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 비슷한 로그라이크 장르 속에서 빛난 '외톨이'

인터뷰 | 윤홍만 기자 |
최근 인디 게임씬에서 로그라이크는 어찌 보면 무안단물 같은 취급을 받고 있습니다. 너도나도 로그라이크로 게임을 만들고 있기에 이제는 과거와 달리 참신하게 느껴지지도 않고 비슷하기까지 하죠. 수렴진화한 모습입니다. 그런 가운데 등장한 인디 개발팀 페퍼스톤즈 스튜디오의 '외톨이'는 여러모로 사뭇 다른 모습이었습니다. 직접 공격하는 게 아닌 바닥을 색칠하고 스킬을 발동시킨다는 독특한 메커니즘이 눈에 띄었습니다. 지난 게임스컴에서도 좋은 평가를 받은 '외톨이'입니다. 완성이 기대되는 '외톨이'에 대한 여러 얘기를 들어봤습니다.



▲ 페퍼스톤즈 스튜디오 최현순 대표(좌측), 하수영 대표(우측)


■ 독특한 메커니즘의 로그라이크를 만들게 된 계기는?

Q. '외톨이'에 대한 간단한 소개 부탁합니다.

= 발바닥에서 물감이 나오는 병으로 인하여 세상으로부터 버려진, 배척받게 된 아이가 주인공으로 어느날 세상의 모든 색깔을 악당이 빼앗자 자신의 병이 그 악당을 물리칠 힘이란 걸 깨닫고 악당에게 빼앗긴 색깔을 되찾기 위해 모험을 떠나는 여정을 그린 이야기입니다. 이런 주인공의 콘셉트를 살려 제목을 '외톨이'로 짓게 됐습니다.



Q. 발바닥에 물감이 나온다는 설정도 그렇고 색칠한다는 것도 그렇고 어딘지 독특하네요. 뭔가 쉬운 소재는 아닌 거 같은데 어떻게 이 게임을 만들게 됐나요.

= 이전 프로젝트로부터 영감을 받은 게임입니다. 이전 프로젝트는 타일을 붓으로 칠하면 색에 따라서 다른 스킬이 발동하는 시스템의 게임이었는데 저희가 개발하기에는 여러모로 어려움이 많았습니다. 그래서 그 프로젝트를 중단하면서 그래도 이 콘셉트가 나쁘지 않았는데 살릴 방법이 없을까 고민하다가 이렇게 '외톨이'에 색칠이라는 요소를 접목했습니다.


Q. 전투 시스템이 독특합니다. 직접 공격하는 게 아니라 바닥을 칠하면 발동하는 스킬과의 상호작용이 핵심인 거 같은데 구현에 어려움이 없었나요.

= 많았습니다. 프로젝트를 엎은 것도 사실 구현의 어려움이 있어서 그랬는데 다행스럽게도 '외톨이'를 개발할 때는 조금이나마 나아졌습니다. 그리고 이전 프로젝트에서는 제가 프로그래머였었는데 이번에는 같이 하는 동료 개발자(공동 대표)도 프로그래밍을 하게 돼서 좀 더 수월해진 것 같습니다. 다만, 어디까지나 전보다 나아졌다는 거지 지금도 많이 힘든 편입니다(웃음).

지금에 와서 하는 말이지만, 초기 버전은 정말 말도 못할 정도로 엉망이었습니다. 신랄한 비평도 들었는데 "다른 개발자들이 이 정도로 만들지 못해서 안 만드는 줄 아느냐. 이런 수준으로 만들 거면 차라리 안 만드는 게 낫다"고 말해주셔서, 그때는 충격도 받았습니다. 내가 우물 안 개구리였구나, 너무 내 세상에서만 있었구나 싶더라고요. 그런데 이번에 다시 오셔서 게임을 하시고는 너무 좋아졌다고 솔직히 말해주셔서 정말 기뻤습니다.





Q. 충격을 받아도 어쩔 수 없었을 것 같은데 얼마나 심했길래 그런 비평을 하신 걸까요.

= 사실 제가 생각해도 정말 엉망이었습니다. 게임 자체가 너무 불친절했어요. 격투 게임으로 비유하자면 적어도 어떤 버튼이 주먹이고 발차기인지 기본 커맨드는 뭔지 알려줘야 하는데 그런 것도 없이 그냥 던져두고 "격투 게임은 원래 지면서, 오락실에서 돈을 계속 써가면서 배우는 거야. 모르면 맞아야지" 이런 식이었습니다. 게임이 쉬우면 재미없습니다. 이런 느낌이기도 했겠네요. 그래도 저런 비평 덕분에 '외톨이'가 더 좋은 게임이 될 수 있었던 것 같습니다.


Q. '외톨이'가 지금 좋은 반응을 얻는 걸 보면 이전 프로젝트도 나름 준수한 성적을 거둘 수 있지 않았을까 싶기도 하네요.

= 그대로 쭉 진행하기는 힘든 프로젝트였어요. 많이 하는 실수지만, 문제가 발생하면 깔끔하게 해결하는 게 아닌 임시방편으로 해결했달까요. 결과적으로는 누덕누덕 기우면서 진행한 프로젝트였지만, 그쯤에서 그만두는 게 최선이었을 거라고 생각합니다. 그래도 참 힘들었어요. 저희가 애지중지했던 프로젝트였는데 스스로 사형선고를 내리는 거였으니까요.





Q. 그러고 보니 게임스컴에도 참가하셨었죠. 반응은 어떻던가요.

= 솔직히 말해서 예상을 웃도는 관심에 엄청 놀랐습니다. B2B로 참가해서 아무래도 참관객들의 관심이 덜할 수밖에 없었는데 지나가던 개발자들이 많이 관심을 보였습니다. 그리고 그렇게 관심을 보인 개발자가 다른 개발자에게 추천하고 심지어는 퍼블리셔를 소개해주기까지 해서 문화라고 해야 할지 분위기가 전혀 다르다는 걸 알 수 있었습니다. 그중에서도 가장 기억에 남는 게 있는데 "이게 바로 인디지" 이런 얘기를 해주셔서 많이 감동하였습니다.


Q. 제목도 그렇고 악당으로부터 색깔을 되찾는 모험을 떠나는 이야기인데 그렇다는 건 주인공은 '외톨이'에서 벗어나는 건가요.

= 다들 그렇게 생각하시는데 아닙니다(웃음). 잔혹 동화를 콘셉트로 한 게임인데, 흔히 현실이 더 잔혹하다고 하는 말을 하잖아요. 그런 의미에서 예상을 뒤엎는 그런 스토리와 엔딩을 보여줄 생각입니다.


Q. 처음에는 아트워크도 그렇고 호러 게임인줄 알았습니다.

= 안 그래도 그렇게 생각하시는 분들이 많더라고요. 주인공이 피를 흘리는 듯한 느낌인데다가 흑백에 가까워서 더 그렇게 생각한 것 같습니다. 잔혹 동화라고는 했지만, 그 정도로 잔인하진 않으니 걱정하지 않으셔도 됩니다.





Q. 게임의 플레이타임은 어느 정도인가요.

= 이지 난이도로 엔딩까지 5~6시간 정도 걸릴 거로 예상하고 있습니다. 아무래도 인디 게임이라고 하면 플레이타임이 너무 짧은 경우가 많은데 개인적으로는 그런 게 좀 아쉽더라고요. 그래서 어느 정도의 플레이타임은 보장하려고 합니다.


Q. 아이템이나 스킬 등 일부 설명을 빼면 전혀 대사가 없더라고요. 이렇게 만든 이유가 있나요.

= 동화책을 보면 그림으로만 설명하는 것들이 있는데 '외톨이'는 잔혹 동화를 콘셉트로 한 만큼, 그 느낌을 최대한 살리고 싶었습니다. 그래서 스토리 역시 그냥 보는 것만으로도 알 수 있도록 하는데 공을 들이고 있습니다.

어떻게 보면 고집이기도 한데, 이왕 하는 거 끝까지 해보자는 마음에 계속 도전 중입니다. 물론, 그림만으로 설명한다는 게 말처럼 쉬운 일이 아니어서 힘들기도 한데, 이번에 BIC 2022 현장에서 플레이하는 모습을 보니 지금은 그래도 많이 나아진 것 같아서 다행으로 생각하고 있습니다.





Q. 언제쯤 만나볼 수 있을까요.

= 현재는 퍼블리셔나 좋은 투자처를 찾고 있습니다. 9월에는 도쿄 게임쇼에, 11월에는 지스타에서 더 나아진 '외톨이'를 보여줄 예정이고요. 이후 스팀 얼리엑세스를 진행, 내년 2~3월 정식 출시가 목표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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