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취재] 안녕, 아르보레아...그리고 즐거웠어! 추억 가득한 테라, PC 서비스 종료

게임뉴스 | 오재국 기자 | 댓글: 123개 |
강산도 변한다는 적지 않은 시간을 이어온 PC 테라의 서비스가 6월 30일 종료되었습니다. 슬프게도 엘린을 상징하는 테라, 아니 테라를 상징하는 엘린도 이제 볼 수 없죠.

테라는 2011년 정식으로 출시하면서, 당시 PC 온라인 시장에 흔치 않았던 논타겟팅 MMORPG 장르를 본격적으로 알린 선두 주자였습니다.

지금 봐도 크게 떨어진다고 생각되지 않는 몽환적인 그래픽, 논타겟팅 특유의 조작감을 기반으로 한 손맛 있는 전투, 그리고 생각보다 재미와 감동까지 챙긴 볼만한 스토리까지. MMORPG 장르를 오랜 시간 즐길만한 요소들은 충분했고, 그만큼 좋든 싫든 다양한 추억들이 게임에 녹아있다고 생각이 되네요.




▲ 콘셉 아트가 아닌 실제 인게임 사냥터 모습! 몽환적인 분위기 표현이 압권


최근 테라 인벤 커뮤니티를 통해 진행한 마지막 추억 공유 이벤트에서도 이런 모습은 어렵지 않게 찾아볼 수 있었습니다.

다 소개해 드리긴 어렵지만 몇 가지 기억에 남는 게시글을 회상해보면, 유독 자기애 넘치는 셀프 이미지부터 파티나 친구, 혹은 길드원들과 함께 찍은 사진 등 많이 공유해 주셨더군요. 사실 남는 건 사진이죠!

아무래도 자신의 캐릭터에 대한 애정 가득한 사진들이 많았던 건, 워낙 테라라는 게임 자체에서 제공하는 다양한 커스텀 요소로 인해 꾸미기에 진심인 분들도 많았기 때문이죠.

특히 게임을 직접 플레이하지 않은 사람도 그 이름은 들어본 매력적인 엘린이라는 존재는 테라를 견인한 효녀였다고 할 수 있는데요. 그래서 섹시한 매력의 케스타닉, 귀여운 포포리, 야성미 넘치는 아만, 무난한 하이엘프와 인간 유저에 비해, 여러 콘셉트의 엘린 사진 비율이 압도적이었습니다.




▲ 사실 기자 또한 육성한 아이들 중에는 엘린과 케스타닉이 가장 많았다



▲ 동글복실한 포포리도 많은 인기가 있었던 종족(추억공유-오뚱보)



▲ 언급 안 된 종족이 있던가? 몹인 줄 알았네는 식상하니 보스인 줄 알았네...(추억공유-패왕항우)



▲ "안뇨옹..나의 추억이 되어줘서 고마워"(by. 겨울)



▲ 추억 공유 - 이성준 / JordanWannab



▲ 언젠가 새벽에 여기저기 돌아다니면서 스샷을 찍으며 재밌었던 날...(추억공유-뻥튀기)



▲ 대학 생활을 같이 보내줬던 오래된 친구...(추억공유 - 오리날다, 베릴님, 우왁굳, 코테가와유이)


무엇보다도 테라는 던전 위주의 파밍 시스템을 가지고 있는 만큼 탱커부터 딜러, 힐러까지 명확한 역할이 존재합니다.

따라서 함께 열심히 공략하며 파밍하던 친구나 길드원들과의 플레이는 더 추억에 남죠. 최근에는 어느 정도 난이도에 상한선을 두고 업데이트가 이뤄졌지만, 과거에는 악명 높았던 보스들이 제법 많았습니다.

샨드라 마나이아, 켈사이크 등 초창기 공략해본 유저라면 누구나 샷건 하나쯤은 품었죠. 어려운 만큼 성취감도 남달랐고, 도전하는 과정에서의 추억도 많았던 거 같아요.

처절한 트라이 경험, 숙련 힐러를 구하지 못해서 탱커와 딜러들이 울부짖었다는 켈사이크 등 시간이 제법 흘렸지만 에피소드와 함께 사진을 남겨주신 게시글이 제법 보였습니다.

그중에는 초유의 콘텐츠 삭제라는 결과를 가져온 검은(렉)틈 사진도 슬쩍 있었습니다. 당시 테라의 많은 유저들이 한꺼번에 몰리면서 게임 진행이 불가능할 정도로 어마어마한 렉을 유발한 기억이 아직도 뇌리에 남아 있는데요.

기자 역시 콘텐츠에 대한 아쉬움과 답답한 마음을 가지고 관련 기사까지 쓰기도 했는데, 이것도 작별을 앞둔 현시점에서 보니 또렷하게 남아있는 하나의 추억이네요.




▲ 사람도 많고, 렉도 많았던 그 시절 검은틈(추억공유-찤콩)



▲ "창기 10인으로 요새 상급 도전한 게 제일 기억에 남아요"(추억공유-갑빠)



▲ 필드쟁이 활발했던 이 시절 기억하시나요?(추억공유-체류)



▲ 힐러에게 많은 걸 바랬던 그 시절 검은탑 ...(추억공유-마치모카)



▲ "함께했던 길드원 모든 분께 감사드려요"(추억공유-은빛별시아)



▲ "다들 좋은 주말.. 행복한 마무리 하세요"(by.퀸예지)


이 외에도 오래된 게임만큼 특별한 지식이나 능력을 갖추고 테라인벤 내에서 활동해주신 분들도 많았습니다.

테라의 세계관과 방대한 스토리를 취미로 올려주신 회원님도 있었고, 던전 게임의 필수라고 할 수 있는 보스 패턴 공략 등 움짤이나 영상을 이용한 고퀄리티의 정보를 공유해 주신 분들도 기억에 많이 남는군요. 덕분에 기자도, 테라 인벤을 이용하는 많은 유저분들에게도 유익한 정보가 되어 감사한 마음이 큽니다.




▲ 원펀맨 아님 주의! 취미로 방대한 테라 스토리를 정리한 회원님도 기억에 남네요(by. Johannah)



▲ 많은 테라 인벤 유저들이 도움을 받은 수많은 공략들!


그리고 마지막으로 30일 서비스 종료 당일. 게임을 플레이하는 유저들 입장에서 사실상 PC 테라에 접속 가능한 마지막 시간이며, 추억을 마무리하는 시간이었죠.

사실 서비스 종료 발표 후 성장이나 장비, 꾸미기 등 다양한 아이템 지원과 함께 던전 플레이 등 대부분의 콘텐츠 제한이 풀렸습니다.

아쉬움이 남는 유저들이라면 게임에 접속해서 그동안 알고 지낸 친구나 길드원과 인사를 나누고 마지막 플레이를 즐길 수 있었는데요. 특히 인게임에서 제공된 마지막 퀘스트(Last Quest)는 오랫동안 게임을 즐겼고, 그로 인한 추억이 깊을수록 더 큰 감동을 느낄 수 있었을 겁니다.




이런저런 추억들을 회상하다 보니 서비스 종료 5시간 전, 그동안 익숙했던 게임 속 아르보레아 곳곳에는 하나, 둘 유저들이 모이기 시작합니다.

기자 외에도 많은 유저들이 황금 티켓을 납부(?)했던 리카노르 투기장에는 그동안 모았던 골드로 최후의 운을 시험하려는 승부사들이 여전히 출석했군요.

벨리카에는 아쉬움을 대신할 팻말들로 가득했고, 호전적인 유저들의 안식처이자 전장이던 벨리카 북문에도 추억하기 위한 인파가 제법 많았습니다. 북적이는 것이 싫은지, 초승달 마을 같이 한적하지만, 초보 시절 추억이 담긴 장소에서 소중한 사람들과 마지막을 하려는 분들도 있었습니다.




▲ 여윳돈이 생길 때마다 찾았던 리카노르 투기장! 여전히 승부사분들은 마지막 투표를...



▲ 그래도 마지막 응원은 성공했다



▲ 접속 종료 전 하나, 둘 팻말로 추억과 함께 마지막 메시지를 남기는 모습



▲ "북문, 사랑했다"



▲ 여기는 초승달 마을! 각자의 방식으로 마지막 순간을 함께하는 유저들



▲ 어느 장소를 가도 유저들과 팻말들이 반겨줬다(벌목꾼 마을)


대도시 이르카에는 바라카 광장에 많은 유저들이 모였습니다. 남아도는 메가폰을 버리거나(쓰거나), 폭죽을 터트리거나, 강화를 지르는 사람들도 있었죠.

풍유환이나 장신환, 용폭죽 등을 나누며 떠드는 모습을 보니 그동안 여유 없이 플레이한 건 아닌가 반성도 하게 되었는데, 보통 게임에 접속하면 던전같이 내가 할 일들만 하고 접속을 종료했던 것 같아요.




▲ 이르카에 모인 유저들!



▲ 공중에서 보면 진짜 너무 많아서 한 화면에 담을 수 없을 정도의 유저들이 모여있다



▲ 자신만의 방법으로 추억을 남기는 유저들...(남는 게 사진이긴 하지만 ㅠㅠ)


서비스 종료가 얼마 남지 않은 이 시간에 경매장에는 어떤 물건들이 남아 있는지 보니 싼 가격에 올라온 장비부터 캔디 등 나눔 수준으로 올린 분들도 많아서, 그동안 잘 안 썼거나 아까워서 구매하지 않았던 것들도 마구 쇼핑하는 즐거움이 있었습니다.

특히 저녁 7시부터는 중간중간 채팅창을 통해 유저들의 마지막 메시지를 전달해주는 GM 들의 시스템 알림 이벤트가 진행되었는데요. 올라오는 글들을 하나씩 보니 테라에 대한 유저들의 애착, 그리고 아쉬움이 진하게 묻어 있는 거 같았죠.

메신저 역할을 훌륭하게 수행한 GM 가이언[아룬의 영광 서버]은 이르카에 모습을 드러내기도 했는데 열심히 춤만 추다가 사라진 건 비밀, 나중에 스토킹하다보니 벌목꾼 마을이나 다른 한산한 채널을 열심히 돌아다니시더라구요.

이쯤 되니 다양한 장소에 모인 유저들은 채팅창을 통해 함께 사진 찍을 사람들을 구하는 파티도 있었고, 마지막으로 손맛을 보려고 던전을 공략할 최후의 용자들을 모집하거나 남은 시간을 카운팅 하는 유저 등 자정이 올 때까지 평소 같은 느낌이었습니다.

여기에 마지막 우편 선물로 폭죽 세트와 용 폭죽이 지급되면서 아르보레아는 그야말로 폭죽 소리가 끊이질 않았는데, 뭔가 북적북적 사람도 많고 진짜 축제 느낌이었죠.




▲ 평생 볼 폭죽놀이는 이날 다 본 듯



▲ 남은 골드로 경매장에서 실컷 쇼핑! 아담 패밀리끼리 찰칵



▲ 유저들의 마지막 메시지를 직접 확인하고, 손으로 타이핑해서 띄어주고 있는 GM들



▲ 이르카에 모습을 보인 GM 가이언! 춤 열심히 추다 사라짐...



▲ 파티찾기 창도 무려 5페이지


하지만 약속된 시간은 결국 오기 마련이죠. 저녁 11시 50분, 서버 종료 시간이 약 10분 이내가 되니 게임을 켜두고 다른 일을 하느라 잠수 상태던 유저들도 하나, 둘 움직이는 모습입니다.

사실 거의 1시간 넘게 이르카에서는 고생했다, 즐거웠다, 이제 끝이다, 잘자요 라는 인사가 계속되었지만 끝나는 순간 같은 공간에서 같이 인사하며 마무리 하는 게 국룰이죠. 이 순간을 위해 게임을 쉬고 있거나, 혹은 접었던 분들도 아르보레아를 찾아준 거 같아요.

언제나 그렇듯 이별의 순간은 짧습니다. 그렇기에 더 아쉬운 것 같아요. 이제 더이상 PC로 테라를 만나볼 수 없겠지만, 모든 유저분들이 테라에 대한 즐겁고 좋았던 추억들 간직하시기 바랍니다.




▲ 단합력 무엇? 서버 종료 전, 유저들의 마지막 장난. 용 폭탄도 팡팡 터지고, 서버도 펑펑 터지는 줄...



▲ 복잡한 1채널에서 2채널로 자리를 피한 GM 가이언의 마지막 인사



▲ 마지막 순간을 함께한 많은 유저분들! 그동안 즐거웠습니다



▲ 자고 일어나면, 다시는 볼 수 없을 아르보레아의 푸른 하늘을 마지막으로 담아본다



▲ 안녕...아르보레아, 안녕...테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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