어화를 업데이트해 기존에 이미 즐겼던 분들이라도 리플레이 가치가 있을 것이다.

로도스도 전기는 메트로배니아 장르의 액션 게임으로 팀 레이디버그가 개발했다. 팀 레이디버그는 도트 그래픽과 시원하고 호쾌한 액션이 돋보이는 개발사로 전작 '동방 루나 나이츠'에서 호평을 받았었다. 이번 로도스도 전기에서도 도트 그래픽의 부드러운 움직임과 시원한 액션이 돋보였지만 스토리텔링 방식이나 게임 내 인터페이스 등에서 전작과 비슷하거나 동일한 부분이 있어, 같은 게임을 하는듯한 아쉬움이 드는 경우가 많았다.

게임의 스토리는 기본적으로 로도스도 전기의 후일담을 다루고 있으며 그 전의 이야기는 아주 간략하게 요약되어 설명해준다. 그러다 보니 게임의 주인공이 디드리트가 게임을 진행하면서 여러 등장인물을 만나고 반가워하지만 만약 소설을 읽지 않았던 사람이라면 누가 누구인지, 대체 디드리트와 무슨 접점이 있던 인물인지 알기 힘들다.

다만 소설의 내용을 모르더라도 게임을 진행하는 데는 전혀 지장이 없다. 게임의 도입부에 디드리트는 자신이 무슨 일에 처하게 되었는지 기억이 사라진 상태이기 때문이다. 이야기가 어떻게 흘러가는지는 게임을 진행하다 보면 짐작이 갈 것이다. 반대로 생각한다면 로도스도 전기 원작의 팬이라면 게임 초반에 반가운 얼굴들이 많이 보일 것이지만 이내 깊지 않은 스토리에 다소 실망스럽거나 아쉬움을 느낄 수도 있을 것이다.



▲ 옛날 여러 아재 가슴을 설레게 한 디드리트가 이 게임의 주인공. 지금 봐도 고우시다.



▲ 솔직히 스토리는... 큰 기대 말자.



쉽고 재밌고 다양한 액션

게임의 진행 속도가 빠른 편이지만 액션이 쉬운 데다 보스 몬스터의 체력은 높지 않고 패턴도 단순하기 때문에 액션 게임 좀 해봤다 하는 유저라면 한 번도 죽지 않고 클리어가 가능할 것이다. 초반에 게임 시스템에 익숙지 않은 상황에서는 조금 어려움을 느낄 수 있지만 조금만 익숙해지면 난이도가 급감할 수 있다는 느낌이 들었다.

비주얼 부분에서는 불만이 없었다. 깔끔하고 자연스러운 도트 그래픽으로 그려진 캐릭터와 맵 배경은 어색함 없이 잘 어우러졌다. 픽셀 그래픽 게임 중 자주 실수하는 것 중 하나가 배경과 사물, 몬스터가 특정 색감으로 인해 구분되지 않는다거나 너무 튀어서 이질감이 든다는 것인데 로도스도 전기는 그런 경우 없이 깔끔해 게임에 몰입하기 좋았다. 게임을 하면서 은근 거슬렸던 디드리트의 잔상도 옵션을 통해 끌 수 있어 취향에 맞게 게임을 즐길 수 있었다.

무기의 종류는 다양하다. 우선 기본적으로 근접 무기를 사용할 수 있고 그 외로 사용할 수 있는 무기는 활과 마법이 있다. 근접 무기류는 다양한 종류가 있으며 종류에 따라 공격 속도와 공격력의 균형이 달라지고 공격 범위도 달라진다. 무기의 종류에 따라 공격 모션도 달라져 소소한 디테일의 재미도 있다.

원거리 공격이 가능한 활은 필드에서 상급의 활을 습득해 더욱 강력한 공격을 할 수 있으며 각도를 조절해 원하는 방향으로 화살을 발사할 수 있다. 활은 단순 공격용 무기일 뿐만 아니라 퍼즐을 풀 수 있는 열쇠가 되기도 한다. 벽 중에 철로 덧대어진 부분이 있는데 철벽에 화살을 쏘면 화살이 반사된다. 이 점을 이용해 막혔던 길을 뚫고 게임을 탐험을 계속할 수 있다.

마법은 활을 사용할 때보다 많은 마나를 소모하는 공격으로 게임을 진행하면서 더 많은 종류의 마법을 획득해 사용할 수 있다. 마법의 위력이 강한 편인 데다 초반에 획득할 수 있는 마법이 너무 강력해 게임 난이도가 너무 쉬워지는 원인 중 하나가 되었다.



▲ 초반에 획득하는 마법은 보스를 상대할 때도 강력한 위력을 보여준다.



▲ 이건 빙산의 일각이다. 정말 많은 종류의 무기가 있으니 열심히 찾아보자.



▲ 활은 전투에서도, 퍼즐에서도 요긴하게 쓰인다.



엘프는 정령을 다루는게 국룰

이 게임의 가장 큰 특징은 바로 정령 시스템이다. 디드리트는 바람 정령 '실피'와 화염 정령 '샐러맨더'를 상황에 따라 바꿔 진행할 수 있다. 몬스터나 함정 중에는 속성 공격을 하는 개체가 있는데 정령은 같은 속성의 피해를 흡수한다. 그뿐만 아니라 공격을 흡수하면서 MP를 회복해 강력한 공격으로 되받아칠 수 있다.

정령은 각자 다른 힘을 가지고 있어 일반적인 공격에도 능력이 다르게 발휘된다. 실피의 경우 근접 공격 시 바람 속성이 부여되며 점프키를 꾹 누르면 공중부양을 할 수 있다. 평소에는 갈 수 없었던 길을 유유히 날아올라 갈 수 있게 된다. 샐러맨더의 경우 근접 공격 시 불 속성이 부여되며 길을 막고 있는 거대한 폭탄을 터뜨릴 수 있다. 또한 슬라이딩하면 일시적으로 무적이 된다.

적에게 피해를 주면 정령의 경험치를 획득하게 된다. 경험치가 쌓인 정령은 레벨이 상승하는데 최대 3레벨까지 상승하게 된다. 3레벨에 도달하면 많은 이점이 있다. 디드리트의 체력을 회복시켜주거나 공격력이 상승해 적을 더욱더 쉽게 처치할 수 있다. 다만 한 번이라도 공격받을 경우 레벨이 떨어져 제한 시간이 없는 콤보 시스템이라고 봐도 무방하다. 정령의 레벨이 높을수록 게임을 진행하기 쉬워지니 최대한 높은 레벨을 유지할 수 있도록 하자.

몬스터 중에는 디트리트처럼 특정 속성 공격에 대해 피해를 입지 않는 개체도 있다. 이럴 때는 적을 공격해 속성을 파악하고 재빠르게 적절한 속성의 정령으로 변경해 적을 처치해야 한다. 단순한 액션에 조금 더 전략적이고 컨트롤을 필요로 하는 요소를 넣어 지루함을 방지했다. 나중에는 다양한 속성의 적이 등장함으로 전투 도중 적절한 타이밍에 정령을 변경하는 것이 중요하다.



▲ 몬스터의 속성과 동일한 속성으로 공격할 경우 피해를 주지 못한다.



▲ 정령의 힘을 이용해 함정을 피해갈 수 있다.



▲ 같은 속성의 공격은 피해를 받지 않는 점을 이용해 공격을 파훼할 수 있다.



재밌지만 아쉬움이 드문 보이는 게임

전체적으로 보자면 팬들을 위해 탄생한 무난한 재미의 수작으로 느껴진다. 로도스도 전기라는 명작을 기반으로 풀어가는 후일담 격 스토리는 추억을 다시금 곱씹으며 즐길 수 있지만, 그 깊이감은 얕아 기대를 충족시켜주진 못했다. 빠르고 화려하게 진행되는 액션은 좋지만 그렇기에 길지 않은 플레이 타임이 아쉽게 느껴진다. 팀 레이디버그의 전작 동방 루나 나이츠에서 꼽히던 장단점을 이번에서도 비슷하게 느낄 수 있었다.

맵 전체가 복잡한 미로처럼 얽혀있지만 타 메트로배니아 게임과 비교해보면 먼 거리를 왕복해야 하거나 어려운 길 찾기는 없는 편이라 비교적 난이도가 쉽다고 느껴졌다. 그렇다 해서 메트로배니아 장르의 특징을 놓쳤다는 것은 아니며 다른 게임보다 깔끔하게 잘 깎아냈다고 생각한다. 로도스도 전기의 추억을 다시 곱씹고 싶은 분이나 메트로배니아 장르를 입문하고 싶은 유저에게 추천하기 좋은 게임임은 틀림없다.






  • 메트로베니아의 정수를 잘 다음 게임플레이
  • '속성'으로 깊어지는 전략적인 시스템
  • 미려한 도트 그래픽과 다양한 액션, 퍼즐
  • 풀 버전 기준으로도 조금 아쉬운 분량
  • 다회차 플레이의 동기가 매우 부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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