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후기] 게임 플레이로 완성된 지스타2022

기획기사 | 강승진 기자 | 댓글: 8개 |
취재하는 입장에서야 게임쇼의 어느 부스 무슨 게임이든, 혹은 업계 사람들과 만나는 자리든 빼놓을 것 없이 중요하죠. 하지만 직접 돈을 내고 들어가야 하는 일반 참관객이라면 이야기가 좀 달라집니다. 한정된 시간 안에 보고, 체험하고, 사고, 즐길 수 있는 놀거리를 내 취향에 맞춰, 얼마나 효율적으로 즐길 수 있는지가 중요하죠.

그런 의미에서 보는 올해의 지스타 핵심 키워드는 무엇보다도 체험으로 완성된 다양성입니다.






이벤트/전시/코스프레, 그 중심에 있는 게임 플레이

최근의 지스타를 복기해보면 PC, 온라인, 혹은 콘솔을 대표하는 주요 게임사들이 들어오고 빠지고를 반복했습니다. 많은 게임사가 선보이는 신작과 아이디어로 똘똘 뭉친 인디 게임존 등 내실이야 탄탄했죠. 그런데 그건 현장에 왔을 때 비로소 제대로 체감할 수 있습니다.

행사장으로 발길을 옮기게 하는 커다란 한방을 가진 게임사. 기대를 모은 대작들은 서로 서비스 시기가 엇갈렸습니다. 때로는 시연에는 맞지 않는다는 이유로, 어떤 게임은 나오고, 다른 게임은 빠지기를 반복했죠. 코로나19로 한동안 행사가 제대로 열리지 못한 것도 날로 덩치를 키워가던 지스타를 주춤거리게 했고요. 자연스레 핵심은 볼거리가 됐습니다. 영상 플랫폼이 자사의 대표 방송인을 불러 이벤트를 열였고 코스프레나 굿즈 등이 보다 무대 중심으로 옮겨왔습니다.

'볼 것 많다'는 건 분명한 장점이었지만, 반대로 이걸 '볼 건 많더라'로 치환해도 누군가는 납득해버릴 수준이었을지 모르죠.

물론 게임 캐릭터 그대로 집어와 현실로 옮긴 수준 높은 코스프레 모델과 유명 스트리머, 방송인들이 진행하는 이벤트는 올해도 현장을 빛냈습니다. 여기에 아직은 해볼 수 없는, 혹은 기대를 모으고 있는 게임이 여러 다른 이벤트처럼 많은 부스에서 핵심으로 돌아왔습니다.




다시금 지스타 현장에 부스를 마련하며 '귀환'이라는 타이틀을 내세운 넥슨은 기대를 모았던 '마비노기 모바일'을 비롯해 오롯이 게임 시연 하나로 지스타 1전시관 한 면을 가득 채웠습니다. 넷마블 역시 이에 질세라 출시 전인 신작 4종의 시연대로 현장을 가득 채웠죠. 오밀조밀 배치된 시연 부스가 워낙 많아 게임 시간도 비교적 넉넉하게 주어졌습니다. 여기에 '아스달 연대기', '하이프 스쿼드' 등 자사 게임 캐릭터가 돌아가며 오르는 코스프레 존과 현장 이벤트 존을 좌우, 코너 돌아까지 알뜰하게 사용했죠.

카카오게임즈와 크래프톤은 시연과 독특한 부스 형태를 활용해 관람객을 맞았습니다. 오션드라이브 스튜디오 게임을 비롯해 '디스테라', '아레스', '가디스 오더' 시연 존마다 분위기를 완전히 다르게 구성해 같은 공간 안에서 다른 부스라는 느낌까지 냈죠. '칼리스토 프로토콜', '문브레이커' 등 산하 해외 스튜디오의 신작 출품으로 관심을 모은 크래프톤은 복층 구조로 시연 공간을 따로 뽑아 게임에 집중할 수 있는 공간을 마련했습니다.

넥슨과 정반대 쪽 한 면을 가득 채운 위메이드는 '레전드 오브 이미르', '나이트 크로우' 등의 신작 영상과 체험형 콘텐츠를 앞세웠습니다. 시연 대신 여러 콘텐츠를 몸으로 체험하는 형태의 박물관식 부스를 만든 셈이죠.

'P의 거짓', '별이 되어라2', '붕괴: 스타레일', '젠레스 존 제로' 등 이름만으로도 주목을 받는 게임들이 전시된 2전시장은 거리가 꽤 있음에도 1전시장보다 먼저 들어가려 줄 선 관람객들이 많았던 곳이기도 합니다. 시연 게임 하나를 핵심으로 내세워 큰 부스를 채운 네오위즈와 플린트는 오히려 많은 관람객이 빠르게 게임 시연해볼 수 있다는 장점이 더 눈에 띄었습니다. 굿즈 판매와 게임별 코스프레로 관심 끈 호요버스 부스는 섹션을 나눈 부스 곳곳에 팬들이 몰릴 정도였고요.




모바일 중심으로 무게추가 쏠렸던 국내 게임사들이 근래 그 중심을 여러 플랫폼에도 몰아넣으며 중심을 서서히 잡아갔습니다. 그리고 그 결과가 서서히 드러나는 게 이번 지스타였죠. 모바일-PC 멀티 타이틀 역시 모바일 기반에서 그저 화면만 키우는 대신 조작이든 그래픽이든 PC에 맞는 형태로 구현해나가고 있습니다. 모바일이든, PC 타이틀이든 다양하게 체험하고 즐길 수 있는 분위기가 마련된 거죠.

아쉬운 모습을 반복하는 E3 정도를 제외하면 매년 새로운 모습으로 성장하는 해외 게임쇼의 성공 배경에는 다양한 이벤트와 체험형 콘텐츠, 여러 형태로 구현되는 볼거리에 있습니다. 하지만 어디까지나 그 이면에는 평소에는 즐기기 어려운, 혹은 여러 사람이 얼굴을 보고 함께 했을 때 진짜 재미를 느낄 수 있는 게임 플레이를 기반으로 하고 있다는 점이죠. 그 기본이 있어야 여러 이벤트의 재미를 추가로 느낄 수 있는 거고요.

팬들을 모으는 대형 게임사, 기대작의 존재는 행사로 발길을 향하게 하면서 다른 부스에도 관심이 쏠릴 기회를 만들기도 합니다. 경제 이론에서의 낙수 효과는 그 구현성에 논란이 있지만, 적어도 한정된 장소에 많은 인원이 몰리는 지스타의 경우에는 좀 다릅니다.

많은 인파가 몰리는 대형 게임의 경우 정해진 시간 내에 즐길 수 있는 인원이 한정되어있으니 꼭 해보고 싶은 게임 이후에는 또 다른 게임을 기다릴지, 아니면 주변 소규모 부스에 참여할지 선택하게 됩니다. 아직은 자신들의 이름을 알리기 쉽지 못한 소규모 개발사, BIC에서 먼저 모습을 보였던 인디관, 혹은 학생들의 작품이 기다리는 학교관를 찾는 유저들도 그렇게 늘었죠.




현장에서도 강력한 자본력으로 끌어올리는 연출이나 규모는 적을지 몰라도 충분히 가능성을 보인 게임 여럿을 쉽게 찾을 수 있었습니다. 모두가 만족하고 즐길 수 있는 게임쇼에 한발짝 더 다가간 듯한 모습도 보였고요.



위드코로나, 여전히 중요한 안전

지스타는 대규모 팬데믹에 한때는 온라인 개최를 결정하기도 했습니다. 올해 행사는 위드코로나에 접어들고 엔데믹을 바라보며 보다 활기를 띠었습니다. 여전히 개인 방역이 중요했지만, 적어도 푸드트럭에서 원하는 종류의 음식을 보다 쉽게 구해 허기를 채우고, 음료를 사 마른 목을 적실 수도 있었죠.

전염병에 대한 우려는 덜었지만, 최근 부각된 안전 문제에 대한 고민이 필요했습니다. 그리고 시와 주최 측은 그걸 강화된 통제로 대신했고요.

이번 지스타에서는 예년보다 많은 경찰을 곳곳에서 만날 수 있었습니다. 현장 스태프들과 함께 인파가 한곳에 많이 몰리지 않게 길목을 정리하기도 하고 곳곳을 돌아다니며 문제가 있는 곳은 없는지 꼼꼼히 순찰하는 모습을 쉽게 살필 수 있었습니다.




한편으로는 지스타가 열리는 벡스코 앞 도로를 통제하는 결정을 내리기도 했습니다. 행사가 열리기 전 도로 통제 차량과 안전 고깔(라바콘)이 벡스코 앞길을 막아섰습니다. 대중교통을 통해 현장을 찾는 팬도 많아졌고요. 차량 진입을 막아 자연스레 공간을 보다 넓게 쓸 수 있었죠. 현장에서 티켓을 구매하거나 사전 예약한 팬들을 위한 수령 공간은 벡스코 길 건너 공터에 마련됐습니다. 이렇게 넓어진 공간을 통해 기존 주차장은 입장 전 대기 공간이 되어 푸드 트럭이 있는 휴게 공간으로 바뀌어 관람객 편의를 높였죠.

2전시관까지 행사 무대를 넓힌 부분도 안전을 위해서는 도움이 됐습니다. 주최 측에서는 더 큰 흥행 수익을, 참가사 입장에서는 날이 갈수록 전시관 들어가기 어려워지는 경쟁 상황에 조금이라도 더 수월하게 지스타 참가할 기회가 됐겠죠. 어찌 됐든 전시관 확장으로 인해 한 곳에 몰리는 인원의 수는 전보다 적게 느껴졌습니다.

올해도 정말 많은 팬이 찾았고 주말에는 그 수가 훨씬 늘었죠. 그럼에도 밀고 밀리는 수준으로 인파가 몰리는 모습은 아니었습니다.




이러한 전시관 확장과 그에 따른 이동, 또 행사 인원이 생각보다 많아지자 입구와 출구를 아예 따로 분리하고 이동 동선도 길게 늘여 사람들이 순서대로 입장할 수 있도록 했고요. 인원이 너무 많이 몰렸다 싶을 때는 추가 티켓 발권을 자제해 입장을 제한하기도 했습니다.

실제로 한참 참관객이 많은 시간, 유저들과 같은 길로 전시관을 이동했는데 통제가 없었을 때보다는 불편했습니다. 눈앞에 있는 전시장을 들어가지 못하고 멀리 돌아서 한참은 걸어야 했으니까요. 이러한 불만도 이동 중 몇 들을 수 있었고요.

하지만 이러한 선택으로 인해 안정적인 입장이 가능했고 통제도 수월하게 이루어졌습니다. 불만이 있다고, 혹은 몰래 길을 빠져나와 현장으로 들어갈 만한 상황에서도 질서를 지키는 게이머들이 있었기에 안전한 통제가 가능했던 거겠지만요. 물론 혹여 누군가 그렇게 길을 빠져나와 입장하려 한다 해도 전시장 입구에서 그걸 철저히 막고 있기도 했고요.

안전을 위한 노력은 주최 측에만 한정되지 않았습니다. 참관객끼리 갈등이 생기지 않도록 입구와 출구, 확실히 구분된 대기 가이드라인은 예년보다 더욱 철저하게 준비됐죠. 그리고 스태프들이 이러한 안내를 위해 분주히 움직이기도 했고요. 특히 행사 준비가 한창이던 16일, 개최 하루 전에는 각 게임사 부스 내 스태프들이 심폐소생술 교육 훈련받는 모습도 여럿 확인할 수 있었습니다.




대규모 전염병 예방만큼이나 생명을 지키는 안전 문제에 관한 관심이 높아졌고 그걸 지키기 위한 지스타와 게임사의 노력. 그리고 그 안에서 질서를 지키는 참관객과 게이머가 있었기에 이번 행사가 큰 사고 진행될 수 있었습니다.



전 세계 개발자들의 과거와 미래가 한자리에, IGCXG-CON

게임스컴의 시작을 알리며 전 세계 유명 개발자들이 한자리에 모이는 데브컴. 인벤이 협회와 함께 여는 IGCXG-CON 역시 이제는 지스타는 물론 국내 대표 개발자 강연으로 자리를 잡았습니다.




특히 올해 지스타 컨퍼런스는 한 자리에서 보기 어려운 유명 개발자들을 만날 수 있는 컨퍼런스로도 관심이 높았습니다. 인터랙티브 스토리텔링 게임의 선구자로 불리는 퀀틱 드림의 데이비드 케이지, 데드 스페이스 시리즈의 핵심 프로듀서이자 스트라이킹 디스턴스의 최고 개발 책임자로 칼리스토 프로토콜 개발을 이끄는 스티브 파푸트시스를 비롯해 국내외에서 서비스 중인, 혹은 제작 중인 다양한 타이틀의 개발자들이 한국을 찾았죠.

특히 개발 이력만 수십 줄이 넘어가는 일본인 개발자들이 강연을 통해 자신들의 이야기를 들려주었습니다.

'바이오 하자드'와 '베요네타'의 카미야 히데키, '철권'의 하라다 카츠히로, '사일런트 힐'과 '사이렌'의 토야마 케이이치로가 1994년 첫 회사에 입사. '몬스터 헌터'의 츠지모토 료조의 캡콤 입사와 '나루토 질풍전', '.hack' 등의 마츠야마 히로시 대표가 사이버커넥트2를 설립한게 1996년. '파이널 판타지10'부터 파판 시리즈의 아트 디렉터를 맡은 이사무 카미코쿠료가 2001년 처음 스퀘어에닉스와 일을 했죠.

이제는 팀 닌자의 대표이자 2000년대 중반부터 닌자가이덴, 데드 오어 얼라이브 등을 통해 처음 크레딧에 이름을 올린 야스다 후미히코가 젊은 개발자에 속할 정도네요.




하지만 더 중요한 건 이들이 그저 오랜 경력에 그치지 않고 아직까지 현역에 남아 훌륭한 작품 활동을 이어 나가고 있다는 점입니다. 그렇기에 그들의 과거를 보는 것만으로도, 또 지금의 도전과 방향이 많은 것을 보여주고 있다 할 수 있고요.

개발자들의 아이돌이자 이제는 보케 스튜디오의 신작 '야구자: 슬리터헤드'로 새로운 출발을 알린 토야마 케이이치로 대표는 강단에 올라 오랜 경력을 가진 개발자와 젊은 개발자, 모두의 마음가짐에 도움이 될 말을 전했습니다.

자신은 1970년대생으로 어느덧 나이 50을 넘겼지만, 젊은 시기 창작의 열정은 지금도 언제든 불타오를 수 있다는 것. 그러면서도 젊은 개발자들을 위해 자신이 받은 것을 기꺼이 나눠줄 수 있어야 한다는 것을요. 패기와 아이디어, 과거에는 생각하지 못했던 것을 떠올릴 수 있는 젊은 재능이 경력과 경험이 없다는 것을 이유로 그 꿈을 접지 않도록 지원하고, 응원하는 게 선배 개발자만이 할 수 있는 역할이라고 말이죠.

게임 디자인부터 기획, 스토리텔링, 게임 엔진, 커뮤니케이션, 업계의 변화와 미래, 그리고 그러한 경험을 전달하는 개발자들의 오늘이 있기까지의 이야기. 한 자리에서 다신 보기 어려운 개발자들의 강연만큼이나 지스타 컨퍼런스에서 전해진 모든 강연자의 이야기는 어느 하나 그냥 지나칠 수 없는 것들이었습니다.

그리고 이러한 뜻깊은 목소리의 전달이 게임의 오늘을 보여주는 현장 전시관과 함께 다양하게 즐기고 남길 수 있는 지스타로 나아갈 힘을 만들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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