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디 게임이란, 인디란 무엇인가?

게임뉴스 | 윤홍만 기자 | 댓글: 4개 |
오늘날 인디 게임의 인기는 어지간한 메이저 게임 못지않다. 모든 인디 게임이 그런 건 아니지만, 일부 참신한 인디 게임의 경우 팬덤 자체도 무시할 수 없을 정도다. 다만, 이처럼 인디 게임에 대한 영향력이 커지면서 최근 몇 년 사이 인디 게임의 정의에 대한 논쟁 역시 본격적으로 진행되고 있다. 이른바 '인디 게임이란 무엇인가'에 대한 논쟁이다.

실제로 인디 게임씬에서는 지금도 이에 대한 수많은 논쟁이 오가고 있다. 자본에서 독립적이라고 한다면 처음부터 돈을 번다는 걸 생각하지 말아야 한다는 것과 단순히 자본에서 독립했을 뿐 트렌드를 따르는 게임을 인디라고 할 수 있는지에 대한 얘기다.

물론, 쉽게 결론을 내릴 수 있는 그런 주제는 아니다. 독특한 콘셉트의 게임인데 투자를 받았다고 해서 인디 정신에 어긋난다고 할 수도 없는 노릇이니 말이다. 이러한 의문에 답하기 위해 액션핏 주승호 대표가 부산 인디 커넥트 페스티벌 2022(이하 BIC 2022)에서 연사로 나섰다. '<게임 X 철학> 인디 게임 인식'을 주제로 강연에 나선 그는 인디 게임을 어떻게 정의했을까. 그리고 대형 게임사의 메이저 게임들이 주류 시장을 장악하고 있는 와중에도 인디 게임씬의 맥이 계속 이어져야 하는 이유가 뭔지 그의 생각을 들어볼 수 있었다.



▲ 액션핏 주승호 대표

'인디' 게임이란 무엇일까. 그리고 무엇이 인디를 정의하는 걸까. 자신이 내린 나름의 답을 얘기하기에 앞서 그는 우선 그 틀에 너무 연연하지 말 것을 당부했다. 흔히들 자본으로부터 독립된 상태에서 만든 게임을 인디 게임이라고 하는데 이게 확대되다 보니 투자를 받는 것조차도 부정적으로 보는 인식이 생겼기 때문이다. 이에 대해 그는 "그렇다면 월급을 받고 만들면 그건 인디 게임이 아니란 건가? 그건 아니다"라며, 틀에 얽매이면 이처럼 어이없는 안티테제에 갇힐 수 있다고 덧붙였다.



▲ 투자를 받는다고 인디 게임이 아니다? 자본이 인디를 정의하는 건 아니다

그렇다고 주승호 대표가 자본으로부터의 독립 그 자체를 부정한 건 아니다. 대신 그는 단순히 투자를 받는다거나 하는 그런 일차원적인 관점이 아닌 다른 시선으로 이를 해석했다. 대형 게임사 등 주류가 점령한 시장에서의 힘의 논리, 상업적 가치만을 위한 룰에서 벗어나 궁극의 재미를 찾는 것이야말로 인디가 추구해야 할 자본으로부터의 독립이라고 말이다.

이쯤에서 한 가지 그런 생각이 들 수도 있다. 이미 시장은 대형 게임사 등이 점령한 상황인데 왜 굳이 인디 게임을 개발해야 하는지에 대한 의문이다. 이에 대해 그는 인디 게임을 소크라테스에 비유해 그 이유를 설명했다. "과거 소크라테스는 최후의 변론에서 자신을 아테네의 등에에 비유했는데 말이 살찌면 움직임이 둔해지는데 등에는 말이 살찌지 않도록 해준다면서 자신의 비판적 사고도 마찬가지로 아테네 사람들에게 활기를 불어넣는다는 의미였다"라며, 인디 게임은 주류 시장에 역행하면서 새로운 활기를 불어넣는 존재인 만큼, 이 사회에 철학이 필요한 것처럼 인디 게임 역시 게임 업계에서 꼭 필요한 존재라고 강조했다.

이어서 주승호 대표는 인디 게임을 소개할 때 한 번쯤은 본적이 있을 차별화와 참신함에 대한 그 나름의 생각을 이날 밝히기도 했다. 흔히 많은 인디 게임들이 차별화와 참신함을 내세운다. 메이저 게임과는 다르다는 걸 보여주기 위함이다. 하지만 그는 여기에 너무 얽매일 필요가 없다고 전했다.



▲ 인디 게임에서의 차별화는 마케팅 용어에 불과하다는 게 그의 생각이다

차별이라는 건 사전적으로 차등을 두어 구별하는 건데 누가 더 우수한지 구분하는 건 마케팅 측면에서 관심을 가져야하지 인디 게임이 관심을 둘 부분인 재미와는 크게 연관이 없으니 신경쓰지 않아도 될 부분이라는 것이다. 이와 관련해 그는 "차등을 두는 종적 구분이 아닌 다양성에 근거한 횡적 구분이야말로 인디 게임에 필요하다"라며, "인디 게임씬의 미래를 생각해서라도 다양한 가치관을 가진 사람들이 모여서 계속해서 다양한 게임을 만들 수 있도록 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참신함 역시 마찬가지다. 게이머도 그렇고 많은 소비자는 안전한 선택을 하기 마련이다. 그렇기에 참신한 게임보다도 이전에 즐겼던, 익숙한 재미를 추구한 게임을 선택하는 경우가 많다. 그럼에도 인디 게임은 참신함을 무기로 삼는 경우가 많다. 심지어 오늘날에는 이 참신함이야말로 인디 게임인지 아닌지를 가르는 기준이 될 때도 있다. 하지만 주승호 대표는 이에 대해 "참신함의 순도를 올리는 걸 인디 게임의 숙명처럼 생각하는데 그건 아닌 것 같다. 오히려 그런 건 타자의 강요이고 연대의식일 뿐"이라며, "마치 이를 종교적인 원죄처럼 취급하는데 거기에 너무 집착하다가는 가장 중요한 '게임을 만드는 재미'를 잃을 수도 있다"며, 이를 경계했다.



▲ 전에 없던 새로운 걸 찾기 노력하기 보다 익숙함 속에서의 새로움을 찾도록 하자

물론, 앞서 인디 게임을 정의한 것처럼 이번에도 참신함 그 자체를 부정한 건 아니다. 인디 게임에 있어서 참신함이란 무엇보다도 중요한 요소이기 때문이다. 대신 주승호 대표는 이에 대해 "그저 참신함의 순도를 높이는 집착에서는 진정한 의미의 참신한 건 나오지 않을 거라고 생각한다"면서 "내가 생각하는 인디 게임의 참신함이란 익숙함 속의 낯섦"이라며, 즐겁게 게임을 만드는 그 과정을 거친다면 자연스럽게 참신한 무언가가 나올 것이라고 자신의 의견을 내비쳤다.

끝으로 인디 게임의 가치에 대한 얘기가 이어졌다. 인디 게임의 명맥을 왜 이어야 하는지에 대한 얘기다. 주승호 대표가 생각하는 인디 게임의 가치란 바로 '다양성'이었다. 과거 공룡이 멸종한 빈 자리는 작은 포유류의 차지가 됐다. 이후 포유류는 번성했으며, 다양한 진화를 거쳐 현재에 이르렀다.

그는 인디 게임 역시 마찬가지라고 얘기했다. 시장의 모멘텀이나 플랫폼이 바뀌는 시점이 올 때 가장 큰 피해를 보는 건 덩치가 작은 인디 게임씬이 아닌 대형 게임사들이라면서 그럴 때 살아남는 건 결국 인디 라는 게 그의 생각이다. 이유는 단순하다. 다양성 때문이다. 이와 관련해 그는 최근 모바일 게임의 트렌드로 자리잡은 게임 시스템과 BM을 예로 들면서 "현재 주류 모바일 게임들을 보면 유저의 소비를 부추기는 형태의 BM과 시스템으로 다 똑같은 모습"이라면서 "이런 자가 복제는 다양성을 상실하기에 하나가 무너지면 다른 게임들 역시 그 흐름을 피할 수 없다"고 설명했다.



▲ 게임을 만드는 방법이 아닌, 게임을 만드는 즐거움을 알려주도록 하자

이처럼 중요한 인디 게임씬이 앞으로도 유지되기 위해서 그는 국가에서 정책적으로 게임을 만드는 기술자로서의 개발자를 육성하는데 집중하는 게 아닌 행복하기에 게임을 만드는 흐름을 만들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에 대해 어린왕자에 나오는 '배를 만드는 방법을 알려주지 말고 바다를 꿈꾸게 하라'는 문장을 예로 들면서 그는 "게임을 좋아하던 친구들이 커서는 게임을 만들고 싶어할 수 있도록 환경을 조성하고 거기서 단기적인 성취감을 느낄 수 있도록 해서 게임 업계에 종사하는 흐름이 만들어져야 한다"면서 무작정 국가에서 인재 육성 차원에서 억지로 시키는 게 아닌 자연스러운 흐름이 만들어지길 바란다고 전하며, 강연을 끝마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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