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획] 'FIFA22 루트박스 도박 아냐' 네덜란드 벌금 취소 파장은?

기획기사 | 강승진 기자 | 댓글: 23개 |
피파 얼티밋 팀 모드(FIFA Ultimate Team, 이하 FUT)에 포함된 팩이 도박법을 위반한다는 혐의로 네덜란드 법원으로부터 벌금형을 받았던 EA. 네덜란드 최고 행정 법원이 이 판결을 뒤집으며 EA의 손을 들었다.

네덜란드 국가 평의회는 현지 시각으로 9일 공식 자료를 배포하고 EA에 부가한 최대 1,000만 유로(한화 약 135억 원)의 벌금 판결을 뒤집었다고 밝혔다. 팩 대부분이 게임 참여를 통해 획득되고, 또 사용된다는 판단이 이번 결정의 큰 근거다.




지난 2019년 네덜란드의 도박 당국 이사회(Kansspelautoriteit, KSA)는 EA의 스포츠 게임 FIFA에 포함되어 있는 FUT의 팩이 확률을 통해 결정되고 경품에 따른 경제적 가치를 가진다고 판단했다. 즉, 확률 게임으로 본 셈이다. 이에 도박과 같은 성격의 게임 팩을 제공하기 위해서는 도박법(van de Wet op de kansspelen)에 따라 승인을 거친 라이선스가 필요했다는 게 KSA의 결정이었다.

2019년 헤이그 지방 법원은 이 문제에 KSA의 손을 들었다. 법원은 EA에 당시 가동 중인 FIFA19를 포함, 향후 발매되는 게임에도 도박법에 위반될 내용을 중단하도록 명령했다. 또한, 기간 내 명령을 따르지 않을 경우 주당 25만 유로(한화 약 3억 3천만 원)의 벌금을 부과하며 최대 500만 유로까지 끌어낼 수 있도록 했다. 이 명령은 게임 퍼블리셔인 EA와 판매를 담당하는 스위스 자회사에 함께 적용되어 벌금 규모는 최대 1,000만 유로에 달했다.

EA는 이 같은 결정에 이의 성명을 냈다. EA의 주장은 FUT 모드에 판매되는 팩이 도박법이 규정하는 우연성에 결정되는 게임이 아니라는 입장을 내놓았다. 판매되는 팩이 FUT 모드의 일부이며 별도의 게임은 아니라는 주장이었다. 또한, 팩 대부분은 게임 플레이를 통해서 획득할 수 있으며 내용물을 경품이나 경품의 대상으로 보는 것은 부당하다고 밝혔다.

EA는 공식 성명문을 통해서는 '우리는 게임에 돈을 쓰도록 강요하지 않는다'라며 이번 결정의 부당함을 플레이어에게 주장하기도 했다.

하지만 2020년 3월 법원은 EA의 이의제기를 근거가 없는 것으로 보고 기각했다. 그들은 EA가 게임에서 제공하는 팩이 플레이어가 개봉하는 방식을 통해 과정에 참여한다고 지적했다. 또한, 잠재적으로 높은 경제적 가치를 지니는 팩에서 아이템을 획득할 수 있는 팩의 아이템이 내부 이적 시장은 물론 블랙마켓에서 거래될 수 있다고도 판단했다. KSA가 도박법에 의거, 집행 권리를 가질 수 있다는 의미다.




다만, 최고 행정 법원인 국가 평의회 행정관할부의 판단은 달랐다. 그들은 게임 팩과 FUT 모드를 별도의 것으로 보는 법원의 가정이 잘못됐다고 주장했다. 팩의 상당 부분이 현금 재화가 아니라 게임 플레이를 통해서만 얻을 수 있기에 팩을 열기 위한 전제 조건이 게임플레이라고 봤다. 또한, 팩 구매가 FUT 모드와 별도로 서비스되지 않는 점도 지적했다.

특히 행정관할부는 팩을 통한 아이템 등의 획득이 단순히 그 자체가 아니라 게임에 기회 요소를 더하는 것이라고 봤다. 팬과 내용물은 가상의 축구 경기를 하기 위한 수단으로 쓰인다는 점을 눈여겨본 셈이다. KSA의 주장이 이 부분이 잘못됐다는 것을 제대로 증명하지 못했다고도 꼬집었다.

아울러 블랙마켓에서 거래되는 것 역시 개별 팩이나 내용물이 아니라 완전한 계정 거래에 중점을 둔다며 팩 판매를 FUT 모드와 별개로 보는 것은 부당하다고 주장했다. 이에 행정관할부는 법원이 EA에 부과한 과태료를 취소한다고 전했다.

EA는 이번 발표에 '게임의 어느 부분도 네덜란드 법에 따른 도박으로 간주될 수 없다는 우리 믿음을 확인시켜준 결정'이라고 반겼다.




2010년대 중후반, 재화를 내고 무작위로 아이템을 얻는 루트박스 거래가 게임에 다수 포함되기 시작하며 이를 도박으로 볼지에 대한 논의는 전 세계로 확대됐다. 이에 여러 국가에서 확률형 아이템의 규제 움직임을 펼쳤고 네덜란드는 벨기에와 함께 루트박스 판매와 아이템 이전의 불법 의견을 일찌감치 발표한 국가 중 하나였다.

2018년 KSA는 루트박스를 도박으로 구분하는 표준을 발표하고 콘텐츠 양도가 가능한 루트박스에 대해 도박법 및 해당 규정을 따라야 한다고 밝힌 바 있다. 또한, EA FIFA와 관련된 법원의 판결은 게임의 유럽 서비스 시 규제를 피하기 위한 예로도 여겨지며 게임 내 시스템 기획에 기준이라는 평을 받기도 했다.

다만, 일각에서는 이번 결정에도 루트박스와 이를 통한 게임사 수익과의 관계에 대한 논의는 계속 이루어질 것으로 내다봤다.

네덜란드 국가 평의회 행정관할부의 이번 결정은 KSA가 도박으로 규정한 '콘텐츠 양도가 게임에 불가능하다는 점'과 팩이 게임 플레이를 목적으로 구매된다는 데 근거를 두고 있다. 실제로 루트박스가 포함된 게임도 게임 외 거래소나 아이템 직접 거래 등이 이루어지지 않는 게임의 수가 많은 만큼 도박으로 쉽게 규정하기 어려운 모양새다.




하지만 현금화 외에도 낮은 확률에 기댄 무작위성과 정신 건강에 관한 우려도 커지도 있다. 영국의 상원 도박위원회는 2020년 '바로 움직여야 할 때'라는 특별 보고서를 제출, 도박의 위험성을 언급하며 게임 내 루트박스를 포함시킨 바 있다. 또한, 보고서는 도박으로 간주되는 다양한 문제들이 청소년에게 영향을 미친다며 '아이들에게 도박을 가르친다'라고 강도 높게 비판하는 내용을 담기도 했다.

루트박스 규제 움직임을 보이는 국가에서 이번 결정으로 경품과 현금화가 아니라 정신 건강 부분에 더 초점을 두고 루트박스의 문제점을 지목하려는 움직임이 거세질 것이라는 예측도 나온다.

한편, 독일에서 열린 개발자 회의 데브컴에서는 개발자들의 안이함이 루트박스의 확대를 이끈다는 주장이 나오기도 했다. 독일의 개발자 토이트 바이데반은 아무도 루트박스를 원하지 않지만, 리소스 감소나 적은 노력으로 많은 콘텐츠를 구현할 수 있는 시스템적 편리함이 루트박스 문제를 키운다고 주장했다.

단, 여러 지적에도 편의성에 따른 루트박스의 수익 증대 효과는 확실하다. EA는 지난 2021년, FUT의 순수익을 공개한 바 있다. 회계연도 2021년 한 해 동안 FUT는 EA 전체 순수익의 28.9%를 차지, 사실상 회사의 핵심 콘텐츠임을 증명한 바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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