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수첩] 또 로그라이트 생존 덱빌딩

칼럼 | 강승진 기자 | 댓글: 5개 |
주머니를 아무리 뒤진들 게임에 쓸 돈은 한정적이다. 무료로 즐길 수 있는 F2P 게임에 새로 해볼 신작은 넘친다. 당연히 돈 쓰는 입장에서는 똑같은 돈 쓰고 오래 플레이할 수 있는 게임이 더 이득인 것처럼도 보인다. 게임사 입장도 비슷하다. 세부적으로 파고들면 따져보아야 할 게 한둘이 아니긴 하지만, 플레이어가 오래 게임을 붙잡고 있을수록 게임에 투자할 의지는 커진다. 또 게임에 대한 애정은 자연스레 바이럴로 이어진다. 이 '갓겜 좀 하세요'라면서.

플레이타임의 중요성이 커지며 자연스레 생존 게임, 로그라이트 액션, 덱빌딩 등이 업계 주류 장르로 떠올랐다. 효율성을 이유로 들며 말이다.




이들 장르는 반복이라는 게임 구조 안에 무작위성을 더하는 식으로 유저가 손에 넣을 성취감을 높인다. 분명 이미 획득한 적 있는 아이템, 장소라도 앞에 어떤 여정이 있었고, 앞으로는 어떨지에 따라 분명 다른 경험을 전한다. 이야기 중심의 게임이라면 한 번 본 이벤트, 인물과 장소가 주는 새로운 즐거움은 분명 덜한 것과 비교하면 '재활용 가능성'이 높은 셈이다.

돈 많고 인력 풍부한 대형 게임사, 흥행이 보장된 AAA 후속작은 양으로 밀어붙이는 승부가 가능하다. 그들은 자연스럽고 훌륭한 연출로 10시간 이상 분량의 싱글플레이 게임을 만들 수 있다. 완전 클리어 100시간 이상의 오픈 월드를 만들기도 하고 서비스와 지속적인 관리가 필요한 대형 라이브 서비스 게임을 만들 수도 있다.

하지만 규모가 작고, 자원도 부족한 게임사가 플레이타임 증가에 고민하다 보면 결국 눈은 자연스레 효율 좋은 장르에 향할 수밖에 없다. 그쪽 게임을 잘 만들고 아니고를 떠나서.

그런데 왜 오래 할 수 있는 게임이 이득을 남기는 게임이라 할 수 있을까. 플레이데드의 인사이드는 엔딩까지 고작 3~4시간의 분량에 영화 두 편 분량뿐이 되지 않는다는 소리를 들었다. 하지만 미장센으로 화면 가득 의미를 담아 밀도를 높인 내러티브는 대사 한 줄 없이도 다양한 이야기를 전달했다. 2017년 주요 게임 시상식에서는 가는 곳마다 최고의 게임 중 하나고 꼽혔다.

최근 출시돼 콘텐츠 분량의 아쉬움이 공존하는 스트레이 역시 현실적인 고양이의 행동거지, 주인공의 시점을 낮춰 바뀌는 3D 플랫포머 액션의 변화 등으로 올해 손에 꼽을 플레이어를 유치한 인디 게임이 됐다.

짧은 플레이타임은 게임을 더 즐기고 싶은 이들에게 아쉬움을 샀을지언정, 그게 게임 자체의 흥행까지 막은 것은 아니다. 인사이드에 방탈출 방식의 복잡다단한 퍼즐을 뒤덮는다고, 스트레이의 세계에 어디에 쓰는지도 모를 보물 위치 맵마커를 가득 채운다고 더 좋은 게임이 됐을까? 오히려 원하는 바를 전할만한 크기, 필요한 규격안에서 만들어냈기에 가능한 게임들이었다.

다음 퀘스트까지 지평선이 보이는 사막을 말 타고 30분 달리는 것보다 사이버펑크 세계의 고양이가 되어 즐기는 5분이 더 재미있을 수 있다. 플레이타임의 가성비는 시간을 돈으로 나눠 계산할 수 있을지는 몰라도 결국 게임의 가치와 재미를 측정할 순 없다.

상기한 장르의 게임 중에서도 팬들의 사랑을 받고, 작품적으로도 높은 평가를 끌어낸 게임들은 많다. 하지만 그 성공이 리소스 재활용이라는 편의적 요인 덕이었을까? 효율성이라는 공산(工産)적 단어와 시간이라는 숫자의 의미. 그것을 제대로 짚어야 지금의 주제에 맞는 게임을 만들기도, 보다 만듦새 높은 게임을 플레이할 수도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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