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리뷰] 세상 복잡한 길 만들기, '도로를 고쳐주세요'

리뷰 | 박광석 기자 | 댓글: 4개 |

이 세상의 길을 만드는 모든 이들의 노고에 감사드립니다



분기마다 진행되곤 하는 도로 공사의 이미지를 떠올려보면, 항상 교통정체, 소음, 불편 같은 부정적인 이미지가 먼저 떠오르곤 합니다. 정비가 모두 완료되고 나면 쾌적함과 편리함이 따라올 것이 분명한데도 말입니다. 사실 그도 그럴 것이, 해당 직종에 어떠한 형태로든 직접 참여하지 않는 이상, 도로 정비라는 작업이 얼마나 고된 일인지 일반적으로는 알 방도가 없습니다. 차들이 쌩쌩 달리는 도로 위에 라바콘 몇 개 세워두고, 내리쬐는 태양 빛과 아스팔트로부터 뿜어져 나오는 복사열을 견디며 온종일 작업에 매진해야 하는 그 고됨을 어찌 모두 헤아릴 수 있을까요.

여기 도로 정비를 게임의 형태로 풀어낸 신작이 있습니다. 'Please Fix The Road', 한국어로는 '도로를 고쳐주세요'라는 지극히 단순하고 직관적인 타이틀의 게임입니다. 다소 거창하게 이야기했지만, 사실 직접 도로에 나가서 위험을 감수하거나 몸을 움직이지 않아도 되는, 단순한 퍼즐 게임입니다. 하지만 도로를 정비한다는 것이 얼마나 복잡하고 어려운 것인지, 그것만큼은 십분 이해할 수 있는 게임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게임명: 도로를 고쳐주세요 (Please Fix The Road)
장르명: 퍼즐
출시일: 2022. 6. 11.
리뷰판: V1.0
개발사: Ariel Jurkowski
서비스: Ariel Jurkowski
플랫폼: 스팀
플레이: PC

관련 링크: 'Please Fix The Road' 메타크리틱 페이지 / 오픈크리틱 페이지


노면 파쇄기와 로드롤러 소음 걱정 X, 마음이 편안해지는 도로 공사


'도로를 고쳐주세요'에는 총 150개의 도로 공사 퍼즐이 등장합니다. 모든 레벨에서 출발점과 도착점이 제시되고, 플레이어는 정해진 움직임을 수행하여 망가진 도로를 고쳐 자동차나 보트, 동물, 기차가 도착점까지 안전하게 이동할 수 있도록 해야 합니다.

도로를 고칠 때 플레이어가 활용할 수 있는 동작은 생성, 파괴, 회전, 복사, 교환, 올리기, 내리기, 밀기 등이 있습니다. 대부분이 블럭 형태로 구분된 지형을 재배치하는 과정에서 효과적으로 활용할 수 있는 것들이죠. 퍼즐에 사용되는 로직이 조금 많아서 복잡하지 않을까 걱정할 수 있는데요. 마우스 하나로 모든 조작을 할 수 있다고 생각해도 무방합니다. 오늘날의 퍼즐게임들이 응당 그렇듯, 스테이지 속 퍼즐의 복잡함을 제외한 이외의 부분은 누구나 언제든 쉽게 접근할 수 있도록 단순한 구조로 꾸며졌습니다.





▲ 구조물을 배치하거나 땅의 높낮이를 바꾸는 등, 새로운 길을 만드는 다양한 시공법이 등장합니다

최근엔 퍼즐 풀이 과정에서 일말의 힌트를 제공하지 않는 작품이 많은데요. 이러다 보니 기분 전환을 위해 퍼즐 게임을 시작했지만, 오히려 스트레스만 쌓이게 되는 일이 많았습니다. 인터넷 공략을 뒤져 선구자들이 남겨둔 파훼법을 찾거나, 혹은 모든 퍼즐을 전부 해결하지 못한 채 그만두게 되는 경우도 다반사였죠.

하지만 '도로를 고쳐주세요'에서는 이러한 걱정을 할 필요가 없습니다. 플레이어가 자신의 역량에 맞춰 퍼즐 풀이에 임할 수 있도록 지원해주는, 매우 효과적인 힌트 시스템을 채택하고 있기 때문입니다.

하나의 퍼즐이 총 10단계의 순서로 이루어졌다고 가정했을 때, 문제풀이에 막힌다면 10단계 중 7단계에 해당하는 풀이까지 하나씩 확인할 수 있게 되어 있습니다. 학창시절에 문제집 제일 뒷장에 마련된 해설지를 보며 문제 풀이법을 배웠던 것을 떠올리면 이해하기 쉽습니다.

도저히 어디에 먼저 손을 대면 좋을지 모르는 막막한 상황에서 마냥 답답해하거나 포기하지 않아도 되는 것이 '도로를 고쳐주세요' 속 도로 공사 퍼즐의 특징인 셈입니다. 어렵게만 느껴졌던 퍼즐도 힌트를 하나씩 따라서 가다 보면 누구나 해답을 발견하고, 다음 단계로 넘어갈 수 있게 되어 있습니다. 개인적으로도 퍼즐게임 속 초반부의 퍼즐을 재미있게 즐기다가 후반부로 가서 막혀버리는 일을 많이 겪었는데, 이러한 점에서 이 게임 속 힌트 시스템은 참 감사하게 느껴지는 기능이 아닐 수 없었습니다.

▲ 막히는 것 같다면 부담 없이 '힌트'를 사용할 수 있습니다. 따로 돈 받는 거 아니니 편하게 써보세요!

또 하나의 강점은 플레이어가 온전히 퍼즐에만 집중할 수 있도록, 편안한 분위기로 채워진 게임 플레이에 있습니다. 대형 공사 장비들이 활용되는 도로 정비의 일반적인 이미지와 달리, 이 게임은 도로 정체나 시끄러운 소음을 유발하지 않습니다. 오히려 새소리와 물소리, 잔잔한 배경음악과 편안한 비주얼로 플레이어가 심신의 안정을 찾는데 도움을 줍니다. 퍼즐 게임이면서, '힐링 게임'의 성격을 가지고 있는 셈이죠.

눈에 부담을 주지 않는 다채롭고 간결한 비주얼 요소들이 게임 전반에 가득 채워졌으며, 카페에 앉아있는 것 같은 여유로운 배경음이 끊임없이 흘러나오고, 가장 중요한 퍼즐 부분에서는 플레이어의 스트레스를 최소화하고자 한 개발자의 노력이 엿보입니다. 정리하자면, '도로를 고쳐주세요'는 플레이어에게 스트레스를 주지 않는 '휴양지' 같은 게임이라고 할 수 있겠습니다. 소음이 가득한 도로 공사의 이미지와는 완전히 상반된다는 점이 조금 아이러니하게 느껴지는 부분이지만 말이죠.






세상은 넓고 손봐야 할 도로도 많다지만, 주변 풍경도 보면서 가자고요!






게임의 좋은 점을 보았으니, 이번엔 다소 아쉽게 느껴지는 부분도 함께 살펴보겠습니다. 사실 단점이라고 말하기보다는 호불호가 갈릴 수 있는 영역으로 보는 게 더 적합할지도 모르겠습니다.

첫 번째는 게임 내 퍼즐 외 부가 요소가 전혀 없다는 점입니다. 여기서 말하는 부가 요소란 플레이어의 몰입을 도와주는 스토리와 내러티브, 지난 퍼즐을 더 적은 움직임 만에 풀어내는 식의 타임어택, 리더보드, 경쟁 콘텐츠 등을 뜻합니다. 실제로 게임을 플레이해보면, 150개의 퍼즐을 하나씩 풀어가는 것 외에 다른 부가 요소를 일절 찾아볼 수 없습니다. 게임이 제공하는 것은 BGM 볼륨과 비주얼 옵션 조절, 그리고 이전 퍼즐 다시하기 정도에 그칩니다.

퍼즐 게임이라고 하더라도 플레이어가 도로 공사를 하게 된 이유라든지 목표 등을 스토리나 대사로 제시해준다면, 플레이어는 퍼즐 풀이에 더 몰입할 수 있게 됩니다. 하지만 현재의 '도로를 고쳐주세요'는 플레이어가 왜 도로를 고쳐야 하는지, 마땅한 이유를 제시해주지 않습니다. 뚜렷한 동기부여가 없는 셈이죠.



▲ 밋밋함을 줄이기 위한 스테이지 연출이 들어갔지만, 신선함은 초반 몇 번에 그칩니다

물론 장르가 장르인 만큼 이를 무조건 단점이라고 할 수는 없습니다. 퍼즐 게임의 본분인 퍼즐에만 집중하면 됐고, 다른 부차적인 것들이 오히려 게임을 무겁게 만든다고 생각하는 이들에게는 더할 나위 없는 강점이 되기도 합니다. 실제로 이 게임은 생략에 생략을 거듭하여 게임의 대문인 메인 화면도 없앴습니다. 게임을 껐다가 다시 켜도 유니티 엔진으로 만들어졌다는 표시만 나오고, 바로 이전 퍼즐을 그대로 이어 할 수 있습니다. 웬만한 모바일 게임들보다도 더 간단하게, 언제든 끝내고 언제든 다시 시작하는데 최적화되어 있죠.

두 번째 아쉬운 점은 다소 획일화된, 딱딱하고 경직된 퍼즐 풀이에 있습니다. '도로를 고쳐주세요' 속 퍼즐은 특정 타일을 정해진 순서대로, 정해진 조작대로 움직여야만 해결할 수 있는 것들이 대부분입니다. 매 스테이지마다 요구하는 조작과 그 조작을 이행할 수 있는 횟수, 순서가 고정되어 있기 때문에 한번의 허튼 움직임도 용납되지 않고, '나만의 퍼즐 풀이'에 도전해볼 수 있는 여지가 거의 없습니다.

이러한 특유의 딱딱함 때문인지, '도로 공사 퍼즐'에서 느낄 수 있었던 신선한 매력은 게임 전체 분량의 딱 중간 정도에 해당하는 80 스테이지부터 크게 감소합니다. 이쯤부터 새로운 조작법도 등장하지 않고, 끝까지 기존 로직의 응용 풀이로 이루어지기 때문입니다. 물론 퍼즐 구성의 복잡도와 난이도는 계속 올라가지만 말이죠.

맵의 구조를 보고 복잡한 계산을 머리 속에 그려 개발자의 의도를 파악해내는 방식의 퍼즐 풀이가 성미에 맞다면 분명히 재미를 느낄 수 있겠으나, 플레이어의 조작이나 창의성이 일절 반영되지 않는 정형화된 퍼즐이 다소 답답하게 느껴진다면 '도로를 고쳐주세요' 속 퍼즐이 취향에 맞지 않을 가능성도 있습니다.



▲ 시행착오라면 몇 번을 반복해도 되지만, 답은 정해져 있습니다





'도로를 고쳐주세요' 속 150개의 퍼즐은 사람에 따라 많다고도, 적다고도 느껴질 수 있는 분량입니다. 하지만 10,500원의 게임 가격과 3시간 이상이 보장되는 플레이 타임을 생각하면 충분히 합당한 분량이라고 볼 수 있습니다. 물론 모든 풀이 과정 하나하나에 몰입하고, 하나의 힌트 사용 없이 자력으로 진행한다면 더 오랜 시간 즐길 수 있을 것이 분명합니다.

게임 속 150개의 퍼즐은 한 번에 몰아서 모두 풀기보다, 하루를 마무리는 과정에서 가볍고 소소하게 조금씩 즐기는 것이 더 바람직할 것으로 보입니다. 중간에 멈춘다고 해서 몰입이 끊길 만한 스토리 요소도 없고, 각 풀이에 기록을 매기는 시간제한 개념이나 빠르게 풀어냈을 때 달성할 수 있는 별도의 도전과제도 존재하지 않기 때문입니다.

이러한 요소들은 퍼즐이라는 공통분모를 가진 플레이어들이라 하더라도 각자의 성향에 따라 분명히 호불호가 갈릴 수 있는 것들이므로, 자신의 퍼즐 풀이 성향이 어느 쪽에 더 가까운지 게임 구매 전에 미리 생각해볼 필요가 있습니다. 도로 공사의 고됨을 간접적으로나마 체험해볼 수 있었던 신작 '도로를 고쳐주세요'가 당신의 취향에 맞는, 또 하나의 멋진 퍼즐 게임이 될 수 있기를 기대해봅니다.









  • 150종에 달하는 흥미로운 도로 공사 퍼즐
  • 초심자를 위한 강력하고도 유용한 힌트 기능
  • 말랑말랑한 비주얼과 감미로운 BGM
  • 독자적인 풀이 없는 딱딱하고 경직된 레벨
  • 스토리, 퀘스트, 대사 등 부가요소 없음
  • 2회차를 위한 특전이나 유인 요소 부재

리뷰 플랫폼: PC (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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