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리뷰] 탄막 슈팅과 상점 운영, 두 마리의 토끼를 놓친 '네온 블라이트'

리뷰 | 정수형 기자 | 댓글: 8개 |

미완성 사이버펑크


미래를 다루는 사이버펑크 세계관은 현대, 판타지와는 또 다른 재미를 갖고 있다. 현대 기술로는 상상조차 할 수 없는 최첨단 무기로 적들을 쓸어버리고 신체를 반쯤 사이보그처럼 만들어서 신체의 한계를 초월한 움직임을 선보이기도 하니 말이다.

네온 블라이트는 이처럼 매력 넘치는 사이버펑크 세계관에 디스토피아를 더한 탄막 슈팅 어드벤처 게임이다. 반짝이는 네온 조명 아래에서 여러 가지 임무를 수행하거나 암시장 총기 상점의 주인으로서 총을 파는 등 다양한 활동을 즐길 수 있다. 던전 탐험과 상점 운영, 두 가지의 콘텐츠를 즐길 수 있게 한 게임은 이전에도 있었지만 결국 두 콘텐츠의 결합에서는 미흡한 모습을 보여왔었다. 과연, 네온 블라이트는 양면 되는 콘텐츠의 완벽한 융합과 사이버펑크 세계의 매력을 온전히 살린 게임일까.




게임명: 네온 블라이트(Neon Blight)
장르명: 탄막 슈팅 어드벤처
출시일: 2022.07.12
리뷰판: 1.0.2.13
개발사: Bleeding Tapes
서비스: Freedom Games
플랫폼: PC
플레이: PC

관련 링크: 메타크리틱 페이지 / 오픈크리틱 페이지



구르기 원툴 탄막 슈팅 액션

본격적인 얘기에 앞서 네온 블라이트의 플레이 흐름에 대해서 짚고 넘어가도록 하겠다. 플레이어는 암시장 총기 상점의 주인이자 세계를 지배하는 초거대기업에 맞서 싸우는 레지스탕스의 일원이다. 게임의 주요 목표는 초거대기업이 애타게 찾고 있는 궁극의 무기를 손에 넣는 것으로 이를 위해 필드를 돌아다니며, 부품을 찾아야 한다.

따라서 게임 플레이 스타일은 두 가지로 나뉜다. 하나는 필드에 나가 적을 쓰러트리면서 총을 줍고 보스를 격파하는 탄막 슈팅 액션이고 또 다른 하나는 필드에서 얻은 총을 상점에 진열해 손님에게 이를 판매하며, 돈을 모으는 상점 시뮬레이터이다. 상점 주인인 플레이어가 상점에 팔 물건을 얻기 위해 매일 밤마다 던전에 들어가는 문라이트와 비슷한 방식이지만, 낮과 밤으로 상점 운영과 던전 탐험을 강제했던 문라이트와 달리 네온 블라이트는 어드벤처 장르이기 때문에 시스템적으로 이를 강제하지 않는다.




우선 탄막 슈팅에 대해 살펴보도록 하자. 플레이어는 언제든 마을에 있는 차를 타고 필드로 날아갈 수 있으며, 반대로 필드에서 차를 타고 마을로 돌아올 수도 있다. 필드는 6개의 구역으로 나뉘어 있으며, 구역마다 지형의 특징과 등장 몬스터의 수준이 달라진다. 다음 지역으로 넘어가기 위해선 통행료를 내야 하며, 상위 지역일수록 더 많은 돈을 요구한다. 게임 내에는 별도의 레벨업 시스템이 없으므로 돈으로 지역별 레벨 디자인을 구분한 셈이다.

이 게임의 전투 스타일은 엔터 더 건전을 떠올리게 한다. 톱뷰 방식의 시점과 구르기로 적의 총알을 회피하는 방식, 빨간색의 적 탄환 등 엔더 더 건전을 플레이해봤다면 많은 부분에서 이를 참고했다는 것을 느낄 수 있다. 전체적으로 적이 쏜 탄의 속도가 일정하고 직관적으로 표시해둬 탄을 피하는데 어지럽거나 구분이 안 가는 등의 불편함은 없었다. 탄막 슈팅 게임으로서 기본적인 부분에선 충실했다.



▲ 나름 개그 요소도 있는 편

총의 종류는 꽤 다양했는데 권총부터 SMG, 샷건, 저격총, 유탄 등이 준비되어 있었다. 총을 사용할 때 딱히 제한 같은 건 없으니 만약 플레이 중에 습득했다면 자유롭게 사용해서 전투를 펼칠 수 있다. 다만, 기본으로 제공되는 권총을 제외한 나머지 총은 탄약을 갖고 있으며, 모든 탄약을 소모하면 해당 총은 쓸 수가 없다. 따라서 플레이어는 계속해서 더 좋은 총을 구하기 위해 적을 잡거나 뽑기, 상점 이용 등을 진행해야 하며, 탄약을 전부 소모한 총은 추후 상점에 판매해 추가적인 자금을 확보해야 한다.

총알로 무기의 횟수를 제한한 것은 게임의 밸런스 측면에서 고민한 흔적으로 보인다. 만약 총기의 탄약 제한이 없다면 초반에 운 좋게 고성능의 무기를 얻었을 때 게임의 난이도가 대폭 감소할 수 있기 때문이다. 제한된 탄창은 게임을 플레이하는 내내 새로운 총을 얻어야 한다는 목표 의식을 강조시키고 이는 총기 상점 주인이라는 주인공의 상황과 합쳐서 끊임없이 순환하는 판매 프로세스를 구축하는 데 큰 도움이 됐다.



▲ 빙글빙글 구르면서 돌면 대부분의 공격을 파훼할 수 있다

한편, 탄막 슈팅 그리고 총에 대해서 아쉬운 점이 꽤 많았다. 우선, 탄막 슈팅 게임치고 게임의 난이도가 너무 쉽다. 가장 큰 원인은 등장하는 적들의 종류가 적고 패턴이 너무 단순하다는 데 있다. 게임의 초반 지역에 등장하는 인간형 적은 중후반에도 꾸준히 등장하며, 지역마다 외형이 조금씩 달라지긴 해도 패턴 자체는 비슷하다. 그 외에 빠른 속도로 달려와 근접 공격을 하는 적, 광역으로 탄막을 형성하는 적, 레이저로 조준하다 빠른 속도로 탄을 발사하는 적 등 몇몇 패턴이 존재하지만, 게임을 하는 내내 참신하다는 느낌이 들진 않았다.

적의 패턴은 굉장히 단순한데 플레이어가 근처에 있으면 다가와서 총을 쏘고 이후 사거리에서 벗어나기 전까지 움직이지 않는다. 이 점을 이용한다면 적들을 뭉치게 해두고 주변을 빙글빙글 돌면서 총만 쏴도 손쉽게 없앨 수가 있었다.




특히, 구르기의 성능이 매우 좋아 적들의 단순한 패턴과 맞물려 게임의 난이도를 대폭 깎는 요인으로 자리 잡았다. 구르기는 별도의 쿨타임 없이 계속 사용할 수 있는 데 반해 굴렀을 때 무적 시간이 길고 구르는 거리도 준수했다. 아무리 많은 적과 탄막이 뿌려져도 몇 번 구르기만 하면 모든 공격을 피할 수 있으니 전투 자체가 굉장히 단조롭게 다가온다.

그나마 보스전은 준수하게 잘 만들어 부족한 탄막 슈팅의 재미를 어느 정도 채워줬다. 보스마다 차별화된 패턴이 존재했으며, 단순히 구르기 이상의 패턴 파훼를 요구하기도 해 아무 생각 없이 싸울 수 있는 상대가 아니었다. 따라서 사전에 높은 등급의 무기를 얻고 체력을 관리하는 등 만발의 준비를 해야 했으며, 클리어 이후 적당한 성취감을 느낄 수 있었다.



▲ 보스전에 너무 많은 힘을 쏟아버린 것일까

총의 경우, 종류가 제법 다양했지만, 총마다 뚜렷한 특징이 느껴지진 않았다. 샷건과 유탄 등을 제외하면 대부분의 총이 비슷한 투사체와 발사 방식을 갖고 있었으며, 피해량과 발사 속도로 무기의 성능을 구분해야 했다. 결국, 초반과 중후반의 플레이 스타일이 한결같이 비슷하다 보니 재미있게 느껴졌던 탄막 슈팅도 결국 지루해질 수밖에 없었다. 초반에 고성능의 무기를 얻을 수 있는 확률을 대폭 낮추고 높은 등급의 무기에 고유의 특징을 넣어 차별화된 총기 액션을 느낄 수 있게 해줬다면 후반에도 적당히 재미있는 탄막 액션을 느낄 수 있었을 것이다.

총의 디자인과 발사 방식에서 사이버펑크 세계관의 매력적인 설정을 느낄 수 없다는 점도 아쉬움을 더해준다. 현대보다 월등히 뛰어난 기술력을 갖춘 세계관이 바로 사이버펑크인데 왜 더블배럴 샷건을 쏴야 하고 단발 권총을 쏴야 했을까. 적어도 소형 레일건과 음파 발사기, 플라즈마 커터 정도는 쏴줘야 사이버펑크라고 할 수 있지 않을까 싶다.



겉핥기 방식의 상점 운영

다음은 네온 블라이트의 두 번째 핵심 시스템, 상정 운영에 대해 살펴보자. 플레이어는 암시장에 있는 총기 상점의 주인으로서 필드에서 획득한 다양한 총기에 직접 가격을 정하고 손님에게 판매할 수 있다. 상점은 플레이어가 돈을 벌 수 있는 가장 확실한 수단으로서 원활한 게임 진행을 위해선 상점 운영을 해둘 필요가 있다.

다만, 게임의 스토리에서도 꽤 중요한 비중을 맡은 상점의 콘텐츠는 생각보다 빈약한 편이었다. 우선, 상점 시스템이 너무 부실했으며, 전략적으로 이를 이용할 수 있는 어떠한 기준도 마련되어 있지 않았다. 특히, 상품 판매에서 이러한 부실함이 드러났는데 가령, 플레이어가 원가 150짜리 물건을 200에 올려도 살 NPC는 사고 안 사는 NPC는 사지 않는다. 이때 가격을 높게 측정하면 NPC들의 반응이 나타나긴 하는데 상점에 영향을 주는 요소가 전혀 없으니 팔릴 때까지 두면 알아서 사고 판매가 된다.



▲ 나만의 상점에 애착을 갖고 이름도 지었는데...

판매에 제한이 전혀 없다 보니 무작정 판매를 하게 되고 필드에서 총을 얻기도 꽤 쉬운 편이니 플레이한 지 1시간도 채 되지 않아서 5천 원 이상의 돈을 벌 수 있었다. 일반적으로 필드에서 판매하는 품질 좋은 총의 가격이 300~800원 수준이니 5천 원이면 어느 정도의 값어치인지 쉽게 유추할 수 있으리라 생각한다. 이후에도 계속해서 총을 판매하니 게임을 하는 내내 돈이 부족한 적이 한 번도 없었으며, 앞서 언급했듯 필드의 레벨 디자인을 돈으로 나눴던 것에 대한 의미도 상실돼버렸다.

또한, 상점을 업그레이드할 수 있는 요소로 창고 확장과 자동 판매 등이 있었는데 업그레이드 비용이 과도하게 비쌌으며, 굳이 이를 업그레이드하지 않아도 상점을 이용하는 데 큰 불편함은 없었다. 오히려 상점 업그레이드 비용을 벌기도 전에 게임이 끝나버리는 상황까지 올 정도였다.



▲ 그냥 대충 가격만 정해두면 알아서 팔린다

상점의 부가 콘텐츠로 꾸미기 기능이 있는데 꾸밀 수 있는 종류가 많은 편도 아니고 또 꾸민다고 해서 기능적으로 어떠한 이득도 볼 수 없으니 비싼 돈을 들여 상점을 꾸밀 생각도 하지 않았다. 후반에 돈이 남아돌아서 쓸 일이 없을 때 그냥 심심해서 몇 번 꾸며본 적이 전부였다.

결국 개발사가 만든 암시장의 총기 상점 주인이라는 타이틀은 그저 허울뿐이라고 느껴진다. 플레이어가 상점 이용으로 득을 보는 것은 단순히 돈뿐이며, 게임 내에 다른 시스템과 맞물려 극적인 재미를 주는 시스템이 존재하지 않는다. 상점을 간소하게 만들어서 경영에서 오는 스트레스를 줄이고 누구나 쉽게 이용하게 하려는 취지였다면 성공이겠으나 그 이상을 바라보고 만들었다면 전체적으로 상점 시스템을 손봐야 하지 않을까 싶다.



▲ 상점을 꾸밀수록 돈 많은 NPC가 찾아왔다면 어땠을까





위에서 따로 언급하지 않았지만 이 밖에도 네온 블라이트에서 아쉽게 느껴진 점이 많았다. 인디 개발사에서 만든 게임이라는 점을 고려해도 인터페이스는 너무 조잡했으며, 특정 폰트가 겹치는 문제도 존재했다. 한글화를 지원하는 게임이긴 한데 구글 번역기를 검수도 안 하고 적용한 느낌이라 존댓말과 반말이 뒤섞여 있고 간혹 의미 자체를 이해할 수 없는 문장도 존재했다.

스토리는 과거와 현재를 교차해서 보여주는데 전개 방식에 기준이 없고 너무 중구난방이라 주인공의 상황에 깊게 공감하기 어려웠다. 뜬금없이 옛날에 적이었던 범죄자가 무기를 찾아달라고 부탁하는데 그걸 내 인생의 목표로 설정하는 주인공에게 무엇을 느껴야 했을까. 그나마 큰 틀에서 본다면 사이버펑크다운 스토리 진행 방식, 그리고 각종 설정이 어우러져 어느 정도 이해만 된다면 썩 나쁘진 않았다.



▲ 스토리에 너무 뜬금없는 전개가 많다

그리고 무엇보다 현재 네온 블라이트의 가장 큰 문제점은 버그이다. 이미 앞서 스팀 구매자들의 비평 대부분이 버그의 불편함을 호소하고 있다. 이게 어느 정도냐면 침대를 이용해야 하는 퀘스트가 있는데 침대에 눕는 순간 게임이 튕긴다. 그 밖에도 간헐적으로 계속 시스템 오류로 튕기는 문제가 발생하고 있으며, 자동 저장에도 문제가 있어 자칫하면 몇 시간 플레이한 내 데이터가 한순간에 날아가 버릴 수 있다.

현재 개발사는 이러한 문제점을 인식하고 발 빠르게 버그를 고치는 중이긴 하다. 앞서 언급한 침대 오류도 지금은 고쳐진 상태다. 하지만 게임의 평가가 부정적이 돼버리는 것까지는 막을 수 없었다. 얼리엑세스가 아닌 정식 출시를 목표로 게임을 출시했다면 적어도 게임 플레이에 치명적인 버그 정도는 고쳐야 하지 않았을까 싶다. 게임을 구매한 게이머는 무료로 QA를 해주는 존재가 아닌 소중한 고객이다. 내 돈 내고 구매한 상품에 하자가 있다면 그 누가 좋아할까. 게임을 출시하기 전, 게이머의 시선으로 한 번 더 게임을 바라봤다면 지금보다 더 나은 사이버펑크 탄막 슈팅 게임이 되었으리라 생각해본다.



  • 기본기에 충실한 탄막 슈팅 액션
  • 누구나 쉽게 다룰 수 있는 상점 운영
  • 이해할 수 없는 스토리 전개 방식
  • 단조로운 총 종류와 단순한 적 패턴
  • 각종 버그와 조잡한 인터페이스

리뷰 플랫폼: PC (1.0.2.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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