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 우산 금지 개발사의 신작, '골든 레코드 리트리버'는 어떤 게임?

인터뷰 | 김규만 기자 | 댓글: 4개 |
지난 2021년, 본격 전당포 운영 시뮬레이션 게임 '우산 금지'를 정식 출시한 후추게임스튜디오가 스마일게이트의 인디 게임 페스티벌 '버닝비버'를 통해 신작을 최초로 공개했습니다. 귀염둥이 골든 리트리버를 주인공으로 하는 '골든 레코드 리트리버'가 바로 그것입니다.

로그라이크 덱빌딩 장르로 개발중인 이번 작품은 골든 리트리버 '리버'가 우주 규모의 대형 사고를 친 주인 대신 발벗고 나서 위기에 처한 우주를 구해낸다는 독특한 스토리를 담고 있습니다. 데모를 통해 체험해 본 게임은 주사위를 굴려 선택지를 고르는 시스템이 정말 생소했지만, 나도 모르게 야수의 심장을 탑재하게 하는 묘한 매력을 가진 게임이었습니다.

과연, 후추게임스튜디오의 개발자 4인방은 '골든 레코드 리트리버'를 통해 어떤 즐거움을 전달하고자 하는지, 버닝비버 현장에서 만난 김서하 대표와 잠시 이야기를 나누는 시간을 가졌습니다.



▲ 후추게임스튜디오의 네 명의 개발자들


우리들의 '하찮은 이야기'를 소중히 여기는 게임을 만들고 싶어요

Q. 2021년 '우산 금지'의 정식 출시 이후에 오랜만에 신작을 발표하셨어요. 그동안 근황은 어떠셨는지 궁금합니다.

= '우산 금지'는 정식 출시 이후에도 버그 패치와 콘텐츠 추가를 지속해왔고, 본격적인 차기작 개발은 올해 2월 들어서 돌입했습니다. 올해는 출시 이후에 조금 쉬는 시간을 갖는 것 없이, 오히려 계속 달려 온 한 해였던 것 같습니다.


Q. 후추게임스튜디오의 첫 작품을 정식으로 출시한 이후, 소감이 남달랐을것 같아요.

= 얼리액세스 출시 이후에 계속 플레이어 여러분들의 피드백을 개선해 왔기 때문에, 정식 출시를 했다고 후련한 느낌은 없었던 것 같습니다. '정식 출시'라는 큰 허들을 넘는다는 기분보다는 "이제 슬슬 정식 출시를 하자... 할까?" 하면서 망설였던 기억이 있어요. 정식 출시라고는 하지만 완전히 완성된 상품을 내놓는 느낌은 아니었던 것 같고, 뭔가 이쯤 되면 해야겠다는 마음에 (출시를) 했는데, 이후에도 버그를 고치는 일은 계속 진행됐습니다. 인디 게임 개발자 입장에서는 '언제가 정식 출시하기 적당한 시점인지' 결정하는 것이 아무래도 어려웠던 것 같습니다.

오히려 출시 이후에야 알게 된 부분이 더 많아요. 스팀의 구조라든지, 사용자들이 어떤 경로로 피드백을 전달해 주시는지 등 말이죠. 첫 출시때는 커뮤니티 관리나 댓글 등에 압도되는 느낌이 없지 않은데, 이미 한 번 겪어봤으니 다음에는 더 잘 할 수 있을 것 같다는 자신감이 있습니다. 차기작 출시는 비교적 스무스하게 진행되지 않을까 해요.



▲ 후추게임스튜디오의 신작 '골든 레코드 리트리버'

Q. 이번 버닝비버를 통해 신작 '골든 레코드 리트리버'를 공개하셨어요. 어떤 게임인가요?

= '골든 레코드 리트리버'는 이름 그대로 우주에 보낸 지구인들의 인사말을 담은 '골든 레코드'들이 우주 곳곳에 문제를 일으키면 어떻게 됐을까? 하는 상상에서 출발한 게임입니다. 레코드에 묻어 건너간 바이러스 때문에 좀비 행성이 되거나, 아니면 레코드 자체에 맞아서 죽어버린 외계인도 있다면 어떨까? 하는 상상에서 시작했죠.

결국, 화가 난 외계인들이 레코드를 쏘아올린 인간을 찾아 지구에 도착했는데, 인간은 없고 그가 기르던 골든 리트리버 '리버'만이 있었습니다. 게임은 외계인들에게 납치당해 주인이 일으킨 여러 문제를 책임지고 해결하는 리버의 이야기를 그린 로그라이크 다이스 빌딩 게임입니다.


Q. 데모를 플레이해 보니 여러 외계인 동료들이 등장하던데, 정말 각양각색으로 생겼더라고요.

= 처음부터 설정을 약간 잘 나가는 애들, 사랑받는 친구들보다는 나름대로 서러운 삶을 살아온 이들이 모여 우주를 구하는 활동을 한다고 잡았어요. 퇴역 군인이라든지, 심각한 피부병을 앓고 있어 주변과 잘 어울리지 못하는 친구들 등 동료의 설명을 보시면 이들의 과거를 아실 수 있도록 했죠. 약간 언더독의 느낌일 수도 있고, 아웃사이더같은 느낌의 친구들과 함께 모험을 하는 느낌을 전달하고 싶었습니다.



▲ 실제 보이저호에 실려 우주로 날아간 '골든 레코드' (사진 출처: NASA)

Q. 골든 레코드를 회수하는 리트리버의 여정은 신선하면서도 흥미로운데요. 신작에 대한 아이디어는 언제부터 구상하기 시작했는지 궁금합니다. 실제 '골든 레코드'에서 착안하셨다고 들었어요.

= 보이저호에 담긴 레코드가 하나가 아니라 수십, 수만 개였다면 어땠을까 하는 아이디어에서 시작했죠. 사실, 우리 입장에서나 인사를 담은 레코드지, 외계인의 시선에서는 우주 쓰레기일 수도 있잖아요. 이런 레코드가 우주 곳곳에서 말썽을 일으킨다면 어땠을까 하는 좋은 이야기와 주제가 만들어질 수 있었던 것 같습니다.

지난 해 11월 정도에 워크샵을 해서 차기작에 대한 아이디어를 가져오는 시간이 있었어요. 그 당시 아이디어 중에 하나엿고, 페이퍼 프로토타입으로 12월까지 진행하다가 그 과정에 주제도 많이 바뀌었죠. 본격적으로 게임 제목을 잡은 것은 올해 초 1월, 2월 정도였습니다.


Q. 우산 금지도 그렇고, 이번 작품도 그렇고 꽤나 상상력 넘치면서도 생각할 거리가 있는 미래를 그리시는 것 같습니다. 이런 부분을 후추게임스튜디오가 가진 아이덴티티로 봐도 좋을지 궁금합니다.

= 디스토피아라기보다는 저희 팀이 좀 하찮은 이야기를 좋아하는 것 같아요(웃음). 저는 '촌극'이라고 표현하는데, 세상에는 항상 거창한 일들이 일어나잖아요. '우산 금지'도 어떻게 보면 마지막 남은 인간성이 무너질 수도 있는 도시의 이야기지만, 실제 게임플레이는 진상 고객들과 말타둠하고, 물건을 파는 소소한 이야기인것처럼 말이죠. '골든 레코드'도 마찬가지로 우주의 역사를 뒤흔드는 이야기가 배경에 깔려 있지만, 플레이어는 어중이떠중이같은 동료들과 골드 레코드를 끝없이 회수하는, 작고 소소한 일들을 그리고자 합니다.

내일 당장 지구에 운석이 떨어져도, 오늘 내 내성발톱이 안 아픈건 아니잖아요. 그게 저희 게임을 관통하는 정서와 많이 닮은 것 같아요. 주변의 거창한 상황 속에서도 '내'가 겪는 하찮은 일들, 이런 이야기들이 소중하게 보일 수 있도록 디자인하는 것을 목표로 하고 있습니다.



▲ 영입한 동료와 함께 상황을 극복해 나가는 재미를 전달할 '골든 레코드 리트리버'

Q. 이번 신작 '골든 레코드 리트리버'를 개발하면서 가장 신경 쓴 부분은 꼽는다면?

= 게임을 구성하는 기본적인 메커니즘이 먼저 구축되면서 만들어진 게임이다보니, 주사위 디자인이라든지, 보드 위에서 퀘스트를 수행하는 파트의 재미를 살리기 위해 노력한 것은 맞습니다. 하지만, 저희가 생각하는 '골든 레코드 리트리버'의 핵심은 '주사위가 곧 동료'라는 부분이라고 생각해요.

실제로 게임을 플레이해 보시면 주사위가 정말 말을 안 들어요. 그러다가도 기대도 안 했을 때 한 번씩 뭔가 보여주는 이런 것들이 마치 살아있는 동료와 함께 모험을 한다는 느낌을 전달해주기를 바랍니다. 또 이런 부분들이 일반적인 로그라이크 덱빌딩 게임과 저희의 게임을 구분지을 수 있는 요소라고 생각하고요.

여러 컴포넌트를 조합하는 것으로 클리어을 목적으로 두는 것이 아니라. 개성을 가진 다양한 동료들과 주어진 상황을 극복해 나가는 느낌을 드릴 수 있도록 디자인 측면에서 많은 고민을 하며 개발을 진행해 나가고 있습니다.


Q. 동료 영입시에 영상으로 예시를 보여주는 부분도 그렇고, 튜토리얼에도 많은 신경을 쓰시는 것 같습니다.

= 완성도 있는 게임을 만들기 위해서 튜토리얼에도 많이 집중하고 있습니다. 사실, 이번에 선보이는 데모가 모두 튜토리얼 구간인데, 지금의 형태를 만들기 위해 4번 정도 갈아엎었습니다. 기존에 없는 메커니즘이다보니 이를 플레이어에게 설득하는 과정이 중요할 것이라고 생각하고, 지금도 많은 고민을 하고 있는 부분 중 하나입니다.



▲ 보드에 굴리는 주사위 결과에 따라 상황을 타개하는 행동을 선택하게 된다

Q. 아무래도 주사위를 사용하는 만큼 운에 기대는 요소가 많아 보이는데, 이를 보완하기 위한 장치로는 어떤 것들이 준비되어 있는지 궁금합니다.

= 어느 정도 운이 핵심 메커니즘으로 작용하는 게임이고, 운에 어느 정도 의존하는 플레이도 포용하는 방향성을 가지고 있는 것이 맞습니다. 하지만, 그와 동시에 어떻게 하면 운을 제어할 것인지 이야기하는 동료들고 많이 등장합니다. 예를 들어 '에이브'의 경우 순서마다 나오는 면이 정해져 있고, '로드'는 주변 동료가 나왔던 면을 제외하고 다시 주사위를 던질 수 있도록 하죠.

각 등장인물들이 운에 대해 가지고 있는 자신만의 메시지를 중심으로 능력들이 디자인되도록 기획하고 있습니다. 그러다보니 변수가 없는 팀을 구성하는 것도 가능하도록 할 계획이에요. 물론, 경우의 수를 크게 늘려 운에 의존하는 덱을 만들수도 있고요. 내부적으로 플레이테스트를 할 때도 사람마다 성향이 극명이하게 갈렸는데, 이런 부분이 재미있다고 생각합니다.


Q. 탐험할 수 있는 행성의 수나, 또는 회수할 수 있는 골든 레코드의 수는 어느정도로 기획하고 있는지 궁금합니다.

= 로그라이크 게임인 만큼 무한히 반복되는 구조를 지니도록 할 계획이고, 레코드가 날아가서 문제를 일으키고 있는 행성들은 '보스' 성격으로 등장할 예정입니다. 한 행성의 예를 들면 감자처럼 생긴 외계인이 살고 있는데, 골든 레코드를 통해 인간이 감자를 먹는 영상을 보고 사회적인 파란이 일어난 곳이 등장해요.

이처럼 규모가 있는 행성의 경우 얼리액세스 전까지는 3개 정도를 준비할 예정이고, 이후에는 정식 출시 준비 과정에서 어떤 방식으로 플레이어 여러분에게 콘텐츠를 전달해 드리는 게 좋을지 아직 고민 중에 있습니다. 지금 생각에는 다섯 개 이상의 행성은 선보이고 싶은 생각입니다.


Q. 반복 플레이가 핵심인 게임이긴 하지만, 엔딩이 존재할까요?

= 거시적으로 흘러가는 우주의 이야기, 그러니까 주인공 리버가 외계인에게 납치되어 우주로 올라오는 시점부터 여러 문제들이 해소되기까지 엔딩이라고 부를 수 있는 과정이 존재합니다. 게임플레이로 따지면 20에서 30런 정도의 플레이로 엔딩을 볼 수 있도록 계획하고 있습니다. 물론 그 이후에도 무한히 플레이할 수 있도록 준비하고 있습니다.




Q. 이번 버닝비버 행사를 통해 신작을 공개한 특별한 계기가 있는지 궁금합니다.

= 저희 팀 중에 SGM 출신들이 많고, 그렇다보니 스마일게이트 멤버십의 수혜를 받아 자연스럽게 행사 소식을 접하게 됐습니다. 오늘 처음 신작을 선보이게 됐는데, 생각보다도 더 인디 개발자 친화적인 행사여서 만족하고 있습니다. 응원도 많이 해주셨고요.

요즘은 온라인으로도 게임을 많이 공개하기도 하고, 그래서 오프라인 전시장 같은 경우는 게임을 공개하거나 홍보하는 자리라기보다는 플레이어분들을 직접 만나뵐 수 있는 자리라는 생각이 큽니다. 행사의 이름보다는 게임을 들고 나와 플레이어를 처음 만나볼 수 있는 것 자체에 의의를 두고 있습니다.

사실 전작인 우산 금지는 코로나19 시기에 출시했다보니 출시 전에는 플레이어를 직접 만나볼 기회가 없었어요. 9개월이 지난 뒤에야 지스타 행사에 처음 나갔는데, 이번에는 아예 알려지지 않은 새로운 게임을 가지고 플레이어분들을 만나뵙게 되어 상당히 긴장도 많이 됩니다.


Q. 마지막으로, 올 한 해를 마무리하는 소감과 다가오는 2023년에 대한 계획을 말씀해 주세요.

= 아무래도 내년 얼리액세스 출시를 목표로 하고 있으니 열심히 개발해야겠다는 생각이 큽니다. 또 우산 금지로는 코로나19때문에 외부 행사에 거의 참여를 못했기에 이번에는 되도록 많은 곳에 얼굴을 비추고 싶다는 생각도 있어요. 국내외 행사에도 적극적으로 지원해서 플레이어 여러분들을 만나고 직접 이야기를 들어볼 수 있으면 좋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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