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상에서 가장 안전한 게임쇼란 이런 걸까?

게임뉴스 | 정재훈 기자 |



일단 뭐가 되었든 행사를 하면 으레 응급 처치 부스가 따라온다. 하다 못해 시골 분교 운동회를 해도, 양호실 핫라인은 만들어둔다. '골든 타임'이 그리 중요하다. 늦은 후에 아무리 좋은 병원에서 치료를 받아도 시간 내에 행하는 응급 처치보다 효과가 적기 마련이니까.

그래도, 일반적으로 의료 공간은 행사장 밖 어딘가나 구석에 붙어 있기 마련이다. 만에 하나를 대비하기 위함이니 존재하긴 하지만, 괜히 복잡해서 좋을 게 없는 공간이다 보니 행사장 중간에 떡 하니 놓여 있는 경우는 매우 드물다.

그런데 이건 좀 다른 경우다. 의료 공간이 존재하는 것을 뛰어넘어 행사장 안에 119 대원들이 왔다. 게다가 행사 참관객들에게 CPR과 방재법을 가르친다. '플레이X4'는 분명 의료 박람회가 아닌 게임쇼인데, 이러다 가벼운 부상은 셀프 서비스로 치료하게 생겼다. 도대체 뭐지?



▲ 예비역이라면 흠칫할 수밖에 없는 광경이 시선을 사로잡는다. 거기 빨간 옷 입으신 분!

잊을 수가 없다. 동미참 예비군 훈련을 받아 본 이라면, 아니 그냥 군대 갔다 왔으면 다 해봤을 그것을 게임쇼 한복판에서 하고 있다. 솔직히 말하면, 저 구급법 체험이 아니었으면 내가 이 기사를 기획할 일이 없었을 거다. 보는 순간 '뭐지?'싶었고 정신 차려 보니 안을 둘러보고 있었다.

훈련에 나선 분들은 현직 소방관분들. 가장 윗 사진의 차량은 실제로 굴러가는 차인데, 주로 초등학교나 아동 대상 행사 등을 방문해 기본적인 방재법을 가르치곤 한단다. 이런 멋진 분들이 있나? 아시는 분들도 많을 거다.

모르는 이들은 대충 가슴좀 누르고 숨 불어넣어주면 되는 줄 알지만 구급법은 생각보다 체계적이고 자세가 엄격하다. 팔이 쭉 펴져 직선이 되지 않으면 힘이 들어가지 않고, 기도 확보나 규칙적인 반복의 필요성, 그리고 "거기 모자 쓰신 분!"처럼 배워야 아는 것들도 많다. 정말 드문 일이지만, 어쩌면 한 생명을 살릴 수도 있다는 것.



▲ 나름 알아야 할 게 많은 구급법




▲ 주로 저연령층 아동을 대상으로 하기에 꽤 귀여운 편이지만




▲ 의외로 실전용 방염복(교육용)과 산소통도 볼 수 있다




▲ "한 번 입어 보실래요?"
"아뇨..."

하지만, 이게 다가 아니다. 119 부스의 백미. 바로 첫 장에서 보여준 차량이다. 일상 생활에서 쉽게 마주하거나, 적절한 대처가 필요한 중대 재해 상황에 대한 대처법을 요약한 후, 이것들을 하나로 뭉쳐서 비비고 적당히 차 모양으로 빚어내면 아마 이 차가 나올 거다.

따라다라따~ 따 따라라라~(30대 특징, 어디 들어갈때 입에서 이 음악 나옴)



▲ 가장 먼저 눈에 띄는 도식도, 화재 시 뭐가 어떻게 되고, 탐지 설비는 무엇이 있는지 한 눈에 보여준다




▲ 직접 써보진 않았지만 위기탈출 넘버원을 체험하게 해주는 VR부터




▲ 실제로 센서가 연결된 소화기로 체험하는 화재 진압 시뮬레이터까지(잘한다고 칭찬들었다. 뿌듯)




▲ 실제로 접하면 섬뜩하겠지만




▲ 그렇다고 외면하기보단 꼭 알아 두면 좋을




▲ 어린이용 맞춤 생존 팁으로 가득 차 있다.

객관적으로 보면 아무리 좋게 말해도 행사장 내 어떤 부스보다도 재미는 없다. 온갖 놀거리가 가득한 게임쇼에서 구급법이나 방재법을 알고 싶어 하는 사람이 얼마나 될까? 그럼에도 줄을 서서 체험을 기다리는 학부모나 아이들은 적지 않았다. 솔직히 나라도 가족 단위로 왔으면 한 번쯤 해보고 지나갔을 터였다.

비록 재미는 조금 떨어질지언정 살면서 한 번쯤은 배워야 할, 그리고 배워 두면 언제 어디서 누군가의 생명의 은인이 될 지 모를 값진 지식임은 부정할 수 없을 테니까. 그래서일까? 체험을 끝내고 다시 정면으로 돌아가 바라본 부스는 처음 생각처럼 어색해 보이진 않았다. CPR 체험은 민방위 대원으로서 살짝 그렇긴 했지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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