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체험기] 전쟁의 신, PC로 강림

게임뉴스 | 정재훈 기자 | 댓글: 34개 |
지금으로부터 4년 전인 2018년, 한 위대한 게임이 등장했다. 훌륭한 서사는 물론이고 살아 움직이는듯한 인물들과 디테일한 세계까지. 그 이름도 찬란한 '레드 데드 리뎀션2' 되시겠다. 어떤 이들에게는 그놈의 GTA5를 10년째 우려먹고 있는 사골의 장인이지만, 개발사인 락스타의 이름값은 그대로였다. 그리고 그 '레드 데드 리뎀션2'는, 그해 GOTY를 무려 130개 넘게 확보하며 2018년 최고의 게임에서 당당히 2위를 차지했다.

그렇다. 2위였다.

앞으로 몇 년은 현역으로 등장해도 GOTY 순위에 이름을 올릴만한 레드 데드 리뎀션2를 민망하게 만들어버린 게임. 그 이름도 용감무쌍한 '갓 오브 워' 되시겠다. 잿빛 피부에 흉악한 문신을 두른 스파르탄이 자기 세계의 신들을 죄다 도륙내버리고 그도 모자라 북유럽에 정착해버렸다는 다소 이세계 용자물스러운 도입으로 시작한 이 속작은 그 해 무려 190개가 넘는 과반수의 GOTY를 수집하며 황야의 강자인 레드 데드 리뎀션2를 콩라인으로 만들어 버렸다.

그리고 2022년, '갓 오브 워'가 유일한 단점이었던 'PS 독점'이란 족쇄를 벗어던지고 스팀을 통해 나타났다. PS가 없으면 사서라도 해야 한다는 말이 돌 정도였던 게임을 PC방에서 플레이할 수 있는 상황이 되어버린 것이다. 너무나 하고 싶었지만, PS 구하기 어려웠던 게이머 입장에서는 이만한 호재가 있을까. 하지만, 몇 가지 걱정되는 점들이 마음에 걸린다.




게임명: 갓 오브 워(PC)
장르명: 액션, 어드벤처
출시일: 2022. 1. 15.
개발사: 산타 모니카 스튜디오
서비스: SIE
플랫폼: PC, PS



이 게임은 이미 검증된 게임이다.

플랫폼의 이전은 단순히 생각하면 그냥 게임을 그대로 가져오는 것이지만, 생각처럼 잘 안 풀리는 경우가 더러 있다. 가장 두드러지는 부분은 최적화. PS4 자체가 한 세대 전의 콘솔인데다, PS4의 하드웨어 성능은 현시대 PC 기준으로 그리 높은 편이 아니기에 PS4 기반의 게임은 일반적으로 사양이 그리 높지 않다. 하지만, 컨버전 과정에서 PS4로는 감히 시도하지 못했던 다양한 기술들을 접목하기 마련이다 보니, 이렇게 컨버전된 게임들의 최적화가 썩 좋지 못한 경우가 많았다. 예를 들어 PS4 독점작이었던 '호라이즌 제로 던'의 경우 지금은 좀 나아졌지만 PC 버전 출시 초기엔 최적화 문제로 골머리를 앓았다.



▲ 출시 초반 불안한 최적화로 거하게 욕먹은 '호라이즌 제로 던'

또 한가지 걸리는 부분은 조작계의 문제. 패드에 완전히 특화된 콘솔 독점작이 PC로 옮겨지다 보면 당연히 조작계도 키보드와 마우스에 맞춰 바뀔 수밖에 없다. 가장 좋은 건 그냥 패드를 물려 쓰는 것이지만, 패드를 가지지 않은 게이머도 있는가 하면, 패드 자체를 다루기 어려워하는 게이머들도 분명 있으니까. '몬스터 헌터 월드'의 경우가 콘솔에서 PC로 옮겨지면서 조작계의 문제가 드러난 게임인데, 무기별로 중구난방인 조작체계 때문에 키보드 마우스로 게임을 시작한 게이머들은 퍽 고생할 수밖에 없었다.

이번 체험기에서는, 이 두 부분을 살펴보려 한다. '갓 오브 워'라는 게임 자체에 대해서는 따로 할 말이 없다. 메타크리틱에서 90점대 중반의 점수라는 걸작 인증 마크를 받았고, 이미 여러 리뷰를 통해 게임의 대단함 자체는 증명된데다 가격마저도 AAA급 게임 치고는 저렴하게 책정되었다. 서사가 어떻고 전투 시스템이 어떻고 말하기엔 입이 아프니까 이번엔 그냥 PC 버전에서의 변화만 집중적으로 체크하는게 맞지 않을까 싶다.


▲ 게이머 여러분은 안심하시고 게임을 즐겨 주시길 바랍니다.




21:9, 4K DLSS, 무제한 프레임 레이트

PC버전 갓 오브 워의 그래픽 변화를 단적으로 설명할 수 있는 키워드들이다. 가장 먼저 눈에 들어오는건 16:9에서 벗어나 21:9로 커진 해상도. 울트라 와이드에 익숙해지면서 다소 갇힌 느낌이 없잖아 있는 16:9에 비해 21:9는 확실히 열려 있는 느낌이 든다. 조금 아쉬운 부분이라면 이보다 더 넓은 32:9 해상도는 지원하지 않아 32:9 모니터를 사용하면 좌우 레터박스가 생긴다는 점인데, 어차피 32:9 모니터를 사용하는 이들은 기자를 포함해 소수에 지나지 않으니 큰 문제라 보긴 어렵다.

무제한 프레임 레이트 또한 확실히 느껴지는 부분. 기자의 PC 사양(라이젠 3900XT, RTX 3080) 기준으로 '2560 x 1080' 해상도에서 울트라 옵션 기준 100~120 프레임 정도가 유지되었는데, 공격을 받는 순간 회피하거나 방어해야 하는 저스트 입력을 활용하는 게임인 만큼 PS4보다 더 나은 게임환경을 느낄 수 있었다. 또한, '갓 오브 워'는 비주얼 퀄리티에 비해 최적화가 매우 잘 된 게임(PS4 노멀 기준 30프레임 고정, PS4 프로의 경우 프레임 중시 옵션 시 50프레임 이상 구현)이었는데, PC 버전에서도 비슷한 감각을 준다. 화려한 기술을 사용하거나, 이펙트 효과가 넘칠 때 프레임이 떨어지는 경우는 거의 볼 수 없었다.



▲ 콘솔 태생 특유의 훌륭한 최적화 느낌은 그대로 살아있다.

하지만, 최적화와 관련된 부분이 아직 완벽하게 정돈되진 않았다. 울트라 옵션 기준으로 '갓 오브 워'는 구동 내내 10GB라는 RTX 3080의 V램을 전부 활용하고 있었는데, 메모리 누수가 있는지 아주 가끔 전혀 뜬금없는 부분에서 프레임이 심각하게 떨어지는 모습을 보여주었다. 16시간 정도 플레이하면서 두 번 정도 관측된 현상인 만큼, 차후 그래픽 카드 드라이버가 업데이트되거나 데이원 패치를 통해 해결할 가능성이 있지만, 그렇지 않을 경우 출시 초기엔 다소 뜬금없는 프레임 드랍을 겪을 수 있다.

또한, 자신있게 내세운 DLSS와 고해상도 텍스처는 사실 잘 와닿지 않는다. 당연히 더 좋아지긴 할 테지만, 원본 게임 자체가 그래픽에서 딱히 부족함을 보이지 않았던 만큼, 개선된 부분이 확 눈에 들어오진 않는다. 또한, '갓 오브 워'는 태생이 콘솔 게임인 만큼, 콘솔 개발 과정에서 일반적으로 쓰이지만 PC 게임에서는 딱히 활용하지 않는 다양한 최적화 방법이 도입되어 있다.



▲ 시선이 덜 가는 부분은 대충 처리하는 콘솔 특유의 최적화 방식 흔적은 PC 버전에도 그대로

어떤 장면에서 게이머의 시선이 집중될 만한 부분은 고해상도 텍스처를 활용하지만, 그렇지 않은 주변부는 대충 때워버려 하드웨어 부하를 막는 방법인데, 너티 독의 게임에서도 흔히 쓰이는 방법이다. 문제는, 이 부분을 다시 살리는 과정 없이 그대로 가져오다 보니 콘솔 버전과 마찬가지로 최적화는 괜찮지만 디테일을 모두 챙길 수는 없는 콘솔 태생 게임의 특징이 PC 버전에서도 그대로 보인다. 4K로 보든, DLSS를 적용하든, 크레토스는 여전히 피부 질감까지 느껴질 정도로 훌륭하지만, 화면 외곽을 날아다니는 나비는 저게 뭔가 싶을 정도로 대충 만들어져 있다.



▲ 개선이 눈에 잘 안 들어오는 이유가 원본도 좋기 때문이라는게 슬픈 부분

정리하자면, '갓 오브 워' PC 버전의 그래픽적 부분은 개선된 해상도와 프레임 레이트, 훌륭하지만 마감이 덜 된 최적화, 그리고 좋아졌지만 잘 느껴지지 않는 신규 적용 기술로 요약할 수 있다. 한 가지 확인하지 못한 부분은 스팀 페이지 상의 권장 사양인 i5 - 6600K, GTX 1060(6GB)의 사양에서 게임 구동을 해보지 못했다는 점인데, 이 부분은 다른 검증을 확인할 필요가 있다. 게이머로서 쌓인 내공을 기준으로 추측하면, 중간 옵션 정도로는 60FPS 고정이 가능하리라 추측된다.



의외로 잘 어울리는 키보드&마우스

솔직하게 말해 그래픽보다 더 걱정했던 부분인 조작계는 생각보다 훌륭하게 정돈되어 있다. '갓 오브 워'라는 게임이 넘버링을 떼고 장르 리부트를 거치면서 구작 3부작의 탑 뷰 방식 액션 어드벤처가 아닌, TPS에 가까운 숄더뷰 액션 게임이 된 까닭도 있겠지만, 갓 오브 워와 키보드& 마우스는 찰떡 궁합까진 아니어도 그럭저럭 어울리는 모습을 보여준다.

눈에 띄는 부분은 복합 버튼이 필요한 액션들이 전부 하나로 통합되었다는 것. 방어 버튼인 L1과 공격 버튼 두개 중 하나를 같이 눌러 시전하던 룬 스킬은 숫자키 3, 4로 간소화되었고, 스파르탄의 분노 또한 숫자키 5로 간편히 사용할 수 있다. 당연히 원래대로 버튼 두 개를 함께 누르는 방법도 가능하다. 키보드, 마우스 조작에서 유일하게 어색한 부분이라면 원거리 공격용 조준 버튼이 'Ctrl'에 배정되어 있다는 점인데, 공격 버튼 두 개를 활용하는 게임인 만큼 어쩔 수 없는 부분이며, 원할 경우 자유롭게 변경이 가능하니 큰 문제는 아니다.



▲ 참 쉽죠잉?

'진동이 없다'라는 큰 단점은 확실히 아쉬운 부분이지만, 생각만큼 크게 다가오진 않는다. 무릇 게임의 타격감은 진동 외에도 시각적 효과와 사운드, 카메라 떨림 등이 복합적으로 작용해 만들어지는 감각인데, 갓 오브 워의 경우 진동 외에도 타격감을 구현하는 다른 모든 부분이 훌륭하게 만들어져 있기 때문에 실질적으로 타격감의 감소는 크게 다가오지 않는다. 키마를 써서 도끼를 던지고 받아도 패드로 할 때처럼 손에 도끼자루가 착 하고 잡히는 듯한 느낌은 분명 있다. 패드 플레이처럼 대단하지 못할 뿐.

또한, 조작계를 점검하던 중 의외의 대인배적인 소니의 면모도 확인할 수 있었다. '갓 오브 워' PC버전은 소니의 퍼스트파티 개발사가 개발했고, PS 독점으로 시작했던 작품임에도 XBOX 패드를 완벽하게 지원한다. 단순히 구동만 되는 정도가 아니라 버튼 아이콘부터 조작계 설명의 이미지까지, 그냥 두 패드를 같이 쓰라고 만들어 둔 수준이다. 몇몇 독점 게임들이 PC 컨버전 과정에서 속 좁게 타사의 패드를 지원조차 하지 않거나, 아이콘 변경 없이 내놓던 것과 달리 XBOX 패드만 가진 이들도 전혀 무리 없이 게임을 즐길 수 있다.



▲ 경쟁사의 패드 이미지까지 넣어준 대인배스러움

정리하자면, '갓 오브 워' PC버전의 조작계는 굉장히 훌륭하게 옮겨졌다. 베스트는 듀얼쇼크를 물려 사용하는 거지만, 키보드와 마우스만 가지고 플레이한다 해도 게임이 불편하게 느껴지진 않는다. 진동의 부재가 아쉽지만, 마우스와 키보드가 덜덜 떨리는 건 사실 무리이기 때문에 이 점은 어쩔수 없는 부분이며, 퍼센티지로 느낌을 표하자면 키보드와 마우스로만 플레이해도 패드 플레이의 감각을 80% 정도는 느낄 수 있다. 경쟁사라 볼 수 있는 XBOX의 패드를 완벽하게 지원하는 건 게이머 친화적인 좋은 개선이라 할 수 있는 부분. 이거 하자고 듀얼쇼크나 듀얼센스를 굳이 살 필요가 없다는 건 확실한 장점이다.



게임 자체가 훌륭하니 길게 할 말이 없네

갓 오브 워 PC 버전은 이 정도로도 설명이 가능하다. 앞서도 말했지만, 게임 자체는 깔 부분이 없다. 우격다짐으로 만들어내면 한두 가지야 지적할 수 있겠지만, 굳이 그럴 필요를 느끼지 못할 만큼 이 게임은 여러모로 훌륭한 게임이다. 오죽하면 기록도 안남는 싱글 플레이 게임을 왜 하냐던 지인이 PS를 사게 만들었을까.



▲ 게임 자체로 살 가치가 충분하다.

때문에, 이 게임을 사야 하냐고 묻는다면 당연히 그렇다고 말하겠다. PS가 없어 게임을 해보지 못한 이라면 무조건 추천하는 게임이며, PS도 있고 이미 엔딩을 본 사람이라 해도 엔딩 보고 게임을 더 안했다면 한번 더 사도 되는 게임이다. 나 또한 이미 엔딩도 보고 수집 요소까지 다 클리어했던 게이머지만, 다시 하니 또 재밌다. 3년이 넘는 텀이 기억의 리셋을 가져다준 건지 새로 하니까 또 새롭고 재밌더라.

게다가, 가격까지 착하다. PC 포팅을 한 기존 콘솔 독점작 중 AAA급 게임의 정가인 6만원 이상의 가격을 받는 게임이 영 적지 않은 편인데, 갓 오브 워는 45,800원이라는 근거 없이 저렴한(?) 가격으로 책정되었다. 푼돈이라고 할 수는 없지만, 게임의 가치를 판단하면 전혀 비싸지 않은 가격이다.

그러니, 망설이지 않아도 된다. 2022년은 굉장히 많은 기대작이 줄을 선 해이며, 게이머라면 어차피 지갑은 망할 거다.. 대신 그만큼의 즐거움은 건질 수 있는 한 해일 테니, 기왕이면 이미 검증된 작품으로 올해를 시작하는 게 좋지 않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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